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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12 02:29:56
Name becker
Subject 박찬수 vs 진영수 리뷰 in 단장의 능선
진영수는 원팩 이후 더블, 박찬수는 전형적인 3햇 빌드. 경기전 제가 예상했던 공격지향성 전략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대 저그전 메카닉이 왜 사기냐 하면 공중사거리 긴 골리앗도, 화력 센 탱크때문도 아닙니다. 벌쳐의 존재때문입니다. 초반 원벌쳐 찌르기로 잡혀도 본전인데 성큰 무시하고 본진에 들어가주기만 하면 테란이 얻는 이득은 절대적으로 커집니다. 잃는것에 비해 얻어갈수 있는것이 너무나 많은 선택인거죠. 저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건물 심시티도 더더욱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예전에 비해 히드라덴의 타이밍도 비교적 빨라졌습니다. 이번 박찬수의 선택 또한 레어보다 빠른 히드라 덴으로 애초의 벌쳐난입을 막는데 신경씁니다.

어쨌든 첫 벌쳐가 잡혔지만 그래도 진영수는 두번째 벌쳐로 세번째 멀티 필려는 드론 두기를 잡은 성과를 거뒀고, 히드라들이 마인도 꽤나 밟아서 진영수가 초반 그림은 좋은 모습입니다.

진영수가 오늘 들고나온 메카닉빌드는 대략 인쿠르트 결승 이후 신희승-이영호등이 즐겨 썼던 발키리없는 순수메카닉쪽에 가깝습니다. 뮤짤은 골리앗으로 막고, 히드라는 탱크와 마인으로 막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승기를 테란쪽으로 가지고 오게 할수 있는 유닛이 앞서 언급한 벌쳐 입니다. 벌쳐 몇기 던저주면서 마인 매설하고, 드론 좀 잡아주면서 자신은 빠르게 세번째 커맨드를 올립니다. 단장의 능선이 국지전을 유도한다는 특징을 잘 살린 플레이였고,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뮤짤의 움직임도 별 피해 없이 막아낸 진영수라 이때쯤에 자신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생각했을법 합니다.  이제 진영수가 할일은 능선에 진을 쳐서 수비를 견고화하여 테란의 병력이 뭉치면 진격하는 일이 남아있겠죠. 실제로 양 선수의 화면을 보는 해설자들도 진영수가 우세하다는 말투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박찬수가 잘 끄집어 낸것은 진영수의 "뒷문단속이 철저하지 않을것이다"라는 점입니다. 단장의 능선이 국지전,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200대 200을 요구하는 싸움이라 테란vs저그의 경우 첫 뮤짤부대가 별 재미를 봐주지 못하면 저그가 암울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뒤엎을수 있는 저그의 히든 카드가 바로 이 폭탄 드랍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랍이 편리하도록 지형이 짜여있기에 박찬수는 그것을 활용해 진영수의 뒷통수를 때렸고, 당황한 진영수는 그 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도권의 바통을 상대방에게 너무나도 맥없이 내줬습니다.


박찬수의 선택이 탁월하긴 했지만 진영수도 꽤나 아쉽긴 했습니다. 맵을 볼때 "테란에게 무엇이 좋은가"는 꿰뚫었는데 "그럼 저그는 뭐가 좋을까"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느낌입니다. 염보성과 마재윤이 언젠가 단장의 능선에서 만났을때 마재윤 회심의 카드는 디파일러+저글링 드랍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염보성은 본진에 터렛을 아낌없이 박아둬서 그 드랍을 아무 피해없이 막으면서 유리했던 경기를 더욱 굳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진영수가 진을 치고 있었다면 저그가 후방에서 공격은 오지 않겠나 라는 의심을 품었어야 하는데, 폭탄드랍에 대한 대비가 너무 없었습니다.




그래도 박찬수 칭찬은 해야겠습니다. 드랍의 타이밍은 사실 테란이 트리플커맨드를 돌리고 그 이득을 볼, 병력 폭발 타이밍 직전에 이루어진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병력들역시 사실 터렛좀 박혀있었어도 못막았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무시못할 대규모였습니다. 그렇게 마인밟고, 뮤탈이 별 힘을 못 썼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 한방이 모였을까요.


전 이것이 저그가 메카닉테란을 상대하는데 최적화가 거의 다 완료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그유저에게 있어서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치는 컨트롤도 물량도 아닌 라바관리입니다. '라바관리' 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하기에 저그가 라바속에 가진 그 특징과 변수는 너무나도 무궁무진하게 많고 다양합니다. 해처리는 몇개인가, 드론은 언제 뽑아야 하며, 병력 폭발은 이때부터 해야 하며 등등 말이지요. 08년 말에 메카닉 사기론이 나왔을때, 그 전략을 들고 나온 테란의 입장에서는 이런 최적화에 별 머리를 짜맬 필요가 없었습니다. 팩토리 늘리는 타이밍, 멀티 늘리는 타이밍은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토스전에서의 경기들을 떠올리면서 승리의 시나리오를 짜가면 됐으니까요. 반면 저그는 이제껏 상대하지못한 신개념에 이리 들이받고, 저리 헤메고 하면서 힘들었던것이 사실입니다. 저그가 그런 메카닉의 대한 해법을 투햇뮤탈로만 이겨낼려는 모습이 보이던 올초였습니다만, 이 경기 뿐만아니라 어제 이제동vs조병세의 경기를 보면서도 저그가 운영으로도 메카닉을 누를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메카닉 시대의 종결따위는 아닙니다. 박찬수가 잘했고, 진영수는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무적의 빌드라는것은 없다는 스타크래프트의 오래된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시켜주었던 게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더 잘한놈이 이기는 게임, 그것이 승부의 세계고 그것이 스타크래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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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2SKY_
09/06/12 02:53
수정 아이콘
경기보면서 제일안타까웠던것은,
커멘드의 숫자가 저그 멀티 갯수와 같은데 커멘드를 하나 더지었던 점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테란이 한방 뭉쳐서 진출할 낌새가 보이면 저그는 시간을 벌기위해서 게릴라전을 하게 되는데, 본진에 수비가 너무 허술한게 '결정적 패인'이 아닌가 싶네요//
09/06/12 04:11
수정 아이콘
스타에도 '그릇'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영수 선수를 보면 참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은 많이 하지만 여러가지 플레이의

사소한 면을 봤을 때 최고의 선수의 자리의 오를 '그릇'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 그릇은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자신이 넓혀나갈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09/06/12 04:43
수정 아이콘
뭐 08년 후반~09년초에 등장해서 한창 인기를 끈 메카닉은 이제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여집니다.

요즘 테란이 저그에게 지는경기들을 보면 무리한 메카닉운영으로 가다가 저그의 물량에 막히면서 GG치는 경기들이 다수이죠.

어떻게보면 이러한 결과가 앞으로도 테저밸런스에서 저그가 우위에 설 것이라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은 확실한 저본테란이 없죠. 이게 바로 증거라고 봅니다.
09/06/12 06:37
수정 아이콘
산화님// 저그가 우위에 서진 않죠. 물론 테란 대 저그 5:5 밸런스만 나와도 그건 저그가 우위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요.
확실히 메카닉을 하려면, 초반에 무언가 저그에게 피해를 주고 시작해야하는데
최근 테란선수들이 너무 안일하게 플레이 하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저그 흔들지 않으면 힘싸움에서 메카닉이 저그병력 이기기 어렵습니다.
케세라세라
09/06/12 07:02
수정 아이콘
일부러 오버 속업보다 드랍업을 먼저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버 속업이 너무 늦게 되더라고요. (그 것 때문에 마인에 좀 당했죠.)
어쨌든 오버 속업이 너무 느리게 되니 진영수 선수가 드랍 생각을 못한 듯 합니다.
중간에 드랍 올 때 벌쳐 1마리로 봤는데도 당황했는지 앞마당 시즈모드 탱크 시즈 풀 생각도 못 하더군요.
09/06/12 08:50
수정 아이콘
아직 저그가 꺠야 하는 빌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메카닉이야 요즘 파해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막강한 원배럭 더블 바이오닉, 발리오닉, 게다가 투스타 레이스까지...
azurespace
09/06/12 12:26
수정 아이콘
Drizzle님// 투스타 레이스는 신상문 선수 이외에는 거의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있고, 발리오닉은 발키리 1~2기 타이밍에 안 잃고 모아야 되는데 그게 거의 불가능하죠. 그리고 요즘 저그 선수들의 컨트롤은 투햇뮤탈로 4배럭 바이오닉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 원배럭 더블 역시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있구요.. (이렇게 된 것은 맵 영향도 크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테란의 황금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무슨 유닛을 써서라도 초반에 저그에게 피해를 강요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투스타 레이스 자체가 뮤탈에 피해받기 전에 레이스로 먼저 피해를 주고 뮤탈을 묶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전략 아닙니까.

요즈음 테란들은 1,2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형태의 전략을 지니고 있죠. 안 쓰는 유닛이 고스트랑 배틀밖에 없습니다. 발리앗, 발리오닉, 투스타, 골탱 메카닉, 원배럭 더블, 패스트 베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그에게 그다지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테란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09/06/12 12:44
수정 아이콘
azurespace님//
그렇다고 치면 저그는 디바우러/퀸/인페스티드 테란 외에 여태까지 테란전에 안써본 유닛이 없죠.(그 퀸도 이제동 선수는 썼었군요!)
테란이 어려워졌다기보다 저그가 조금 할만해졌다. 가 더 옳은 표현인거 같습니다.
09/06/12 12:51
수정 아이콘
드랍전까지만해도 진영수 선수가 할만했는데. 참 이선수는 안타까워 보이는 면이 좀 있습니다. WCG국대 선발전에서 송병구 선수를 격파하고 1위 했을때가 엄청난 피크였는데.
azurespace
09/06/12 13:02
수정 아이콘
망상님// 원래 상성에서 밀리는 종족이 앞서는 종족을 이기려면 온갖 병력을 모두 조합해야지요. 그렇다고 상성에서 앞서면 조합은 상관없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중요한 것은 테란이 새로운 조합들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저그가 할만하다는 것이죠. 더 이상은 테란과 저그의 경기에서 테란이 압도적인 상성종족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뮤탈 때문인 것 같긴 합니다만, 뮤탈 쓰기 어려운 맵이 이제와서 나오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테란이 저그에게 완전히 밀리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지만요.
블랙독
09/06/12 13:11
수정 아이콘
저두 왠지 오버 속업이 느린게 수송업부터 하지 않았나 생각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즉흥적으로 생각했다고 보기엔 라바관리부터 신경써야 하는 저그입장에서
드랍된 병력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다다닥
09/06/12 15:24
수정 아이콘
진영수 선수 어제는 다른게 문제 아니었죠.

becker님의 말씀과 같이 너무 자신의 운영만을 생각한 채 저그가 무얼할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제 해설진의 말마따나 테란이 '본진만 날아가지 않으면 무조건 이기는 상황' 에서 굳이 11시 멀티까지 하면서 여유를 부리더군요.
적당히 사배 모으면서 저그가 드랍 못하게 적절히 압박도 필요했지만 뒷문은 열어둔채 대놓고 맵을 넓게 쓰더군요.

진영수 선수의 최근 기세 좋고 게임 내용도 좋고, 반대로 박찬수 선수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결국 분노의 카운터 펀치 한방에 진영수 선수가 다운되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고전 명제 또 하나 있죠. 방심은 게임을 망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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