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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17 07:40:56 |
Name |
kamille_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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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공모] Alchemist. 돌맹이. 그리고 나. |
벌써 이 정도로 지쳐 버린 걸까, 벌써 이 정도로 손에서 떠나 버린 걸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몸에서 힘이란 존재는 떠나 버린 지 오래 인 것 같다. 저 멀리서 KTF의 우승을 마음대로 확정 지어 버린 듯한 함성이 들리는 듯 하는 군. 그래… 이정도 했으면, 여기 까지 끌고 왔으면 내 능력 이상을 발휘한 거라고 믿어 도 될 꺼야. 모두가 꿈꾸던 자리에 올라 서 본 자들만, 거의 그런 자들만 모여있는 그 KTF를 상대로 3:2 면 선방한 게 아닐까.
태규형과 동욱이가 보이는군. 날 무슨 눈빛으로 보고 있는 거지? 개인전에서 1승, 그것도 강민 박정석 상대로 1승씩 따 냈는데 이게 뭐냐 란 건가. 부럽군. 뭐가 주진철-신정민 최강 조합이란 건가. 뭐가 스타리거 신정민이란 건가. 이젠 다 관두고, 숙소에 돌아가 편하게 잠이나 자고 싶다. 남들이 나에게 무슨 비난을 쏟아 붓든, KTF에게 무슨 찬사를 하든, 내가 잊혀져 모두의 머리 속에서 사라져 버리든 간에 말이지.
벌써 이 정도로 지쳐 버린 걸까, 벌써 이 정도로 손에서 떠나 버린 걸까.
기적이라, 기적이지. 스폰서 하나, 우승자 하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는 우리 팀이, KOR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기적이지. 하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데 우린 너무 많은 기적과 운을 소비한 것이 아닐까. 분명 태규형이, 전태규가 1세트를, 1세트를 그것도 강민에게 따낼 땐 우리에겐, 아니 나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2세트를 바로 내주고 말았지만, 동욱이가 레퀴엠에서 박정석에게 승리를 거두어 주었다. 그리고 나에겐 팀플 최강 조합이라는 자부심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예측 하는 것을 좋아 할까. 많은 사람들은 예측을 했다. KTF가 개인전을 우리가 팀플을 따내며 혼전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고, 그 배경엔 나와 진철이형이 존재했고, 정확히 두 세시간 전까지는 유효한 예측이라고 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자부심은 깨어졌다. 아니 자만감은 깨어졌다.
그리고 자신감은 그들에게 강탈당했다.
강민은 나의 꿈을 혼란으로 만들었고
김정민은 강철의 장갑으로 내 꿈을 부숴버렸다.
이제 폭풍과 불꽃이 나의 꿈, 우리들의 꿈, KOR의 꿈을 집어 삼키려 다가 오고 있다. 나는 이번 경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손에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김정민은 너무도 단단했다. 그 표현이 아닌 다른 표현으론 설명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 되었다. 나의 마지막 의지, 투혼마저 그는 철벽이 되어 틈을 주지 않았다.
Alchemist. 연금술사인가. 돌덩어리를 금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 아니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지. 나는 내가 빛나는 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저 길가의 돌맹이였다. 강민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설적 몽상가라면, 나는 고작 꿈을 꾸고 그에 만족해 그 속에 들어가 사는 그런 몽상가 일 뿐 이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손에 힘은 없다. 이미 손에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김정민이라는 철벽을 부수려 세차게 주먹을 휘두른 나는, 부서졌을 뿐이다.
Alchemist.. 연금술사인가. 돌덩어리를 금으로 만들어 주는 꿈을 꾸는 사람들.
Alchemist…
누군가 나를 부른다. 감독님과 진철이 형.
미안해요. 더 이상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말아요. 이젠 난 지쳤고, 더 이상 기력도 무엇도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저 난 도의적으로 마우스를 잡을 뿐이고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마세요.
라고 입안에서 진심이 맴돈다.
KOR의 첫 단체전 결승. 그 마지막 경기를 멋진 모습으로 치루는 게 좋겠지. 그다지 체형도 보기 좋은 체형이 아닌데 이렇게 구부정하게 혼자 우울해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 큰일이지. 그래, 일어나서 마우스를 쥐고 KOR의 첫 단체전 결승 마지막 결승을, 모두의 기억에서 돌맹이가 아닌 금으로 황금으로 남게 만들자. 물론 진정한 황금은 너희들이 되겠지만…
다음 맵은 네오 기요틴이다. 단두대라, 마지막 경기에 쓰일 맵의 이름치고는 너무도 정확하게 어울리지만 어째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드는 군.
조용하게 세팅을 해야지. 벌써 연속으로 세판 째 인데 약간은 긴장이 되는군. 어쩔 수 없나 큰 무대란 것은.
여전히 손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컴퓨터의 단순한 질럿공세를 봐도 김정민의 그것이 떠오른다. 전혀 다른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괜한 오기가 생겨서 일까, 난 디파일러가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의 포토캐논 위에 다크스웜을 뿌렸다. 저글링이 들어간다.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저글링은 포토캐논에 두방에 죽지만 디파일러의 다크스웜이 함께라면 포토캐논에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다크스웜.
Alchemist.
연금술사들은 자신들을 금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저 돌맹이를 금으로 만들 뿐.
나는 황금이 아니다. 돌맹이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레디에잇이 걸려 죽을 목숨이라도 돌맹이일뿐인 저글링을 황금으로 만들기 위해 다크스웜을 뿌리는 디파일러 처럼.
디파일러
난 팀의 주축이 아니어도 좋다. 돌맹이여도 좋다.
이 경기만 잡아낸다면, 차재욱이, 차재욱이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 이다.
난 그와 우리팀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 후에 난 타임머신에서 나왔고 차재욱은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권했다. 난 Alchemist에서 김정민이란 철벽에 패한 돌맹이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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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필이지만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공모전이란 이벤트가 있어서
기념수준으로 써봅니다.
2004스카이프로리그3라운드 6경기 시작하기 직전이 배경입니다.
사진파일... 또다른 표현수준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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