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06 16:41:01
Name sway with me
Subject [잡담]솔직히 말해서 혹은 객관적으로
PgR에서는 적지 않은 토론이 벌어집니다. 바로 오늘도 희대의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 전으로 여기저기에서 토론이 벌어졌군요.

토론은 해당 토론의 주제가 되는 글과 그에 대한 답글들로 진행이 됩니다.
대부분의 토론이 그렇듯이, PgR의 토론은 대립되는 의견들의 충돌이 있고 서로의 의견을 공박하고 설득하는 과정으로 진행이 됩니다.

저는 PgR에 토론이 있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아니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 오고 가는 토론은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고, 가끔 이지만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저의 의견을 짧게 표현하고 토론의 진행을 지켜보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다양한 의견,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고, 각자가 자신의 의견이 합리적임을 입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고,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편협한 관점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어 토론은 참 유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토론이 그렇듯이, PgR의 많은 토론도 감정적인 논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일단 토론이 논쟁으로 번지면 토론은 더 이상 생산적인 기능을 하기 힘들고, 논쟁의 참여자들은 ‘이겨보겠다’라는 본능에 가까운 충동을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친 표현도 가끔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논쟁이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특성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라는 관점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단 자신의 생각의 합리성을 의심하지 않게 되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생각으로 여기게 되면 설득은 공격성을 갖게 되고 그 공격성은 감정을 자극하게 됩니다.

예의를 중시하는 PgR에서 자신의 주장의 합리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을 때, 답글의 서두에 종종 등장하는 표현들 중에 ‘솔직히 말해서, 혹은 ‘객관적으로’ 라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답글들을 내려가며 읽다가, 저는 이 표현을 보면 멈칫하게 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당신의 의견은 틀렸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표현이 ‘가감없는 내 생각이나 감정은 이러하다.’라는 뜻으로 쓴 것이라면, 저는 이 표현이 좋습니다. 그러나 토론 중에 종종 등장하는 이 표현은 ‘가식적으로 말하거나 돌려서 말하지마, 사실 이런 거 잖아.’라는 뜻으로 쓰일 때가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봅시다. 솔직히 말해서… 상대편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상대의 주장이 ‘내가 생각하기에 틀림없는 진실’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가 생각이 부족하다거나 진실하지 못했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내가 생각하기에 틀림없는 진실’이 틀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까? 혹은 그와 다른 진실 함께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요. 솔직히 말해서… 그건 어쩌면, 단지 나만의 ‘솔직’ 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의 ‘솔직’은 나와 다를 수도 있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개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토론 중에 의견을 개진하면서, ‘객관적으로 이러저러하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종종 봅니다. 이건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저러한 거라고 알 수 있는 건데,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각해보면, 그건 단지 ‘내가 생각한 객관’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단지 내가 그럴 듯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나의 ‘주관’이 아닙니까? 내가 확실히 그 분야의 전문가라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내 생각이 ‘객관적’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내 의견은 아무리 그것이 내게 합리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일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양성과 관용’에 대해서 배웁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그것이 민주사회의 원동력이라고 배우고 답안지에 그렇게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다양성과 관용은, 단지 다양한 의견,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양함을 상호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너의 말에도 일리는 있어.’ 정도의 자세가 다양성 혹은 관용에 대한 기본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내 생각에도 그게 맞는 것이기 때문에 포용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상대의 말에 ‘이건 정말 아닌데~!!, 아 열받아~!!’라는 생각이 들고,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면서 공격성을 발휘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 잠시만 호흡을 가다듬어 보세요. 그리고 상대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시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해가 되지 않으시면 ‘나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라고 약간의 여유를 가져보시는 건 어떤가요. 그것마저도 힘들 다면 그저 ‘내 말이 반드시 옳아!!’라는 뜻의 표현만은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요.(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욕에 대한 자제는 물론이고요.) 아마 그런 생각 속에서 우리의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질 수도 있을 거고,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 없이 더 생산적인 토론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P.S 당연한 얘기를 너무 길게 쓴 건 아닌지, 주제넘은 글이 아닌지 조금은 걱정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CJ-처음이란
06/11/06 16:43
수정 아이콘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역시 이문제로 어느분께 쪽지를 드렸습니다만. 두개를 같이 쓰시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객관적으로~~ 이렇게요. 저역시 몇해전에는 객관적이란 단어를 종종써왔습니다만 이것만큼 바보같은짓도 없었던것 같아 참부끄럽네요.
CJ-처음이란
06/11/06 16:45
수정 아이콘
아! 추천하나 하고갑니다.
리콜한방
06/11/06 16:56
수정 아이콘
제가 항상 생각한 주제로 글을 쓰셨네요.
구구절절옳은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솔직히' 이말 정말 싫어합니다.(추게로!)
06/11/06 16:59
수정 아이콘
유난히도 e스포츠는 양극단의 반응이 많이 나옵니다.
특정선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별로 좋지 못합니다.
그 선수가 너무 잘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 할 거리가 없는데도
이것저것 트집잡아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정말 스포츠팬으로서의 자질부족입니다.
이게 e스포츠가 스포츠로 공인받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타보다 신인발굴이 더 어려운 바둑도 스포츠 공인종목입니다.
바둑팬들끼리는 절대 특정선수에 대한 비난을 가하진 않죠.
오로지 이 선수가 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잘한 선수에 대한 칭찬뿐입니다.
스포츠 스포츠 운운하며 비난을 가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언제부터 매너가 스포츠의 전부가 되었는지 정말 기억이 안납니다.
비매너적인 플레이도 엄연히 스포츠에서는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난을 가하는 것을 보면 역시 스포츠는 멀었다 생각합니다.
06/11/06 17:01
수정 아이콘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글을 잘 적어 주셨네요.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다양성은 예전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특히 넷상에서의 표현을 보면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제 자신도 예외는 아니겠고요. 최소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면 틀렸다고 말하는건 명백히 틀린 일이지요.

저는 논지와 무관하게 언급하신 두 어구가 대화중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이미 굳어진 관용적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동감합니다. 한번쯤 새겨 볼만한 이야기네요.
분발합시다
06/11/06 17:06
수정 아이콘
제 얘기군요. 허허. 저는 저런 단어를 쓸때는 항상 상황이 이렇습니다. 분명 누군가가 글에 반하는 내용의 댓글을 써서 몰매를 당할때. 정말로 객관적 사실임에도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편만 드는 댓글을 달때. 물론 저런식의 단어를 쓰는것은 자신의 의견만 맞다 라고 생각될수 있기 때문에 안좋긴 하지만 정말 댓글이 한쪽으로만 쏠릴경우에는 몰매당하는분을 옹호해줘야합니다.(적절한 근거가 있음에도 몰매를 당하는 경우에요).
CJ-처음이란
06/11/06 17:09
수정 아이콘
분발합시다님//직접 리플을 다시니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네요.(익명으로 처리하긴했지만 직접나셔섰으니.) 그렇다면 그냥 제생각은 이렇다 정도로 끝내시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러시지만 정말로 객관적 사실등을 쓰실필요가 없이 돕고싶으시면 단순히 제생각은 그분과 동일합니다 정도면 충분하지않을까요?.
분발합시다
06/11/06 17:17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죠... 저도 좀 무례하게 말을 해서 죄송하긴 하네요. 하지만 보통 그런 댓글을 쓸때 상황이 별로 그렇지가 못한것같아요. 사실 아까 mars님이 조금 비판적인 댓글을 다셨는데 그분만 혼자 다구리(?)를 당하시더군요. 피지알에서는 많은분들이 너무 지나치게 소수 다른의견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몰매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mars님도 분명 악의가 있거나 cj팀을 싫어하고 ktf팀을 좋아했던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렇다고해서 그분의 의견이나 제 의견이 옳은것도 아니구요. 결국 확실한 정답이 있는 의견은 없고 다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인데 그 생각을 올렸다고해서 한분만을 그렇게 매도하는건 잘못된거라 보입니다. 그런경우가 피지알에서는 조금 많은것같아서요. 그런 상황을 그나마 좋게 만드려면 이런식으로밖에 댓글을 달수밖에 없는것같아요. 아무튼 앞으로는 최대한 자제할게요..,;;
체념토스
06/11/06 17:33
수정 아이콘
전... 솔직히 ...
이얘기 엄청 많이 쓰는데^^;;

물론 제 감정을 이야기 할때 쓰긴하지만요...

근데 정말 당연한 얘긴데.. 아쉽죠...
utopia0716
06/11/07 10: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어요. 게시판을 옮겨가서 더 많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353 Pgr + YG 얄딱꾸리 대회 (커뮤니티 최강전) [42] 항즐이5989 06/10/17 5989 0
26823 개인 리그의 한 경기와 프로 리그의 한 경기가 과연 같은 의미인가? [9] 왕초보로템매3824 06/11/07 3824 0
26822 무겁다는 write 버튼을 눌러 봅니다. [28] 레몬막걸리3928 06/11/06 3928 0
26821 토론할 때 신경써야 할 것에 대하여...지난번 경기에 대하여 [6] 화랑^^;;3372 06/11/06 3372 0
26820 잠든사이에 뒤집어진 승부 그리고 첫눈. [12] 하수태란3919 06/11/06 3919 0
26818 박영민은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생각... [31] 이즈미르4142 06/11/06 4142 0
26816 왜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가. [10] 포로리4717 06/11/06 4717 0
26815 선수와 팬은 닮아간다.? [3] 영웅을 꿈꾸며3873 06/11/06 3873 0
26814 [Kmc의 험악한 입담] 밥 숟가락 [8] Ntka4579 06/11/06 4579 0
26813 좋구나. 흥분할 상대가 있다는것은. [82] 볼텍스5327 06/11/06 5327 0
26812 SKT T1 VS STX Soul 라인업. [474] SKY928016 06/11/06 8016 0
26811 사나이라면 질럿 남자라면 박정석 [38] KilleR4859 06/11/06 4859 0
26810 [잡담]솔직히 말해서 혹은 객관적으로 [10] sway with me3927 06/11/06 3927 0
26809 [sylent의 B급칼럼] 프로리그 확대 방안에 대한 단상 [28] sylent4830 06/11/06 4830 0
26808 스타방송 중독증!? [11] 쿠야미3956 06/11/06 3956 0
26805 이기거나, 지거나. 혹은비기거나 [135] 호수청년5382 06/11/06 5382 0
26804 홍진호선수와 나를 바라보면서. [4] Sohyeon4112 06/11/06 4112 0
26803 프로리그의 기본 단위는 '팀'이 아니었던가요 .. [12] 3994 06/11/06 3994 0
26802 용산전자상가 되살리기? [30] partita5343 06/11/06 5343 0
26801 홍진호...그의 눈빛은 어디로 갔는가... [4] 노게잇더블넥4129 06/11/06 4129 0
26799 그 어느 누구도 몰랐나요? (Sparkyz VS EX Ace결정전) [8] IntotheTime4419 06/11/06 4419 0
26798 이번 비기는 경기의 대한 프로의 관점, 팬의 관점 [106] 체념토스5444 06/11/06 5444 0
26797 2인자에 이상하게 끌리는 나.. (여러분은..?) [25] Kim_toss4123 06/11/06 412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