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간이 나서 '아일랜드' 를 보러갔습니다.

'천군' 과 '우주전쟁' 이 저를 갈등하게 만들었지만, 왠지 '아일랜드' 가

제 입가에 있더군요. 여자친구가 없는 데다 친구녀석들은 다들 바빠서

저 혼자 보러갔습니다. 참 당당하게도요. 거의 1년만에 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자금의 압박과 술을 생명처럼 여기는 저는

영화를 볼 돈이면 소주를 더 먹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서요.

정확한 런닝타임은 모르겠습니다. 왠만하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제가

런닝타임을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그만큼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멍한 상태로 한참을 있었죠.

설득력이 부족한 장면은 몇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링컨6 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단4 델타(스칼렛 요한슨)의 경우 약간의 신체접촉에도 요원(?)들이 찾아와

둘을 떼어놓는데, 대체 임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인공수정의 결실인지..

또 그토록 '아일랜드' 에 가고 싶어하고 당첨을 기뻐하던 조단 4 델타가,

링컨6 에코의 말 한마디에 졸래졸래 따라가는 부분도 설득력이 없었구요.

이외에도 인간복제가 저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들은

적이 없는 것인데, 그 부분도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릴만 했습니다.

하지만, 각설하고, 일단 둘이 도망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시각이 짧아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액션씬은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링컨과 조단이 그 세계를 나와서 바깥세상을 처음접했을 때 빠르게 회전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마지막 장면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은, 똑같은 외모와 음성을 지닌 두 사람,

복제인간인 링컨 6 에코와 스폰서인 탐 링컨이 흑인 요원의 총부리앞에서 서로 자신이

스폰서라고 주장하다가, 링컨 6 에코가 스폰서의 손목에 교묘하게 인식표를 부착하는 장

면이었죠.


저는 영화 볼 줄 모릅니다. 영화광도 아니고 큰 관심을 갖고 있는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영화를 보는 기준은 단순한 시각적인 효과가 아닌 장면 장면의 구도와,

영화자체의 일관적인 분위기,

그리고 티켓값이 아깝냐 아깝지 않으냐의 세 가지 기준인데,

'아일랜드'는 저에겐 위의 세 가지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 영화였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정말 감독에게 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