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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8/11 01:45:33
Name 정혜지
Subject [잡담] 악다구니처럼 사는 사람들 그리고....잊혀지지 않는 영화들.....
일을 마치고 설피설피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외국인(동남아)들끼리 싸움이 났군요. 꼴라꼴라 거려서 무슨 사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외국인의 한국인 부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통에 동네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네요. 한국인 부인이 "우리 서방님 죽는다아"하고 고함을 치니, 나이 지긋한 성깔 있어보이는 노인네 왈, "한국놈도 살기 어려운데, 외국놈들이 어디서 행패야."하고 일갈을 하네요. 싸우는 사람이 백인이었더라도??? 제가 사는 동네는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데 좀 씁쓸한 풍경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브루클린같이 출구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악다구니처럼 살아가는 칙칙한 어둠의 동네랍니다.

1.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한번 더 보면 열번을 채우게 되는 영화입니다. 빛과 어둠의 이중주. 빛이 어둠을 감싸주지 못하고 어둠이 빛을 집어삼키지도 못하는 영원한 평행선.... 마지막 파업 승리 후 도살장(공장 안)으로 '환희'에 가득차서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출근길에 비치는 빛은 뭐랄까요? 완벽히 버림받은 어둠(트랄라를 부둥켜 안고 우는 자전거 소년의 울음과, 동성연애자 노조 간부의 파멸)을 뒤로 한 채 짝을 잃어버린 빛과 같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 이후 제니퍼 제이슨 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2. 잉글리쉬맨
세기적인 바람둥이 휴 그란트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쏟아내는 배설같은 웃음이 아닌, 입 주위의 근육을 살짝, 아주 살짝만 건드려주는 웃음을 남기는 그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영화입니다. 영국의 조그만 한 동네, 측량사(휴 그란트)가 새 지도 작성을 위해 도착하고 동네의 명물 산(언덕?)이 산의 절대기준인 아무개 미터에 약간 모자라서 산이 아니라 언덕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의 발언이 동네 사람들에게 새어 나가고, 동네 사람들이 그 때만큼은 일치단결하여 우공이산의 자세로 모래와 흙을 퍼날라 언덕을 산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압권은 끝 부분이죠!!

3. 우묵배미의 사랑, 장선우 (주연 : 최명길, 박중훈)
장선우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했던 걸까요? 영화나 소설이나 모름지기 서사성과 드라마성을 탄탄히 갖추어야 한다는이상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같은 영화가 가장 재미난 영화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장선우의 첫작품이 최고의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장면, 가슴아픈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 최명길의 뒷모슴과 함께 배경으로 깔리던, 우묵배미의 사랑이라는 트로트 블루스를 짬뽕시켜놓은 이름모를 여가수의 그 노래가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나는 '예술영화'를 싫어하나 봅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났던 영화 몇편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보았습니다. 출구없는 삶에서 절망을 느끼고, 그래도 살기 위해 인간적인 것을 생각해보고, 그러나, 퍼뜩 드는, 가슴아픈 이별의 삶으로 다시 귀환해야 하는.........삶이 망가져가는 어느 날에 낙서 하나 남기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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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1 07:56
수정 아이콘
저는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어느듯 습관이 되어서... 그래도 휴일 아침은 좀 느긋이 일어 났는데,
itv 보기 위해서 컴을 켰습니다. 온 에어로 보려구요. 케이블티비로 나오더니, 요즘은 안 나오는군요. 반가운 영화제목이 있어서... 끼어 듭니다 ^^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 참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입니다.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 묘한 영화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 동남아 분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 와 계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일상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경기도 광주라는 곳을 갔더니 버스 정류장에 많이 모여 계시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동행인에게 물어 보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시골 처갓댁 동네의 아주 조그만 공장에도 그 분들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우리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 와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일이 있습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사신다는데, 이제는 그 분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질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혜지님, 좋은 휴일 아침입니다.
마요네즈
02/08/11 13:17
수정 아이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서 비디오도 현재 소장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도 다시 한번 봤었는데..
밑바닥 인생의 비애와 희망.. 아무래도 제니퍼 제이슨 리가 가장 생각나는군요.. 망가져버리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폭력과 동성애, 마약, 그리고 섹스등으로 얼룩진 곳.. 조금 있다가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야겠죠..
(ps - 정혜지님, 저도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재미나게 보았답니다..^^ 여성들이 무지 좋아할만한 영화죠..)
나라당
02/08/11 13:46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쇼생크 탈출.......
탈옥을 위해서 기하학을 배우며 몇년 동안 계속 감옥을 파내는 인간의 인내심......하수구를 통해 탈출한 이후에 비를 맞으며 손을 뻗는 희대의 명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Blackthought
02/08/11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재밌게 봤습니다 ^^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0-)
제가 잊지 못하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죠..
목마른땅
02/08/11 15:21
수정 아이콘
이주(외국인)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중에 '바리케이드'라는 다큐에 가까운 영화가 있지요. 한국에서 고생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삶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비상구'는 정말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5번은 본 것 같군요.. 요즘 게임만 보다보니 정서가 매말라가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합니다.
02/08/12 00:15
수정 아이콘
으음..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미션'이라고.. 제레미 아이언스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어찌보면 상당히 크리스챤적인 영화지요 - -;

맨끝에 신부님도 죽고 원주민들도 죽고 꼬마원주민아이들 3명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유품과 함께 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02/08/12 02:14
수정 아이콘
딴 소리인데..^^; 전 우묵배미의 장선우보다는 '거짓말'의 장선우를 더 좋아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성소.나 다음으로 찍는 바리공주가 거짓말을 능가해주길 바랄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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