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1/10/26 16:17:07
Name VKRKO
Subject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도움
[왕따를 당해서 자살을 할 바에야 차라리 따돌리는 놈을 죽이면 되잖아.]

이런 이야기를 이따금씩 보곤 한다.

솔직히 과격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 중학교 시절 친구 중 저런 이야기를 했던 S라는 녀석이 있다.

S는 성격이 밝은데다 덩치가 제법 있는 열혈남이었다.

왕따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녀석으로 기억한다.



어느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왕따에 관해 방영한 다음 날, S는 위에 적은 것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나라면 차라리 저렇게 할 거야. 그냥 죽어버리는 건 너무 한심하지 않냐?]

다른 아이들의 의견은 어땠는지 잊어 먹었지만, S가 콧김을 거세게 내쉬며 그렇게 말했던 것만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나는 S와 사이가 멀어졌다.

원래 자주 어울리는 패거리가 아니었던데다 학교도 갈렸던 것이다.

그런데 졸업 후 반년쯤 지날 무렵, 나는 묘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S가 고등학교에 와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상상이 안 됐다.

차라리 S가 따돌리는 역할이면 모를까,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 외의 일이었던 탓이다.



그 소문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S가 우리 집에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그 전까지 S는 나에게 한 번도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무슨 일인가 갸우뚱거리며 어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네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S냐? 야!]



[아... 응... 어...]

[야,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아... 응... 저기...]



[응?]

[...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

그리고 S는 전화를 끊었다.



그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S가 정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목소리는 S였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몹시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이 목소리만으로 느껴졌다.



다음 날,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녀석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녀석도 S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랑 비슷한 즈음에,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점심 시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야, S가 옥상에서 뛰어 내려서 자살했대!]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유서도 있었다.

원인은 역시 왕따였다.

장례식은 밤샘도 없이, 친지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장례식 때문에 오랜만에 모인 중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나는 이상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 자리에 모인 거의 모든 친구들이 그 날 S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S는 그 누구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던 모양이다.



S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싶던 것일까?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하고 싶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들과 이야기를 하는 걸 통해서, 자신이 가장 즐거웠던, 눈부시게 빛나고 있던 시절의 잔영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 와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렇게나 밝던 S가 너무나 짧은 시간 사이 딴 사람처럼 변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무서웠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vkepitaph.tistory.com/407 가장 무서운 이야기 투표 중!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Tristana
11/10/27 12:46
수정 아이콘
리플이 별로 안달려서 올릴 맛이 별로 안나실것 같은데
정말 수고하시네요

전 무서운거 별로 안좋아해서 잘 안보게 되네요 ㅠ;;
내겐오로지원
11/10/27 14:24
수정 아이콘
잘 보고있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조금 더 무서웠으면 좋겠어요
11/10/27 16:21
수정 아이콘
제가 항상 입에 담는 말인데 진짜 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게 하네요...
허클베리핀
11/10/27 18:42
수정 아이콘
늘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지금까지 것들중에선 레벨50이랑, 고양이 선생님이 제일 인상깊었네요. 제목에 겹치는 부분이 너무 앞쪽에

몰려있어서 업뎃이 됐는지 안됐는지 체감이 잘 안되는 편인 것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71 [번역괴담][2ch괴담]오두막의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761 11/10/31 5761
269 [번역괴담][2ch괴담]신문배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418 11/10/29 5418
268 [실화괴담]UFO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6194 11/10/28 6194
267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도움 [8] VKRKO 5736 11/10/26 5736
266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이상한 약속 [4] VKRKO 5550 11/10/24 5550
265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흙더미 [4] VKRKO 5232 11/10/23 5232
264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nine words [3] VKRKO 5300 11/10/19 5300
263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레벨 50 [2] VKRKO 6246 11/10/17 6246
262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유키오 [4] VKRKO 5652 11/10/13 5652
261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산의 은인 VKRKO 5161 11/10/11 5161
260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등산 [3] VKRKO 5518 11/10/10 5518
259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후회 [1] VKRKO 5485 11/10/08 5485
258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무서운 벤치 [1] VKRKO 5508 11/10/07 5508
257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검은색 풀 [1] VKRKO 5202 11/10/06 5202
256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sinitai.com VKRKO 4771 11/10/05 4771
255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썩은 물의 저주 [2] VKRKO 5875 11/10/04 5875
254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산의 주민 VKRKO 5407 11/09/30 5407
253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자시키와라시 [1] VKRKO 5568 11/09/28 5568
252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숲 속의 사람 [2] VKRKO 5760 11/09/25 5760
251 VKRKO의 오늘의 괴담 - [실화괴담][한국괴담]현몽 VKRKO 5827 11/09/24 5827
248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미인도 [6] VKRKO 6664 11/09/21 6664
247 VKRKO의 오늘의 괴담 - [실화괴담][한국괴담]할아버지의 유령 [2] VKRKO 5572 11/09/20 5572
246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동정 [2] VKRKO 5749 11/09/19 574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