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7/27 01:12:56
Name Neptune
Subject [스포일러 全無] 봉준호, 괴물을 타고 지존의 위(位)에 오르다.



방금, 목동 CGV 오후 10시 15분 영화로 영화 『괴물』을 보고 왔습니다.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이 기분에 제가 본 좋은 영화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보실 분들이 제 기분을 함께 하실 수 없을테니까..

곁다리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 물론 괴물에 대한 영화평은 제목에도 썼듯이 단 한줄로 요약됩니다.


봉준호 감독님, 이 영화로 한국 영화 감독계의 지존에 오르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영화계는.. 쉬리의 등장과 함께 일대 변혁을 맞이했죠. 백만 관객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 되었고,

여러 흥행작들이 나오면서 우리 영화계의 시선은 '천만 관객'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겼죠. '실미도' 와 '태극기 휘날리며'.

두 영화를 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 영화계는 두번째 시대에 뛰어들었죠. 바로 '작품성'의 시대입니다.

우리 나름대로 외향에 자신감이 생겼는지(자국 영화로 천만 관객 유치에 이 정도 인프라면 세계 2위권

영화 인프라 -사람들의 인식 포함- 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이제는 겉모습 보다는 내면에

충실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천만 영화를 기점으로 충무로에 돈이 몰려서 이전보다 작품성을 따지는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몫을 했겠습니다만, 이전에 비해서 흥행도 흥행이

지만 작품성과 내면을 충실히 한 영화가 탄생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양적 팽창의 절정이었던

'실미도' 와 '태극기 휘날리며' 가 개봉 될 때 동시대에(완전 동시대는 아니고, 같은 2003년도) 개봉한

'살인의 추억' 과 '올드보이' 를 그 시초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실험 정신 있고 작품성 강한 영화

들이 속속들이 개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 흐름이 폭발한 것이 '왕의 남자'라고 봅니다. 작품성 있고,

실험 정신 강한 영화면서도(남성간 동성애를 다룬 영화이니만큼 실험성이 강하다고 확실히 볼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흥행했죠. 천만을 넘겼으니까요.

제가 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래로 영화판은 두번 바뀌었습니다. 쉬리와 태극기+실미도에 의해서요. 두 경우

모두 폭발적인 관객의 증가가 가져온 변혁이고, 천만이 우리나라 영화판의 심리적 한계선이라고 봤을 때,

왕의 남자로 인해 작품성을 통해 관객을 추구하는 하나의 트랜드가 막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이제 세번째

시대가 열릴 때가 오지 않았나 조심스래 추측해 봅니다.

쉬리가 흥행한 것은 그 스토리의 아기자기함과 탄탄함 때문이었죠. 쉬리 이후 대작들은 스토리의 강점

(흥행한 모든 영화가 쉬리처럼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

에서 분명히 이득을 봤던 것은 사실이죠 - 대표적인 예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실미도의 스토리랄까요? 세

밀함은 좀 떨어질지라도 공격적인 스토리로 스토리에서 꿇린다는 소리를 듣진 않았죠)을 고스란히 살리

면서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화해 한 시대를 열어왔고, 실미도와 태극기 이후에는 비주얼과 스토리에 실험

정신과 창의성이라는 요소를 가미해 또 한 시대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괴물이 영화판의 판도를 바꿀거라고 생각합니다. 괴물은 CG가 뛰어나고,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고,

촬영 기법이 뛰어나고, 모든게 뛰어나지만, 그 모든걸 관통하는 단 하나의 코드가 있습니다.

'인간 감성에 대한 철저한 이해'

저는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숨을 호흡을 못 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길게 숨을 몰아 내

쉬었죠. 말 그대로, 사람을 농락합니다. 인간의 정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었다 폈다 한달까요? 이건 취

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멜로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액션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공포를 좋아하고.. 그러나 이런 것들을 떠나 그보다 더 근원적인 인간 감성을 괴물이라는 영화는 이해하고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괴물은, 꼭 보셔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한 단점은 영화를 봄에 있어서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40대 이상 관객분들께 어찌

작용할지 미지수라서 천만 예상은 못 하겠습니다. 그러나 40대 이상의 관객들에게 20대들이 느끼는 감정이

전달될 수만 있다면, 1500만을 감히 예상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괴물을 뛰어넘는,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 잘 봤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하나로충분
06/07/27 02:16
수정 아이콘
흑.. 정말 보구 싶네요.. 시간이 안나서;;;
06/07/27 02:19
수정 아이콘
꼭 극장에서 큰 화면과 큰 사운드로 보시길 권합니다.
웃으면서 울고 놀라서 울고 가슴아파 울고 서러워서 울게 되더군요.
천만관객 돌파가 반드시 되어야만하는; 그리고 분명 가능할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 최고의 한국 영화!
06/07/27 03:01
수정 아이콘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영화군요.
봉준호 감독이 지존 등극... 동감입니다.
팬이야
06/07/27 07:23
수정 아이콘
다들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이니.. 너무 기대하게 됩니다.. 큰일났네..
06/07/27 07:38
수정 아이콘
아 오늘 용산cgv 디지털 상영관 예매한거 잘한건가요 하하하;;;
몸꽝신랑
06/07/27 09:20
수정 아이콘
오늘 꼭 볼 계획입니다.
06/07/27 13: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막 보고 왔는데 몇달 후면 나이 40에 접어드는 제 입장에선 20대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고해야할까요 정도입니다. 30대후반인 제 와이프도 비슷한 생각이구요.
06/07/27 17:01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조조할인으로 첫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꼭 보시길 권합니다..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내내 흐뭇한 웃음이 떠나질 않더군요, 저도 제 친구도. 너무 너무 멋진 작품을 보았더니, 극장앞에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큐브
06/07/27 18:04
수정 아이콘
정말 '보시지 말길'적어도 기대하고 보지는 말길 권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웟리플이 '알바'라는 의심이 들 정도 입니다

그저그런 정도가 아닙니다
짜증스럽고 부끄럽더군요....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든 느낌입니다
06/07/27 18:58
수정 아이콘
이 영화에 호평이 끊이질 않는군요.. 오늘 영화를 본 제 솔직한 의견은
한국영화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정도입니다.. 한국인들의 감성이나 한
국인들이 생각할만한 것들, 그런 흐름이나 가끔 나오는 풍자들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머랄까요..
괴생명체와 인간의 싸움 이라는 주제를 생각하시면 저같은 20대 남성분들은 멀 제일 기대하십니까? 아주 솔직하게 저는 숨막히는 긴장감과 스릴
이런것을 기대하였고, 또 기대하면서 보았습니다.
허나 제 의견에 괴물은 이런 측면에의 갈증을 해소해주는건 좀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괴물 [괴물]이라는 존재의 뇌리에 충격적으로 들어박히는
인상이나 그런 놀람은 받질 않아서이며, 인간과의 사투(?)에서 나오는
손에 땀에 쥐는 서스펜스 그런건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극단적이라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2년전 우주전쟁의 초반부터 결말전까지
이어지는 그 긴박감을 경험하신 분이라면, 같은 것을 이 영화에서
기대하시면 실망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지만 [괴물]은 저를 압도하지는 못하는
괴물이였습니다.
JJuNYParK
06/07/27 21:19
수정 아이콘
오늘 보고왔습니다.

괴물..너무도 기대가 컷던 탓일까요.
괴물이 주는 압도적인 힘은 잘 느껴졌습니다만,
긴장감이나 공포감들은 좀 밋밋하더군요.

중간중간 스토리 진행상 루즈한 부분도 상당하구요.
볼만한 수작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저같이 공포심과 긴장감넘치는 영화를 기대하시는분이라면
실망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난너좋아
06/07/30 00:16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한국최고의 영화라고 단번에 수식어를
붙이기엔 저에게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괴물나오는 영화로서 헐리웃의 기존방식을 약간 벗어났다는데
박수를 치고 싶군요. 하지만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662 [소설] My Team-4 (완결) [4] 퉤퉤우엑우엑3762 06/07/28 3762 0
24661 프로리그 결승을 앞둔 팬의 심정은... [23] 김태엽3919 06/07/28 3919 0
24660 코나미의 축구게임 "실황축구 퍼펙트 일레븐" 기억하시나요? [13] partita6796 06/07/28 6796 0
24659 이겨야 하는 이유 - MBC게임 히어로 응원글 [28] Born_to_run3925 06/07/28 3925 0
24658 서바이버리그 예선 대진표가 나왔네요. [30] 부들부들4878 06/07/28 4878 0
24657 강물을 가득 담을수 있는 큰 그릇_가람휘 [6] 가람휘3879 06/07/27 3879 0
24656 스타크래프트의 아이콘 - 4대천왕 - [10] 구김이5207 06/07/27 5207 0
24655 괴물 감상평[스포일러 無] [94] 바카스5957 06/07/27 5957 0
24654 서바이버 리그에 대한 잡담... [31] hero6003836 06/07/27 3836 0
24653 오늘 밤에 부모님과 반드시 승부를 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95] 김연우26895 06/07/27 6895 0
24652 [영화퀴즈] 영퀴 지존에 도전, 장르별 영화퀴즈 20문제 - 산뜻하게 로멘틱 코미디 [11] 럭키잭4921 06/07/27 4921 0
24644 기준치 수은 2000배함유-_-테라화장품 [22] 누굴 위한 삶인4233 06/07/27 4233 0
24642 아프리카 류신 방송에서 본 "펭귄 프로그램" [29] viper5315 06/07/27 5315 0
24641 현 이스라엘 사태에 관해서... [29] 조각배4539 06/07/27 4539 0
24640 이런 류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5th) [16] rakorn4758 06/07/27 4758 0
24639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그리고 미국 [55] 정재훈5404 06/07/27 5404 0
24638 역상성 게이머의 흥미로운 점? [20] K.DD4469 06/07/27 4469 0
24637 자영업과 직장생활...행복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11] Paisano54337 06/07/27 4337 0
24636 임요환의 '그 전략' [19] 에리5049 06/07/27 5049 0
24635 강민 트라우마 작용? [16] 노게잇더블넥4896 06/07/27 4896 0
24634 <설문?> 괴물, 관객이 얼마나 들것이라 예상하십니까?(스포일러 無) [50] 無의미5390 06/07/27 5390 0
24633 스포츠에서 신인이란... [7] 김인용3893 06/07/27 3893 0
24632 [펌]부스러진 스타크래프트 리그 역사의 편린입니다. [15] Observer5437 06/07/27 543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