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직 미개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거주하는 국가에서는 지난주부터 개봉한 탑건: 매버릭을 IMAX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아직 기억이 선명한 동안 감상평을 좀 써둬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써 봅니다.
최대한 스포일러 빼고 담백하게 서술하겠습니다.
1. 이것이야말로 1980년대 감성
1986년 오리지널 탑건의 오프닝 시퀀스
첫 번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건...영화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탑건의 시대인 80년대 감성(?)이 충만합니다.
러닝타임이 돌아감과 동시에 시작되는 오프닝 시퀀스는 완전히 오리지널 탑건의 오마쥬(랄까 기체가 다른 것 빼곤 뭐 판박이)로 가득합니다.
최근 영화의 작법과는 한참 동떨어진, 어찌보면 낡디낡은 수단인데, 이게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프닝 브금도 탑건을 영화관에서든 TV에서든 DVD로든 비디오테이프로든 뭐로든 보신 분이라면, 그리고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뇌내에서 자동재생이 가능할 바로 그 "Danger Zone". 이건 못참죠.
그 수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버릭은 여전히 가와사키 바이크를 타고 이륙하는 전투기를 따라 활주로를(또냐) 질주합니다.
역시 1986년 오리지널 탑건의 비치발리볼 장면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웃통을 벗어제낀 남정네들이 울퉁불퉁 근육을 자랑하며(다행히도 전원이 근육질은 아닙니다. 아, 그리고 이번엔 여성도 있습니다! 세상 변했다구요) 해변에서 스포츠를 벌이는 씬. 누굴 위한 서비스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이번 작에서도 건재합니다. 아 종목은 바뀌었네요. 뭘로 바뀌었냐구요? 그건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2. 스토리텔링은 전작과 거의 일치
사실 오리지널 탑건 역시나 스토리상으로 뭔가 대단한 재미가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만, 스토리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말이죠. 물론, 아무리 "팝콘무비"라고 해도 들어있어야 할 최소한의 서사는 오리지널 역시 충족시키고도 남았습니다. 신뢰하는 동료이자 친구, 그리고 재수없지만 최고의 실력을 지닌 라이벌, 그리고 미인과의 로맨스. 그 와중에 동료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방황하는 주인공....뭐 이런 식이죠.
그런 점에서 탑건: 매버릭은 정말 철저하리만큼 이전작인 오리지널 탑건을 모방합니다. (극히 일부의 이벤트를 제외하면)기승전결에 있어서 오리지널 탑건에 캐릭터 스킨만 다른 거 씌우고 해상도 업스케일링해서 만든 리마스터 판본. 게임식으로 표현하자면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듯 합니다.
아, 하나 빼먹었네요. 전->결 부분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단순 리마스터로 때우긴 좀 재미없다고 생각한 제작진은 확장팩을 준비했습니다. 씐나는 폭격 이후에 이 확장팩 내용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그게 뭐냐구요?
전 착한 새나라의 유저인지라 스포일러 안하겠다는 공약은 지키겠습니다. 궁금하시면 개봉일을 기다리세요!
3. 그런 와중에도 소소한 업데이트는 분명히 있다
2에서 시나리오의 흐름 자체는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래도 소소한 부분에서 약간의 변경점은 있습니다. 뭐 예고편 정도만 보셔도 다 알게되는 내용이니 이 부분은 스포일러 취급이 아닐거라 생각하고 말씀드리면, 매버릭은 이번 작에서는 단순한 파일럿은 아닙니다(아 뭐 시작하고 한 15분은 파일럿이긴 했습니다만). 작중 "많은" 시간에서 교관의 입장이 되죠. 즉, 파일럿들과의 라이벌 기믹이 성립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 부분은 새로운 캐릭터들 사이의 대립구도로 전이되었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튀어나오니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서술하자면 생도들 사이의 반목이 "대립구조"를 주로 형성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파일럿 사이의 대립기믹이 주는 긴장감은 아무래도 전편보다는 좀 떨어집니다.
다만 매버릭은 아무와도 대립하지 않느냐, 또 그건 아닙니다. 사실상 매버릭은 전 군...이라고 말하면 좀 오버가 맞고 해군 소속 대부분의 상관과 대립구도를 형성합니다. 재미있는건 이런 매버릭을 돌봐주는 건 전작의 바로.......아 스포일러 방지.
전작에서 매버릭은 동료이자 절친, 구스의 죽음으로 방황하게 되었는데요. 이런 매버릭의 방황의 원인이 되는 트리거는 본작에서는 다른 캐릭터가 가져갔습니다. 전작의 등장인물은 아닙니다만, 전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로맨스가 뜬금없이 전작에서는 이름만 나오고 등장도 안 했던 캐릭터와 연결이 되어 좀 "읭?"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오리지널 탑건에서 매버릭과 꽁냥꽁냥했던 찰리의 배우, 켈리 맥길리스의 근황을 감상 이후에 찾아보니 아...... 그렇군.(이하생략) 캐롤처럼 대타를 기용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텐데, 제작진은 그냥 이쪽 연결은 갈아엎는 편이 더 낫다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4. 그 외 주목할 점
중간중간 뜬금없는 개그씬이 들어가있는데 이게 정말 쓰잘대기 없을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액션영화를 보면서 육성으로 두 번이나 뿜게 될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최대한 힌트를 드리자면...창문씬에서 어지간한 분은 한 번은 육성으로 웃게 될 거라 자신합니다. 또 최후반부 나오는 매버릭의 "니 ??(스포일러 방지)에게 물어봐!"라는 대사로 끝나는 부분도, 전투기에 약간의 지식을 갖고 계시다면 웃을 수 있습니다.
캐스팅에 에드 해리스가 계시길래 기대를 만빵 했는데(더 락에 나오는 험멜장군 맞습니다), 연세가 연세라서 그런지 거의 단역이긴 합니다만 역시나 연기력 어디 안갔더군요. 아주 짧은 등장시간이지만 대사 소화력도 그렇고 몸으로라고 할까 아우라로 연기하는 부분도 꽤나 인상깊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적국은 가상의 국가로 보입니다(아예 국명 자체가 나오질 않습니다). 핵물질 저지라는 점에서는 이란 or 북한을 상정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구비한 전력을 보면 이란이나 북한은 꿈도 못 꾸는 전력을 구비하기도 한 관계로 이란+북한+러시아(혹은 중국)을 적당히 짬뽕한 설정으로 보이네요. 뭐, 작전지역의 지형을 볼 땐 마지막 한 나라는 중국보다는 러시아에 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억측입니다. 랄까 어차피 가상적국이니 그걸로 고민할 필요가 없네요 생각해보니(...)
그밖에 소소한 부분에서 디테일에 신경쓴 부분이 꽤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트 밀덕 입장에서 1초도 안되는 순간 지나갔던 스컹크 웍스의 마크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습니다.
5. 그래서 추천? 안추천?
영화 자체로는 전작과 궤를 같이하는 상업영화이자 왕도의 팝콘무비입니다. 아, 미해군 홍보영화 2탄이라는 점도 전작과 동일하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스토리는 큰 틀에서 볼 때 전작과 크게 변경점이 없습니다만, 압도적인 영상미는 여전하고 남자들의 향수? 로망? 을 자극하는 점은 분명 파워업했습니다. 이번 작에서는 심지어 직접 전투기를 몰고 촬영하기도 했으니, 지난 30년동안의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생생함은 오리지널 탑건의 배가 넘습니다.
"난 미군 선전영화가 싫어!" 혹은 "생각없이 보는 팝콘무비에 뭐하러 돈씁니까?"라는 분만 아니시라면, 충분히 만족하실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 꽝꽝꽝. 5점 만점에 3.5를 주고 싶네요. 아, 기왕 보실거면, 그리고 여유가 되신다면 IMAX관람을 추천드립니다. 듄 수준의 압도적인 영상미까지는 아닙니다만 역시나 박력의 차원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