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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1/23 18:47:24
Name Farce
Subject [일반] [스포] 더 캡틴 (2017), 추악한 전쟁에서 살아남는 추악한 인간을 보라.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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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의 패망이 단 2주 밖에 남지 않은 시점.

미영연합군과 소련군은 이미 독일 본토 내부에 진군했고,
독일군은 아직 베를린을 포함한 소수의 지역을 수비하는 중이었지만,
조직적인 저항보다는 프랑스와 소련 땅에서 밀러난 잔당들이 제각기 산발적으로 저항을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전쟁에서 독일과 나치당이 패배했다는 것은 열심당원에게도, 농촌에 남은 장삼이사들에게도 보이는 뻔한 미래였고,
패잔병들은 도적이 되어서, 민가를 약탈하다가 농민을 해치거나 농민의 저항에 당하며,
후방의 혼란을 수습한다고 헌병대와 친위대 잔당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검문하고 멋대로 즉결처형하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2017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 청불등급의 흑백영화는 그 끔찍한 아비규환 속으로 현대인을 불러옵니다.
(이 영화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네이버에서 1,200원에 구매 및 소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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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원제는 "Der Hauptmann"입니다.
이걸 영어로 한번더 옮겨서 '더 캡틴'이라고 국내 개봉명을 썼습니다만,

작품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대위님"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개 일병에 불과했던 한 탈영병이 헌병을 피해서 도주하던 중에, 어떤 밭의 고랑에 처박힌 차량을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차량의 임자는 차량을 수습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실어있던 가방에는 대위계급장이 여러가지 훈장과 함께 달려있는 깔끔한 장교복이 들어있었습니다.

군복인지 넝마인지 모를 것을 입고 있었던 빌리 헤롤트 일병은, 그렇게 빌리 헤롤트 대위가 되었답니다.
마침 낙오했는지 탈영했을지 모를 운전병이 또한 차량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당번병이 되어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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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독한 블랙 코미디, 피카레스크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잔인합니다. '헤롤트 특수임무부대' 아니, 헤롤트 대위의 탈영병 무리를 유지시키는 것은,
속임수로 민간인과 군부대에서 더 많은 약탈, 술, 여자를 얻어낼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이 거짓말을 붕괴시키려는 놈은 술김에 쏴죽여질 수 있다는 공포뿐입니다.

이 영화는 끔찍합니다. 패망를 앞둔 잿더미의 독일에서는 수 많은 도적, 배신자, 패배자들이 가득했고,
말끔한 장교복을 입고, 후방을 안정시키라는 총통각하의 특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헤롤트 대위의 무뢰한들은,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었으나, 계급장이 없고 총이 없는, 다른 병사들을 잔인하게 즉결처형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냅니다.

분명 헤롤트의 부대는 거짓말로 가득찬 사기극이었습니다.
그러나 패망 직전의 복잡한 세계는, 이들을 쉽게쉽게 '지금 당장 필요한 존재'로 인정해주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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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가 있습니까? 비밀명령이라서 없다고 합니다.
장교를 중앙에서 파견한 사실이 있습니까? 베를린은 지금 소련군에게 포위되어 확인이 어렵습니다.
총통께서 후방에서 탈영병, 패배주의자, 도적단을 발견하면 쏴죽이라고 명령하셨을까요? 총통각하라면 그러시지 않았을까요.

유대인도 아니고, 같은 독일인 중에 쓰레기, 기생충, 패배자들을 붙잡아놓고, 이제는 모자라는 밥도 꼬박꼬박 먹여야하는,
아무도 고마워해주지 않는 영광 없는 '후방의 전쟁터'에, 총통각하의 특사가 오다니요.

그것도 깔끔하게 '내가 책임질테니 저것들 전부 쏴버리고, 시체에서 물건을 모아서 팔고 나눠버립시다'라고 하는 대위님이요.

SA를 포함해서, 잔뼈 굵은 골수 나치 장교들이 가득찬 수용소의 윗머리들을 속이는 것은 헤롤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위님의 존재는 모두가 원하던 존재였고, 어떤 장교는 능청스럽게 '이상한 점이 뭐였냐고요? 이제는 기억이 안나는군요'
라고 웃으면서 넘어갑니다. 헤롤트가 혹시나 잡혀가는 건 아닌지 긴장 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보던 관객들은 안도합니다.

그리고는 대위님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축하하는 축포와 빵파레가 터집니다. 
일괄 처형, 드르륵 드르륵 빵빵빵 소리와 함께 수용소의 구덩이 앞에서 탈영병들의 고기가 사방으로
만화적으로 과장적으로, 아니면 현실적으로 터지면서 튕깁니다. 

특수임무부대의 일원인 헤롤트의 탈영병들은 마치 이 상황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한다는 듯이
구덩이 안에 다가와서 아직 살아있는 놈이 있다고 탄창을 갈고서는 마저 비워버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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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서 부패한 간부들과 함께 술을 너무 많이 마셔본 경험 덕분인지,
헤롤트 특수임무부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도 강도에 가까운 파괴와 무질서를 끌고 다닙니다.

심지어 영국군 점령지 내부까지 들어와서 '패배주의자'라며 시장을 죽이고 시체를 광장에 매달고,
'너희 패배자들이 망가트린 정의와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가 이곳에 왔다. 너희는 독일 민족에게 죄를 지었으니 달게 받아라.'
라는 일장연설을 하면서, 돈이 있는 자들을 겁박해서 술을 꺼내오게 만들고, 여자는 벗깁니다. 다른 청년들은 나약하다고 모욕을 주거나,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어보이면 즉석으로 계급장을 주고 자신에게 따라오라고 하고요.

결국 독일군 헌병대에게 꼬리가 길어서 잡히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법관이 없을 정도로 패배 직전의 뒤숭숭한 법정은 
'패배주의를 극복하려는 이런 애국자 청년이 전후 사회에 필요하다'라는 궤변을 남기면서 그를 무죄방면합니다.

백골이 가득한 숲 속에서 어딘가로 사라지는 헤롤트를 비추고는, 다만 자막으로
"1946년, 헤롤트는 영국군 헌병대에 잡혀 모든 죄가 밝혀졌다. 그는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처형당했다. 향년 21세였다." 
라고 말해주고 끝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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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은 실제로 전쟁 후반에 많은 '특수임무부대'를 편성했습니다.
육군 소속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존 체제보다 더 손 쉽게 '총통의 명'이면 쉽게 만들어지는 친위대 소속이 많았지요.

누군가는 SS 친위대 부대들이 정예 엘리트 사단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당군'도 있긴했지요.
하지만 전쟁의 패배가 가까워질수록, 정상적인 수단들이 붕괴될 수록, 이들은 그냥 '긁어모은 깡패들'에 가까워졌습니다.
나치 독일군의 최후 저항이 별로 조직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이런 '사병'이 너무나도 많았으며, 
이들은 전쟁 말기에 제대로 조율된 국토 수비보단, 자신들의 병력을 온존해서 특정 지역에서 약탈놀이를 하거나, 
연합군과 병력을 근거로 협상해서 빠져나가는걸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후자를 선택한 경우 대부분 전후에 단죄 되었습니다)

이런 국가에서 누가 패잔병이고, 누가 헌병이겠습니까? 헤롤트를 끝까지 불신하며, '절차적으로 해야한다'라며
수용소에서 자신의 특권을 놓기 싫어하는 수용소장은 결국, '법무부 따까리'가 수용소에 권력을 가진 것을 평소에도 눈꼴시려하던
군부대의 장교들과 공안경찰 (SiPO)의 개입으로 백기를 들고 맙니다.

'법무부 따까리'의 패배는, 나치독일 법치의 패배지요. 그런데, 애초에 나치는 법치주의를 망가트린 독재집단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이 영화는 피카레스크에 충실합니다. 역사적 스포일러에 의해서 주인공이 자막으로 최후의 심판을 받기 전까지,
그는 어떤 죄값도 치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쁜 놈만 살아남습니다. 개중에서 양심 있던 놈은 악당들에게 총 맞고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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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꽤나 특이합니다. 아주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서
헤롤트와 그의 특수임무부대가 현대 독일의 거리를 누비면서,
역시나 다른 남자들에게는 모욕을 주고, 여자는 치근덕거리며, 온갖 옷과 장신구를 뺏어서 입습니다.

시대가 다르니, 선글라스, 야구모자, 이어폰 같은 것이 독일 패잔병 복장에 기묘하게 섞입니다.
그리고는 정말로 영화가 끝나버리지요.

이 영화는 전쟁 말기 나치 독일의 타락, 그리고 그 안에서 꽃피는 저열한 인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크레딧은, 이 야만인들을 당시 독일 뿐만이 아니라 현대 독일에도 풀어놓습니다.

지금은 이런 사람이 없을까요? 헤롤트는 실제로 탈영하기 전에는 우수병사였으며, 가정적인 문제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는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탈영병이 되었고, 또 운 좋게도 '대위 정복'을 주웠으며,
별로 다른 사람과 스스로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재능이 너무나도 좋았지요.

누군가는 전쟁에 명예가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신질서를 만들기 위한 성전이라고 합니다.
"나는 후방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총통각하의 특명을 받고 파견된 헤롤트 대위이다."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특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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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들레
21/11/23 18:59
수정 아이콘
굉장히 기분이 찝찝하면서도 생각할점이 많은 영화네요..
21/11/23 21:05
수정 아이콘
블랙 코미디 자체가, 상황의 부조리에 따른 우발적인 개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괴상하게 삽입된 코미디까지 포함한다면,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의 정석입니다. 중간에 웃긴 장면이나 실소가 나오는 장면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런 유머가 진짜 웃음이 결코 되지 못하게, 진지한 상황에서 섞어놓는, '독일식 유머가 이런 것인가?' 싶은 수준급 있는 연출이 많습니다. 중간에 몸에 맞지 않은 노획한 바지 때문에, 팬티차림으로 연설을 하는 장면이나, 중간에 탈영병이 즉결처형때 총알이 떨어져서 도망을 가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유약한 단역으로 생각되던 수용소 장교의 여자친구가 총을 뺏어서 쏴버리지 않나... 진짜 비틀린 웃음이 되게 많이 나옵니다. 이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잘 아는 관객이라면 피카레스크적인 카타르시스를 위해서라도 시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진짜 그렇기에 역겨운 영화지만요.
동굴곰
21/11/23 20:23
수정 아이콘
근데 히틀러라면 패배한 아리아 민족은 필요 없다고 후방에 말살부대 풀거같기도...
21/11/23 21:07
수정 아이콘
넵, 작품에서도 그런 총통의 광기가, 히틀러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인데도 엄청나게 중요하고 위압적으로 다가옵니다. 아이젠하워나 처칠은 결코 가지지 못할 그런 독재자의 맛이랄까요. 온갖 괴상한 즉결처형을 남발하는데도, 막상 나치당원이나 현직 장교라는 놈들이 '크으, 그렇지 총통이라면 이런 말씀하셨겠지'하면서 같이 어울리는게, 진짜 작품의 부조리함을 증대시키고, 정치적인 비판을 하는 장면이 없어도, 그냥 그 시대 자체가 미친 시대였고, 다시는 돌아오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팍팍 들게 해줍니다.
abc초콜릿
21/11/24 14:42
수정 아이콘
히틀러의 명령은 아니었지만 몰라도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후방에선 그라이프코만도들이 돌아다니면서 소위 패배주의자들을 즉결처형하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도망치는 자는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던 쇠르너는 정작 본인은 아무한테나 즉결처분을 남발해놓고 본인은 미국에 포로로 잡혔죠.
aDayInTheLife
21/11/23 21:25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망령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 설명이시네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도쿄!>라는 옴니버스 영화(우리의 봉감독님도 참여한!)의 레오 카락스 감독의 <메르드>가 떠오르네요. 특히나 말씀하신 크레딧 장면에서요. 그때 당시에는 뭐지? 싶은 느낌과 묘한 불쾌감이 들었던 영화였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낸거 처럼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망령은 참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거죠. 오래된 기억이지만 갑자기 저의 주의를 끌고 원래 하려던 일을 까먹게 만들고, 자신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모아놓은 다음에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런데 그 감정, 그 상황은 오래오래 남게 되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제가 지금 미뤄놓은 과제와 공부 같은 것 처럼이요. 크크.
어쩌면 영화의 끝이 단순히 자막으로 처리된건 괄호의 느낌은 아닐까 싶긴 합니다. 기괴하고 기묘한 부조리극에서 붙잡혀 사형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너무나도 조리에 맞는 결말이니까요.
21/11/23 22:34
수정 아이콘
저는 저번에 리뷰한 영화 "남부군"하고 엔딩이 영화에서 다루는 나중의 일은 자막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같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어쩌면 영화 본편과는 어울리지 않는 결말들을 주석처리 해버린 것일 수도 있겠군요.

제가 미뤄놓은 과제와 공부를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흐... 말씀해주신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한번 확인하고 싶어지네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둠의 심연"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이런 끔찍한 이야기가 좋습니다. 한때 뭔가 대의 같은게 있었던 것 같은 집단이 어느 순간에 그냥 손에 쥔 폭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집단으로 타락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몇번의 사칭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곧 전쟁은 끝날텐데...), 끝까지 영혼을 담아 '대위님'이 되어서 끝까지 가고선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결국 행운과 행운에도 불과하고 죽었다는 결말은, 이 빌리 헤롤트라는 일병이, 그냥 일병이 아니라 폭주 중이던 나치즘의 화신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승천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인간 본연의 악행을 보여주니까요. 참으로 교묘한 영화입니다. 당시 독일의 미쳐가던 현실을 사정없이 공격하면서도, 마지막에 크레딧으로, '그런데요 비독일 및 현대 독일 관객 여러분, 거울은 안 보십니까?'라고 꼬집으니까요 흐흐흐.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배경 자체의 설명이 불친절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정말 '공부해서 볼만한'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21/11/23 23:51
수정 아이콘
어울리지 않는 결말을 주석처리한다. 고 볼 수도 있고, 마지막 맺음을 교묘하게 관객들에게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 나치즘이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진짜로? 저런 부류의 인간이 살아있지 않다고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도쿄!>는 추천은 잘모르겠습니다. 미셸 공드리 역시, 봉준호 오!, 레오 까락스 음? 정도로 정리되는 단편들이라. 당시 봉준호 감독은 괴물 직후 작품이었죠. 크크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레오 까락스의 불친절하고 기괴함이 도쿄 아래의 불편한 진실을 뒤집어 엎는 느낌이긴 하네요. '공부해서 볼만한' 영화도 좋은 영화지만, 개인적으로는 '공부하게 만드는 영화'가 더 좋은 영화같아요. 영화를 보고 어? 나무위키라도 한번 둘러볼까? 싶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는거 같아요. 실화 바탕의 영화들, 혹은 탄탄한 원작을 가진 영화들이 개인적으로 잘 맞는 것도 이런 부분이 있는거 같아요. 여튼 좋은 영화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졸업사정해야하는데 글쓰기 싫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내용만 글 쓰면서 지내고 싶은데 이놈의 학부는... 크크크 농담입니다.
나파밸리
21/11/23 23:16
수정 아이콘
6.25에서 빨치산들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버린사람들은 북쪽에 왕조만들어 자자손손잘먹고 잘살고 버려진 사람들은 볼장다보고
21/11/24 22:21
수정 아이콘
넵, 저도 '남부군'을 보고난 다음에 리뷰하게 된 영화여서 두 영화를 많이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끔찍한 체제의 사람들 역시, 끔찍해진다는 그런 상투적일 수도 있는 결론을 똑같이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전쟁 따위는 원래부터 없지만, 인간을 더 효율적으로 망가트리는 사악한 전쟁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영화 '남부군'의 비극과 '더 캡틴'의 비극은, '그냥 인간은 사악해, 전쟁은 끔찍해'라고 일반론으로 환원시키기에는 특정 전쟁의 더러움에서 특별하게 등장하는 추악한 인간상을 보여주는데 공을 들이니까요.
21/11/24 01:31
수정 아이콘
이번 주말에 볼 영화가 하나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21/11/24 22:22
수정 아이콘
간만에 정말 재밌게 본 피카레스크로서 높게 평가합니다. 주말에 재밌는 관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생각할거리가 많아지는 우중충한 영화이기도 해서, esotere님의 리뷰도 한번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숨고르기
21/11/24 14:09
수정 아이콘
군복을 벗어던진 독일군 탈영병 2명이 무사히 연합군에 항복하고 나서 전쟁도 끝나고 안도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어처구니 없게 흘러가는 전에 인상깊게 보았던 비슷한 소재의 부조리극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는군요.
21/11/24 22:24
수정 아이콘
오호? 그런 영화도 있군요. 저는 안타깝게도, 질문하신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지만, 그 영화 역시 보고 싶어집니다. 끔찍한 전쟁은 끝마무리조차도 이쁘지 못한 법이군요...
abc초콜릿
21/11/24 14:53
수정 아이콘
중간에 사진은 아마 바르샤바에 투입되었던 디를레방어 사단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쳄 바흐, 카민스키랑 더불어서 인간말종 집단 나치 중에서 특출한 쓰레기들이었던 특임부대(아인자츠그루펜) 내에서도 꼽을 만한 베스트 오브 쓰레기들이었죠.
디를레방어는 얘기로는 포로수용소에서 열악한 환경으로 사망했다는데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해당 부대원들은 죄다 치클론b로 죽였어야...
21/11/24 22:28
수정 아이콘
넵, 디를레방어 여단의 이미지로 참고자료를 찾아왔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영화 자체에서는 설명을 해주지 않고 그냥 종전 직전의 야만속으로 관객들을 던지기 때문에, 그냥 '독일군? 강한 군대였나? 막판에 전쟁에서 졌다지?'라는 정도만 아시는 영화애호가 분들에게는 꽤나 곤혹스러울 영화가 될 것이 뻔해서, 리뷰글에서는 관련 내용을 좀 보충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한 이유도, 잔인한 장면을 익숙하게 하면서, 변주적으로 끔찍한 웃음을 연출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일텐데, 이런 2차대전 자료를 보니까, 마치 당시 전시필름 같은 톤으로 되게 잘 맞춰서 준비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뭐에 홀린듯이 자료를 퍼왔습니다. 정예독일군, 같은 이야기는 이제 대부분의 민낯이 드러난 2020년대에는 정말 흘러가버린 옛 선입견이지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광신도-깡패들 모아서 전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치에 대한 충격과 혐오만 늘어납니다.
abc초콜릿
21/11/25 05:28
수정 아이콘
각론은 훌륭하나 총론은 빈곤해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건 독일군의 종특이죠.
그나마 1차대전은 빌헬름 2세가 외교를 말아먹었는데 군대가 어쩌란 거냐고 실드 쳐줄 수는 있는데 2차대전은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 난국.
소련측의 자료가 공개 안 됐으면 국방군 출신자들의 자기변명, 반공주의, 인종주의적 편견이 가득 깔린 자료로밖에 검증할 수 없었을테니 우리도 여전히 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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