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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7 20:16:51
Name nickyo
Subject 주유 공근. 그리고 제갈량 공명.

삼국지 연의에서, 주유 공근은 오나라 최고의 군사였습니다.
연의에서 오나라는 일종의 곁다리 느낌이 많을 정도로 중심 스토리에 많이 물러나있지만

어쨌든 주유는 굉장한 전략가였습니다. 오나라를 그렇게 유지했고, 조조의 침공을 막으며 형주를 유비에게 내준 것을 되돌리려고 노력했던 인물..

그러나 그 주유는 연의에서, "하늘은 어째서 주유를 낳고 제갈량 또한 낳았는가."라며 탄식합니다. 그리고 단명하지요.


이영호선수는 삼고초려를 하는 유비가 제갈량의 능력을 얻은 느낌입니다. 강했지만 몇 번이고 중요한 무대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좌절을 겪어야 했죠. 이제동, 송병구, 김택용. 그러나 당시 최약체로 치닫던 KT(신야성상태)에서 '형주'를 얻었다 할 수 있는 박카스배의 우승. 그리고 실력을 더욱 높여 프로리그에서 홀로 서촉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KT를 소년가장모드로 겨우겨우 먹여살렸더니, 개인리그에서는 그만 텐션이 떨어져 형주를 잃어버렸다 할 정도로 위세를 잃어버립니다.


오늘 이영호선수가 우승을 했습니다. 진영화 선수는 전통명가 CJ에서 정말 오랜만에 배출한 결승진출 로열로더의 프로토스였지만 4경기를 안타깝게 패배하며 막을 내렸네요. 진영화선수의 능력이 우승에 모자람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제갈량과 방통, 주유와 사마의, 순욱과 서서. 이 시대에는 너무나 많은 위인들이 있었고.. 진영화선수는 시대탓을 해도 될 만큼 재미있는 결승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갈량의 위치에는 '김택신'이 있었고 '이제동네뭐시기'가있었고, '리치킹송뱅'이 있었습니다.(악의는 없습니다. 김택신을 활용하려다보니..) 그 때 마다 리쌍택뱅은 서로 "어째서 하늘은 나와 저들을 함께 낳았는가"라며 원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지옥불과도 같은 곳에서 이영호 선수는 계속해서 좌절했으나,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진영화선수 또한 절대 모자라지 않습니다. 진영화 선수는 처음 프로리그에 진출해서 패배를 겪고 자진해서 2군에 갔다고 합니다. 이대로는 '보통 프로토스'로 남을 것 같다고.. 그는 절차탁마하여 신예트로이카 3인방으로서 '주유'에 걸맞는 능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곳에는 이미 '최강자'를 향해 삼고초려를 하는 이영호가 있었고, 그는 이미 서서급이 아니었을 뿐이죠. 이영호선수가 걸어온 지옥도가 그저 진영화선수보다 좀 더 처절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연의에서 주유는 제갈량을 회유도 해보고, 전략으로 싸움을 걸어보기도 합니다. 형주를 되찾고 제갈량으로부터, 촉으로부터 오나라의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서요. 그러나 제갈량은 한 통의 서신으로 주유의 머릿속 계획들을 마치 두 눈으로 바라보는 듯 꿰뚫으며 주유를 홧병으로 죽입니다. "하늘은 어째서 공명과 나를 동시에 내렸는가"하며 피를 토하는 그의 처절함은 마치 오늘 4경기에서 진영화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더블을 한 뒤에 정찰도 늦었건만, 이영호선수는 압도적인 기교로 모든 방법에 대해 대책을 내놓으며 부수어 버렸습니다. 편지 한 통을 보낸 제갈량처럼.. 진영화 선수의 늦디 늦은 gg를 치는 손에 얼마나 많은 아쉬움이 남아있었을까 싶습니다.



그저, 걸출한 프로토스로 자리매김하고, 더욱 비상할 수 있는 진영화선수가, 주유의 비극적 결말처럼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제갈량에게 한탄하며 죽어간 것 처럼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의 패배는 전투의 패배이고, 그에게서 로열로더의 기회를 뺏았으나

이영호선수의 몇 번의 좌절에도 끊이지 않고 스스로를 가다듬어 이렇게 강해진 것 처럼

언젠가 그 또한 리쌍택뱅처럼 제갈량의 자리에서 기량을 뽐내길 바랍니다.

즐거운 승부였습니다.



MSL에서는 중달과 제갈량의 승부라 할 만큼(기세로따지자면) 멋진 결승이 또 기다리네요.

연의에서 최후의 승자는 사마씨입니다만

스타판은 꼭 그렇지도 않으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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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물량
10/01/17 20:22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원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PGR 두부에러가 나고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기분이네요.

이영호가 경기력으로 포스로 보여주네요.
오늘 처음으로 최연성 이후로 이런 건 처음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10/01/17 20:27
수정 아이콘
지금 막 끝난 스타판을 보고 삼국지와 연관시켜 글을 짓는 당신은,

삼국지본좌.

외워라, 닉????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01/17 20:28
수정 아이콘
근데 갑자기 김택신하고 코랜드파이널을 말하던데

이게 뭔말인지 설명좀 해주실분...;;

맨날 pgr들어오는데 왜 모르겠죠..
태연사랑
10/01/17 20:29
수정 아이콘
Crash님// 유게 가시면 있습니다 근데 유게에서까지 보는건 상관없는데 겜게에서도 거론되니 택용선수팬으로서 그다지좋지않네요

양대광탈을 했는데도 김택용선수가 짱이라고 하는 팬들을 두고 안티가 만든걸로 알고있습니다

물론 크래쉬님에게 뭐라고 한게아니고 자꾸 몇몇 분들이 그걸 게임게시판에서도 쓰시길래 말씀드린거에요
10/01/17 20:29
수정 아이콘
주공근이 연의에서 완전 망가진걸 또 실감하네요.
夢[Yume]
10/01/17 20: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쏙쏙 잘 들어오네요
10/01/17 20:32
수정 아이콘
private님// 엄청 깍아내렸죠 주유공근..
촉vs위만을 내세운 연의의 현실..
10/01/17 20:33
수정 아이콘
진영화.. 제발 여기서 꺾이지 마시고 강민선수처럼 준우승 이후 날을 갈아서 다음시즌 우승 해봅시다 !!
황제의 재림
10/01/17 20:39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 역시 첫스타리그엔 4위했다는 사실. 진영화선수 인터뷰보니 업그레이드되서 돌아오겠더군요.
완소탱
10/01/17 22:28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의 몇몇 준우승자들은 결승가서 지고나서 하락세인 모습을 많이봐왔엇는데 진영화선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장성원
10/01/18 02:19
수정 아이콘
저기 스타랑은 상관 없는 얘기지만, 공명이 주유를 죽일 목적으로 그 일련의 행동들을 한 것인가요? 그냥 주유가 자기 분에 못이겨 죽은 것이 아닌가요??
김백호
10/01/18 03:12
수정 아이콘
연의를 좋아하시네요. 하지만 연의는 말 그대로 나관중의 소설일 뿐이죠.

정사와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연의에서 띄워주기가 가장 심한 영웅을 둘 꼽으라면 전 제갈량과 조운을 꼽겠습니다.

그리고 연의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장수를 꼽으라면 장합을 꼽겠습니다. 또 하나를 더 꼽으라면 주유.

삼국지의 세계에서 최고의 군사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곽가와 가후, 그리고 조조를 꼽겠습니다. 제갈량은 내정의 천재였을 뿐이죠.

연의가 만들어낸 제갈량의 허상과 주유의 저평가는 참 아쉽기만 하네요.

적벽대전에서 도대체 제갈량이 한 일이라고는 주유의 마음을 화평에서 싸움으로 돌린것, 하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바람소리
10/01/18 06:09
수정 아이콘
정사로 봐도 제갈량과 곽가, 가후는 비교불가입니다. 가후의 경우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가라 삼공의 자리까지 오르니 그 점을 제갈량보다 더 쳐줄수도 있겠지만 제갈량이 촉정벌후 서천을 장악하는 과정을 보면 뭐... 정치력도 안되겠네요.

정사기준으로봐도 본좌입니다. 연의에선 신이지만요. 그리고 제갈량은 정사모습이 미니멈입니다. 패했는데도 그정도 기술입니다.

1/6의 국력으로 항상 공세를 취했던 원정군 총사령관인데 일개 참모랑 비교하시면... 총사령관은 아무나하는것이 아닙니다.;;;; 군략으로 조조는 연의에서도 높이 평가되었고, 곽가나 가후...특히 곽가가 한것이 뭐있나요. 실제로 자기가 병력이끌고 군략보여준 적이 없잖아요. 순욱은 가장 중요한 수도 방어에 보급선확보 그리고 창업초기 군략을 전담했지만 곽가, 정욱, 가후는 말그대로 조조의 서브역할이었는데....


그리고 어차피 정사로 보면 적벽대전 주유에게 조조가 패한것 큰타격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두나라가 고생하고 땅한쪽 없던 유비는 형주를 먹었죠. 결국 제갈량의 승리아닙니까.


장합의 저평가도 굳이 말로 꺼낼정도는 아니죠. 연의에서도 명장으로 평가받았고, 장비에게 진것은 사실이니까요. 뭐...조조의 다른 장수들이 장비피해서 도망다닌것에 비하면 용감하긴 합니다만...관우장비에 살짝 딸리는 위나라의 최고명장. 딱 적절한 평가같은데..


최고 저평가는 유비아닐까요?
유비가 조조 기반이었어도 조조만큼 했을것같은데.... 실제로 서로 갖추고 싸운 최초이자 마지막 전투인 한중전떄 승리하기도 했었고...
뭐 이부분은 추측일뿐입니다만..
10/01/18 10:01
수정 아이콘
nickyo님께서는 본문에서 명확히 '연의'라고 언급하셨고, 그에 비유해서 지금의 스타판에 대한 글을 쓰신건데, 난데없이 연의니 정사니 누가 뻥튀기니 이런 댓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10/01/18 11:52
수정 아이콘
김백호님// 가장 뻥튀기 된 사람이 제갈량이라구요? 삼갤에서 그 얘기 해보시면 제대로 털릴듯
곽가도 현재 뻥튀기된 인물이라고 요즘 많이 박하게 평가하고 가후도 갈수록 평가하락하는데 삼국지 최고의 군사라니. 과연 읽어보신 정사가 어디 번역판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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