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월드컵이 얼마 안 남은 지금, 많은 팀들이 대표팀 엔트리를 확정했거나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습니다.
그 중에 2006 월드컵 챔피언이자, 유로 2012 준우승국 이탈리아를 한번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30명 엔트리
골키퍼 : 부폰(유벤투스), 페린(제노아), 시리구(파리 생 제르맹), 미란테(파르마)
수비수 : 아바테, 데 실리오(이상 AC 밀란), 바르잘리, 보누치, 키엘리니(이상 유벤투스), 다르미안(토리노), 마지오(나폴리), 팔레타(파르마), 파스쿠알(피오렌티나), 라노키아(인테르)
미드필더 : 아퀼라니(피오렌티나), 칸드레바(라치오), 데 로시(로마), 피를로, 마르키시오(이상 유벤투스), 몬톨리보(AC 밀란), 티아구 모타, 베라티(이상 파리 생 제르맹), 파롤로(파르마), 호물루(베로나)
공격수 : 발로텔리(AC 밀란), 주세페 로시(피오렌티나), 임모빌레, 체르치(이상 토리노), 인시녜(나폴리), 카사노(파르마)
전력이 예전보단 약화됬단 평이 많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다른 팀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꿀리지는 않습니다. 이탈리아가 워낙 국제 대회에서 성적의 등락이 큰편이고(우째 내가 응원하는 팀들은 다 이모양이냐) 우승해도 이탈리아 답고 조별 리그 탈락해도 이탈리아 답기는 한데, 유럽에서 이탈리아보다 쎄다고 단언할 수 있는 팀은 스페인, 독일 뿐이고 남미로 넘어가도 브라질 말고는 다 비벼질만한 전력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입니다.(원래 팀 컬러가 그러니까요 엌)
골키퍼는 부동의 No.1 부폰이 여전히 단단하며, 파리 생 제르맹의 수호신 시리구에 올 시즌 세리에 최고 키퍼 중 하나인 92년생 마티아 페린이 발탁되었습니다. 페린은 부폰 이후의 아주리 주전 키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죠.
수비진이야 멀리갈거 없이 02,06 대회보단 약화됬지만, 이탈리아의 최대 강점은 언제나 수비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풀백 라인이 빈약한건 어쩔 수가 없네요. 마지오는 더 이상 주전으로 활약하기 힘들다는게 이번 시즌 드러났고(소속팀 나폴리에서도 주전 자리를 내줬습니다.) 아바테는 올 시즌 부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파스쿠알도 나이가 많구요.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크리시토(제니트)의 명단 제외가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고 프란델리 감독또한 이에 관해 코멘트를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스쿠알과 마지오를 모두 배제하고 아바테, 데 실리오, 다르미안을 끌고 갔으면 하는데, 프란델리가 그런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드필더를 보면, 피를로 의존도가 엄청 큰게 문제이고, 그 피를로가 이번 시즌 폼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벤투스의 올 시즌 행보에도 큰 영향을 끼친점을 감안하면 이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이걸 뼈저리게 느꼈을테고, 2010년 월드컵의 참사를 재현하고 싶지 않다면요. 피를로-데 로시-마르키시오-티아구 모타-몬톨리보는 무조건 끌고 간다는걸 전제하에 측면 자원 칸드레바는 거의 확정이라 봐야겠고, 나머지 자리를 베라티와 파롤로, 호물루, 아퀼라니가 경쟁하는 구도입니다. 아퀼라니는 가장 가능성이 낮고, 올 시즌 파르마의 돌풍의 핵이었던 파롤로, PSG의 부동의 주전 베라티, 승격팀 베로나를 성공적으로 1부 리그에 안착시킨 멀티 자원 호물루 중에서는 베라티가 가장 나은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프란델리 감독이 베라티를 크게 중용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범용성을 고려한 호물루 깜짝 발탁이 있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호물루가 우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격수는 참, 역대 아주리 공격수 라인업 중 가장 약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06년때만 해도 토니-질라르디노-토티-델 피에로였고 02년 때야 비에리-인자기-토티-델 피에로 였었죠. 비에리와 발로텔리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네요.
일단 발로텔리가 정말 어릴때부터 1군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이고, 많은 감독을 거쳤지만 가장 케미가 잘 맞는 감독은 지금 국대 감독인 프란델리입니다. 국대 발로텔리는 다른 면이 있긴 하거든요. 원체 재능과 신체조건이 괜찮은 선수니까요. 그리고 3번의 무릎 부상을 딛고 주세페 로시가 발탁이 됬습니다. 로시는 현재 이탈리아 공격수 중 변수를 창조해낼 몇 안되는 선수이고, 대체 불가능한 선수입니다. 몸 상태가 좋다는 이탈리아 국대 담당 의료진의 말이 있던 만큼, 무조건 갈거 같네요. 세리에 득점왕으로서 도르트문트행이 유력한 임모빌레는 영혼의 파트너 체르치와 함께 발탁이 됬습니다. 결정력도 좋고, 넓은 활동 범위를 가져가는 선수입니다. 체르치는 최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도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고, 역시 측면 자원이란 점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인시녜는 전반기 챔피언스 리그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중반기에 약간 폼이 죽었었는데,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서 2골을 넣는등 막판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컷인사이드를 즐겨하고, 슛팅력도 좋고 드리블링에 능합니다. 델 피에로를 존경한다 했는데, 부상 전 델 피에로의 느낌도 약간 나요. 카사노는 유로 2012 때도 그렇고, 경기를 풀 타임으로 치르긴 힘들어도, 조커 카드로서 유용합니다. 창조적인 선수니까요. 데스트로가 참 애매한데, 장기 부상을 딛고 올 시즌 다시 비상의 날개짓을 펼치긴 했어도, 경쟁 상대인 임모빌레가 너무 강력합니다. 아마 발로텔리-로시-임모빌레-체르치-인시녜 or 카사노가 발탁이 될거 같습니다.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운용하며 독특한 경기 템포를 가져가는 팀이었습니다. 3백과 4백을 모두 사용가능하며, 상대방을 누구를 만나든 그들의 템포에 휘말리게 할수 있는 팀이죠. 그덕에 비벼지는 경기 내용이 굉장히 많고(엌 크크크크킄) 물론 안 풀릴때는 더럽게 안 풀려서 망하기도 합니다. 우루과이, 잉글랜드, 코스타 리카와 같은 조로 편성이 됬는데, 수아레즈가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4~6주의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리버풀 팬이기도 한 제 입장에선 그냥 월드컵 스킵했으면 하는데, 그럴 일은 없겠죠. 아무튼 이탈리아가 10년 남아공의 굴욕을 극복할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그저그런 성적을 거둘지, 어쩌면 조별 예선 탈락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도깨비 같은 팀의 성적을 예측한다는건 매우 힘드니까요.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인 평가가 안 좋을때 오히려 반전을 일으키며 호성적을 거두기도 했던 만큼, 그들의 선전을 기원해봅니다. 이상 허접한 이탈리아 간단 분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