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5/02 06:12:09
Name reefer madness
Subject 퇴사를 했습니다
네, 제목 그대로 퇴사를 하고 지금 현재는 포르투갈 남부의 Faro라는 소도시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로 말할거 같으면 캐나다로 어렸을적 이민을 가서 거기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입니다. 올해 나이가 만으로 34살이고요 이제 와인 한병 하나 다 마시면 그다음날 숙취가 상당히 밀려오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집 냉장고에는 무알콜 맥주가 간간히 보이는, 이제 건강에 신경을 바짝 쓰는 30대입니다.

지난 3년간 저는 캐나다의 증권거래소에서 IT관련 일을 했습니다. 첫해는 높은 연봉과,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초에 다들 아실 그 병이 돌고, 제 삶은 판이하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토론토 경우는 정말로 긴 락다운을 걸었었고, 재택근무를 하며 하염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제가 혼자 사는 바람에 정말 많은 인간관계가 끊긴 채, 우울증과 공황장애 초기 증상까지 보이며 지난 2년간 캐나다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던 문득 더이상 여기에 살수 없다는 판단을 날렸고, 퇴사를 결심합니다. 그런다음 제가 살던 집도 정리하고 여행을 준비하여, 지금 저는 유럽에서 이 여정이 시작됩니다. 원래는 따스한 남미로 바로 가려고 하였으나, 곧이어 은퇴를 하실 아버지께서 포르투갈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 세계 여행의 첫주를 같이 하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해서 남부 스페인, 모로코, 터키 그리고 한국까지 일단 계획하고 있네요. 올 한국도 입국이 용이하게 된다고 하니 곱창에 소주를 마음껏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이러한 락다운과 극심한 멘탈 붕괴가 어쩌면 제게 용기를 준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이 무척 좋아서 락다운 기간에도 일을 할수 있었고, 코로나 이전의 방탕한 생활을 되돌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안일하게 일과 과소비의 연속으로 살아왔는지 분명히 깨달은거 같네요. 그리하여 전 모든것을 내려놓고 발 가는 대로, 그리고 돈도 최대한 아껴가면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 유투브로 유명한 뜨랑낄로나 빠니보틀같은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것도 부인할수 없겠네요.

이왕 이렇게 여행하는 김에 영상도 담아 올려 봅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여행 스타일이 좀 남들 다 하는 이런데 말고 좀 더 하드코어한 스타일인데, 모로코 가서는 좀 더 슬슬 시동이 걸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05 21: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5/02 06:3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저도 곧 퇴사를 앞두고 있고, 약 15년 전쯤? Faro를 가본 적이 있어서 더 반갑네요.
코로나 이후 인종차별이 좀 심해진 데도 있다고 하던데.. 조심히 다니시길 바랍니다.
reefer madness
22/05/02 17:49
수정 아이콘
아직 인종차별적인건 못 느꼈네요 다행히. 포르투갈 사람들이 무척 친절한거 같습니다
다마스커스
22/05/02 07:08
수정 아이콘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를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서 실제로 실천하는 건 많이 어렵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행 중에 좋은 기억 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죽전역신세계
22/05/02 07:43
수정 아이콘
건승하세요. 응원합니다
스타나라
22/05/02 08:36
수정 아이콘
파루 하면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돼지썰던 기억밖에 나질 않는군요...흐흐
건승하십쇼!
22/05/02 08:38
수정 아이콘
건승하시길!!
22/05/02 08:53
수정 아이콘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2년간 안좋아진 마음에 큰 변화가 생기셨으면 좋겠네요.
별빛다넬
22/05/02 08:54
수정 아이콘
와! 여행에 유튜브까지 하시다니
멋지십니다.
아롱띠
22/05/02 09:14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응원하겠습니다.
똥꼬쪼으기
22/05/02 09:16
수정 아이콘
재충전 잘 하시고,
원하시는 일 잘 찾길 기대합니다.

부럽습니다.
22/05/02 09:38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22/05/02 09:44
수정 아이콘
아버지를 모시고 가셔서 첫 주는 더 의미 있으실 것 같고 부럽습니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reefer madness
22/05/02 17:56
수정 아이콘
아버지와 함께는 처음이네요. 서로 많이 어색하기도 했는데 신선한 경험입니다
늘지금처럼
22/05/02 10:21
수정 아이콘
축하 드립니다~ 푹 쉬시고 재충전하신 다음에 건강히 귀국하시길~
만렙법사
22/05/02 10:37
수정 아이콘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서울오심 팬미팅이나 함 해주세요 흐흐
탑클라우드
22/05/02 11:02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 락다운 시기 현타 왔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안전한 여행 하시길.
22/05/02 11:46
수정 아이콘
제 첫 해외여행이 포르투갈이였는데.. 그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네요ㅠㅠ
리스본, 포르투, 브라가 등등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죠.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래요.
쿠우의 절규
22/05/02 12:12
수정 아이콘
썸네일만 봐도 피곤이 느껴지네요.
푹 쉬시고 원하시는 삶을 찾으시길 빕니다.
reefer madness
22/05/02 17:56
수정 아이콘
후후 그런가요. 점차 여유를 찾아보게 될듯합니다!
Winter_SkaDi
22/05/02 13:56
수정 아이콘
안전한 여행 속에서 다시 행복한 시간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퇴사를 하고싶셉습.....
꿈트리
22/05/02 15:4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지를 수 있는게 젊음이죠.
LAOFFICE
22/05/02 16:22
수정 아이콘
아버지와의 여행! 저는 못해본것인데.. 부럽고 멋집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되시고 유튜브도 대박나시길~ !
아르네트
22/05/02 18:4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22/05/02 20:38
수정 아이콘
모로코는 여행하기에 거의 지옥이던데... 하드코어를 즐기신다니 오히려 영상 뽑아내기에 좋기도 하겠네요
reefer madness
22/05/03 19:50
수정 아이콘
하하 저도 그런 말 들었는데... 일단 굳게 다짐하고 가봅니다!
22/05/02 22:15
수정 아이콘
퇴사하실수 있는 결심이 부럽네요 !!!
오세훈
22/05/02 23:33
수정 아이콘
로망이네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히요르르
22/05/03 13:24
수정 아이콘
정말 부러워요~ 전 언제 쯤.. 에효
(채널 구독 했더니 다이버시네요.. 언젠가 한가로운 리버보드 위에서 뵙길~)
reefer madness
22/05/03 19:51
수정 아이콘
댓글 다신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피지알의 힘으로 벌써 구독자 100명이 넘었네요(그동안 별 일을 다 해도 잘안되었는데...) 너무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의 컨텐츠 준비가 될듯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95 퇴사를 했습니다 [29] reefer madness3316 22/05/02 3316
3494 집에서 먹는 별거없는 홈술.JPG [23] insane7980 22/04/30 7980
3493 인간 세상은 어떻게해서 지금의 모습이 됐을까 - 3권의 책을 감상하며 [15] 아빠는외계인4799 22/04/29 4799
3492 [테크 히스토리] 인터넷, 위성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 해저 케이블의 역사 [32] Fig.13883 22/04/25 3883
3491 소수의 규칙을 증명..하고 싶어!!! [64] 라덱4903 22/04/25 4903
3490 웹소설을 써봅시다! [55] kartagra5321 22/04/25 5321
3489 믿을 수 없는 이야기 [7] 초모완3640 22/04/24 3640
3488 어느 육군 상사의 귀환 [54] 일신4440 22/04/22 4440
3487 (스크롤 압박 주의) 이효리 헌정사 (부제 : 어쩌다보니 '서울 체크인' 감상평 쓰다가...) [76] 마음속의빛3943 22/04/19 3943
3486 [테크 히스토리] 커피 부심이 있는 이탈리아인 아내를 두면 생기는 일 / 캡슐커피의 역사 [38] Fig.12957 22/04/18 2957
3485 『창조하는 뇌』창조가 막연한 사람들을 위한 동기부여 [12] 라울리스타2902 22/04/17 2902
3484 코로나19 음압 병동 간호사의 소소한 이야기 [68] 청보랏빛 영혼 s3314 22/04/16 3314
3483 [기타] 잊혀지지 않는 철권 재능러 꼬마에 대한 기억 [27] 암드맨3881 22/04/15 3881
3482 [일상글] 게임을 못해도 괜찮아. 육아가 있으니까. [50] Hammuzzi2920 22/04/14 2920
3481 새벽녘의 어느 편의점 [15] 초모완2895 22/04/13 2895
3480 Hyena는 왜 혜나가 아니고 하이에나일까요? - 영어 y와 반모음 /j/ 이야기 [30] 계층방정2808 22/04/05 2808
3479 [LOL] 이순(耳順) [38] 쎌라비4053 22/04/11 4053
3478 [테크 히스토리] 기괴한 세탁기의 세계.. [56] Fig.13597 22/04/11 3597
3477 음식 사진과 전하는 최근의 안부 [37] 비싼치킨2842 22/04/07 2842
3476 꿈을 꾸었다. [21] 마이바흐2730 22/04/02 2730
3475 왜 미국에서 '류'는 '라이유', '리우', '루'가 될까요? - 음소배열론과 j [26] 계층방정3455 22/04/01 3455
3474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 [34] 공염불3547 22/03/29 3547
3473 소소한 학부시절 미팅 이야기 [45] 피우피우3054 22/03/30 305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