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06 09:47:45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지적 권위주의 對 감정 권위주의


‘지적 권위주의’란 매사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원래 권위주의란 게 수평관계보다 수직적 관계를 축으로 이루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논리를 내 논리에 종속시켜야 속이 후련하다.

‘지적 권위주의’성향이 있는 이들에게 ‘앎(知)’은 가장 중요한 척도다. 매사 ‘너 그거 알아?’하며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따지기 좋아하고 상대의 이해력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지적 권위주의’는 ‘앎’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경향성이다. 논리와 사실을 바탕으로 하므로 대개의 경우 합리적이지만 권위주의적 색채가 짙어지면 제3자를 무시하거나 냉소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앎’을 최종 결론으로 미리 단정하고 논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토론이 아닌 설득이 된다. 일방적, 배타적 논의다.

'감정 권위주의' 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은 하나의 허울에 불과하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경향을 말한다. 논리를 따지기보단 일단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대화의 형식을 취해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정 권위주의' 성향이 있는 이들에게 '감정'은 가장 주요한 척도다. 매사가 내 마음에 드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 모든 기준이 된다. 자신의 호, 불호의 감정이 생겨난 이유는 중요치 않다. 단지 지금 좋거나 싫거나 하는 감정이 중요할 뿐이다.

'감정 권위주의' 는 '감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려고 한다. 감정은 원초적인 것이므로 감정상 끌리지 않으면 옳지 않은 것이 된다. 합리성은 가식이면 해박한 지식은 자신보다 우월함을 과시하는 행동일 뿐이기에 들어야할 가치가 없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 결론은 '그래, 너 잘났다.' 혹은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 라고 나오게 된다.


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 양측은 지적 권위와 감정 권위로 맞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결론이 나기 힘들다. 아니 서로 싫다는 감정을 지독스레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를 설득시키거나 이해를 구할 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연하게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도 부족하다. 인간은 머리와 가슴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상대가 합리적이건 감정적이건 상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다면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 해도 그것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위장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호소하여도 그땐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진정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지속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되어야만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벗길 수 있다. 의심이 벗겨진다 해서 상대가 자신의 주장을 믿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일 최소한의 준비가 된 것뿐이며 그것은 바늘방석 위의 풍선처럼 위태로운 것일 뿐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나마 쓸데없는 충돌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며 혹은 화를 내기 전에 화를 내고 난 뒤의 결과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토론처럼 치열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만큼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나 말싸움처럼 서로의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망가트리는 일도 없다. 토론과 말싸움의 차이는 화를 내고 난 뒤의 결과를 생각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이곳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상의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 준비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ps.  흠, 이걸 왜 쓴 거지? --;;

ps2. 말이 짧아 죄송합니다.

psp. 사고싶다.

ps3. 어느 기사(?)를 보다가 주절거렸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sycho dynamic
05/09/06 09:57
수정 아이콘
어느 기사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유시민의원님을 비판한 오마이뉴스 기사죠?.. 상당히 공감가는 기사더군요.
100분토론에서의 유시민 의원님의 논리 정연한 일갈에 가슴이 후련했었는데 그 기사를 보니까 그게 또 그런게 아닌가 봅니다.
어찌되었던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근데 아.......
이 댓글을 왜 쓰는거지? --;;
낭만드랍쉽
05/09/06 10:1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토론할때 명확한 이유분석과 대안이 있다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겠죠.
100분 토론회를 보면서 느끼는 점들이
아직 한국에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 때문에..
혹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생각에 반한다는 이유로..
명확한 이유분석과 대안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치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반대를 할때는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되는데..
상대방의 결점만 물고늘어지고, 논점흐리기식 발언만 일삼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ㅡ,.ㅡ;;
정현준
05/09/06 10:18
수정 아이콘
psp -> 동감입니다
예비신랑
05/09/06 10:22
수정 아이콘
제 자신이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논리적인 것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총알이 모자라 님의 글을 읽어보니 전 지적권위주의를 더 선호하는 편이네요. ^^ 저도 지난 주 100분 토론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 말씀을 들으면 그 말이 옳은 것 같고 다른 분 말씀을 들으면 또 그 말이 옳은 것 같아 저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제 안에 뭔가 확고한 것이 없다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일종의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진짜 열을 내며 토론 프로그램을 많이 보았는데 요즘은 별로 관심이 가질않네요.. 낭만드랍쉽님 말씀처럼 그럴 듯 하게 들리는 논점흐리기식 발언에 저도 지쳐버리고 질려버린 것 같습니다.
율리우스 카이
05/09/06 10:43
수정 아이콘
예비신랑 // 저랑 비슷하시군요.. ^^

저도 지적권위주의가 큰데, 고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논리는 설득/토론하기 위한 뒷받침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상대편의 가슴을 움직여야, 의도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의미에서 반대로 자신의 가슴도 열어두어야겠죠. 반성이 많이 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
jjang9-boxer
05/09/06 10:57
수정 아이콘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신 분은 정혜신이라는 의사분이시구요, 그 분이 쓰신 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다른 시각으로 분석한다는 생각이 들구요, 그분이 쓰신 글을 모은 책 '남자 vs 남자' 라는 책,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총알..님/ 이글을 맨처음 읽다가 원글을 펌하신줄 알았습니다. 중간중간 비슷한 구절이 많아서겠지요?
총알이 모자라.
05/09/06 11:04
수정 아이콘
맨위 2문단은 약간 손보고 펌한겁니다. --;
jjang9-boxer
05/09/06 11:08
수정 아이콘
총알..님/ 앗..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좋은 글을 생각나게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중간중간 비슷한 구절이 많다는 말은 문제가 있군요.. 다시 읽어보니 비슷한 단어와 구절이 있을 뿐입니다.
열씨미
05/09/06 11:0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총알이 모자라.
05/09/06 11:11
수정 아이콘
죄송까지야^^;; 정치이야기지만 토론에 관한 이야기로 보기에도 좋겠다 싶어서 앞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어느 매체냐에 민감한 분들도 계시는지라 밝히지 않았습니다.
남빛바다
05/09/06 11:14
수정 아이콘
내용을 공감하면서 끄덕이면서 읽고 있었는데..
ps에서 피식..
저도 psp 갖고 싶어요~~
limit∑무한대로
05/09/06 11: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 학교 시사토론 동아리 에서 활동 하고 있는지라.. 더 깊게 와 닿네요.. 이거 몇장 프린트 해서.. 이번 모임때 나누어 줘야 겠네요..
아... 그래도 되려나요??
My name is J
05/09/06 12:59
수정 아이콘
psp......ps2도 없습니다..ㅠ.ㅠ
구경만1년
05/09/06 15:41
수정 아이콘
psp보단 nds가 더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총알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각 사이트의 논객분들이 이 글을 보고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군요..
전 중도의 미가 좋아요 ^^;
Ms. Anscombe
05/09/06 15:54
수정 아이콘
진정성이라는 게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겠죠. 진정성이 모든 것을 담보해 줄 수는 없으니.
총알이 모자라.
05/09/06 16:03
수정 아이콘
여기서의 진정성은 자신이 한말을 실제로 실천하라는 뜻입니다.
Ms. Anscombe
05/09/06 16:10
수정 아이콘
예.. 압니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되어야만" 이라고 되어 있으니..
05/09/06 16:15
수정 아이콘
지적권위주의에 대해서 오늘 솔직히 처음 들어보았고, 처음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왜 이렇게 가슴이 뜨금한지.. ㅠ.ㅠ 느닷없이 대낮에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만들어주시는 군요.. -_-bb
mwkim710
05/09/06 19:14
수정 아이콘
느끼는 점이 많네요...잘 읽었습니다.
근성가이다?
05/09/06 19:44
수정 아이콘
굿입니다!
05/09/07 01:08
수정 아이콘
동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250 지적 권위주의 對 감정 권위주의 [21] 총알이 모자라.4450 05/09/06 4450 0
16249 -P&C 큐리어스 VS SKT T1 엔트리 예상해보기 [25] ★가츠처럼★5434 05/09/06 5434 0
16248 대항해시대를 아십니까? [36] nting4223 05/09/06 4223 0
16247 [잡담] 기분 좋은 일... [5] estrolls4417 05/09/06 4417 0
16246 오늘 오영종 vs 변형태 전에서 이상한 걸 본 분 없으신가요? [22] 세이시로6660 05/09/06 6660 0
16245 감정에 의한 판단.. [2] 유수e4128 05/09/06 4128 0
16244 토론 하는 법에 관한 글 [1] 유수e4092 05/09/06 4092 0
16242 조정웅 감독님께..... [15] 히또끼리5095 05/09/06 5095 0
16240 이 칸의 차량번호는 ****호 입니다.. [1] 콜록콜록4173 05/09/05 4173 0
16239 세상은 정말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28] K_Mton4235 05/09/05 4235 0
16238 온겜 제1경기 시작시간은 리그규정 위반? [26] 4thrace5983 05/09/05 5983 0
16237 인터넷에서 네트워크 게임을 즐긴다. [16] TRUST_NO14524 05/09/05 4524 0
16236 미네랄핵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38] 니플5878 05/09/05 5878 0
16235 바보 같은 녀석.. ( 결과론에서 벗어나는 방법.. 후기.. ) [5] 블러디샤인4310 05/09/05 4310 0
16234 오늘경기로 다음주 최연성선수와의 추석특집 물량대향연 기대치가 더더욱 커졌습니다. [69] 초보랜덤6953 05/09/05 6953 0
16233 급기야 설교에도 등장하기 시작한건가요. [11] H_life3948 05/09/05 3948 0
16232 한동안 스타를 하다보니... 생기는 난감한 병.. [10] 사탕발림꾼4440 05/09/05 4440 0
16231 자신의 게임을 어떤 말로 표현한다면?(단어->말 수정;;) [48] legend4539 05/09/05 4539 0
16230 [영화]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시포(형사 관람 후기, 스포일러 약간 있음) [12] [NC]...TesTER4589 05/09/05 4589 0
16229 중학교3학년 딸의 진로에 대해서 문의글입니다. [59] 은현이5578 05/09/05 5578 0
16227 이정도면 매니아라고 해도 될까요? [15] stardom3691 05/09/05 3691 0
16226 프로리그에 대한 주저리 [5] 그린티4271 05/09/05 4271 0
16225 맵핵의 힘(?) [18] nuzang4163 05/09/05 416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