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8/05 22:23:34
Name 공룡
Subject 스타관련 여러가지 주저리주저리.
1. 역시 스타는 3인 해설이 재미있는것 같다. 2인 해설일 경우 둘 다 전문가이므로 정말 물흐르듯 해설을 하지만 왠지 아쉽다.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될 때는 모르지만 지루한 대치상황이 계속될 때는 한명쯤 만담가가 필요할듯 하다. 그리고 캐스터는 스타를 잘 모르는 초기때가 더 재미있었던것 같다. 나도 잘 알고 있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 모습을 보면 보는 입장에서 흐뭇한 우월의식도 느껴지곤 했는데 이젠 다들 전문가가 되었다. 초기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캐스터라면 당연 임동석 캐스터다. 임동석&이정한 커플은 마치 송재익&신문선 커플을 보는듯 하다. 캐스터의 입담도 그렇지만 해설자 이정한씨가 처음에는 그냥 허허 웃기만 하다가 어느새 같이 동화되어 같이 만담식으로 진행하던 모습도 비슷하다. 좋은 커플인데 따로 진행하게 되어 가슴아프다.(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임동석 캐스터가 뉴스 진행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어색하다.)

2. 몇주간 RPG에 빠져 살았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임시디의 대부분은 RPG류이다. RTS에서 주는 것과는 또 다른 엄청난 몰입감을 주는 사랑스런 장르다. 그렇게 날마다 새벽까지 폐인모드 가동중이던 어느날 오랜만에 동호회 사람들과 스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건물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브가 그냥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알고보니 좌클릭과 우클릭을 헷갈렸다. 요즘 하는 게임과 인터페이스가 달랐기에 착각했던 것이다. 몇번의 삽질(?)을 하고 나서야 겨우 적응했다. 우리나라 게임업체가 내놓는 게임중 많은 수가 스타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듯 하다. 어쨌든 곧 엔딩을 보는 이번 게임을 끝내면 다시 스타를 하고 살아야겠다.

3. 동호회 사람중 지금까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투팩을 쓰는데, 별짓을 다해봐도 안된다. 물론 기본적인 컨트롤과 생산력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가끔 기습적인 하드코어도 해보고 리버나 다크드랍도 해보지만 번번히 실패다. 투팩 멀티 이후에 쏟아져나오는 망할 탱크들을 막을 엄두가 안난다. 요즘 RPG 게임에 빠져 한동안 안하다가 며칠 전에 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강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안하던 원팩원스타를 한다. 항상 투팩을 하리라 생각하고 드랍쉽 견제를 소홀히 했던 잘못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가지 빌드에도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절망감을 느낀다. 생각하는 게이머가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하는데 내게 있어서 이론과 실제는 언제나 별개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나보다.

4. 중계를 보다보면 각각의 주옥같은 멘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말들도 떠오른다.
kpga 김철민 캐스터의 "으아!~~ 많습니다" 하는 소리라던가, 이승원 해설의 "저건 막아도 막은게 아니에요" 이현주 해설의 "성큰위치 좋아요. 캐논위치 좋아요."
무한종족최강전 김동준 선수의 "저거 저거 뚫리겠는데요." 그리고 요즘은 안하시지만 "아! 저 멀티 까야죠!"
온게임넷 전용준 캐스터의 "올라 갑니다! 갑니다!" 김도형 해설의 "그렇죠" 엄재경 해설의 "***게 옳습니다. **** 게 맞습니다."
아이티비 3인방 시절의 "와하하하하하"(그냥 웃느라고 중계를 못하는 경우도 봤다. 정말 재미있었는데.)

5. 겜비씨가 드디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아마 초기 온게임넷처럼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고무적인 일인듯 하다. 엠비씨 자회사라는 꼬리표에 밟히고 채여서 그동안 참 많은 채찍질을 받았겠지만 지금까지는 참 열심히 가고 있는듯 하다. 작년때만 해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달리는 글의 수가 하루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여타 게시판처럼 정신이 없게 되었다. 이제 실시간 방송도, Vod 서비스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6. 겜티비가 갑자기 안나온다. 유일하게 여성부리그를 해주던 방송인데 이제 vod로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 왜 여성부리그가 다른 방송사에서 사라졌을까? 그건 다른 여성스포츠의 초기 그것과 비슷한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이나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병행하면서 하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남자들과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그 갭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듯 하다. 스타 초기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남자들의 실력이 계속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유닛 컨트롤이나 전략, 생산력등에서 너무나 떨어져 보이는 여성게이머들의 모습은 갈수록 눈이 높아지는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부 리포터나 캐스터, 해설자등 게임관련업으로 직업을 전환한 이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게임계를 떠났고 이제는 정말 실력이 좋은 게이머들만 남은듯 하다. wcg 1,2,3위에 빛나는 김영미, 김가을, 이은경 선수를 비롯하여 요즘 신데렐라로 떠오른 서지수 선수, 그리고 GO팀의 맏언니이자 이전 닭길드 마스터(지금도이던가) 이혜영 선수등......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게임내용도 굉장한 수준급이다. 솔직히 나정도의 실력을 가진 게이머에게 있어서 그들의 경기는 딱 눈높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인을 정확한 거리에 일자로 박는등 섬세한 모습을 보면 미소도 지어진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여성부리그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나밖에 없는 대회에서 승패에 따라 눈물을 보이곤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박세리, 김미현 선수가 타이거우즈나 최경주 선수보다 잘할리 없고, 여자농구나 여자배구가 남자들의 그것보다 잘할리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팬들이 있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겜티비 여성부리그에서 그런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듯 하다.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7. 리플레이스페셜 캐스터가 이현주씨로 바뀌었다. 리플레이스페셜은 꽤 인기도 있는듯 한데 컨셉이나 진행자가 정말 자주 바뀌는듯 하다. 어쨌든 인원부족의 이유일지는 몰라도 한사람이 이곳저곳 프로에서 캐스터와 해설자를 번갈아서 하는 모습은 머리가 아프게 한다. 캐스터면 캐스터, 해설자면 해설자 한쪽만 했으면 좋으련만.

8. 프로토스의 암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온게임넷에서 그나마 16강에 진출했던 두 선수의 앞날도 상당히 암울한 상태이고 정말 많은 수가 올라가 희망을 주었던 겜비씨에서는 프로토스들이 다른 종족의 소위 밥이 되고 있다. 8명씩 이루어져 있는 메가매치, 엑스트라매치 두곳에서 3명씩 나누어진 프로토스들중 6위 위쪽으로 있는 선수는 박정석 선수 한명 뿐이고 그나마 공동 4위이다. 정말 프로토스가 많이 올라간 겜티비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는다. 지난대회에서 2위를 했던 기욤 선수의 몰락은 정말 가슴아프다. 아예 한명도 올라가지 못한 아이티비 랭킹전은 볼때마다 씁쓸하기만 하다. 어서 힘을 내야 할텐데...... 토스쪽에 임요환 선수같은 존재가 나왔으면 좋으련만.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드랍쉽으로 신화를 이루었던 것처럼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프로토스의 많은 유닛중에 하나를 영웅화 시켰으면 좋겠다. 그런데 과연 스카웃을 방송경기에서 볼수 있을까?

9. 즐겨찾기에 게임관련 사이트가 30개나 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그중 20개 이상이 스타관련 사이트이다. 주책이다. 그런 면에서 pgr는 그런 생각을 조금 덜어줄 수 있는 곳이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나와 비슷한 연배도 많고,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글을 쓰는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게시판에서 글쓰기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이곳과 또 한곳만이 주로 글을 쓰는 곳이다. 마치 양날의 검처럼 게시판이 유명해지면 늘 생기는 문제들로 인해 정이 떨어지곤 한다. 사람끼리 말을 할때 먼저 욕을 하는 사람이 진다고들 한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욕이라는 감정적인 무기로라도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생각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진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듯 하다. 그런 면에서 pgr은 정말 대단한 곳이다. 이렇게 유명한 곳이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건지 다른 게시판에 비해 월등한 이곳에서도 서운한 글들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자기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은 모두 초등학생 이하라고 생각하는듯한 사람들을 이해하기에는 내 수행이 아직 부족한듯 하다.

10. 원래 8번까지만 쓰고 줄이려고 했는데 왠지 꼭 10번을 채워야만 할듯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다른 글을 쓸때도 느끼는 것이다. 항상 3이나 5, 7, 그리고 10으로 끝나야 속이 후련한 느낌이다. 아마 대부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듯 하다. 왜 그럴까? 그런데 최근들어 12로 마치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스타의 부대지정 숫자때문인듯 하다. 착각일까? 워크3 방송을 보다보면 은근히 데리고 다니는 단일유닛의 숫자가 보통 12로 되어 있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나저나 시작하고 나서 주저리주저리 쓰기는 했는데 이제 뭘로 마무리를 짓는다? 무턱대고 글을 쓰기는 하는데 꼭 끝맺음을 할때쯤 되면 어떻게 마쳐야 할지 고민이 되곤 한다. 그래서 내가 스타할때 꼭 초반진행은 잘하다가 중반 이후가 되면 빌빌거리나보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할텐데...... 다행인 것은 이렇게 의미없고 긴 글을 써도 욕먹을 걱정이 없는 사이트라는 것이다. 물론 자주 쓴다면 속으로 많이들 욕을 하겠지만.

요즘 잘 다니는 홈 하나가 닫혀있다. 아마도 디자인 변경이나 개편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홈이 닫혀있으면 대부분 서버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언제 정말 폼나는 홈을 만들고 싶다. 스타관련 사이트라면 더 좋을테지만 감당이 되지 않을듯 하다. 손님일때야 이렇게 거리낌 없지만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다. 2년여간 어떤 게시판 운영자를 한적이 있지만 정말 운영자는 할것이 못된다. 물론 그러한 이유로 게시판 운영자들을 존경하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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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05 23:22
수정 아이콘
^^ 볼때마다 공룡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야기 하고 싶은게 많은데 차마..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공룡님이 대신 해주시는 것 같네요. ^^;; (전 공룡님이 자주간다는 그 곳. 지금 닫혀 있는 그 곳.이 어딘지 알죠. ^^)
설탕가루인형
02/08/06 00:17
수정 아이콘
으음...아무리 생각해도 도형님 맨트는 "그런의미에서"같은데..^^;
02/08/06 00:29
수정 아이콘
파와님의 발더 홈피?
02/08/06 13:10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제가 도형님 해설 보면서 느낀건...진짜 도치법을 많이 쓰신다는 거죠. 예를 들어 " 임요환 선수 위험해요..지금~~" "성큰이 너무 없어요. 지금~~""등등 항상 지금이 뒤에 붙는다는 ㅎㅎ
waterbrood
02/08/06 15:01
수정 아이콘
겜TV Vod보니까 잼나던데요....특히 혼성 팀플전은...^^;
암튼...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글이네요...^^
공룡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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