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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15 17:10:05
Name Daydreamer
Subject MBC vs KTF 감상평... '흐름'과 '도박'에 관하여
1. 흐름에 대하여 - 흐름을 가져간 MBC와 넘겨준 KTF?

처음 엔트리를 봤을 때는 그냥 그런가 하고 단순하게 넘겼습니다. (밥을 먹은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머리가 잘 안돌더군요.) 그런데, 1경기를 보고  끝난 후에 어쩌면 3:0까지는 갈 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경기를 보는 눈이 있어서라기보다 - 실제로 1, 2, 3경기 모두 KTF가 유리한 면이 있었으니까요. - 양 팀 감독의 엔트리 구성을 보자니 양 팀 감독의 마인드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이준호 감독 '1~3경기 중에 하나만 잡자. 그리고 4~6경기를 전부 이기자. 안되면 에결 가자'
하태기 감독 '1~3경기를 다 잡자. 그리고 4~6경기 중 하나 잡자. 안되면, 지호야 믿는다'


결과론적으로 봐서 '하나만 잡자'고 나온 KTF가 하나도 잡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가버렸습니다. MBC는 적극적으로 초반에 주도권을 쥐고 나머지 경기를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KTF는 벼랑에 몰리면서 뒷 일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죠. 그 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농구에서 작전 타임을 불러야 할 가장 중요한 때 중 하나는 바로 '상대가 흐름을 타고 있을 때'입니다. 또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었을 때는 그 흐름을 끊을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쳐 주거나 그러한 선수를 바꿔 넣어줄 필요가 있겠죠. 축구 감독 모 님은 (누군지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습니다만.) '수비는 흐름을 안정화시키기를 기대하며 교체하고, 공격은 흐름을 깨주기를 기대하며 교체한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암튼 이 '흐름', '분위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단 3경기까지는 이준호 감독의 용병술상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1~3경기에서 한 때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였던 KTF 선수들이니만큼 이는 선수들의 실책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MBC의 전반집중 선택을 이겨낼만큼의 무게가 없었다는 쪽이 옳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박성준 선수와 염보성 선수의 순간적 판단이 돋보이기도 했고요.


2. '도박'을 할 시점

4경기 시작하기 전에 김동준 해설위원이 "벤치에서 '져도 좋다, 그냥 잘 하고 와라'라고 했을 거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번뜩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딱 도박을 해볼 시점이 아닐까 라는 거였습니다. 도박에서 돈을 따는 사람은 패를 잘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유일한 방법은 카지노와 대결하는 것이 아니고 도박하는 사람과 대결하는 것이라고 하죠.
4드론 같은거 써서 먹히면 손쉬운 승리, 져도 그냥 3:1일 뿐... 물론 분위기를 넘겨주어서 3:3이 되고 에이스 결정전 갈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도박이라는 건 가능성이 100%일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돈을 가져갈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거기에 걸어보는거죠. 그리고 서경종 선수의 멋진 빌드와, 이병민 선수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대응으로 도박은 성공했습니다.
물론 도박이라는 게 꼭 이기고 있을 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면, 그래서 이길 수만 있다면야 필살기 얼마든지 쓸 수 있죠. 지금 막 기억나는 경기가 2004 EVER배 결승 4경기네요 ^^; 하지만 '상대가 흔들리고 있을 때' 도박적인 빌드를 상요하면 더 멋지게 먹힐 수 있겠죠. 이번처럼.


물론 오늘의 가장 큰 패인은 오늘 출전한 선수 전부 다 오른손엔 마우스 왼손엔 삽을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하태기 감독 이하 MBC의 코칭스탭이 밑그림을 잘 그려 왔고, 선수들이 거기에 120% 부응해 주었기 떄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MBC대 CJ의 경기 결과가 아주 궁금해집니다.


ps. 긴 글을 하도 안 써버릇 하다가... 워밍업 개념으로 조금 길게 써 봤습니다.
ps2. 솔직히 4경기때는 이병민 선수가 이긴 후 에결 가서 케텝이 이겨서 또 뱅미 무관심모드 될줄 알았지만... 역시 징크스보다는 저주가 강한 것이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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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즈히
06/07/15 17:14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저주는 완벽했죠 ^^;
"7경기까지 갈것이고 KTF가 이길것이다" 라고 예언하신 김태형님.
4:0 MBC승의 스코어.

글 잘봤습니다 :)
김주인
06/07/15 17:16
수정 아이콘
이러다가 진짜 포스트시즌 감독분들 이하 관계자분들이 김태형 해설자분께 단체로 굴비 사가지고 갈 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우리 팀이 진다고 말해달라고..++
-_-;;
참고로, 전 그래도 김태형 해설자의 팬입니다.
06/07/15 17:17
수정 아이콘
네...동감합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1, 2, 3경기중에 한경기만이라도 KTF가 잡았더라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경기 모두 초반에는 유리했었는데, 잘하다가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죽을 쓰니 정말 굿이라도 한번 해야겠습니다. =ㅇ=
서미니
06/07/15 17:18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 흐름이 제대로 엠비씨 쪽으로 넘어간 시점은 개인전2경기 김윤환선수 본진쪽으로 들어온 염보성선수의 벌쳐가 일꾼학살을 할 때 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우리들도 그렇겠지만 케텝 모든 선수가 그 이전까지의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을 했을것이나 그 말도안돼는 역전패로 인하여 3경기 팀플로 그 역활이 돌려졌고 오늘 처음 나온 조합이 그 긴장감을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구요
반면 엠비씨는 자신들의 생각이상으로 경기가 진행되면서 4경기 거의 1회성전략이라고 생각되는 전략으로 승리하게 되었구요
매화난무
06/07/15 17:18
수정 아이콘
작년 그파결승 예상에 김태형해설위원이 케텝이 유리하다고 했는데 그거보고 주훈감독이 김태형해설위원께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다는 훈훈한 기억이
WordLife
06/07/15 17:19
수정 아이콘
티원빠로서 지금 가장 불안한건..

파포에 김태형 해설이 "티원 우승 확신한다" 라는 메인이 뜰까봐.. -_-;;
Daydreamer
06/07/15 17:22
수정 아이콘
어쩌면 MBC가 CJ마저 격파하고 올라갈경우

파포 헤드라인 'MBC의 기세, 이대로 우승까지?'
김태형 해설위원 '기세에서 앞서는 MBC가 유리할지도'

이럴지도 모르는 일이죠 ^^;
Grateful Days~
06/07/15 17:22
수정 아이콘
제발 김태형해설 5:5 답변만 해줬으면..
You.Sin.Young.
06/07/15 17:23
수정 아이콘
음, 감독들의 심리에 대한 부분은 '소설 쓰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faction 좋아합니다 ^^

한 타이밍을 뚫는 서경종 선수의 원해처리 히드라는 무작정 시간 끄는 지루한 경기보다 훨씬 짜릿했고요.

엔트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초반부터 총력전으로 덤빌 것이 뻔한, 그래서 후반부 엔트리에 구멍(?)이 날 수 있는 MBC에 대항하는 가장 훌륭한 엔트리였다고 봅니다.
이병민-조용호-박정석,홍진호 라인은 KTF 최강라인업이 아니었을까요.

- 굳이 엔트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엔트리가 비판받는 것은 바로 감독의 능력에 대한 검증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리그에서 KTF는 양대리그 결승진출에 성공했고, 올드들이 성공적으로 부활했다는 점을 봤을 때 이준호 감독대행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Daydreamer
06/07/15 17:26
수정 아이콘
You.Sin.Young님//

예, 저도 이준호 감독대행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결과론적으로 안 좋게 나타났고 그러다보니 흐름을 넘겨준 꼴이 되었다는 말이죠. KTF 입장에서는 아까운 순간이 참 많은 그런 시리즈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forgotteness
06/07/15 17:33
수정 아이콘
단지 맵 배열에서 승부가 갈렸던 것 뿐입니다...
MBC쪽에 유리한 맵들이 초반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MBC에서는 초반을 KTF에서는 후반을 도모한것 아닙니까...

엔트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힙듭니다...
KTF는 정공법으로 나왔을 뿐이고...
MBC역시 거의 정공법이었습니다...
거의 예상되었던 라인업이었고 1-3경기중 한경도 못잡은 흐름상 KTF가 패배했을뿐입니다...
KTF입장에선 2경기가 제일 아쉬울듯하군요...
You.Sin.Young.
06/07/15 17:36
수정 아이콘
Daydreamer 님//
아, 오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누가 혹시나 이준호 감독대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봐 선수를 친 것이죠. 답변 감사합니다.
06/07/15 17:4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오늘 MBC의 가장 큰 일등공신은 박성준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서경종이 선보인 빌드의 신선함과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평가되는 경기를 잡아낸 덕에 '서경종'이라는 이름이 연호되고 있지만, 1-3경기중 한경기만 잡아내자는 KTF의 희망을 꺾고 모두 잡아내자는 MBC의 바램을 현실로 만든건 누가뭐래도 1경기의 승자 박성준이었습니다.
2경기가 동족전이라는 특성상, 또한 기세좋은 염보성과 상대전적에서 앞선 김윤환이라는 점에서 반반의 확률이라 생각했을때, 상대가 투신이건 아니 그 누가되건 KTF가 가장 믿을 수 있었던 카드인 강민이었기에 그의 패배가 오늘 경기의 패배와 직결되는 아쉬움으로 보여집니다.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의 MVP로 서경종 혹은 염보성을 지지할때 저는 박성준을 꼽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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