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당구의 종목에 대한 간단한 소개입니다. 최대한 대중적인 것 위주로 작성해 보려 합니다.
1. 스누커 (Snooker)
엥 대중적인 종목 소개한다면서요? 한국에서는 물론 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당연히 저도 쳐 본 적 없음), 세계적으로 상금 규모가 가장 큰 종목입니다. 유럽이나 중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영국이 종주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규모가 큰 국제 대회의 경우 우승 상금이 5~6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단 스누커라는 종목의 규칙을 간단히 소개해 드려야 하겠죠?
(출처: 경기도당구연맹)
스누커 경기는 수구(내가 치는 공) 1개와 목적구 21개(맞혀야 하는 공, 빨간색 공 15개, 노란색, 초록색, 갈색, 파랑색, 분홍색, 검정색 공 1개씩)의 공으로 진행되며 일정한 순서에 따라 6개의 포켓에 목적구들을 집어넣는 게임입니다. 사진에 나와 있듯이 빨간색 공은 1점, 검은색 공은 7점 등 공마다 다른 점수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경기자는 먼저 빨간색 공을 포켓에 넣고 다른 색깔의 공을 나중에 넣어야 합니다. 즉 적구 → 다른색 공 아무거나 → 적구 → 다른색 공 아무거나 → 적구... 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 때 다른 색의 공은 포켓된 직후 포켓에서 꺼내서 원래 위치에 배치시킵니다 (반복적인 점수 획득을 위해). 빨간 공이 모두 포켓된 후에는 낮은 점수의 공부터 쳐서 마지막에 검은색 공을 집어넣으면 경기가 끝나게 됩니다.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적구 → 흑구 → 적구... 순으로 넣는 것이 좋겠죠? 경기 중 목적구 순서를 틀리거나 적절한 목적구를 맞추지 못하면 파울이 되고 상대방에게 점수와 턴이 넘어갑니다. 실제로 이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선수들이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 주는 경우도 많구요. 여하튼 저런 식으로 끝까지 경기를 진행하여 총점이 높은 선수가 그 세트를 승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스누커 경기용 당구대는 일반 당구대의 2배 이상 면적이며 (국내식중대 246cm x 123cm, 스누커 테이블 366cm x 187cm), 공의 크기도 더 작아 (사구용 볼 65.5mm, 스누커용 볼 52.5mm) 얼마나 어려울 지 상상이 잘 되지 않네요.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광활한 테이블에서 저 작은 공들을 정말 잘 집어넣습니다. 빌리어즈TV 등에서 가끔 스누커 대회 중계를 해 주는데 (요새는 잘 안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감탄이 나올 뿐입니다. 엄청난 공격력과 포지션 플레이, 빨간 공 뭉치를 풀어내는 능력과 뛰어난 수비까지. 아래 영상을 보시면 베스트 샷 모음에 수비가 여러 개 포함되어 있으며 훌륭한 수비 후 관객들도 박수를 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포켓볼 (Pool, Pocket Billiard)
포켓볼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된 당구 종목입니다. 그런데 포켓볼이라는 용어 자체는 콩글리시이며 외국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꺼라위키를 보면 포켓볼은 속어로 '남자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신의 xx를 주물럭거리는 행위'라고 한답니다. 외국에서는 Pool이란 단어를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귀찮으니 그냥 포켓볼로 쓰겠습니다.
이러한 포켓볼에도 여러 가지 종목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치는 종목은 아무래도 에잇볼(8 Ball)이겠죠? 1~15의 번호가 적힌 15개의 볼로 플레이하며 1~7번(단색, 솔리드)과 9~15번(띠 줄무늬, 스트라이프)를 각각 넣은 후 마지막으로 검은색 8번 공을 집어넣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실 에잇볼도 세세한 규칙이 정말 많지만 가장 대중적인 종목이다 보니 친구들끼리 칠 때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8번 공은 넣을 포켓을 정한 후 그 곳에 집어넣어야 하지만 이렇게 치시는 분들은 잘 없겠죠? 프로 포켓 경기에서 많이 나오는 종목은 보통 나인볼(9 Ball)입니다. 1~9번까지의 공만 사용하며 무조건 낮은 번호의 볼부터 집어 넣어야 합니다. 마지막 9번을 넣는 선수가 승리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1~8번까지의 공을 신나게 넣은 후 마지막에 실수하여 승리를 날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급 경기에서는 한 선수가 실수하지 않고 1~9번을 스트레이트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텐볼(10 Ball)도 프로 경기로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나인볼과 비슷하지만 모든 공을 콜샷(Call shot, 어느 포켓에 넣을 지 정하고 쳐야 함, 에잇볼의 마지막 8번을 넣을 때도 콜샷을 해야 함)으로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포켓볼 여자 선수들은 방송에도 종종 나오곤 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 중에는 자넷 리(한국계 미국인)라는 선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더 지니어스에 나왔던 차유람 선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되고, (현재 결혼으로 인해 활동하지 않는 듯) 국내 최강자는 김가영 선수입니다. 올해 초 빌리아즈TV에서 김가영 선수가 포켓볼 레슨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는데 내용이 괜찮더라구요. 포켓볼은 아무래도 남자들끼리 치기보다는 그 외의 목적(?)으로 치는 경우가 많으니 어느 정도 칠 줄 아신다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 영상은 2013년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10볼 결승전 차유람 선수의 파이널 샷 + 인터뷰입니다. 그냥 감상하시라구...
3. 캐롬 (Carom) 캐롬 당구는 보통 포켓이 없는 당구대에서 수구를 이용하여 2개 이상의 목적구를 맞히는 경기입니다. 4구와 3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매우 인기가 많지만 국제적으로는 가장 상금 규모가 작습니다. 특히 4구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서만 많이 플레이한다고 합니다.
3-1. 4구 많은 분들이 즐기고 계신 4구. 수구 2개(보통 흰색, 노란색)와 빨간색 목적구 2개로 경기합니다. 내 수구로 목적구 2개를 어떻게든 맞히면 득점이 되며, 아무것도 맞추지 못하거나 다른 수구를 맞히면 파울입니다. 보통 동네에서는 파울시 -1점을 부여하지만 대회에서는 감점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동호인들은 4구를 적절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고수들의 세계에서는 세리(serie, 모아치기)를 이용하여 수십 점을 득점하는 일이 매우 쉽기 때문에 4구 대회는 사장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일례로 얼마 전 아마추어 대회인 코리아당구왕 대회에 4구 부문 경기가 있었는데요, 결승전에서 6이닝 498점이 나왔습니다... 여하튼 물론 당구 고수가 된다면 4구 경기는 굉장히 쉬운 여흥 정도가 됩니다. 아래 영상은 당구의 전설이라 불리는 벨기에의 레이몬드 클루망(Raymond Ceulemans)이 한국의 동네 당구장에서 4구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유명한 영상이라 보신 분들도 많으실 듯. 이 할아버지는 1937년생입니다...
3-2. 3구
3구는 보통 3쿠션, 쓰리쿠션으로도 많이 불립니다. 흰색, 노란색 수구와 빨간색 목적구, 총 3개의 공으로 경기를 하며, 한 수구로 나머지 2개의 공을 맞혀야 합니다. 이 때 목적구를 맞히는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단, 두 번째 목적구를 맞히기 전 쿠션을 3번 이상 맞혀야 합니다. 마쎄 등을 이용하여 한 쿠션에 3번 이상 맞히는 것도 허용됩니다. 즉 쿠션을 먼저 맞힌 후 목적구를 맞혀도 되고, 첫 번째 목적구를 먼저 맞힌 후 3쿠션 이상을 확보하여 최종적으로 두 번째 목적구를 맞혀도 됩니다. 또한 4구용 볼 65.5mm에 비해 3구용 볼이 61.5mm로 더 작습니다. 일반적인 동호인들은 소위 '2점제'라는 변형 룰을 이용하여 3구를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칭 '가락'을 2점으로 쳐 주는 것인데요, 첫 번째 목적구를 맞히기 전 수구가 쿠션에 먼저 맞은 후 진행되는 3쿠션을 가락 또는 빈쿠션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2개의 목적구 모두 맞히지 못한 경우 -1점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국제 대회는 1점제로만 진행됩니다. 또한 국제 대회에 사용되는 당구대는 일반 당구장에 설치된 당구대보다 더 큽니다. 이 당구 테이블을 보통 '국제식 대대'라고 부릅니다. 요새는 당구 동호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동네 당구장에도 국제식 대대가 많이 설치되는 추세입니다. 국내식 중대는 246cm x 123cm인데 반해 국제식 대대는 284.4cm x 142.2cm로 더 크고 요금도 조금 더 비싼 편입니다.
3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당구 종목이기도 하며, 우리 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앞선 편에서 말씀드렸던 4대천왕을 S급으로 놓는다면, A급의 한국 선수들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월드컵을 여러 번 우승할 정도의 안정감을 가진 선수들이 나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김행직, 조명우 등 젊은 선수들도 성장하고 있으며 최성원, 조재호, 강동궁, 허정한 등 기존 중견 선수층이 아주 두터우니 (제가 보기에는 현재 한국만큼 월드컵 16~8강급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3쿠션 대회도 존재합니다. 여성 선수들의 경우 에버리지가 남성 선수들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당구로 한체대에 진학한 이미래 선수의 경우 2016, 2017 2년 연속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하였으며 이외에도 부동의 국내 1위 이신영, 박지현, 김민아, 김보미, 김예은 등 많은 선수들의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3쿠션 선수(?) 중 제 생각에 가장 유명한 한주희 씨의 영상을 첨부하며 3구 관련 글을 마칩니다. (현재 빌리어즈TV에 취직하여 큐타임즈 및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중)
3-3. 그 외 4구와 비슷하지만 항상 공을 일정 구역 밖으로 쳐내야 득점이 인정되는 보크라인, 역시 4구와 비슷하지만 1쿠션 이상을 필요로 하는 1쿠션, 동네에서 내기용으로 자주 쓰이는 식스볼(당구 테이블에 공 6개와 뒤집어진 화투가 꽂혀 있다면 이것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식스볼의 경우 은근히 자주 보이고 룰도 재미있어서 4구 중급자 정도의 실력일 경우 즐기면서 내기하기 괜찮습니다. 식스볼 규칙을 다 적으려니 너무 많아져서 귀찮네요...
글 쓰다 보니 용두사미가 된 느낌이군요 흑흑 다음은 가볍게 각종 하이런 영상들이나 소개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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