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지난 주말도 올콘을 뛰었지만 사실 9년전에는 '언제 살면서 아이돌 콘서트를 가보겠냐? 한번 가보자'하는 마음에 에이핑크 첫 콘서트를 갔었습니다.
그리고 첫 콘서트 마무리해서 감정이 북받쳐올라 진짜 엉망진창으로 4월 19일을 부르는 걸 보며 '이 친구들 덕질은 좀 오래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데뷔 1000일 기념 팬송 Good Morning Baby
good morning baby good morning 너와 아침을 함께 여는
난 매일매일 상상해 잠이 덜 깬 눈에 키스해 크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I love you
발매 당시 수많은 판다들의 모닝콜을 책임져주기도 한 곡이죠.
저는 사실 지금도 모닝콜로 이 노래를 씁니다. 우렁찬 메보님 목소리를 들으면 안 일어날 수가 없거든요.
발매했을 때부터 썼으니 모닝콜로 쓴지도 벌써 10년째가 되어가고 있네요.
데뷔 4주년 팬송 새끼손가락
눈을 감았다 뜨면 멀어져있고 다시 감았다 뜨면 보이질 않아
사실 이 곡 자체의 역사가 에이핑크 뉴스 시절부터 시작된거고 가사 내용도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은지의 개인사와 연관되어있어서 팬송이라고 보기 살짝 무리수가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이때부터 매년 4월 19일만 되면 팬들한테 선물을 주기 시작해서 의미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데뷔 5주년 팬송 네가 손짓해주면
네가 손짓해주면 난 할 수 있어
너만 믿어준다면 웃을 수 있어 네가 날 부르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 우린 마주할 수 있을 거야
팬송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역시 이 곡인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한 힘을 가졌습니다. 어느 때는 굉장히 화이팅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굉장히 서글퍼지기도 하거든요.
콘서트장에서 라이브로 들어도 그렇습니다.
이 곡에 담긴 세심함은 가사에만 있지 않습니다. 러닝 타임이 딱 4분 19초거든요.
슬슬 '7년차 징크스'라는 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던 찰나에 이런 섬세함을 담은 팬송은 참 마음 복잡하게 만들었죠.
다행히 잘 극복했지만요.
이 영상은 해외 덕후가 일본 콘서트 dvd에서 추출해 반주를 죽여 멤버들 목소리만 살려 만든 영상인데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종종 찾아보는 영상입니다.
데뷔 6주년 팬송 Always
나의 마음속에 예쁜 꽃을 피우고 핑크빛 세상을 물들인 건 그게 바로 너란 걸
비장함마저 다소 느껴졌던 네가 손짓해주면과 분위기가 확 다르죠.
그래서 좋아합니다. 멤버들이 작사에 참가하지 않은 팬송 중에서는 제일 좋아합니다.
바뀐 분위기 덕분인지 이 해 에이핑크는 Five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데뷔 7주년 팬송 기적 같은 이야기
눈을 뜨면 꿈처럼 수많은 별들 속 그 안에 너와 나 거짓말만 같았던 수많은 꿈속을 지나온 너와 나
지금이야 7년 이후에도 탄탄대로를 걸을만한 걸그룹도 많이 나왔고, 팀을 떠나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진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사정이 달랐고, 우여곡절 끝에 재계약을 하며 소소하지만 큰 한 걸음을 떼면서 나온 팬송으로는 더없이 적절하지 않았나 싶은 곡이죠.
그 길을 같이 걸어온 멤버들 스스로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곡이였습니다.
데뷔 8주년 팬송 Everbody Ready?
네가 손짓해주면 오늘을 기억할게
영원한 것들은 없다지만 내가 너의 영원이 돼줄 거야
오랜만에 은지가 작사한 팬송인데 상당히 영리한 친구고 그 영리함으로 팬들이 환장할만한 요소들을 콕콕 집어냈죠.
데뷔 날짜도 가사에 녹이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팬송도 녹이고, 자기가 예능에서 한 말도 녹이면서 말이죠.
팬송에 연차가 쌓인 여유로움이 묻어나기 시작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 9주년 팬송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너와 함께 한 날들 순간이 되고 늘 함께 한 날들 모두 떠나도 서로의 순간이었던 우리 지난날들을 사랑해
가사가 전반적으로 그간의 콘서트라든지 팬싸라든지에서 팬들한테 했던 말들로 이루어져서 또 다른 눈물버튼이 된 곡이죠.
사실 여기 올린 곡 중 가장 적게 들은 축에 속하는 곡입니다. 팬 입장에서 듣는게 쉬운 곡이 아니거든요.
데뷔 10주년 팬송 고마워
언제까지라도 괜찮아 시간은 우리 편인걸 세월이 지나도 영원한 지금 내일을 알잖아
사실 이 노래가 나온 시기가 팬들에게 참 힘들었죠.
가뜩이나 제대로 덕질 못하며 다시 계약할 시즌 다가오는데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고 했으니깐요.
다 지나고 나니 얼마나 좋은 가사였는지 들리더라고요.
원래 셋리스트에 좋아하는 노래 없으면 주변인들에게 굉장히 불평하는 스타일인데 이 무대 보고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데뷔 11주년 팬송 나만 알면 돼
나를 믿어줘 변치 않을게 지금 이 자리에 있을게 시간 만이 만들 수 있는 너무 닮은 우리 no matter we want 닳고 헤진 만큼 너무도 소중한 걸 나에겐
어느덧 5명이 되어버린 멤버들이 팬들에게 '아픈건 내가 할테니 너무 아퍼하지 말아달라'라는 내용이 담긴 심플한 발라드인데...
초롱이 작사해놓은 후렴구를 보며 멤버들이 직접 자기 파트 가사를 쓴 곡이라 각자 스타일도 잘 드러나고 내용은 일맥상통하는 가사가 담긴 곡이죠.
함께한 시간이 진짜 길긴 길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곡입니다.
그래서 가사가 서글프지만 비슷한 계열의 기존의 팬송들과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데뷔 12주년 팬송 Candy
그거 알아? 잘 자라는 말은 진짜 사랑이라 대 난 너의 핑크빛 Deep sleep 바라 나 널 사랑하나 봐
이 곡을 들은 많은 판다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겁니다.
'어쩐지 맨날 잘 자 타령하더라니 크크'
남주 방식대로 팬들한테 열심히 사랑표현한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브로 들으니 생각보다 엄청 신나더라고요. 이러니 리다님이 가사를 못 썼지 싶더라고요.
다 모아놓고 보니 이 친구들도 참 오래 활동하긴 했구나 싶으면서도 동시에 나도 덕질 참 오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듭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쓸데없이 긴 글이라도 써서 데뷔 기념일 축하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히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그렇게 하다보면 아직도 20대고, 심지어 내년 오늘도 20대인 막내 말대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활동하고 덕질할 수도 있겠지요 크크
여튼 결론은 오늘은 에이핑크 데뷔 12주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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