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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9/27 18:30:27
Name Epic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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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도탁스
Subject [스포츠] 안첼로티가 카카를 처음 봤을 때 했던 생각


2003년 여름, 이사회와 스태프로부터 팀에 재능 넘치는 젊은 브라질 선수 하나가 합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내가 이 친구 이름만 들었다는데 있었다.
히카르두 이젝슨 도스 산투스 레이테.
당시 클럽은 이 친구를 상 파울로에서 경험을 더 쌓게 할지 아니면 바로 데려올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이 친구를 바로 데려와서 훈련에 합류 시키기로 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 어떤 선수인지 지켜볼까? 라는 생각만 했다.
다들 얘가 공을 잘 찬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말은 하는데 나는 모르니까. 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어떤 선수인지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같은 대답을 했다.
“공을 잘 차. 잠재성이 있어. 하지만 이탈리아 무대의 좁은 공간에서 큰 활약은 못하겠지” 와 같은 답들이었다.
이제와서 나한테 누가 그런 얘기들을 했는지 이름을 불진 않을 것이다.
여튼 당시 우리는 그야말로 눈을 감고 구매를 한 셈이었기 때문에 확신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루치아노 모지(유벤투스 디렉터)가 연일 미디어를 통해 계속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름이 카카라고?” “똥 아니야?(카카는 이탈리아어로 똥이라는 뜻)” “똥이잖아!” “유벤투스는 귀한 돈을 주고 똥을 사진 않지”
이런 발언들이 계속 미디어에 나왔다.
그때 감이 왔다. 루치아노가 저런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거다. 루치아노가 선수 보는 눈은 있다.

카카가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떨어졌을 때 그 놈 모습을 보고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를 기대했는데 얘는 [모범생 안경을 끼고 머리는 빗어 넘긴 모습의 완전 모범생 그 자체]였다.
도시락이랑 책가방을 하나 주고 싶었다. 오 주여, 대체 우린 뭘 사온 거지? 전공 선택도 못할 것 같은 아이가 하나 왔잖아!
너 교환학생이지? 이탈리아에 온걸 환영해. 그런데 혹시 드리블이랑 킥도 할 줄 아니?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건 브라질 축구 선수가 아니라 [밀라노 공업 단지 밖을 서성이는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문제는 기자회견 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새로운 영입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데 내가 얘 공을 차는걸 본적이었어야 답을 할 것 아닌가.
기자들은 그냥 대략적인 정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수의 취향, 성격 그리고 일화를 물어본다.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이 친구는 프로 축구 선수이며 뛰어난 재능을 지닌 미드필더이고 또 공격적인 위치에서 공격 작업을 진행한다.
성격도 좋다. 지금까지 봐온바 토니누 세레조(브라질 출신의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라고 말했다.
신기한 사실이 있다면 기자회견 장에서 그 어떤 헛소리를 해도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아 그런가보다’ 한다.

그리고 카카의 훈련 첫 날이 드디어 도래했다.
내 머리 속에는 ‘이놈은 자기 엄마와 아빠가 훈련장 가는 길을 가르쳐줘야 여길 찾아올 것 같은데’ 이런 생각뿐이었다.
시차극복도 못해서 피곤해 보이는 소년이 주춤거리며 필드에 들어갔다.
그러고 천국의 광경이 하모니가 울리면서 펼쳐졌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공을 받은 카카는 믿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이놈은 그냥 우월한 놈이었다.
밀란의 레귤러였던 가투소가 카카를 막았다. 일부러 세게 몸싸움을 걸었지만 카카는 공을 지켜냈다.
그리고 가투소의 욕설 한 마디가 카카의 클래스를 인증했다. “어쭈 이것 봐라 X발새X가?”
일순간 카카는 공을 치고 나가더니 네스타를 향해 달리다가 골대 밖 30미터에서 그대로 슛을 때렸고 공은 네트에 꽂혔다.
네스타의 얼굴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리모컨이 있다면 나는 그때 장면을 돌려볼 것이다.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이보슈 모지씨. 이름이 어쨌건 간에 나는 카카를 사랑합니다. 모범생 카카말고.
안경을 벗고 축구 반바지를 입으면 카카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된다.

원래 나는 팀 훈련이 끝나고 갈리아니에게 훈련장 분위기 등을 전하며 통화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카카가 처음으로 밀라넬로에서 훈련한 날도 어김없이 통화를 했다.
“갈리아니 양반. 전할 소식이 있다네”
“좋은 소식이야 나쁜 소식이야?”
“아주 좋은 소식이지. 굉장한 소식이야”
“오, 카를로.... 드디어 사임하려고?”(갈리아니는 항상 유쾌한 농담을 하는걸 좋아했다)
“불행하지만 내가 지금 그만 두는 일은 없어. 그리고 내가 그만 두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 말이야. 이봐, 우리 방금 축구 천재를 하나 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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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Vulture
22/09/27 18:32
수정 아이콘
갈문어 크크
최종병기캐리어
22/09/27 18:33
수정 아이콘
가투소의 극찬
22/09/27 18:34
수정 아이콘
한때 피파 온라인에서 CAM으로 애정했던 선수
잘생겼네요 크크크
22/09/27 18:36
수정 아이콘
월드컵을 포기하고 부상 치료에 전념 했다면 조금더 치달 카카를 볼수 있었을텐데 ㅠㅠ
봄바람은살랑살랑
22/09/27 18:37
수정 아이콘
저런 극찬이 다 이해될정도로 대단하긴 했죠
22/09/27 18:40
수정 아이콘
그리고 레알 와서 희대의 먹튀행...호날두보다 좋은 영입일 줄 알았는데...
22/09/27 18:4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카카를 불러서
니가 지금 입은 유니폼, 신발, 니가 먹는 은심 이 모든게 다 …
위대함과 환상사이
22/09/27 18:56
수정 아이콘
저기여. 가투소 카카한테 X끼라고 한 적 없답니다. 수정해주시죠. 안첼로티 귀가 이상한 겁니다.
22/09/27 19:03
수정 아이콘
아니 나는 욕같은걸 하고 다니는 그런 터프가이가 아니라고 X8 !
알카즈네
22/09/27 19:25
수정 아이콘
최근에 어디서 비슷한 상황을 본 것 같은데..
22/09/27 18:56
수정 아이콘
당대 손꼽히는 감독,미드필더,수비의 극찬이라니
마늘농장
22/09/27 18:57
수정 아이콘
뭔가 소년만화에서 주인공이 동경하는 모든 것이 완벽한 선배 같은 느낌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화의 클리셰마냥 전성기도 짧았죠..
22/09/27 19:03
수정 아이콘
뭔가 오타니 이미지?
오타니는 오래도록 해먹을 것 같지만 크
Navigator
22/09/27 19:21
수정 아이콘
사실 기간 생각하면 짧지는 않...
카사네
22/09/27 18:57
수정 아이콘
엄청나긴했죠
22/09/27 19:03
수정 아이콘
가투소의 극찬이라니 크크..

아무튼 그 후로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리그 역사상 최연소 골든볼을 수상하며 제2의 카카가 나타났다는 칭송을 받은

루카스 레이바가 혜성 처럼 나타났는데, 그는 안첼로티가 아닌 라파 베니테즈를 만나고 만 것이었다..


젠장할..
22/09/27 21:09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 팀엔 후이 코스타가 아니라 스티브 제라드가 있었죠. 아니었다면 그 재능을 두고 후방 미드필더로 전향시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프랭크 램파드가 있어서 제 2의 클로드 마켈레레를 강요받은 존 오비 미켈도 있구요.
22/09/27 21:47
수정 아이콘
전성기 알론소와 제라드가 있는 팀은

어린 미드필더에게 너무나 가혹한 팀 이었지 싶긴 합니다 ㅠㅠ
middle standing
22/09/27 23:08
수정 아이콘
진짜 모든 축구 글마다 리버풀 관련 댓글을 다시네요 크크
22/09/27 23:16
수정 아이콘
악질 리버풀빠 같은거라고 재밌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aa
환경미화
22/09/28 09:25
수정 아이콘
우리 철강왕 루카스
22/09/27 19:05
수정 아이콘
로만 레인즈와 함께 탈장이 얼마나 운동선수에게 무서운 병인가를 알려주신 분이죠.
22/09/27 19:06
수정 아이콘
집은 부자에, 얼굴은 영화배우, 축구는 세계1위, 독실한 신앙심
브라질인데 논란은 커녕 까면 까도 미담만 나오던 사생활까지
이 엄친아를 바라보던 수 많은 사람들의 저주?가 뭉쳐뭉쳐.
부상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메카두의 시대는 너무 짧았네요.
산밑의왕
22/09/27 20:16
수정 아이콘
브라질리언 특유의 방탕한 생활도 없었는데..ㅠ
꿈꾸는사나이
22/09/27 19:06
수정 아이콘
맨유 털 때 모습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웃어른공격
22/09/27 19:09
수정 아이콘
카카는 똥이야!!!
김첼시
22/09/27 19:15
수정 아이콘
브라질리언 축구선수하면 생각나는 외모와 엄청 거리가 있긴했죠 크크
알카즈네
22/09/27 19:24
수정 아이콘
호나우두: ??
히바우두: ??
호나우딩요: ??
22/09/27 19:42
수정 아이콘
??
크크
22/09/27 19:20
수정 아이콘
탈장만 아니였으면 레알에서 기량 만개했을거 같은데..

참 아쉽죠
주인없는사냥개
22/09/27 19:23
수정 아이콘
0607 챔피언스리그 카카는 리얼 전설이죠.
o o (175.223)
22/09/27 20:28
수정 아이콘
약간 클락 켄트 느낌
물맛이좋아요
22/09/27 21:00
수정 아이콘
그 뒤에 호날두와 메시가 등장해서 포스가 좀 깎여서 그렇지 분명 카카가 세계의 정상을 찍었던 순간이 있었죠.
Locked_In
22/09/27 21:14
수정 아이콘
카카가 짧았던게 아니라 메날두가 이상한놈들인거...
이경규
22/09/27 21:41
수정 아이콘
짧긴 짧았죠...먹튀 상징이었는데
조말론
22/09/27 22:01
수정 아이콘
82년생인데 10년부터 월드컵 출전 위한 무릎 부상 스포츠 탈장 감수 등으로 무너진거라 그냥 본인이 자신의 선수 경력을 단축시켜버린겁니다
에이치블루
22/09/27 21:52
수정 아이콘
이거 정말 안첼로티 인터뷰여요?
안할배가 인터뷰를 잘 한건지 번역이 찰진건지 끝내주게 재밌네요 크크
반니스텔루이
22/09/27 22:12
수정 아이콘
안첼로티 자서전 같습니다
안첼로티 자서전에서 선수 평가 재밌는게 많더라구요. 제라드 램파드 피를로 평가라던지

pgr에서 본건데 찾아보면 있을듯요
22/09/28 06:54
수정 아이콘
https://www.juventus.kr/football1/3877921
안첼로티 자서전 번역 가운데서는 이게 또 유명하죠. 안감독님 유머감각이 크크..
이웃집개발자
22/09/28 03:45
수정 아이콘
원래 세리에매니아라는 커뮤니티에서 어느분이 하신 번역으로 압니다
及時雨
22/09/28 08:13
수정 아이콘
돌이켜 보면 베킷리스트 다 뿌수고 다녔던 밀란 카카는 지금 오타니 보는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22/09/29 08:44
수정 아이콘
당시 인테르 팬이었는데 전성기 카카랑 피를로는 좋아하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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