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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06 02:07:11
Name OrBef
Subject 개인의 꿈이라는 환상.
천년 전 유럽을 지배했던 '교회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공포와 환상의 조합이 과연 당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줬을지 불행하게 해줬을지는 그때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죠.

근대 초기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사실은 '그런 손 없다'라는 것도 지금와서는 다들 느끼고 있고,

20세기를 휩쓸었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지향했던 사회가 국가주도의 전체주의와 비밀경찰로 이어졌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즉 '이러이러하게 하면 사람들한테 좀 좋지 않을까?' 정도로 끝나야 하는 생각들을 '이것이 바로 정답인 것이다! 배신은 죽음이다!'라고 밀고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요즘들어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현대의 광고 카피와 드라마를 휩쓸고 있는
'내 꿈을 위해서!'
라는 구호 역시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내 꿈을 위해서!'라는 구호를 죽을때까지 밀고나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아주 운이 좋거나, 정말로 꿈에대한 지칠줄 모르는 추진력이 있는 분들만이 그 수준의 인생을 살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도대체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or
내 꿈은 이 사회에서는 이룰 수 없다 or
솔직히 그다지 열심히 살고싶지 않다

정도의 고민을 항상 안고 살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그대로 자기 인생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죠.

근데.. 사실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봐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주 예수에 의한 영혼의 구원'을 믿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신앙을 잃어버리면 분명 그 사람은 큰 상실감을 느끼겠지만, 애초에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구원같은건 받던지 말던지 그런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꿈'이라는 것 역시 뭔가 '과대포장된 이데올로기' 내지는 '종교의 수준에 도달한 개인적 믿음'이라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좀 해보게 되면, 꿈이라는걸 굳이 추구해야하는가 의문을 던지게 돼죠.

물론.. 꿈이란 것을 그저 사회에서 던져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버리면 인생이 좀 더 덜 낭만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요. 제 경우는.. 그 다음에 고민하고 있는 대상이 하나 더 생기더군요. '성취욕과 게으름 중에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입니다. 언제고 그 얘기를 써보고 싶긴 하지만.. 이 글보다도 더 난잡한 개인적 생각의 나열이 될거 같아서..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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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나
06/04/06 02:31
수정 아이콘
그렇게 따지면 사실 원피스 같은 이른바 소년만화들이 주범은 안되더라도 종범은 됨을 부인할 수가 없지요.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소설에 드라마에 영화에. 현실을 돌아보는게 참 힘듭니다.
06/04/06 02:40
수정 아이콘
맞아요.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을 죄악시하는 풍토를 형성하는데 소년만화가 상당부분 기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i_terran
06/04/06 02:42
수정 아이콘
개성과 직관이 넘치는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왜 그게 당연한가? 생각해봐야 그게 자기것이 되는 것이 되거 자기 생각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딥퍼플
06/04/06 02:47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대학교때 믿었던 진리나 정의 같은 것들 모두 사람들이 자기 욕심 채우는 일의 핑계로 느껴져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나 폼나게 살고 싶다', '너는 나보다 잘난게 뭐 있다고 그렇게 잘 사냐'라는 말들인데 진리, 정의, 진보, 역사 같은 고상한 말들로 덧붙이고 장식해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죠. 인간이 아무리 잘난척 해봐야 결국 '털없는 원숭이'일 뿐인데... 요새 가장 피하고 싶은 인간형은 '진리와 정의를 내 손에 쥐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나는 평생 가도 감도 못잡을 것 같은 문제들을 그렇게 잘아는지 신기해 죽겠어요. 그냥 나랑 내 여자친구랑 행복하게 살테니 제발 위선적인 말들로 나를 못살게 굴지 않았으면...
06/04/06 03:10
수정 아이콘
게으름을 사랑하지만 그 결과물은 피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겠죠.
06/04/06 03:13
수정 아이콘
i_terran님/ ^^ 감사합니다.
딥퍼플님/ 근데 가끔 보면 정말로 그런 진리나 정의를 믿는 분들도 있더군요. 존경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잠님/ 낄낄. 근데 뭐 게으름도 얼마이상 피우다보면 질리더라구요. 사람이란게 무생물이 아닌지라, 뭔가 하고싶다는 욕망도 있기 마련이죠.
My name is J
06/04/06 08:17
수정 아이콘
뭐든 없으면 편합니다.
정확히는 없으면 잃었다는 상실이 없으니 편하죠. 연애하는 사람은 쭉 연애하고 안하는 사람은 계속안하는 것과 같은거죠. ^^
없고 모르고 안보면 편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죠. (저도 몇몇 문제에 대해서는 없고, 모르고, 안봅니다만.)

미카엘엔데의 '자유의 감옥'이라는 단편집이 갑자기 생각나는군요.(제목이 맞나..--a)
Sulla-Felix
06/04/06 09:39
수정 아이콘
결국 인류역사를 주도해 온 사람들은 그런 폼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자기욕심을 채운 사람도 많지만 남들이 하기 힘든 희생과 고통을 감내
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비록 우리는 조용한 소시민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에 대한 무절제한 비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체게바라 자식 기껏 의대 가 놓고 집안식구 먹여살릴 생각은 안하고
데모질이나 하고 앉아있네." 이런건 좀 슬프지 않을까요?
06/04/06 10:09
수정 아이콘
행운아 술라님/
ㅇ 체게바라정도의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애정, 행동력을 갖춘 인물을 대척점으로 놓으시면 저는 슬퍼요. 그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란게 결국 몇명 안되는거고, 일반인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로 쓴 글입니다만.. 그리고 애초에 저처럼 '인생은 정글이고, 그걸 부정하는 것은 나쁜 이데올로기' 라고 정말로 믿는 사람도 있기도 하구요.
ㅇ 그리고.. 위대한 사람이 어떤 일을 했다는것과 그 일이 올바르다는 것은 좀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마르크스나 엥겔스같은 분들의 의도의 순수성이나 지혜의 깊이는 제 5만배라고 보지만, 결국 그렇다고 그분들의 사상이 완전하진 않죠. 제가 경계하는 것은 그런 부분입니다.

제가 아니라 딥퍼플님께 주로 하시는 말씀인 줄은 알지만, 제 글과도 관련있는듯해서 씁니다.
06/04/06 10:39
수정 아이콘
Orbef // 아, 그 결과물은 피한다는 뜻이, 게으름의 결과물은 피하고 성취의 결과물은 얻고 싶어한다는 뜻이었어요.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높은데도 그걸 피하고 공사장으로 갈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T1팬_이상윤
06/04/06 10:5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세상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어요?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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