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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3/03 11:46:52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삼황 오제 사천왕 -第五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어둠의 장막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신음하고 있던 무림이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의 난전에서 많은 고수들이 다친데다가 또다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연막속에서 싸운터라 부상자의 수와

부상의 정도가 심각했다.

그러나, 연기가 걷힌 동굴에서 비뢰검황과 농군도제는 부상자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덤의 입구.

자신들이 처음 보았을 때 분명히 단단히 닫혀 있던 무덤의 입구 -라기보다는 커다란 바위로 막아놓은 곳-이 산산조각나서

뚫린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분명히 비뢰검황과 농군도제의 작품은 아니었다.  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기를 느낄 수는 있다.

비뢰검황도, 농군도제도 무덤의 근처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미약하게나마 적우의 기운을 느낀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무덤의 앞에 도달한 두 고수는 순식간에 단단한 바위를 박살낸 무공을 파악했다.



"구두온 적우린?(九頭瘟 赤雨躪)"



구두온 적우린이라면 적우들의 기본초식중에 하나였다. 대단히 빠른 출수를 자랑하는 속공기법중의 하나로

무림사 초기에는 채 준비를 하기도 전에 구두온 적우린 초식에 맞아 쓰러진 태안맹과 포토수의 고수들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대단히 빠르고 경쾌한 초식인만큼 파괴력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다. 그런데 지금 여기를 뚫은 자는

저 초식으로 집채만한 바위를 부쉈다. 게다가, 이미 녀석의 기척은 느껴지지조차 않았다.



"고수......"



양측에서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구두온 적우린으로 이렇게 강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적우의 고수는 많지 않다.

적어도 장로급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마두(魔頭), 즉 사천왕급일지도 몰랐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구두온 적우린을 극성까지 익힌 폭풍마제, 투신귀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극성까지는 아니지만 소웅마제, 마동살제 역시 유력한 후보였다.

잠시간의 침묵이 동굴을 가득 메웠다. 부상자들조차 신음을 멈추고 참을만큼.



"적우의 소행이 분명하오. 게다가 거물급의."

"나도 동감이오."

"아마 그쪽도 주영검의 비급을 노리고 온 것이라 생각하오"

"그쪽도 알고 계셨구려?"

"솔직히 반신반의였소. 그러다가 그 쪽을 보고 확신이 섰소. 아무튼, 그렇다면 이 사건의 중요성을 알고 계시리라 믿소"

"적우가 오랫동안 비밀리에 내려온 무림 최고의 비급을 가져가게 된 것이로군"

"그래서, 본좌는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오"

"그것이 무엇이오?"

"80년전에 이뤄졌던 정파연합군의 결성이오"




동굴속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80년전의 정파연합군이란, 아직 태안맹과 포토수가 나뉘기 전, 대마황을 상대하기 위해 전 정파의 고수들이 연합해서

적우와 벌인 무림사 최대의 결전에 임했던 일이었다.



"대단한 배짱이로군. 하지만 나도 우리 포토수의 장로들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소"

"시간이 없소. 그 비급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그것을 익힐 시간까지 줄 수는 없지 않소이까?"

"흐음...."



예로부터 포토수의 고수들은 자부심이 드높기로 유명했다. 대마황을 끝까지 추격하여 쓰러뜨린 점, 그리고 소수의 정예로도

무림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홀로 수행을 하는 그들의 특성등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자존심강한

고수들이 과연 태안맹과의 연합을 동의할 수 있을까. 이점이 농군도제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맹주!! 쿨럭! 그건 아니되오"



침묵을 깬 것은 초고검군이었다. 난전중에 어디를 다친 모양인지 하얀 상의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입에서도 한 줄기 가는

혈흔이 있었다.



"태안맹의 인원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소!"



역사를 되짚어 보면, 체제의 변두리에서 중심세력으로 이동한 쪽에서 체제를 고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마 권력과 떨어져 있던 자신에게까지 출세의 기회를 준 체제를 고마워하고, 더더욱 신뢰하기 때문이리라.

임의적의 두령 노릇을 하다가 태안맹으로 들어와 활약을 했던 초고검군은 아마도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헛헛, 일단 중요한 것은 양측의 손실을 정비하는 것인 것 같군요"



농군도제의 말에는 비뢰검황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주, 파라독수(波羅瀆水)에서 장로들과 함께 만납시다."

"파라독수?"



농군도제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파라독수는 포토수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중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포토수는

극쾌의 무공을 추구하는 적우의 무공과 극상성이라, 내공의 파괴력을 미처 보여주기도 전에 적우의 기습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포토수는 언제나 적우에게 열세였다. 그러나 적우와 포토수가 대규모의 병력으로 맞붙었던 양자강 전투에서,

몽중살제와 악마도제의 전략으로 강물을 모아두었다가 적우를 유인해 둑을 터뜨려 수천의 적우들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던

곳이 바로 파라독수였다. 양자강 근처의 이름없는 삼각주였던 이곳에 둑으로 거친 파도를 막아 그물처럼 적을 섬멸했다는

의미의 파라독수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정도였다. 이곳이 회담장이라면,  자존심이 세고 좀처럼 남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포토수의 장로들도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저 늙은이가 왜 저렇게 오랫동안 맹주직을 해먹는지 알 것 같군.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농군도제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좋소"

"그럼, 회담장에서 봅시다."




태안맹과 포토수의 고수들은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면서 소득없었던 원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

개강을 했네요 ㅠㅠ

이제 일주일에 한편씩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참고로, 구두온 적우린이란 말은 역시 공룡님의 판타스틱 파이널 판타지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초고검군에 대한 설명은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에서 차용했습니다.

(물론 시오노나나미의 허락은 받지 않았습니다-_-)



특별히 고마운 분들

1. 낭만토스님: 짜파구리는 저희집의 일용한 양식이 되어 있습니다. 너무 맛있네요.

2. [NC]...TesTER님: 매일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정모가 있으면 꼭 뵙고 싶네요.

3. 점쟁이님: 역성지 감사....ㅠㅠ 그래도 흥미로운 기록이었음은 분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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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ean
08/03/03 11:50
수정 아이콘
음... 일주일에 한편씩이면 설정집 2는 언제 나오나요? 빨리 보고 싶어요 ㅠㅠ
compromise
08/03/03 12:10
수정 아이콘
잘 보고 있습니다.^^
08/03/03 13:08
수정 아이콘
잘 보고있습니다. 분량 더 팍팍~ 자주자주 팍팍~ 부탁드립니다. (압박느끼지는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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