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22 00:08:50
Name 물빛노을
Subject 실력 인정, 친구.
저희 학교는 1학기에 완전 개인전 토너먼트 방식의 스타리그를 했었는데요.

2학기에는 동아리 대항 스타리그를 한다고 하더군요.

많은 결점 중에서 제게 있는 가장 심각한 단점이라면, 사람을 깊게 사귀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냥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수업 같이 듣게 되면 같이 앉아서 웃고 떠들고...이런 친구는 많이 있지만, 힘들 때 하소연하고, 술사달라고 하고(잘 마시

지도 못하면서)...이런 친구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성격을 바꿔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부를 했었고, 대학 와서도 지금 학회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그래도 동기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게 참 아쉽습니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내게

있어 동아리 내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XX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요. 저 자신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도 피지알에서도 가끔 보여지는 저의 지나치게 날카로운 일면을 친구들이 꿰뚫어보는 것은

아닐까...싶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이번에 온게임넷 프로리그의 형식(개인전-팀플-개인전)으로 치뤄진다는 동아리 대항 스타리그의 참가도

망설였던 게 사실입니다. 일단 9x의 고학번 선배님들도 만만찮게 잘하시는 데다가, 스타 저만큼 하는 동기들이 두

명인데 그 둘이 팀플을 나갈지 저랑 하자고 할지 짐작이 안 갔거든요. 꼴에 자존심은 강해서 "야 같이 팀플 나가자"라고

했는데 "어? 나 xx랑 나가기로 했는데?"소리는 듣기 싫었기 때문입니다(1학기때 발표수업하는 과목에서 아는 친구 많다고

좋아했는데 어느새 자기들끼리 조를 짜버려 한순간에 왕따되었던 비참한 기분...).

그러던 어제, 위의 두 명중 하나가 제게 말하더군요. "야, 너 나랑 이번에 스타리그 하는 거 같이 나가자." 뭐랄까,

안도감이랄까요? 그 친구하고는 1대1도 몇번 해봐서, 저그와 테란이지만 실력이 피차 비슷비슷한 것을 잘 알긴

하지만...사실 나머지 한 친구는 1대1은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그 친구보다 저를 위로 쳐줬다는 뿌듯함(단순히 그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안나간다고 해서 제게 물은 건지도 모르지만요)이 가슴을 꽉 채우더군요.

얼마후면 동아리 내의 대표 선발전 형식의 스타리그가 열립니다. 또 약 2주후에 친목사이트에서 열리는

스타리그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죠^^ 이래저래 요즘 게을리했던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할

시간이 있으려나ㅡㅡ;;(설마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테죠?; 노느라고-_-입니다;;)

좀더 길게 써보려고 했는데, 정리가 잘 안되네요^^ 이만 쓰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9/22 00:16
수정 아이콘
친구가 많은 녀석들을 보면, 대개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녀석들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利가 됨을 아는 녀석들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스타 꼭 우승하시길...^^~!
03/09/22 00:16
수정 아이콘
덜덜덜, 잘부탁드립니다. 구슬 팀플에서 발목만 안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타를 접은지 1년이 넘은 인간) 원래 팀플은 거의 안해봤고, 갑자기 팀플을 하려니 어떤 종족으로 해야할지도 감이 안잡히네요. -_-;;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스타부터 빨리 다시 깔아야..... 먼산)
이리와.
03/09/22 00:23
수정 아이콘
저랑 똑같으신 성격이시네요 ~ 주위를 둘러보세요 정녕 정말로
물빛노을님이 항상 조금이나마 기댈수있는분을 찾아보세요! 힘내세요!
물빛노을
03/09/22 00:35
수정 아이콘
제 스타실력은 하수 레벨입니다-_- 공방에서도 그다지 많이 이기진 못하죠. 걱정이네요. 격려해주신 노멀님 이리와.님 감사드립니다^^ 바서님은 연습 열심히 하시길-_-+
VividColour
03/09/22 00:37
수정 아이콘
혹시 학교가 skku아닌가요^^?
아르푸
03/09/22 01:14
수정 아이콘
저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이 없지만, 아는 친구는 얼마 없어도 정말 친한 친구는 2~3정도 있어요. 저는 연락도 안하는데 걔네들이 알아서 전화하고 만나자고 그러더라구요. 물빛노을님 보면 여기 피지알에서 서로 아는 분들도 많으시고 여기저기 적극적으로 나서시길래 참 외향적일꺼라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아직 운명적인 친구분을 만나지 못하신것 아닌가요? 언젠가는 물빛노을님과 서로 거리낌없이 지내며 술도 마실수 있는 친구를 만나실 수 있을꺼에요. 그리고 그러길 빌고요. 아참 대회 나가서 좋은 성적 거두세요.
안전제일
03/09/22 01:36
수정 아이콘
좋은 성적 거두세요.^_^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토록 상냥한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을 살짝 조금씩 열어가는 것을 알게 되어서, 나는 점점 입을 열어가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처럼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는걸.
그리하여, 불과 3일전에 같은 아파트에 이사왔다, 라고 하는 것뿐인 사람에게, 당혹스러워 하면서, 옛날의 나였다면 상상조차 할수 없는 내 마음의 가장 소중한 비밀을 털어놓을수 있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것이 조금도 나쁜 일이라고도, 망설여야 할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아직, 올바로 받아들여질지 어떨지, 상대에게는 단지 폐만 끼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불안이 있기는 했지만-]

[뭘 어디까지 어떻게 얘기하면 이해해 줄 것인가-, 오랜 익숙한 무력함이 나를 엄습한다. 우물거리는 나를 보고, 그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아직 얼마나 걷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갓난아기같은, 병아리같이 한심스러운 존재일까. 그것조차, 예전의, 부화되지 않은 알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나보다는 훨씬 나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확실히, 기묘한 다른 계절의 사소한 시작이건지 모른다.
이런 사념이 별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준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확실하게 나를 아주 조금은 변하게 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 것은,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중략)
나는 아마도 지금까지 너무나도, 나만의 괴로움과 나만의 생각, 나만의 고독에만 사로잡혀 있어서, 그래서 그것에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나의 괴로움을 이해해준다,라든가, 내 생각을 밝히는 것만을 생각하는 바람에, 전혀 상대가 인간이다, 상대도 똑같은 인간으로서, 괴로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라는 것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해하려고조차 안 했다-, 나는, 너무나도 내 멋대로인 유아적인 한심한 놈이었던 건 아닐까.
'언제나, 나는 그냥 오로지-, 조금이라도 잘 안 되면, 상대에게 다가선다거나 뭔가 이해하기 위해 손을 이쪽에서 뻗는다는 것 같은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단지 계속 거기에서 도망가버리는 외에는 생각지 못했던 녀석이었어...'
그렇게 하면서,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버리고 와버렸다.
그런 경우에도 정말로 좋아한다는 마음, 곁에 있고싶다, 같이 있고싶다는 마음-, 그런 기분에는 거짓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을 사랑하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언제나, 나는 결국 마지막에는 거기에서 도망쳐 나와서-, 마치, 사랑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모성장 소설에서 발췌했습니다. 더 적절한 이야기가 있는데...못찾겠군요.으하하하^^;
조금 극단적일지 몰라도...다들 비슷비슷 한거아닐까요..
그래서 끊임없이 모이고 이야기하고 싸우는 것이겠지요.그래도..그동안이라도 따뜻하려고요.
날이 쌀쌀해지는 군요..갑자기 술생각이...쿨럭.
Cool-Summer
03/09/22 10:24
수정 아이콘
물빛노을님 저랑 비슷한 성격이시군요^^;; 아니 거의 같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전 아마도 물빛노을님보다 나이가 한참은 많은 것 같은데도..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고쳐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운내세요^^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에 그리 나쁜 일이라 생각치 않거든요^^
그리고 연습 열심히 하셔서 꼭 대회에서 좋은성적 거두시길바랍니다.
화이팅!!
불가리
03/09/22 10:42
수정 아이콘
skku라면, 설마 이주영선수가 참가하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위에 Normal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누구보다 발 넓고 아는 선후배 많다고 자부하는데, 인간관계에서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손해를 보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도 좋은 자산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지만요. 물빛노을님! 먼저 손 내민 친구 분과 의기투합해서, 박정석+강도경선수 급의 호흡을 보여 주세요~ 화이팅~~~
김재준
03/09/22 11:47
수정 아이콘
물빛노을님 화이팅!
그래도 토론게시판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술자리에서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밝은 사람이란걸 알 수 있답니다.
연습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리포트는 잘 되셨나요?
03/09/22 20:25
수정 아이콘
조금은 무뎌딜 필요가 있는 성격입니다만
저도 그랬었고 생각보다 많은분들이 그런경향이 있습니다
힘들때 하소연 할수있고 술사달라고 하고픈 친구들 가지고 싶다면
먼저 그사람이 힘들때 들어주고 술사주시면 뵘니다
행복하세요
Blackthought
03/09/22 20:39
수정 아이콘
1학기에 출전했던 사람인데요 A_A 이주영 선수가 이번 대회에도 참여하실지 궁금하군요~ 저야 지금 병역특례요원이라;; 아무튼 학교 후배 물빛노을님 나가시면 말씀해주세요 응원해드릴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194 즐거운 건망증^^ [1] 주영훈1477 03/09/22 1477
13193 드디어 제가 레벨 7이 되었군요.. [19] 거짓말같은시1844 03/09/22 1844
13192 추게글 영역하실분 없으신가요 ? [23] homy4327 03/09/22 4327
13191 테란의 "신" 간의 대결!! [12] 킁킁3612 03/09/22 3612
13190 '예의'와 '논리' 그리고,, 또 하나 더 [2] 강가딘1464 03/09/22 1464
13188 조선왕조실록의 역사적 의미는? [15] 분수=하비365전2056 03/09/22 2056
13186 핸드폰 나이.. [12] 전유2649 03/09/22 2649
13184 <수원방송배 스타 크래프트 올스타전>에 다녀왔습니다.^^ [6] Artemis3208 03/09/22 3208
13182 [잡담]종족의 우상 [31] 미남불패3594 03/09/22 3594
13181 [어쩌면 유용한 정보]음악과 함께하는 스타리그.(배경음악 모음) [10] HalfDead3045 03/09/22 3045
13180 어제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3] 성원이1498 03/09/22 1498
13179 [스타소설] 유리장갑 - 2 - [4] 신문종1541 03/09/22 1541
13178 [스타소설] 유리장갑 - 1 - [6] 신문종1639 03/09/22 1639
13177 뒤늦은 스타리그 후기. [2] 다쿠2238 03/09/22 2238
13176 [Tip] 로지텍 MX300, MX500 800dpi로 사용하기..... 미사토4134 03/09/22 4134
13175 [잡담]가입인사 및 부러워 하는 것들. [11] Red Virus1538 03/09/22 1538
13172 [잡담]마이큐브배 스타리그 오프닝에.. [21] 후크의바람3120 03/09/22 3120
13171 국내 종족별 3대유저를 모아놓코 팀배틀을 벌인다면 어느종족이 최강의 자리에 오를까요? [38] 초보랜덤3381 03/09/22 3381
13170 지금 이재훈선수 게임을 보구있는데요.. [11] Vegemil-180ml2912 03/09/22 2912
13167 늦은 가을밤... 행복합니다. [11] 무지개너머1495 03/09/22 1495
13166 리플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프로게이머... [29] Movingshot4559 03/09/22 4559
13165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습니다... [5] UnknOwn-MuMyuNG1464 03/09/22 1464
13164 실력 인정, 친구. [12] 물빛노을2046 03/09/22 204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