어제 있었던 세비야 대 레알 마드리드 경기(
https://pgr21.net../spoent/67394 (데이터))에서 있었던 세레머니로 알아보는 팀 내 분위기.
축구 경기들을 봐왔던 경험들을 쭉 돌이켜보면 경기 후반부에 동점골을 넣은 후 세레머니를 하는 것이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 소속 선수들, 보통 빅클럽 선수들에게도 아주 이상한 것만은 아니긴 했습니다.
당연히 골을 넣었으니 본인 스스로도 기쁠 것이고 일단 동점이 된 상황부터 승점을 확보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도 있으니까 너무 길게 끌지만 않으면 세레머니를 적당하게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나초 역시 골을 넣고 아마 원정팬들쪽으로 가서 세레머니를 적당하게 하고 있었는데 그걸 1도 망설임 없이 잡아끌고 돌아오는 알라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센시오도 그럴려고 돌아온 것 같고 밀리탕은 적당히 호응해주다가 데려갈 셈이었던 것 같은데... 여튼 알라바가 팀 내에서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의 면모와 리더십을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더군요.
정작 세레머니하고 있던 나초 페르난데스가 레알 마드리드 내 3주장인 것은 함정. 물론 여기는 예외없이 주장 순서를 무조건 입단 짬순으로 하기 때문에 3주장에 앉아있긴 해요. 그렇다고 아예 리더십이 없는 선수도 아니긴 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시간이 10분 넘게 남았기 때문에 적당하게 세레머니를 하겠다는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맥락도 아니긴 합니다.
뒤에 보면 벤제마도 공들고 바로 돌아가고 있고 꽤 많은 선수들이 바로 역전골을 노리며 돌아가고 있는데 최근의 팀 내 분위기나 정신력 등이 어느정도 보이는 듯한 느낌. 레알 마드리드 클럽 자체가 후아니토 정신이라고 해서 경기 막판까지 전력을 다해 경기를 뒤집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클럽이긴 합니다. 사실 제가 레알 마드리드 축구를 봐오면서는 후아니토 역전극보다도 '추격은 하되 역전은 하지 않는다'는 KBO의 서울 모 팀식 전개를 더 많이 본 것도 같지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맥락을 봐도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 되면 이런 장면이 연출되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박제되기도 하죠. 자연스럽게 승점 3점 챙겨야 할 경기에서 그것도 추가 시간에 상대방은 1명 없는 상황인데도 동점골 넣고 흥겨워서 저런 세레머니를...
본 경기로 돌아와서 결국 이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가 추가 시간 벤제마가 역전골을 넣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이제 리미트가 해제되었는지 아주 난리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꽤 재밌더군요. 바로 직전 첼시와의 챔스 8강도 계속 말리다가 연장전에 극적인 시리즈 역전골을 넣었지만 골을 넣고 난 다음이나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이나 저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분위기는 경기 후 라커룸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경기가 만만찮게 극적이기도 했고, 선수들 스스로는 이 경기의 승패가 적어도 지난 챔스 경기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 경기 승점 좀 드랍한다고 리가 우승 타이틀이 크게 위험해지는건 아니었는데... 그건 멀리서 보는 팬들의 입장이지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당장 가까워져 있는 타이틀이 더 중요해 보이나보다 싶기도 하고요.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13&aid=0000137887
'주급 9억' 후보, 멀뚱멀뚱+단체샷 '실종'
그리고 그와중에 그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못하다가 사라진 가레스 베일. 참고로 아자르나 요비치는 부상으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내에서 사실상 토템 취급을 받는 마리아노 디아스도 이번 경기 90분 넘어서 교체로 들어갔는데 본인이 외면 받은 것에 표정이 좋을리는 없겠지만... 그러고보니 이스코도 안보이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