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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06 09:56:15
Name 손금불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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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직접 작성
Subject [스포츠] [해축] 하루 늦은 레알 마드리드 맨시티 2차전 감상평 (데이터) (수정됨)


0. 일단 짤 하나



이 장면이 이번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양상을 꽤 잘 설명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먼저 올려봤습니다. 밑에서 이야기할 많은 포인트들이 함축되어 있는 장면이죠.



1. 레알 마드리드의 컨셉, 하이 템포 오펜스

안첼로티가 컨셉을 정말 확실하게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 레알 마드리드는 세밀한 빌드업을 통해 공을 후방부터 센터 서클을 거쳐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운반시키고, 또 그러한 과정 속에서 팀 전체가 전진한 뒤에 상대 페널티 박스 안과 근처에 머리 숫자를 많이 때려 박아서 득점을 노리는 그런 경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무조건 하이 템포,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주변에 동료가 몇명이 있든 간에 되도록이면 전진하고, 벤제마든 비니시우스든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면서 수비수 뒷공간을 노리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그러한 오펜스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죠. 슈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섬세하고 완벽한 기회를 노리는 것보다도 템포를 끌어올린 상태에서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개인 역량으로 마무리를 시도했습니다. 타이밍이 살짝 늦었다 싶으면 비니시우스가 무리라고 보일 정도로 상대 수비수에게 드리블로 도전하는 장면도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슈팅으로 공격이 마무리 되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장면들도 꽤 많이 보였죠. 부심이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는데도 어차피 슈팅이 끝나버려서 그대로 골킥으로 진행시킨 경우도 있었고... 참고로 맨 앞에서 본 후반전 첫 공격 저 장면도 현지 해설에서는 부심이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다고 코멘트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번 경기 벤제마와 비니시우스(여기에 모드리치의 마무리까지도)의 폼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 벤제마나 비니시우스나 슈팅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고, 특히 비니시우스는 전략에 맞게 무리해서라도 템포를 끌어올리며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워커를 비롯한 시티 수비수들이 힘겹더라도 어찌저찌 잘 막아내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계속해서 저지했습니다. 실제로 스탯을 찾아보니 비니시우스의 이번 경기 드리블 스탯은 1/6라고 나오더군요. 볼 터치도 경기 내내 좋지 않던...

안첼로티의 이러한 전략은 꽤 날카로웠으며, 폼이 절정에 오른 벤제마와 비니시우스의 평소 마무리 능력이라면 경기에서 연출된 장면보다 더 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나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적어도 1골, 그리고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었죠. 위에 저 장면 같은 것도 놓쳐서는 안되는 찬스입니다. 결국 경기를 이겼고 결과적으로 오프사이드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거지, 만약에 스털링이 저랬으면 최소 1년은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며 까이는 짤방으로 남았겠죠.



2. 카세미루와 토니 크로스의 더블 볼란치

안첼로티의 수비적인 전략 역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토니 크로스가 공격이든 수비든 어떤 국면이든 간에 전진을 꽤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수비 상황에서 카세미루와 아예 더블 볼란치처럼 서서 대형을 잡는 경우가 자주 보였습니다. 보통 크로스와 카세미루가 횡으로 서서 대형을 유지하는 장면이 잦은 편은 아니거든요. 크로스가 의외로 종적인 압박을 자주 나가는 편이기도 해서요.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는 아예 4-2-3-1에 가깝게 서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1차전 이전인지 이후인지 글인지 댓글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맨시티 풀백 공백보다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카세미루 못 나오는게 훨씬 클거라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죠. 센터백 앞에서 카세미루의 저지력은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오늘은 토니 크로스까지 열심히 분전하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박스 근처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는 것을 수없이 많이 저지해냈어요. 슈팅도 아예 막진 못해도 맨시티 공격수들이 최대한 어렵게 찰 수 밖에 없도록 달려들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시티 공격수들의 퀄리티 있는 모습들이 좋은 슈팅들을 종종 만들어내긴 했지만 상황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전반전 xG 값을 체크해보시면 바로 확인이 되죠.

물론 이번 경기에서 카세미루가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을 그냥 넘어가서도 안됩니다. 제가 보기에 전반전에만 어지간하면 경고가 나왔어야 하는 장면이 3개는 있었어요. 이번 경기 주심이 많이 관대하긴 했는데 그래도 운이 지나치게 좋았습니다. 아예 노카드라는건 믿기지 않을 정도. 물론 카드를 받았으면 그 다음에는 퇴장도 있고하니 그렇게 거칠게 도전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카세미루는 경고가 없는 상태로 경기를 계속 뛸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맨시티 선수들에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맨시티 측에서 꽤 불만이 나올만한 사항이었어요.

토니 크로스나 카세미루가 전진을 자제하면 여러모로 공격 작업이 좀 꼬여야 되는게 맞는데, 레알 마드리드는 어차피 빌드업을 끝에서 끝까지 세밀하게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거든요. 1번 문단에서 전술한 것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한채 천천히 공격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공격 상황이라도 카세미루와 크로스가 중원에서 빠르게 전진하여 포지셔닝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양쪽 풀백들도 굳이 무리해서 앞 포지션을 잡지는 않았었구요.

그래서인지 이전 경기와 달리 레알 마드리드는 후방에서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들의 전진 압박을 풀어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발 밑이 능한 알라바 대신 미숙한 나초가 뛰었음에도 말이죠. 1차전에서 허겁지겁 볼 처리를 고민하다가 위험을 자초하던 그런 모습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드리치가 경기 내내 공격에서 붕 떴죠. 열심히 뛰어다니긴 했는데 사람들이 모드리치에게 연상하는 날카로운 패스 한방 이런 것들도 없었고... 결정적인 슈팅 찬스도 하나 있었는데 본인이 마무리를 못하더라구요. 전술적으로 가혹하긴 했지만 본인 폼도 썩 좋지 못했습니다.



3. 카르바할 짱짱맨

이번 경기 대놓고 MVP는 누가 뭐라해도 호드리구고, 숨은 MVP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카르바할 꼽고 싶네요. 드디어 폼이 올라왔고 그 클래스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전방에 발베르데가 있어서 모자란 우측 측면 공격을 어마어마한 존재감으로 이끌었습니다. 왼쪽이 비니시우스라면 오른쪽은 카르바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죠. 호드리구의 시리즈 동점골도 결국 어시스트는 헤더 빗맞은 아센시오가 가져가긴 했지만 카르바할의 크로스 타이밍과 퀄리티가 정말 좋았죠. 다시 한번 맨 위의 후반전 속공 상황을 살펴보면 저 공격의 크로스도 카르바할이 올립니다. 정말 저 장면에 많은게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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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쪽에서도 필 포든을 거의 완벽하게 제어했습니다. 포든도 그러면서도 날카롭게 유효슈팅 만들고 그러긴 했는데... 좌측에서 실질적으로 만든 위협적인 장면은 아마 없었죠? 맨시티가 경기 내내 좌측면(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우측면) 위주로 공격을 자주 전개했는데 카르바할 - 발베르데가 이 쪽을 아주 성공적으로 틀어막았습니다.



4. 안첼로티의 교체 전술은 정말로 훌륭했나?

제가 첼시 2차전 글(https://pgr21.net../spoent/67322)에서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안첼로티의 교체 투입 선수들이 일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 선택들이 계획적으로 잘 먹힌 노림수였냐라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번 경기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컨셉을 잘 가져오긴 했지만 공격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안첼로티가 꺼내든 첫 교체카드는 호드리구였습니다. 토니 크로스를 빼고 모드리치와 발베르데를 중앙에 세우면서, 오른쪽에 직선적인 움직임을 더해주고 마무리까지 가능한 호드리구를 투입했죠. 그리고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도 좀 앞으로 당겼습니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바로 마레즈에게 실점을 허용했죠. 그 직전에 워커 부상 이슈 등으로 좀 어수선한 느낌도 있긴 했는데... 순간적으로 중원 대형이 아예 무너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발베르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모드리치가 부주의하게 전진했고, 그걸 메꾸려고 카세미루가 귄도안에게 붙었는데 그래서 베르나르두 실바가 완전히 텅 비었죠.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잘 풀지 못한 경기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드는 맨시티 쪽에 있었고 맨시티 입장에서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까지 공격을 지향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득점이 급한건 레알 마드리드고, 수비적으로 운용되던 크로스가 빠지면서 전진을 꾀하자마자 맨시티는 72분이 되도록 아껴왔던 비수를 그대로 박아버렸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런 리스크가 무섭다고 지고 있던 팀이 계속 눌러앉아 있으면 그거야말로 바보죠. 문제는 그 다음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안첼로티는 모드리치와 카세미루를 동시에 빼고 카마빙가와 아센시오를 투입하며 대형을 4-2-3-1로 전환합니다. 발베르데와 카마빙가가 3선을 맡고 아센시오가 2선 중앙에 서더라구요. 크카모를 다 뺴는걸 보고 와 이런 초강수를 두네 싶었습니다.

kVTszAs.png

그런데 여기서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를 대차게 말아먹는 시나리오로 갑니다. 실점 이후부터 호드리구의 득점 이전까지 레알 마드리드 전체 선수들의 패스맵인데 박스 근처 접근은 커녕 아예 후방에서 전진 자체가 안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센터 서클 주변도 아예 접근도 못하고 있죠. 제가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경기 컨셉이 다이렉트한 업템포 공격이라고 했지만 최후방에서 무지성으로 최전방 롱볼을 날리는 그런 번리식 공격 전술이 아니었어요. 센터 서클 부근까지는 팀 전체적으로 풀어나오다가 수비수 뒷쪽을 노리는 정교한 작업이었죠. 하지만 이 시간대에 빌드업은 그냥 말그대로 무지성 뻥축구였습니다.





본격 중원에 크카모 없으면 일어나는 일.gif

2골이 필요한 팀의 75분 이후 공격전개라고는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이죠. 공이 가야할 곳을 못찾고 계속해서 후방에서만 돕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헤매고 있는게 손짓 만으로도 보이죠. 결국 헤매다가 무리한 전방 롱패스, 그리고 커팅. 위에 패스맵 다시 보시면 최후방에서 최전방 다이렉트로 나갔지만 실패해서 빨갛게 표시된 롱패스들이 계속 보이죠. 결국 이 시간대에 레알 마드리드 팀 슈팅은 0개입니다.

발베르데와 카마빙가 분명 좋은 선수들이지만, 아직 어린 선수들이며 팀에서 노련하게 빌드업을 이끌어나갈 선수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안첼로티가 그렇게 폼이 떨어져 보여도 토니 크로스를 중용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너무 못한 장면들을 가져와서 미안하니 이런 장면도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물론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라 빈틈이 생기면 개인 역량으로 찬스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들이죠. 물론 저거 오프사이드이긴 했지만.

경기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느꼈을거에요. 피지알 불판에도 남아있지만 도저히 레알 마드리드가 골을 넣을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릴리쉬와 칸셀루 쪽으로 매우 위험한 실점 찬스를 여러개 내주었죠. 맨시티가 이전까지 기록한 xG 값 보다 이때 기록한 xG 값이 더 큽니다. 쿠르투아와 멘디가 큰거 막은겁니다.

또다시 교체 전술이 첼시전 2차전과 유사하게 연출이 되었습니다.



5. 그리고 호드리구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흐름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골을 넣어버릴 줄 아는 팀이었다는게 문제. 이젠 진짜 모르겠습니다. 결국 안첼로티가 처음으로 선택한 호드리구가 2분 만에 멀티골을 넣으며 경기 양상을 아예 바꿔버렸습니다.

뭐 모르겠어요. 이걸 뭐 전술이고 뭐고 분석하는게 이유가 있을지... 평생 축구 보는 해설자들도 국내외 안가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데 저라고 알겠습니까.



첫번째 골은 칸셀루가 너무 안이하긴 했어요. 벤제마에게 낚여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혼자서 망가뜨렸고, 낚였으면 차라리 벤제마 쪽으로 아예 붙어서 방해라도 했어야 되는데 그냥 뻔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지친건지, 포지션을 중간에 바꿔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리드 상황에서 집중도가 너무 떨어지는 플레이였죠.

두번째 골은 뭐... 수비수들이 박스 안에 다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호드리구가 헤더로 골을 넣는다는건 애초에 상상도 잘 안했던거라서... 카르바할의 크로스가 아주 훌륭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아센시오 빗맞았음에도 코스를 잘 맞춘 호드리구의 헤더도 대단했지만.

이때부터 펩을 포함해 맨시티 쪽은 아예 넋이 나간 것 같았고, PK도 연장 시작하자마자 2분 30초 만에 나오면서 경기가 뒤집어지는 수순으로 갔죠. 연장전 때 레알 마드리드 양쪽 측면 공격수들이 포지셔닝 꽤나 전진하면서 잡길래 안감독님 승부사네(라고 쓰고 솔직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호드리구 거쳐서 PK 나오는거 보고 할 말을 잊었읍니다...

발베르데, 카마빙가도 빌드업이 아쉬워서 그렇지 후반에 체격과 체력으로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이미 수준급인 선수들이고, 쿠르투아든 센터백들이든 오늘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들의 컨디션 자체가 실점 상황을 제외하면 폼이 꽤 좋았죠. 레알 마드리드도 그 이후로는 비벤 다 빼고 잠그면서 크게 뭐는 없었네요.

연장전 페르난지뉴 장면이 있긴 했지만... 그거야말로 진짜 운의 영역 아닌가 싶더라구요. 맨시티쪽에 그런 것마저도 안웃어주는걸 보고 감정이 복잡미묘하긴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늘 안첼로티가 부상 없이 교체 아웃시킨 선수들 5명이 흥미롭게도 크카모 + 비벤입니다. 머리에 치매가 와서 크카모만 쓰나보네 이런 말하던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볼지 궁금하긴 하네요. 물론 타 축구 커뮤니티 이야기에 가깝지만 그러니까 덮어놓고 아무거나 까면 안된다고 제가 스연게에서도 몇번이나 이야기 했는데...



6. 그래서 펩은 뭘 잘못했나

모르겠습니다. 경기 보고 계속 생각해보고, 다시 돌려도 보면서 유심히 찾아도 봤는데 모르겠어요. 뭘 잘못했을까요. 물론 평소 맨시티의 경기력을 생각해보면 만족스러운 경기는 절대 못됩니다만, 시리즈가 1점 리드인 상태라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거든요. 맨시티가 굳이 위험성을 감수하고 공세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잘 안풀리긴 했지만 결국은 73분에 마레즈로 비장의 한방을 꽂아넣기도 했어요. 아주 이상적입니다.

그 이후 호드리구의 골 직전까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맨시티는 침착하게 전방 수비 대형을 유지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자멸하는 모양새였습니다. 179분의 전개는 정말 완벽했죠. 그런데 저렇게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 저걸 직접적인 감독의 영역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어요.

예전에 토트넘 - 아약스의 챔스 4강 2차전, 루카스 모우라가 해트트릭 꽂아넣고 역전해서 토트넘이 결승전 올라간건 이 경기에 비하면 정말로 개연성 넘치는 경기거든요. 그 경기 후반전 요렌테가 얼마나 잘했습니까. 이 경기는 뭐 골 넣기 전까지 누가 잘했었나요? 어느 쪽이 계속 구멍이 나서 위험했었나요? 모르겠습니다.



BT Sports 해설을 하던 스티브 맥마나만이 92분 호드리구의 3번째 유효슈팅을 보면서 이렇게 코멘트 하더라구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 90분 동안 (유효)슈팅이 0개였다. 그런데 지금 (3분 사이에) 3개다. 심지어 지금 이거 에데르송이 정말 잘 막은거잖아"

이번 경기 펩이 명장병이었나요? 일단 이번 경기는 아닌 것 같아요. 데 브라이너를 뺀 게 잘못일까요? KDB가 빠지자마자 대신 들어온 귄도안이 기점 역할을 해서 맨시티는 마레즈의 골을 꽂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호드리구의 골까지 권도안의 통제력이 나쁘지도 않았어요. 안첼로티가 투입한 호드리구가 멀티골을 넣은 것이 빼어난 선택이라면, 펩의 귄도안 교체 역시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도 에이스는 뺴지 말았어야지? 레알 마드리드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카모 다 뺴고 연장 전반전 끝날 때는 벤제마 비니시우스까지 다 뻈습니다.

모르겠어요. 2차전에서 펩이 이러한 극적인 패배를 본인의 책임으로 오롯이 떠안아야 할만큼 잘못한 점이 있는지 특정짓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제 1차전을 봐볼법한데... 1차전은 돌이켜보면 감독이 잘 만든 판을 선수들이 제대로 못 떠먹은 판(특히 마레즈)에 가깝거든요. 맨시티가 고작 3골 밖에 못넣을 경기가 아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펩은 안될 놈이야. 그냥 매번 못 올라가는 놈이 또 못 올라간거야. 메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야. 결과만 가져와서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붙이면 다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글쎄요. 저는 적어도 이번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비판(이라기보다도 사실 비난에 가까움)들에 대해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드네요.



7. 덕장 안첼로티

운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운이 있는 감독은 확실한 안첼로티. 그리고 사실 운장이라는 호칭보다는 예전부터 많이 불리던 덕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https://www.mundodeportivo.com/videos/real-madrid/20220505/1001798907/efusivo-abrazo-ancelotti-florentino-perez.html

재미있는 기사가 있더라구요. 토니 크로스의 인터뷰인데, 안첼로티가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어떤 전술적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지 물어봤다고.... 그리고 크로스가 "이것은 안첼로티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안첼로티가 레알 마드리드를 왜 잘 이끄는지 설명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네요. 참 재미있습니다. 선수단한테 역전승 비디오 틀어줬다는 것도 그렇고 어찌보면 슈틸리케급 뻘짓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마저도 리더십으로 승화시키는 안첼로티의 매력이란.

16강부터 PSG, 첼시, 맨시티를 차례대로 깨부수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오고 있는데, 보통 이러면 축구 사이트들에서 전술 분석 칼럼 무지하게 올라와야 되거든요. 왜 저렇게 잘하냐, 이러한 전술적인 포인트들이 이 감독과 이 팀을 빛나게 한다 등등... 그런데 안첼로티호에 대해서는 신기하게도 그런거 거의 없습니다. 전술적인 주목은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의 상대팀들에게 많이 되죠. 지고도 칭찬을 받은 투헬이나, 엘클라시코에서 대승을 거둔 사비나, 시티전 1차전도 펩의 프레싱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었고.

어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어떤 해외 칼럼에서 안첼로티호가 잘 나가는 전술적인 이유라고 타이틀을 걸어놓고 진짜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한다'라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길래 실소를 내뱉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마냥 웃지만은 못할 이야기가 된 것 같네요. 물론 그랬어도 전술적인 이유 이렇게 타이틀을 걸진 말았어야지...

개인적으로 비니시우스를 안첼로티가 키웠다 이러한 관점에 꽤 부정적입니다. 비니시우스는 지난 시즌 말아먹을 때도 몇몇 식견 높은 매니아들이 '밸런스만 잡히면 순식간에 네이마르급까지 클 것'이라는 말들을 하길래 개인적으로도 반신반의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에이 솔직히 말이 되나 싶었는데 진짜 그렇게 되어서 좀 놀랐던... 안첼로티가 비니시우스에게 특별히 새로운 전술적인 포인트를 가져가면서 그것이 계기가 되고 기량이 폭발한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고요. 이번 시즌 시작부터 진짜 그냥 갑자기 잘했죠. 과거 지단이 비니시우스에게 요구한 것이나 지금 안첼로티가 요구하는 것이나 제가 보기엔 대동소이합니다.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결과만 두고 말하면 루이스 수아레스는 브랜든 로저스가 키운거에요. 데 헤아의 잠재력을 터뜨린건 반 할 감독이고. 이렇게 말하면 거품 물 사람들 많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벤제마나 비니시우스의 동선 정리나 역할 배분 등을 잘 해낸 것은 분명 안첼로티의 공이라고 봐야겠죠. 굳이 얘네 둘이 아니더라도 선수단 전체에 대해서 안첼로티가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영향력들이 레알 마드리드의 팀 내 좋은 분위기와 이번 시즌 숱한 역전극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해서는 안되지 않나 싶네요.

굳이 결과론으로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1기 때 무관이라고 경질하던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거든요. 저는 그런 잘못된 선택이나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결과론으로 포장하는걸 제일 싫어해요.

그래도 안첼로티에게 더 바라는게 있다면, 늘 경기 자체는 좋은 컨셉으로 풀어가는 것도 잘 보고 있지만 시티전 1차전이나 엘클라시코, 혹은 이번 경기 후반부처럼 누가봐도 이상하게 말아먹는 것들만 좀 줄여주시면 어떨까 싶은... 그런 것들도 노리면서 이기면 축구의 신도 아니고 그걸 뛰어넘은 작가잖아요. 분명 안첼로티가 의도한 부분은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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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병아리
22/05/06 09:59
수정 아이콘
유효 슈팅 3개 으로 챔스DNA 레알!
패트와매트
22/05/06 10:01
수정 아이콘
감독이 단순 전술놀음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는건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손금불산입
22/05/06 10:21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도 유저분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말이지만, 축구 감독이 해야할 역할들 중에서 전술적인 부분은 말씀처럼 그렇게까지 절대적이진 않죠. 저도 그런 주제 나올 때마다 자주 꺼내는 예시이긴 하지만 디 마테오가 열세인 상황에서 하인케스를 전술적으로 쌈싸먹고 결승전(심지어 바이언 홈구장)에서 우승하지는 않았으니까요.
22/05/06 10:03
수정 아이콘
최고 클래스의 선수들이 알아서 모여드는 레알같은 팀에서는 감독의 전술능력보다 에고 쩌는 스타플레이어들을 팀원으로 기능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게 최우선이라는거죠. 그럼 전술문제는 평타만 쳐도 선수들의 개인역량으로 커버 가능하다는 거고. 어쩌면 전술적으로 돋보이지 않는게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인기량이 더욱 부각되니 더 선호될지도 모를 일이고.
손금불산입
22/05/06 10:32
수정 아이콘
이제 아재들이나 기억하는 말이겠지만 바비 롭슨이 '호나우두가 곧 전술이다'는 말을 했었죠. 그 이후 메시는 그 이상의 경지였고... 이러한 선수들에게 너무 세세한 움직임을 주문하는 것은 선수들의 잠재성을 전술이라는 제약에 가둬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22/05/06 10:11
수정 아이콘
감상평에 읽을수록 [모르겠습니다]가 계속 나오는게 킬포네요 크크크 pgr유저의 상식을 무너트린 안첼로티의 마력
22/05/06 10:11
수정 아이콘
맨시티 연장 전반 페르난지뉴 장면도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페르난지뉴 기습 프리킥->포든 슈팅 장면도 정말 하늘이 안돕는구나 싶더군요.....

들어갔으면 그 안필드의 기적 마지막 오리기 골 될뻔했는데..... 레알은 다 따라잡아놓고 찬물 제대로 맞을뻔. 안들어가서 망정이지 밀리탕은 왜 나와서 항의를 했는지;;
손금불산입
22/05/06 10:39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그 장면도 있었죠 크크 페르난지뉴의 센스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이재빠
22/05/06 10:17
수정 아이콘
요약
챔스DNA
세인트루이스
22/05/06 10:17
수정 아이콘
선생님 혹시 어디 투고하시나요? 필력이;;
아수날
22/05/06 12:37
수정 아이콘
손금불산입님 없으면 스포츠탭 안돌아가죠
손금불산입
22/05/06 23:38
수정 아이콘
아니 크크 다른 분들이 골영상이나 스포츠글 많이 올려주셔서 저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루카쿠
22/05/06 20:36
수정 아이콘
피지알의 한준희 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금불산입
22/05/06 23:38
수정 아이콘
어이쿠 진짜 안목 없는 축알못에게 부적절한 호칭이라고 봅니다ㅠㅜ
FastVulture
22/05/07 21:04
수정 아이콘
마침 주늬옹도 구너시고...
한걸음
22/05/06 10:18
수정 아이콘
축구의 묘미라고는 하지만 맥락따윈 필요없는게 축구라..
김연아
22/05/06 10:19
수정 아이콘
펩의 잘못은 챔스 무관 귀신에 씌인 거죠..........
오늘하루맑음
22/05/06 14:04
수정 아이콘
그냥 무관귀신은 아니고

[메시가 없으면 무관귀신]이죠
Davi4ever
22/05/06 10:21
수정 아이콘
솔직히 레알 마드리드가 90분 이후로 미쳤던 (...) 경기라서 펩이 아쉬웠다고 하는 부분들은 결국은 모두 결과론에 가깝긴 하죠.

덕배 교체는 사실 결과가 이렇게 되고 보니 '한방이 있는 선수는 남겨뒀어야 하지 않나'는 이야기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크카모와 비벤 교체 이야기 하셨는데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봅니다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마레즈<->페르난지뉴 교체가 결과적으로 안 좋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는 나오더라고요.
펩이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점 차에서 할법한 교체였는데 경기장에서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워커가 부상 아웃되면서 진첸코-칸셀루가 측면을 맡았고 이 부분이 수비적으로 다소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페르난지뉴가 생각만큼 이 부분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면서 레알의 두 골 모두 측면 쪽에서 골이 나왔죠.
레알이 중원에 카마빙가를 넣으며 에너지 레벨을 높였는데 이 중원 교체카드 싸움이 결과적으로는 맞물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기에 호드리구가 미쳐 날뛰면서 드라마를 만들었고...

사실 맨시티가 뭘 잘못했다, 레알이 뭘 잘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냥 레알이 미친 경기를 했다고 정리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잘한 경기가 아니고 미친 경기요.
손금불산입
22/05/06 10:42
수정 아이콘
워커가 결국 마지막까지 못 버티고 깨진게 맨시티에게 아쉽긴 합니다. 결국 호드리구 첫골도 딱 그 마킹맨이고... 펩은 연장까지 갈거란 생각을 정말 1도 안했을거에요. 마지막 3-4분 경기 최후반 공중볼 구도에서 버틸만한 선수를 넣은 것도 저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1골도 아니고 2골 리드였으니까요. 하지만... 나 참.
Davi4ever
22/05/06 10:45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 교체를 두고 펩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도라서...
감독이 그것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스웨트
22/05/06 10:25
수정 아이콘
근데 어디서든 리더의 덕목은 전술가로서의 능력도 있겠지만 밑의 팀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 시키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정말 중요한거같아요
22/05/06 10:27
수정 아이콘
경기 이후 멘탈을 아직 다스리고 있긴한데...
솔직히 결과론으로 펩 명장병 외치는 사람들은 축구 뭘로보나 싶긴합니다. 호드리구 첫골 들어가기전 상황에 돈걸라고하면 999명은 맨시티에 걸었을텐데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어차피 수비적 교체 안하고 풀타임하다가 90분에 두골 먹었어도 명장병이라고 했을것 같습니다.

저도 정말 모르겠네요. 이렇게 될 경기였나 뭘잘못했나 아무리 곱씹어봐도 아직 이해가 안되는 경기입니다.
올해는다르다
22/05/06 10:53
수정 아이콘
안첼로티는 운빨일수 있어도 펩은 결과론이 아니라 필연에 가까워보이네요.
손금불산입
22/05/06 10:53
수정 아이콘
저는 호드리구가 첫골을 넣은 상태더라도 맨시티가 올라온다에 걸었을겁니다... 아 걸려다가 2번째 골이 바로 들어갔겠네요. 정말 상식을 벗어난 경기였습니다.
22/05/06 10:29
수정 아이콘
그냥 세계레벨 팀들 간의 경기는 대체로 운빨이다, 추가로 축구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별 거 없다 특히 전술 어쩌고 하는 영역에서는 더더욱. 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손금불산입
22/05/06 10:36
수정 아이콘
전술 구도가 완벽하게 기울어지면 아무리 월드클래스 선수라도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화될 수 있는게 또 축구죠. 11명을 상대로 혼자서 모든걸 할 수 있는 선수는 없으니까요. 펩이 매번 챔스에서 드라마틱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평소 이긴 경기들을 살펴보면 아주 미세하고 디테일한 변화로도 전황을 아예 자기 손아귀로 틀어쥐는 장면들 역시 많이 연출됩니다. 다만 펩과 안첼로티가 축구를 바라보고 다루는 관점이 꽤나 상이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대단하다대단해
22/05/06 10:30
수정 아이콘
안첼로티가 또 증명했다고 보여지는 결과입니다.
저는 맨유팬이지만 맨시티 축구 보는걸 아주 좋아합니다. 빠르고 공격적이고 주도권 안내주려고 하고.
근데 이번 시즌 믿음의 끝을 보여주는 감독을 만났고 또 그 믿음을 받는 선수가 항상 보여주는 팀을 만나서 이런 결과를 보여주더군요.
진짜 저렇게 끝까지 안고 죽는게 어려운건데 그걸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게 먹히니 더더욱 할말이 없구요.
아마 챔결에서 이제 지면 그동안 이기니까 못먹은 욕 한번에 먹는거고
챔결까지 차지하면 좀 오랫동안 기억되는 믿음의 축구로 회자되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22/05/06 10:36
수정 아이콘
사실 레알은 믿으면 해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선수들로 모인 팀이니까요. 안첼로티가 맡던 시절 AC밀란도 그렇고 그런 팀에 딱 최적화된 감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05/06 11:06
수정 아이콘
그렇게 믿다가 믿다가 마지막에 믿음이 빵꾸 나곤 하던데... 챔결 벤제마 pk실축 예상해봅니다
손금불산입
22/05/06 11:27
수정 아이콘
사실 이번 경기도 벤제마, 비니시우스, 모드리치까지 믿던 놈들이 믿음에 부응하지 못한 경기죠. 물론 호드리구가 튀어나와 신앙을 간증하면서 경기를 뒤집어버렸지만 크크
22/05/06 15:34
수정 아이콘
안버지 가라사대 "골이 있으라"
손금불산입
22/05/06 23:39
수정 아이콘
호멘 아 이 호가 아닌가
22/05/06 1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씀하신대로 펩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 라고 묻는다면, 딱히 집을만한게 없어보여요.
챔스의 레알 상대로 심지어 원정에서 90분까지 1골 더 넣으면서 앞서갔구요.
그치만 이전 하이라이트글에서도 저는 덕배를 70분대에 교체를 굳이 왜했냐는 댓글을 달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중요도가 높은 경기에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경기 종료되고 다들 호드리구가 몇분 만에 2골 넣고 연장 간 걸 보면서, 레알의 챔스 DNA를 언급하잖아요.
그것은 이 경기의 결과와 하등 상관없음에도 말이죠. 그 영광을 다 겪었던 크카모는 이미 교체된 상황이기도 했고..

그런 측면에서 군도안이 나쁜 선수라는게 아니고, 누가봐도 현재 시티의 최고 에이스인 선수를 그날 폼이 안좋은 것도 아니고
교체 시점에서 심지어 합산 결과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15분 가량 쉬게 해주려고 했다는 점이 잘 이해가 안가요.
더브라위너가 필드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레알이 한번 삐끗했을 때, 언제든 중원에서 슛이나 패스로 한방에 게임 가게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레알 선수들에게 더 압박을 주고 [아, 이게임은 빡세겠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게 했을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점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군도안 대신 더브라위너가 풀타임 다 뛰었다고 연장 안갔을까? 하는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펩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면 한 경기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나중을 생각하는 습관이 남아있지않나 마 그리 생각합니다.
손금불산입
22/05/06 10:49
수정 아이콘
만약에 메시였다면 펩이 뺐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그건 합리적인가? 만약에 펩에게도 KDB는 되고 메시는 안되는거면 그건 합리적인가? 싶기도 하고요. 혹자들은(그리고 저도 어느정도는) 그걸 다소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스포츠가 합리 속에서만 굴러가는 것도 아니니까 말씀같은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냥 OOO 왜 팜? 왜 뺌?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끝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이야기해 볼 주제죠.
22/05/06 11:01
수정 아이콘
네. 사실 90분에 호드리구한테 발로 하나, 머리로 하나 먹을거라는 생각을 누가 했겠습니까
사실상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굳이 이 경기를 결론을 지어보자면 맨시티가 뭔가가 잘못됐었나를 보는것 보다는
그저 그 순간 그걸 해낸 레알을 칭찬할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손금불산입 님의 글 평소에도 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전 리버풀 팬이라 두팀 다 무섭지만 막상 결승전 볼 생각하니 떨리네요.
결과를 예측하라면 어디에 거실 건가요?
손금불산입
22/05/06 11:16
수정 아이콘
그래도 리버풀 아닐까요 크크 저는 이번 매치업도 맨시티가 올라갈거라 생각하긴 했습니다. 리버풀은 지금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만났던 PSG, 첼시, 맨시티보다도 구조적인 결함이 더 적은 팀이고, 벤제마와 비니시우스가 맞닥뜨려야할 수비수들의 개인 역량도 최고인 팀이죠. 파괴적인 리버풀의 최전방 선수들과 그들을 향한 크로스들을 레알 마드리드의 최후방 라인과 골키퍼가 얼마나 잘 저지하냐가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읽음체크
22/05/06 12:03
수정 아이콘
요즘 리버풀 전체적으로 활동량이나 에너지 레벨에 그닥 장점이 있질 않더라구요.(경기수가 많고 시즌후반이라서 그런가..?) 모드리치 크로스에 제대로 압박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티아고/케이타 둘중 하나가 선발이면 맨시티 상대할때보다 빌드업이 훨씬 수월하겠죠.
그럼 서로 최전방 공격진 상태로 판가름이 날텐데, 루이스 디아즈가 몸상태는 제일 좋지만 증명이 덜되어서 불안하고
마네는 재작년 코로나 이후 허벅지에 힘이 없어요. 원래 허벅지 힘/탄력으로 다 해먹던 애가 이러니까 작년 비니시우스 생각나고 그렇더군요. 요샌 케이타랑 마네랑 뛰는것만 보고는 구분을 못해내서 스스로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살라는 국대다녀오고 부턴 좀 메롱이구요.

근래 몇경기 전반전에 싸고, 하프타임떄 수정해서 후반전 경기력이 월등해지길 반복하고 있는데, 안첼로티한테도 이게 통할까 모르겠습니다.
안감독이 진짜로 별 전술이 없는거면 클롭도 분석할래야 할수가 없으니까요 크크크
김연아
22/05/06 15:07
수정 아이콘
저도 되게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사실 덕배 빠지고 귄도간 들어갈 때 되게 싸했거든요.
웃으면서야 어 또 명장병? 이러긴 하지만, 실제 생각은 명장병이 도졌네 뭐 이런게 아니라,
진짜 그냥 예감이 싸한 그런 거요. 아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마레즈가 곧바로 골을 넣으면서, 이 싸함이 좀 가셨다가,
마레즈 빠질 때는... 뭐 이건 맞는 거긴 한데, 그래도 뭔가 개운한 교체까지는 아닌 느낌적인 느낌

분석해보면 이게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교체는 아닌데,
펩에게 뭔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건,
이런 교체가 펩팀에게 딱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소믈리에
22/05/06 10:42
수정 아이콘
그것이....스포츠니까...각본이 없으니까!
올해는다르다
22/05/06 10:47
수정 아이콘
강팀 간 대결에서 뒤로 물러서는거는 아무리 전술적으로는 효율적이어도 좋은 방법이 아닌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호돈신 3샷3킬 같은거 나오면 몇십년 우려먹었는데 요새는 한번 물러앉으면 이런식의 다득점이 거의 1,2주에 한번씩은 나오는거 같아요.
성큼걸이
22/05/06 10:49
수정 아이콘
저에게도 매우 놀라운 경기였네요
저도 한 85분쯤에는 슬슬 포기하고 있었는데
호드리구의 첫번째 골부터는 화면 밖에서 보는 저한테도 느껴질 정도로 경기장 내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그 골을 기점으로 경기장 내 엔트로피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펩의 통제에서 게임이 완전히 벗어나버린 느낌
이런건 논리로 설명이 안되죠
말씀하신대로 전술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축구는 야구처럼 세이버매트릭스 따지는게 아니고, 이 종목 특유의 마력 같은게 분명히 있죠
레알 선수들 개개인의 클래스와 투지, 챔스에서 레알의 경험과 저력... 그런 것들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혼합되어 폭발한 것 같네요
펩을 보니 제갈량의 모사재인 성사재천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22/05/06 10:52
수정 아이콘
야구 얘기하니 다저스가 로버츠, 프리드먼 체제에서 계속 포스트시즌 물먹던것도 생각나네요

너무 경기전 자신들이 정한 시나리오를 지키는 야구, 이른바 대본야구하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등에 당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다저스는 월시 우승하긴 했지만

다만 다저스는 임기응변 부족이니 이건 펩과 다르다고 봐야하나;;
22/05/06 10:5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야구보다는 NBA생각이 나더군요. NBA PO에서는 감독의 전술적 능력으로 정규시즌 호성적을 올린 팀들이 PO가서는 결국 스타플레이어들에게 털리는게 일상적이니...
22/05/06 15:47
수정 아이콘
그리고 nba는 그 감독 역량의 발현을 통해 슈퍼스타 미만 선수들의 체력을 엄청 크게 소모하는 것 같아요. 기계 같은 수비전술로 정규 잘 보내고 방전되는...
22/05/06 11:05
수정 아이콘
다저스는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하위호환을 월시에서 만나서 우승한 거라고 봐야 되죠
읽음체크
22/05/06 12:11
수정 아이콘
별 근거없는 뇌피셜 인상평을 해보자면, 펩은 상대방이 자멸해주길 기다립니다. 제 눈엔 6관왕 다음 시즌부터 그랬어요.
조급해져서 가랭이 벌려주면 거기로 공격하겠다는게 기본 전략인데
시즌 후반가서 상대팀도 펩전술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어차피 지면 끝이라서 체력안배도 신경안쓰는 상황까지 가면
결국 말씀하신 하이템포 오펜스를 언젠가는 해야됩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해야되는데, 펩이 이 선택을 안하고/선택을 하기 힘든 선수진을 꾸려요.
그러면 왜 이렇게 안되지? 이러면서 하던거 계속 반복함. 되겠냐 이 문어머리야!
22/05/06 12:51
수정 아이콘
저도 새벽에 일어나 90분 내내 골골 거리며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마레즈 골 이후엔 아 맨시티 진출하는구나. 또 붙네 싶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이게 무슨 마법입니까? 허허허 축구 몰라요. 그래서 재밌는거겠죠.
요기요
22/05/06 13:04
수정 아이콘
맨시티가 못한 거 없다고 봐요..단지.. 레알이 마법을 부린 것.
22/05/06 13:46
수정 아이콘
어제 펩이 못한 건 저도 없다고 봅니다.
그냥 레알이 더 잘했다..그리고 더 낮은 확률을 뚫어냈을 뿐이죠.

어제 경기는 사실 진작에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비벤 듀오가 컨디션이 좋다고 볼 수가 없었죠.
전반적으로 유효슈팅도 안되는 슛이나 터치 등 여러 미스가 많았는데
호드리구가 그걸 해낼 줄 누가 알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호드리구도 골 전까지는 별로 하는게 없었죠ㅡㅡ;

그리고 확실히 이번 크카모는 준비를 잘 해왔다고 봅니다. 크로스가 미스가 좀 있긴했는데
나름 해준 거 같고 그와중에 크카모를 빼는 전술로 결국 승리를 가져온 안감독도 대단했고요.
어제 제일 아쉬운 건 아센시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선에서 공격포인트 쌓아줄 만한 건 아센시오랑 호드리구 뿐이니까 넣을 수 밖에 없긴한데
크카모가 빠진 상황에서 빙가-발베 듀오로는 미드필더도 붕 뜨고 오히려 전술적으로 이상해진 모양새가 좀 보이더라고요.
아우구스투스
22/05/07 07:25
수정 아이콘
레알이 잘했다보다도 신이 그냥 레알의 승리를 바랬다, 외에는 설명이 안되요.
킹이바
22/05/06 14:32
수정 아이콘
다른 곳에서 본 해외 칼럼이 인상깊었습니다.
"이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히트맵도, 스텟도, 전술도 상관없다.
그것은 베르나베우이고 레알 마드리드이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설명해 보아라."

베르나베우, 관중들, 레알의 위닝멘탈리티,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 이들에게 찾아온 행운
마찬가지로 실점 후 분위기에 눌려 정신차리지 못한 시티 선수들도 있고요. 이게 축구같아요.
그리고 호드리구, 카르바할도 언급되어야겠지만 개인적으론 쿠르투아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손금불산입
22/05/07 10:16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이것저것 언급하긴 했는데 쿠르투아 이야기를 너무 적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폼이 살짝 내려온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에 정말 좋았습니다.
FastVulture
22/05/06 15:59
수정 아이콘
(펩 안좋아합니다만) 솔직히 이번 경기는 펩이 뭘 잘못했나...라고 생각합니다
루체시
22/05/06 22: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크크
남자답게
22/05/07 06:24
수정 아이콘
이정도 했으면 올해 챔스의 레알은 축구학적으로는 설명할 길이없습니다.그냥 자연재해 같은거라고 생각합니다.. 승리의 DNA
22/05/07 10:14
수정 아이콘
저는 이 경기에서 쿠르투아가 갓갓갓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에 시티가 가져갔던 4개 유효슈팅이 모두 빨랫줄 수준의 중거리포였는데 너무 잘 막았고,
후반에도 1골 먹혔다 뿐이지 시티 선수들 슈팅이 다 골대 안으로 향했는데 쿠르투아가 다 막아냈죠..
그릴리시가 만들어냈던 2장면도 그렇고 하나라도 실점으로 연결되었다면 드라마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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