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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06 20:04:54
Name 메카닉저그 혼
Subject 에이스카드 활용으로 살펴본 프로리그 3라운드 결승전
글이 기니까 3줄 요약을 먼저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스갤식으로 반말한 것이니 화내지 마시길 바랍니다. -_-;)

정감독님 엔트리는 최상이었다.
조용호 선수는 1승 1패로 잘했다.
그러니까 찌질이들은 두 분 그만 까라. -_-


“아~ 차재욱- 차아 재애 우욱----”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에서 안정환 선수를 연호한 이후 이렇게까지 한 선수에게 감동받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큰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 믿음에 언제나 한결 같은 보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요...

어제 너무나 멋진 프로리그 결승전이 있었죠.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보냅니다.

그런데 7경기 조용호 선수의 출전에 대해 말이 많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경기 내용이 약간 싱거웠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은 아주 결과론적인 얘기로 감정적 대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리그는 카드싸움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카드 활용을 극대화하는 감독의 역량이 아주 중요한 것이겠지요.

자, 당신이 감독으로서 결승전 엔트리를 짠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떤걸 고려할 것입니까?

일단 상대방의 카드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겠죠.
여기서 정수영 감독님은 거의 맞췄고, 이명근 감독님은 거의 틀렸습니다.
이것은 양 감독님의 능력 차이 라기 보다는 양 팀이 보유한 카드의 다양함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그 다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해야겠지요.
핵심사항은 자신의 에이스 카드를 선봉에 배치할 것인가 마무리를 맡길 것인가 입니다.

제가 추측컨대 정수영 감독님은 그 많은 KTF 선수 중에 에이스 카드를 강민 선수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명근 감독님은 당연하게도 차재욱 선수를 생각한 것이고요.

정수영 감독님은 상대방의 선봉과 마무리를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강민 -> 박정석 -> 김정민 -> 조용호의 카드를 내밀은 것이죠.
맵도 고려를 했겠지만, 자신이 믿는 카드 순으로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봅니다.

팀플은 스타급 센스가 넘치는 선수들을 적당히 배치했고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정감독님은 아주 공격적으로 엔트리를 짠 것입니다.

(테란으로 치면 8배럭, 플토로 치면 전진 2게이트, 저그로 치면 7드론 정도?)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유한 카드가 뻔한 이명근 감독님은 후반을 도모하며 처음부터 4:3승리를 작정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테란으로 치면 1팩 더블커맨드, 플토로 치면 선포지 더블넥서스, 저그로 치면 12드론 앞마당 정도?)

이명근 감독님을 고민에 빠뜨리게 한 카드는 전태규 선수와 박명수 선수입니다.

6명 이상이어야하기 때문에 뺄순 없고  6, 7경기로 돌리고 5경기 내에 승부를 볼것인가
아니면 1, 2경기에 전진 배치해서 설령 안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3경기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이명근 감독님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0:2의 상황에서 반드시 잡아야할 3경기에서 차재욱 선수 다음으로 믿는 카드를 배치했습니다.
바로 한동욱 선수죠. 레퀴엠에서 저그, 플토, 테란 누구와 싸와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믿은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사실상의 선봉은 한동욱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감독님의 후반 도모형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는 신정민 선수입니다. 신정민 선수가 팀플과 개인전에 골고루 나오며 3번 중 2승 이상은 거둬주길 기대했습니다.

(탈진할 정도로 열심히 하며 자신의 역할을 120% 완수한 신정민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작전의 화룡점정은 바로 가장 믿는 카드, 차재욱 선수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4, 6경기에서 신정민 선수가 랜덤이 아니라 테란으로 했음에도(아마 네오 기요틴에서 테란, 저그가 좋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차재욱, 한동욱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팀플에서 중요한 호흡을 고려한 면도 있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3, 7경기를 반드시 잡아야한다는 감독의 의지의 표명이 아닐까 합니다. 즉 상대 엔트리와 상관없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준비하기 위해 경기 부담을 줄여준 것입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에이스 카드를 7경기에 두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가 끝날 수도 있죠.
에버배 결승에서 한빛 이재균 감독님이 7경기에 박경락 선수를 배치했거나,
2라운드 결승전에 소울의 김은동 감독님이 7경기에 에이스 변은종 선수를 배치했다가,
그 전에 경기가 패해 그 카드를 써보지도 못한 걸 생각해보면 그것도 또한 하나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다보니 개인전 카드만 분석했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팀플은 양 팀 다 무난하게 짰고, 무난하게 2:1로 나눠가졌다고 생각하기에 별로 분석할 게 없네요.

이제 양 팀 감독님의 작전이 얼마나 맞았는지를 살펴봅시다.
정감독님의 구상이 꼬인 것은 다름 아닌 바로 1경기입니다. 4:0 내지 4:1 정도를 예상했던 정감독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선봉으로 나온 강민 선수의 승리였는데, 전태규 선수의 엔트리를 맞추고도 패배한 것은 너무나 뼈아펐습니다.

반면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1승을 챙긴 이감독님은 우승을 예감한 순간이었을 것이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결승전 MVP는 전태규 선수에게 주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주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실질적인 선봉대결이었던 박정석 선수가 한동욱 선수에게 졌을 때 이미 우승컵은 7, 80%정도 KOR에게 넘어갔었다고 봅니다.

여기서 의문은 정감독님은 3경기를 차재욱 선수로 예상했었습니다. 한동욱 선수가 나온 것은 결과적으로 상대를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레퀴엠에서 테란 킬러 박정석 선수에게 전진 2게이트라는 좀 도박적인 전략을 썼느냐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선포지 후 질럿 캐넌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이것은 순수하게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겠지요...

아무튼 예상대로 치열한 허리싸움 이후 대망의 7경기.
마치 야구에서 선발이 강한 팀과 마무리가 강한 팀의 경기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과 완전히 정반대로 마무리가 강한 팀이 유리하게 되는 것처럼 승부의 추는 KOR로 넘어간 상태가 됩니다.

사실 KOR에서 가장 믿는 카드이며 자이언트 킬러라고 불리우는 차재욱 선수이지만, 조용호 선수를 압도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미리 치밀하게 연습해온 것인지, 아니면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바꾼 빌드인 것인지 몰라도 안전하게 3해처리로 가지 않고, 2해처리 레어로 가며 초반 바이오닉 한방러쉬에 무너진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조용호 선수가 상처를 빨리 씻고 그랜드파이널에서는 MVP급 활약을 하길 바라겠습니다.)

어쨌든 두 팀 감독님 모두 어제 경기에 대해서 아쉬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 다 자신이 가진 카드의 장점을 극대화했고 최선의 선택을 했었다고 봅니다.

다만 정감독님의 강한 ‘선빵’을 잘 피하고 카운터블로우를 성공시킨 이감독님과 KOR선수단에게 축하인사를 드릴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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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스타
05/02/06 22:00
수정 아이콘
정확한 분석글인데 리플이 없어서 아쉽군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아 그런것 같군요.
지금 당골왕 때문에 난리났거든요.
쩝...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유신영
05/02/06 22:08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이었습니다.
여자예비역
05/02/06 23: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지난번 엠겜팀리그 T1전에서의 차재욱 선수의 활약이 생각나는 군요.. 대놓고 비교하기엔 엔트리의 최강성(??)이 좀 다르지만.. 차재욱 선수가 정말 잘 한겁니다.. 앞으로도 좋은 플레이가 기대 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들은 패배의 원인을 잘 알고 있겠지요.. ..했더라면 식의 비난은 정중히 삼가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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