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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9/26 23:13:13
Name 마치강물처럼
Subject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6
2031년 '월드 스타리그' 가 열리는 중국의 북경은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월드 스타리그'의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싶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천안문 광장에서 펼쳐지는 2031년 '월드 스타리그'는 관중석 규모가 무려 8만 4천석에 이르렀지만, 이로는 몰려드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해 낼 수 없었다. '월드 스타리그' 전야제에만 무려 11만의 관중이 몰려, 다음날부터 펼쳐질 '월드 스타리그'의 세계적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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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부터 시작이다. 물론 내일부터 4일간은 단체전이 펼쳐지지만, 너희들 6명 모두 참가한다고 생각하고,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일격이랑 지지는 물론 더욱더 한 마음이 되어야 하겠고.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제는 그것을 후회없이 펼쳐 보이는 일만 남았다. 난 너희들에게 승리하라고 강요하지 않겠다. 또 너희들 스스로도 승리에 집착하지도 말아라. 그저 한 것 만큼만 후회없이, 모든게 끝나고 났을때 아쉬움이 남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너희들은 아직도 어리다. 그만큼 앞으로 그려나갈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한 번에 마치 모든 인생이 걸린 양 집착하지 말아라. 그저 최선을 다하고, 그랬으면 즐겁게 즐겨라."

재균은 '월드 스타리그'를 하루 남겨둔 날 밤, 6명의 전사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재균 자신도 젊은날에 호승심과 과도한 집착때문에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항상 후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진짜로 소중한 것을 승부때문에 잃어버리는 것은 싫었다. 잘해주고, 우승해주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는 그였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이 재균에겐 더 소중했다.

6인의 전사들은 말없이 재균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속엔 꼭 이기고 말겠다는, 그래서 부친의 가슴에 맺힌 한을, 또 자신들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재균의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즐기라구요?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다그치시더니 이제와서 즐기라고 하시니 조금 당황스럽네요. 뭐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감독님 말씀대로 하는것도 나쁠거 같지는 않네요. 고생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젠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얘들아! 그럼 우리 감독님 말처럼 한바탕 즐겨볼까?"

역시나 심지가 굳고, 제일 맏형인 힘토가 한마디 했다.

"그래요. 뭐 열심히 한번 즐겨보지요. 저 녀석과 춤 추느라 아주 죽는줄 알았으니까. ㅋㅋㅋ. 일격이도 고생좀 했을걸요. 저한테 맨날 발 밟혀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지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지지는 최근에 콧수염도 길러서 도무지 나이를 종잡을 수 없어져 버렸다. 느낌이 마치 1980년대 호랑나비 춤으로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았던 '김 흥국' 옹과 비슷하다. 물론 김 흥국 옹보다는 지지가 훨씬 미남이지만...

지지의 한 마디에 다들 긴장하고 있던 인상이 밝게 펴졌다. 그리고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띄기도 했다. 사실 이들은 이제껏 웃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웃는일에 익숙치 않은 모양이었다. 엷게나마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보며, 재균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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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스타리그' 단체전이 8강부터 시작되었다. 북경으로 구름같이 모여든 관중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팀이 펼쳐줄 환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생방송으로 '월드 스타리그'가 중계되고 있었다. 30년 만에 방송으로 부활하는 스타 중계는 이들에겐 또다른 감동이었다.

'엄재경' '정일훈' '김도형'

30년전 최고의 스타 캐스터 및 해설자로, 이들의 호흡은 환상 그 자체였다. 그저 직접하는 게임에 불과했던 스타 크래프트를, 보는 게임, 아니 보며 같이 즐기는 스포츠로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3명이었다. 이제 이들이 30년만에 이 땅에 다시 부활을 시작한 스타 크래프트를 위해 다시 뭉쳤다. 이제는 예전의 패기넘치던 청,장년의 모습이 아닌,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노련한 중,노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히 재경은 선수단 단장임에도 불구하고, 깊이있고 멋진 해설을 위해 한국에 남았다.

'월드 스타리그' 지역 예선에서 선수들이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국민들 사이에선 다시금 스타 크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었다. 30년전 게임을 즐겼던 중,노년층은 향수에 젖어서,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은 오래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생소한 것에 대한 호기심에 스타를 배우고, 또 즐기고 있었다. 그 관심과 열기의 확산 속도는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정도로 빠르게 번져갔다. '월드 스타리그' 단체전이 시작되는 날, 광화문 거리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몇몇은 치우천황이 그려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어느덧 2만명이 되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다 거리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며, 아주 조용하고도 차분하게 경기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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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의 스타크래프트의 특징은 초반부터 쉴새없이 이어지는 견제와 소규모 전투, 치열한 마이크로 컨트롤 싸움으로 대변된다. 발전을 거듭한 스타의 전략과 전술은 이미 더 발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젠 극한의 마이크로 컨트롤이나, 심리전과 함께 펼쳐지는 끊임없는 견제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었다.

'월드 스타리그' 단체전 8강에서 펼쳐진 경기는 1경기만을 제외하고 모두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그렇지만 단 한번의 견제도, 극도의 심리전도 없이, 오로지 한번의 공격을 통해 승리를 거둔 팀이 있었으니, 바로 일격과 지지가 한 팀을 이룬 '대한민국' 팀이었다.  상대 남아공 팀의 고도의 심리전과, 끊임없는 견제를 굳건히 막아내고, 단 한번의 공격으로 상대를 궤멸시키는 '대한민국' 팀의 플레이에 모든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많은 탱크와 벌쳐의 포화속에서도 굳건히 전진하는 질럿과 함께 사방에 뿌려지는 천지스톰!! 심리전에 말려들지도 않고, 수많은 견제도 막아내며, 단 한번의 공격으로 모든 상황을 종식시켜 버리는 그들의 플레이에, 남아공 선수들은 당황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새롭고도 충격적인 플레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했고, 광화문에 모인 2만명의 관중과, 집에서 중계를 보던 5200만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정 일훈 : "역시 임 일격 선수가 메인 종족으로 경기한 대한민국 팀! 마치 예전 임 성춘 선수의 한방러쉬와 천지스톰을 그대로 다시 보는듯한 시원하고 멋진 경기로 8강을 통과합니다."
엄 재경 : "부친의 게임 스타일을 그대로 닮아있군요. 지금 스타계에도 한방러쉬가 통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고집스럽게 연습했다고 전해지더니 해내고 말았네요."
김 도형 : "아! 임 성춘 선수의 플레이를 다시 보는것 같네요.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중계를 하고있는 세 사람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있었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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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벌어질 4강전에서는 박 지지 선수가 메인 종족으로 경기를 한다고 전해졌다. 상대는 스웨덴. 전형적인 유럽형 스타일의 팀으로, 지속적 견제와 함께 하는, 엄청난 물량이 무서운 팀이다. 어제의 승리로 인해서일까? 광화문에는 어제보다 이른시간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제는 간간히 보이던 치우천황이 그려진 붉은색 티셔츠 일색이다. 광화문에만 몰리던 사람들은, 어느덧 시청앞 광장, 한강 시민공원,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지에 속속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들 붉은 물결을 이루며...

p.s 1 : 6편을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질것 같네요. 아마도 8편쯤 가야 끝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재미도 없는거 질질 끌지 말라고 욕하지는 말아주시길..
p.s 2 : 언제난 드리는 말씀이지만, 허접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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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내린이
02/09/26 23:15
수정 아이콘
와 1빠다 ~~; 이 소설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건데 게속 올려주세요 홧팅
Nang_MaN
02/09/27 01:28
수정 아이콘
+_+ 강물님 또 귀차니즘 발동... ㅎㅎㅎ

저희들은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어욤
02/09/27 01:37
수정 아이콘
작가님들의 글에는... 정말 댓글 한줄 달려면 긴장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는 편하게 댓글 달면서... 강물님의 글에는 댓글 달기가 엄청 망서려집니다... 하하... 강물님 글이 안 오르면 은근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부담 느끼실까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끝까지... 화이링입니다. ^^
AIR_Carter[15]
02/09/27 07:17
수정 아이콘
6편이라는걸 '드디어 마지막인가.. ㅠ_ㅠ' 하면서 클릭했는데 다행히 아직 남았군요. :)
7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아악!! 학교 늦었다. -_);;
아트 블래키
02/09/27 11:56
수정 아이콘
6편에서 끝을 냈다면 서운할뻔했습니다.
엿가락 늘리듯 좍좍~늘리신데두 저로선 그저 감사할따름입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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