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0/18 11:57:49
Name 햇살의 흔적
Subject 기다림의 美學
"조용호 선수! 테란의 한방 병력을 막아야 합니다!"

"아.. 병력이 별로 없어요."

"어떻게든 이거만 막으면 저그 쪽으로 기울지만, 그만큼 무서운게
테란의 한방이거든요  허허허.. 정말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이 너무 좋네요!"

씨즈모드 된 탱크의 포격에 성큰 콜로니가 하나씩 부서져 나간다. 결국 피가 흐르는
단 하나의 성큰 콜로니를 남겨두고, 마린들은 스팀팩과 동시에 공격에 들어간다.

"조용호 선수 앞마당 날아가면 답이 없어요! 반면에 임요환 선수는 아까 앞마당에 반쯤
지어진 커맨드센터가 보였거든요!"

"싸워야죠! 지금 앞마당은 무조건 지켜야 합니다!"

"아.. 조용호 선수 앞마당 이대로 포기하나요?"

스팀팩을 사용한 마린들의 가우스포에 해처리의 체력은 순식간에 줄어든다.

"해처리! 해처리! 해처리!!! 깨집니다!"

" 아 조용호 선수 앞마당이 날아가면 답이 없는데요."

해처리를 파괴한 마린들은 탱크와 함께 유유히 본진에 입성한다.

"조용호 선수 원해처리 상태인 만큼 이 병력 걷어내고 테란의 본진까지 밀지 않는 한,
힘들어 보입니다. 아까 왜 앞마당에서 안싸웠을까요? 앞마당은 꼭 지켰어야 했는데요."

본진에 올라온 테란의 병력들이 자리를 잡으려는 찰나, 저그의 유닛들이 앞뒤로 달려나오기 시작한다.

"조용호 선수 달려듭니다! 아직 탱크가 자리잡지 못했거든요!"
"버로우! 버로우! 버로우!!! 마린 전멸이에요! 임요환 선수!!!"

그야말로 순식간에 전멸한 테란의 병력.

"이제 바로 역공가야 합니다! 테란의 병력 얼마나 나와있죠?"

앞마당에 나와있는 병력은 마린 1부대 가량. 저그의 유닛들은 시간이 없음을 안 것인지
더욱더 빠르게 전진한다.

"조용호 선수 뚫어야죠!!"

마린들은 스팀팩을 사용하며 달려들지만 저그의 많은 병력앞에 전멸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럴커의 본진입성. 배럭스를 장악당한 테란은 간신히 버텨보지만 결국 추가되는 저글링과 함께 본진은 쑥대밭이 된다.

"아 조용호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아까 앞마당에서 달려 들었어야 했다고 한 말 취소
하겠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잘 참았아요 조용호 선수."
"임요환 선수 gg!"

--------------------------------------------------------------------------

기다림.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데이트, 조금 일찍 나가서 그 사람을 기다립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시는 할머니. 빨간 불로 바뀌었지만 모든 차들은 할머니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립니다.
12시가 넘어도 아들 얼굴 보고 자겠다며,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립니다.

세상에는 많은 기다림이 있습니다.
기다림은 떄로는 외롭고, 힘들고, 화가 나지만

기다린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남자의 약간은 긴장된 얼굴 만큼
할머니를 배려하는 운전자들의 마음 만큼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사랑 만큼
말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넌 잘하는게 뭐냐?"

하고 묻는다면, 가끔은 이렇게 대답하시는 건 어떨까요?


"전 기다리는 걸 잘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겜방사장
05/10/18 12:03
수정 아이콘
언제나 한결같이 캐리어를 기다리는 김도형씨의 마음처럼....
CoralEyez
05/10/18 12:05
수정 아이콘
겜방사장님 리플 재밌네요..^^;;
캐리어김이 대세 인가요..;;
부들부들
05/10/18 12:07
수정 아이콘
겜방사장님 리플 재밌네요 ^^;;
웅컁컁♡
05/10/18 12:08
수정 아이콘
2년을 기다리는 ...
뱃살토스
05/10/18 12:16
수정 아이콘
굿
05/10/18 12:46
수정 아이콘
와.. 좋은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근데 왜 난 기다리는 걸 못하지 ㅡㅡ;
youreinme
05/10/18 15:04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입니다. 감사.
이쥴레이
05/10/18 16:12
수정 아이콘
예전 조용호 선수와 김현진 선수의 경기..

레퀘엠에서 벌어진 경기였죠.. 당시 저그가 테란 상대하기 무척 어렵다면서 원성이 자자할때..

자신의 입구 조이기 당하던 조용호선수.. 무척 암울하게 보였습니다.
완전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때.. 막고 또 막고.. 입구에서 악착같이 시즈 탱크 포격속에서 살아 남을때...

정말 대단 했습니다. ^^

그 경기가 떠오르네요 ^^;;
엘케인
05/10/18 17:58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05/10/18 18:0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도 지금 누군가의 플레이를 다시 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죠.^^
햇살의 흔적
05/10/19 00:2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힘들게 쓴 글인데 조회수가 조금 많이 낮네요;
제목 때문인가.. 많은 분들과 얘기하고 싶었는데.
[S&F]-Lions71
05/10/19 23:18
수정 아이콘
햇살의 흔적 님 // 실망하지 마세요.
많이 읽히지 않아도 좋은 글은 빛이 나는 법이지요..
아마 아케미 님이 리뷰를 해 주실 겁니다.
오랜만에 좋은 글을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조회수가 낮은 글을 일부러 찾아 읽는답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463 무엇이 캐리어를 종이비행기로 만들었을까. [33] jyl9kr4970 05/10/18 4970 0
17462 오늘 강풀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39] 착한사마리아4542 05/10/18 4542 0
17461 어느 노부부 메이저리그 팬의 자살 [21] 총알이 모자라.4666 05/10/18 4666 0
17460 Side Story Part.2 - 군인과 간호사 [3] Lunatic Love5221 05/10/18 5221 0
17459 기억에 남는 명경기 혹은 명장면 [32] 봄눈겨울비6860 05/10/18 6860 0
17458 프리스타일의 허구성. 이윤열, 더티한 그래플러가 되자. [169] Frank Lampard7647 05/10/18 7647 0
17457 절 미치게 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43] 아장파벳™4623 05/10/18 4623 0
17456 Side Story Part.1 - 그 이후 [6] Lunatic Love4430 05/10/18 4430 0
17455 [MLB] 끝날때까지 끝난것이 아니다. [16] 하늘여운4496 05/10/18 4496 0
17454 과연 fd는 아직도 최고의 빌드인가하는 문제, 그리고 아비터. [47] 미센5142 05/10/18 5142 0
17453 기다림의 美學 [12] 햇살의 흔적4771 05/10/18 4771 0
17452 가지말아야할 수병원... 펫프렌즈. [39] 케케케나다3933 05/10/18 3933 0
17451 결과론이지만 박정석 선수가 이병민 선수와 815전에서. [8] K_Mton4552 05/10/18 4552 0
17450 스타리그 주간 MVP (10월 셋째주) [35] DuomoFirenze3962 05/10/18 3962 0
17449 스타크래프트 소질에 있어서 선천적인 요인이 있다면 무언인가. [31] 스타는운영4040 05/10/18 4040 0
17447 문준희...유일한 포스트임요환... [111] 김호철7382 05/10/18 7382 0
17446 유게에있던 소개팅관련 글보고 저도 소개팅얘기 써봅니다^^ [27] 길시언 파스크3770 05/10/17 3770 0
17444 憩恁神 - (10) [3] KuTaR조군4282 05/10/17 4282 0
17443 흠..이글 올리기가 겁나네요-_-; [25] KilleR5315 05/10/17 5315 0
17442 지금 하고 있는 리얼스토리 나레이션이 김동수 전 해설아님니까? [12] XoltCounteR4368 05/10/17 4368 0
17441 POS KOR의 우산국 팀플보셨습니까?(스포 유) [13] 멧돼지콩꿀4505 05/10/17 4505 0
17440 아.. 정말 좋네요.. 홍경민(remake)앨범 ~ [19] 라구요4110 05/10/17 4110 0
17439 OSL에서 우승하려면 3번안에 해야한다? [32] 만달라5325 05/10/17 532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