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3 17:41:18
Name 아휘
Subject [잡글] 술 이야기.


(정말 술 땡기는 일이 생겼네요. 아흐!~ 1시간 넘게 쓴 글을 등록하는 순간, 사용권한이 없다는 등, 서둘러 되돌아가니까 경고: 만료된 어쩌구 저쩌구가 뜨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넷상에서는 '애드리브'로 쓰는 편이라 그냥 썼더니 이런 망할 일이. ㅠ.ㅜ 그래두 오기가 생겨 다시 쓸랍니다. 과연 기억만으로 온전히 썼던 걸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 으........멱ㅈ벌며냐ㅛㄷ잭ㅈ더ㅠㅇㅁㄴ)




......



외딴 '벙커',
하지만 그곳에 계신 님들끼리는 절대로 서로를 외진 곳으로 내몰지 않는 곳에서
어느 님에게 '술'에 관한 댓글을 달다가
조금 길게 늘여 써도 좋겠다 싶어 씁니다.
어제 p.p님 글의 영향인지 제목을 저렇게 달아놓고서.


제가 처음 술맛을 보게 된 건 열 두 살 무렵이었습니다.
친지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가 불쑥 술잔을 내미셨습니다.
대충 거절해도 되련만 저는 덥썩 그 술잔을 받아들었지요.
그 방면에서는 '싹'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캬~ 그 맛이란!
저는 그때 제 삶에 있어서 술을 빼놓을 수 없다는 걸 예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예감을 실천하는 삶이기 위해 저는 지금도 '가열차게' 술과 함께 살고 있답니다.
-_-vV


술에 관한 한, 저는 우성인자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술을 잘 하시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술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걸 닮은 모양입니다.
문득 그 분들과 나눈 술자리에 대한 기억이 나네요.
재수하던 시절 처음으로 어머니가 집에서 살림을 했었는데, 학원에서 돌아오면
돼지갈비집을 데려가 소주잔을 채워주곤 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강원도 중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뺑이'치던 아들놈에게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면회를 오셔서 외박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시간동안 1차, 2차, 3차 곤드레만드레 떡이 될 때까지 아들놈을 마시게 하시던, 당신 역시 그렇게 마시시던, 그것도 부족해 노래방에 꼭 가자 하시던, 이등병의 편지를 꼭 부르게 하시던, 그리고 소리없이 우시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 양반들이 안 계시는 빈자리가 꽤 크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에이~! 흐린 가을날이라고 괜시리 센취!해지려고 하네요.
뚝!~


술 하면 중고등학교때 몰래 마시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지요.
어찌 그 맛을 다시 느낄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월이란 놈이 씨익 쪼개는 모습만 보고 말겠지요.
그래도 본격적으로 제 인생에 술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대학 시절이었던 같습니다.
워낙 전국의 술꾼들이 모인 과였습니다. 글쟁이들이 모인 과가 어디 가겠습니까.
선후배 교수강사 여자남자 평일휴일, 그 어느 것도 가리지 않고 참 많이도 퍼마셨던 것 같네요.
땡기는 날은 땡긴다고 마시고, 안 땡기는 날엔 안 땡긴다고 마시고,
그때의 저에게 있어 술이란 놈은 '존재하는 이유'였지요.
언젠가, 학교 소모임에 술에 관한 기억을 모아 글조각으로 남긴 적이 있었어요. 이름 하여,
'술 취한 여자의 양상'이라는.


혀꼬인 소리로 했던 소리 또 하고,
과격해지며,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시비를 건다거나,
화장실에 가서 안 나온다거나,
운다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고 소리로만 운다거나,
소리내지 않고, 눈물만 흘린다거나,
잔다거나,
자꾸만 안기려고 한다거나,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담배를 한 모금만 빨고 버리면서 한 갑을 날린다거나,
갑자기 정치적 인간으로 돌변해서, 이 나라가, 하면서 열변을 토한다거나,
"씨, 사랑하고 싶단 말이다."라고 말한다거나,
좀 더 노골적으로 "섹스하고 싶다."라고 말한다거나,
반대로 갑자기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하게 하는 결벽증자가 된다거나,
"죽자! 우리!" 하면서 건배를 한다거나,
화장실에서 토악질을 하는 것을 도와주려고 등 두드려주고,
입 닦아주고, 머리 감겨주니까, 느닷없이 키스를 퍼붓는다거나,
그러면서 그의 이름을 부른다거나,
무조건 집에 안 들어간다, 고 떼를 쓴다거나,
처음 먹는 닭똥집이라고 해놓고 없어 못먹을 정도로 먹는다거나,
열이 올라 부채질을 하면서 땀을 흘린다거나,
갑자기 튀어나온 토사물을 자신의 가방에 고스란히 담는다거나,
안 취한척 발음에 신경을 써서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말한다거나,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가야 한다고 우긴다거나,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나서 춤을 춘다거나,
허,한 담배연기를 내뱉으면서 역시 허,하게 바라보기만 한다거나,
어딘가로 사라진다거나,
"나 안 취했어, 안 취했다니깐? 볼래?" 라고 끊임없이 말한다거나,
반대로 한 잔 마시고, 취했어, 라고 쉴새없이 말한다거나,
살아온 지난한 삶을 고단하게 얘기한다거나,
고개를 숙이고 빈 잔만 매만진다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한 곡만이면 다행인데, 계속 부른다거나,
그만 부르라고 말하면, 짜증을 낸다거나,
얼굴 빨개졌다고 트윈케익을 꺼내더니 삐에로 같은 얼굴이 된다거나,
같은 자리의 남자와 돌아가면서 키스를 한다거나,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담아 원샷하고, 화장실 가서 바로 위액까지 쏟아버리고,
돌아와서 입을 닦으며 다시 종이컵을 들이민다거나,
선배님,에서 오빠로, 거기에서 "야! 니가 그렇게 잘났냐?" 로 순식간에 바뀐다거나,
"요즘 병원다녀"라면서, 동정표를 호소한다거나,
씨바, 씨바 하면서 갑자기 욕쟁이 할머니가 된다거나,
까닭없이 히스테릭 해진다거나,
술취한 사람들을 챙겨주기 위해서 술자리에 낀다거나,


"세상 말세여, 워째 여자들이 저렇게 막돼먹을까." 라고 말씀하시는
점잖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같은 여자지만 너무했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보편적인 관념 상 다소 지저분한 양상도 있긴 있죠.
하지만 그 기억들이 저에겐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이지요.
아스라한 추억이든, 지독한 시간이든, 그건
저의 몸과 마음에 기록된 기억입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여자들 하고 술을 많이 마셨냐구요?
네, 그랬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에서 80% 정도가 여자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님연배의 남학생들이나 기타 등등을 빼면 '젊은 남자'는 더 적었지요.
수요가 넘쳐나는데 어찌 공급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다.
하하, 저도 소시적엔 자드님 못지 않았답니돠!
작업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알아서들 작업 들어오는데 뭐하러 들어가겠습니까.
(전 pgr의 자드화!~~ -_-;;; 락골렘의 스톤 던지는 소리가! 후다다닥~ 포탈 타고 튀어야겠네요 ^^)


그 기억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술 마시며 우는 여자였지요.
무슨 상당한 것마냥 통곡하는 게 아니라, 넘쳐날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사실 술자리에서의 그런 눈물은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좀 그런 것 같아요.)
말없이 술잔 기울이고 있다가 소리없이 툭,
눈물을 떨구는 그런 여자 말이죠.
그 모습은 시리도록 따스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술에 취한 여자의 양상을 따스하게 바라볼 만큼의 낭만도 허락하지 않네요.
그러기엔 '현실'과 '일상'의 늪이 꽤 깊은 듯합니다.
"얼마나 마셨어. 얼굴 봐라. 몸에도 안 받는 술 좀 작작 마셔라!"라고 애인에게 잔소리를 하는
나를 만날 때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서글퍼지곤 한답니다.


어쨌거나, 저는 술을 좋아하는 제가 좋습니다.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잃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특히, 이 나라에서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실 줄 안다는 것은 단점보단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부턴 그곳에서 제가 그 님에게 단 댓글입니다.)
가령, 부랄친구(금지단어 아니죠?-_-)들을 만날 땐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야근하다 출출할 땐 24시간 영업하는 중국집에서 짬뽕시켜놓고 빼갈을!
일 때문에 접대받을 때는 여자 나오는 민망한 혹은 부담스러운 술집(전 그냥 술 마시면서 노래부르는 게 좋은 거지. 시중 드는 여자들은 싫어요!-_-)에서 양주를!
비오거나 흐린 휴일에는 부침개를 만들어 막걸리를!
뭔가 좀 그윽하고 싶은 감성이 발동할 때는 흑주(혹시 아세요? 은근히 취하는 게 매력인 술입니다. 물론 많이 마셔야 하기 때문에 돈 많을 때나-_-;;)를! 목이 칼칼할 때는 맥주를!
그에 따라 먹을 안주도 세상에는 참 많죠.
비록 늘 저의 내장은 "뭐, 이 따위 주인이 다 있어!"라고 항변하거나 때로는 따끔하게 혼줄을 내곤 합니다만,
그래서 며칠 앓아 누워야 할 때도 있지만, 심지어 병원신세를 지기도 하지만
전 술을 좋아하는 제가 좋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세상 참 살맛 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맛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합니다.


아무리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특히 좋아하는 것도 있겠죠.
우선, '산'소주를 좋아합니다. 원래 "진로 아니면 안 마셔1" 주의였는데
같이 일하던 선배가 하두 귀찮게 굴어서 "함 마셔준다." 한 뒤로 계속 마시고 있습니다.
저의 체질에는 '산'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두산팬은 아닙니다.
롯데팬입니다. -_-
참치회 집에서 파는 '죽통술'도 좋아합니다.
이놈을 마실 땐 정말 세상을 건들건들 농담처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굴 안주(혹은 굴이 들어간 해물파전)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의 걸죽함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데낄라 꾸에르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죽염, 레몬, 원두 다 필요없습니다. 뭐, 꼭 폼내서 마시지 않아도 맛있습니다, 정말.


얼마 전 위스키 관련 기사를 쓰다가 위스키매니아 카페에 가게 되었는데,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모두들.
저 같은 놈은 입 꾹 다물고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하겠더라구요. 머리 박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정말이지 대단한 술에 대한 편력!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술에 대한 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다짐했습니다.
pgr에도 숨은 '술고수'님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그 어느 곳이라고 없겠습니까만은 아마도 이곳에도 꽤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술에 관한 편력 집착,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좋은 술도 추천해주시고요. 추천해주기만 하는 건 그 술에 대한 모독이다 싶으면
사주셔도 괜찮습니다. 기꺼이 받아 마시겠습니다! ^^;


pgr이니까 '알콜스타' 얘기가 빠질 수 없겠네요.
얼마 전, '삐삐토크'에서 홍진호 선수가 음주 후 대회에 나가 우승했단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저글링 열 마리의 모든 움직임이 보였다!"라고 말한 것,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박장대소를 했더랬지요.
홍진호 선수의 경지에 비하면 단 2%의 수준에도 못 미치겠지만
저두 알콜을 섭취하면 스타가 잘 되는 편입니다.
전투력, 승부욕, 근성이 상승되기도 하지만,
술을 마시면 게임을 게임 자체로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상대편이 맵핵이든 말든, 맵핵이냐고 묻든 말든, 욕을 하든 말든,
그냥 그려려니, 저런 인간들도 이 땅의 인터넷문화의 '부분'이 아니더냐.
뭐, 갑자기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스타를 하고 그런답니다. 허나!
그건 좋게 술 마셨을 때의 얘기지요. 불편하게 술을 마신 후에는
얄짤없습니다. 잘못 걸리면 '따이'임돠. 개매너 앞에서 도베르만 됩니다. -_-;;;
암튼 pgr님들의 '알콜스타' 실력은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또 아나요.
pgr에서 알게 된 님들과 술을 마시게 될 날이 올지.
(사실 이번 주말이 그 날입니다. 조금만 설레려고 노력중입니다. ^_^)
또 또 아나요.
pgr의 어느 님과 꽤 친해져서 어느 늦은 오후, 대뜸 전화를 걸어
"님, 술 고프지 않으세요? 여기 근방이에요. 나오실 거죠?" 라면서 과감하게 민폐를 끼치려고 들지.
그리고 어느 허름한, 그래서 그윽한 술집 귀퉁이에서
살아'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그런 삶은
30년산 발렌타인을 늘 마실 수 있는 삶보다 더 풍요로울 듯합니다.


쓰다 보니까 글이 길어졌네요.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신 모든 분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꾸벅



......



(지나친 음주와 흡연이 가끔은, 그 사람을 살게 합니다. 아휘광고위원회~ ^^;;)




p.s

날아간 글 다시 썼는데, 저의 기억력을 의심했는데, 얼추
지워진 것처럼 쓴 것 같네요. 술을 그렇게 마셔 뇌세포는 많이 죽었지만, 저에겐 또 다른 힘이 있나 봅니다. 그렇게도 못 살게 굴어도 가끔은 저의 내장이 힘을 빌어주곤 하지요.
고맙다, 내장아.
^_^


적합한 단어가 아니라구 두 번이나 back! -_-
이번에는 제발!~




By 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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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02/10/03 17:48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인 저인데.. 왜이리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지 크흑.. ㅠ_ㅠ

글 정말 잘쓰시네요 ^^
저도 예전에 인터뷰 번역글을 한번 날려 먹은 적이 있습니다. ㅠㅠ
그때 저 역시 오기 때문에 +_+ 다시 처음부터 번역해서 글 올린 기억이 나는데... 그나마 별로 긴 글은 아닌데다 번역도 허-_-접해서 그게 가능했었죠...
이 정도 길이에 이 정도 퀄리티^^의 글을 되살려 내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신 아휘님^^
저야 술을 아예 안 하기 때문에ㅠㅠ... 사람들과 술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 점은 참 아쉽습니다. 아휘님 이번 주말에 pgr에서 알게된 분들과 한잔 하시는 모양이죠? 그럼 혹시... 2차 3차로 음주스타까지?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02/10/03 18:19
수정 아이콘
전 맥주 두잔, 소주 한잔 들어가면 바로 온몸이 빠~~~알갛게 변하는 체질입니다...
술먹다 보면 항상 나오는 말입니다... 너 혼자 술 다먹냐..!!!
이 소리 들으면 열 받아서-_- 더 먹습니다..
전 술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항상 술자리는 빠지지를 않습니다...
건전한 술 문화를 정착시킵시다... 폭탄주 시로...-_-;;;
02/10/03 18:31
수정 아이콘
아휘님 언제 한 잔 하시죠.^^ 꿀꺽.

저도 글쟁이들 있는 과를 나온지라 대학 3학년 때 위장에 소위.. 빵꾸가 나도록. 한동안 술을 안마셨죠, 하지만 제버릇 개주나요. 빵꾸나기까지 대작 시합 53전 53승 53Ko승의 뛰어난 성적. 100일 연속 술마시기 기록 갱신 등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한 업적을 남겼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꾸부라져서 소주 두병이면 맛이 갑니다.
참고로 제가 즐겨하는 술+안주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주 + 콜라(일명 방업 소주) / 두부김치 (배고플 땐 물량 두부)
소주 + 껍데기 or (돼지)볼따구
소주 + 밴댕이 구이
맥주 + 바베큐 or 골뱅이(소면)

가장 좋은 안주는 역시 여자 얘기(짝사랑, 실연 등등) 주안역 앞의 왕코밴댕이에서 2000원에 10마리 나오는 밴댕이 구워 먹으며 신선놀음하던 재수시절이 그리워지네요. 짭짭.
02/10/03 18:41
수정 아이콘
놀이하는 사람들, 섬, 지리산, 투웨니썸싱..
아직 거기 있을 지..내 지갑을 털어가며 술 인생을 같이 했던 추억의 장소들.. 흐흠..놀이터도 추가해야 겠군요.. 이젠 그만큼 마시지 않죠. 술취할 핑계거리가 점점 줄어 들어버려서...
02/10/03 18:44
수정 아이콘
p.s) 제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 - 술 마시다 사라지는 사람들. 특히 쌍으로..-_-+
02/10/03 19:00
수정 아이콘
첫사랑으로 가슴 앓이 할때, 술 한잔 하고 소리없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엔 기분 좋게 마시다가도 술이 오르면 항상 가슴이 아파오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 한줄기가 뺨을 적시고 있는 겁니다.ㅠㅠ
결혼하기전 직장 다닐때는.... "미치자" 주의 였는데 우리 술친구들의 발광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죠.
저는 요즘 소주가 좋아지고 있는데요.
맥주보다는 쓰고 아련한 그 무언가가 술다운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갑자기 술 생각나네요. 감기 걸려 골골거리면서도 술이 생각나는건 ...
항즐이
02/10/03 19:04
수정 아이콘
늦게나마 아휘님과 이번주에 만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를 불러주셔서 영광이네요. ^^
ataraxia
02/10/03 20:18
수정 아이콘
술취한 사람 업고 가는게 제일 힘들죠....어제도 에휴....적당한 음주를 합시다~^^;;
02/10/03 21:01
수정 아이콘
야~ 오늘 겜비씨의 임요환선수와 최인규선수의 경기, 정말 재미 있네요. 임테란, 0:2에서 기어코 2:2로 만들어 5차전까지 가네요. 역시 테란의 황제답습니다.

pgr 여긴 기혼도 더러 계시는지라 제 마음 아실겁니다.
아버지들은 딸애를 더 사랑합니다. 자식 사랑에 아들,딸이 구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리고 당연히 아들이 든든하고 믿음직하지만, 사랑스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딸에게 더 향합니다.
전 딸을 키우면서 항상 걱정이 되더군요. 딸애를 사모하는 고등학생 넘이 밤 열시 넘어 용감하게 집으로 쳐들어 왔을 땐, 우리 딸애가 남의 눈에도 이쁘게 보일만큼 자랐나 싶어 대견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래서 융숭하게 접대해서 돌려 보냈지만, (다음날 회사에서 자랑했더니, 제 나이또래의 동료들은 그넘 다리 몽둥이 부러뜨려 보내지 그냥 보냈냐고 절 이상하게 보더군요?)
한국의 대학문화, OT 때 신입생에게 술 퍼 먹이는 게 제일 걱정 되더군요. 변한다고 해도 그 문화가 어디로 가나요?
그래서, 일찌감치 딸애에게 어릴 때부터 술을 가르쳤습니다.
아들 넘은, 여기서 한번 얘기 한 것 같은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술 사 주십시오. 제일 처음 마시는 술은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할 때 사주고 그담부턴 알아서 먹겠지 하고 내버려 뒀습니다.
딸애는 차근차근 술을 가르쳤습니다. 우리 애들은 생선회와 생선초밥을 무척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생선회와 소주 한잔씩,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올해 대학 들어가서 OT 다녀 왔습니다. 딸애 붙들고 어땠냐고 물어 보았지요.
흐흐... 술 마시기 시작해서, 신입생여학생 쓰러지고, 신입남학생 쓰러지고, 선배여학생 쓰러지고,
새벽에 마지막 대작하던 선배남학생 쓰러지고 나서 여학생들을 한방에 몰아 옮기고 문 딱 잠그고 잤다고 하더군요. 우하하하 ^^
다음날부터 학교내에 괴물이 하나 신입생으로 들어 왔다고 소문이 짜아게 났다는... 크크크 ^^

아휘님의 술 실력 들으니 은근히 걱정이 되네요. 그래서 딸애에게 이번 주 토요일 저녁 스케쥴 비워둬라, 같이 나가자 고 했지요. 에휴, 저도 이젠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가 됐나 봅니다. ^^;;;
02/10/03 21:47
수정 아이콘
저희집은 부모님은 술만 들어가시면 쓰러지시는데,.....
저와 제 동생은 무서울 정도로 쌩쌩하답니다.~!!!!
저는 대학와서 처음으로 먹었는데....
(물론 수험생활에 100일주를 안먹으면 시험을 못본다고 해서.. 쪼끔 마시긴 했지만....)
저도 대학 신입생때 선배들의 시선의 한 몸에 받으면서 독하다고 소문이...
그 뒤로 항상 술자리 뒷처리하는게 얼마나 고생인데....
p.p님의 따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 같네요... ^^;
02/10/03 22:25
수정 아이콘
아! 괜히 빼는 게 아니라요.
술을 '잘' 마시는 게 '많이' 마시는 거랑 다른 거자나요~! -_-;;;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두 한창땐 꽤 마셨지요. (아! 넘 상투적이다)
지난 98년에 마지막으로 위장 때문에 병원 신세 진 뒤론 그럭저럭 견디고 있는 건, 제가 폭주를 하지 않은 이유 하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빼지는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는데 양이야 뭐 중요할까요. ^^
예전에 학원강사 할 때, 부원장네 집 놀러가서 장식장의 양주 쓸어버렸었죠. 그 사람 초대해서 "우리 집 술 마시는 사람 없으니까 맘껏 마셔요 국어선생님."해서 말 그대로 했더니만 담날 회의때 앓는 소리를 하더군요. ^_^;
흠. 그나저나 이놈의 감기 빨리 떨쳐버려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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