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의 이야기다.
우리 집의 계단은 꽤 높아서, 계단 한 칸 한 칸 사이가 멀었다.
그 탓에 어린 아이는 올라가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 탓에 4형제 중 막내였던 나는 형들에게 자주 놀림감이 되곤 했다.
울보일 뿐 아니라, 계단에서 자주 굴러 떨어진다.
아마 형들에게는 그 모습이 상당히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날도 나는 열심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제 다 왔어...] 라고 생각하며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이 마지막 2단 정도 남았을 즈음, 나는 복도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쑥 내밀어 왼쪽 거실 쪽을 보았다.
복도 끝에는 거실이 있지만, 계단과 거실 사이에는 어머니의 방이 있었다.
어머니의 방에는 보통 형제 중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은 왠일인지 형들 중 한 명이 방에서 나처럼 얼굴을 내밀고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구지...]
형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았지만, 계단에서 어머니 방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하지만 나는 키를 보고 둘째 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둘째 형은 나와 5살 차이가 났지만, 키가 작은 편이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사람을 키로 구별하곤 했었다.
[형, 뭐 해?]
나는 계단에서 그대로 형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소리가 작아서 듣지 못한건가 싶어져서, 나는 한 번 더 불렀다.
[형, 뭐 해?]
이번에도 소리가 작았던지, 형은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형이 기분이 좋아서 나랑 놀아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 어머니 방으로 달려갔다.
[형! ...어?]
[오, 막내구나. 무슨 일이니?]
거기 있던 것은 아버지였다.
형은 없었다.
어디엔가 숨어 있는 것인가 싶어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 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형의 모습은 없었다.
[저기, 아빠. 둘째 형 어디 있어?]
[그 녀석은 1층에 있을걸? 여기에는 쭉 아빠 혼자 있었는데... 형들이랑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던 그 남자아이.
그 아이는 도대체 누구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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