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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28 21:22:00
Name (GO)판타지스타
Subject [스타2] 제가 사랑하는 두 선수
제가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한건 2000년. 중학교 1학년때부터 입니다.
그해 가을에 있었던 프리챌배 스타리그가 제 인생의 첫 스타리그였죠.
국기봉과 강도경, 지금은 TV에서 자주 보이는 기욤 패트리.
당시 결승에서 맞붙은 김동수와 봉준구, 그리고 김동수의 우승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당시 결승전이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던 사실까지 기억나는걸 보면 이 대회가 제 뇌리에 깊숙히 각인되었나봅니다.)

이후 황제 임요환이 등장하고, 뒤이어 폭풍과 영웅, 천재, 그리고 몽상가가 차례대로 등장합니다.
악마와 퍼펙트 테란이 그 뒤를 잇고, 괴물이 떠오를 즈음...
저는 유로04를 계기로 위닝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그후 2년여를 스타에 관심을 끊었습니다.

몇년후 TV 채널을 돌리던 저는 우연히 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재수학원 친구들이 스타를 워낙 좋아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터라 언뜻 듣기는 했습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그 사람을 '본좌'라 부르더군요.
대학도 합격했겠다, 오랜만에 TV도 보겠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예전부터 궁금했던지라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릴겸 저는 채널을 고정시켰습니다.

그날이 언제였냐구요? 3월 3일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플스방에서 앙리 슛, 슛!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커세어가 오버로드를 때려잡는 장면이,
또 한편으로는 다크 한기가 저그 멀티를 쓸어버리는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마침 대학 동기들이랑 선배들도 스타를 좋아하겠다, 저는 스타의 세계에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관심을 가진 선수는 김택용이었습니다.
김택용을 시작으로 여러 선수들을 하나하나 알게되었죠.
그러던 어느날, 저는 이 선수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그전에...
제 대학시절 얘기 잠깐 하자면요...

대학시절, 저희에게 스타는 게임 이상이었습니다.
동기인 저희들은 물론 선배들도, 더 위학번 선배들도, 심지어 1년후 들어온 후배들도 스타를 좋아했습니다.

공강시간이나 강의가 끝난후 PC방에서 스타 팀플을 하는건 기본이었구요.
1학년때는 강의를 째고 그시간에 스타를 한적도 많았습니다.
가끔 프로리그하듯이 선배들이랑 7전4선승제 매치를 하기도 했구요.
(기숙사 살던 친구들은 IPX를 통해서 1대1 경기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배틀넷으로 개인연습하는건...말이 필요없겠죠?)
휴게실에서 저녁이나 야식을 먹으면서 스타리그를 본적도 많았습니다.

동기들은 물론이고, 선배들, 심지어 후배들도 절대 다수가 주 종족이 저그였습니다.
학번당 1~2명 정도는 테란이었고요. 토스는...전부 다합쳐서 딱 2명이었습니다.
원래는 저도 테란이 주종족이었지만 토스가 워낙 없었고, 무엇보다 제가 심하게 스막인지라,
어느 종족을 해도 어차피 꼴지인거 종족 균형이나 맞출겸 토스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희들중에서는 금지어가 제일 인기가 많았습니다.
김택용도 인기가 많았고요.
이제동은 처음에는 금지어랑 비교되면서 많이 까였지만, 이후 꾸준한 노력과 이를 통한 성장,
그리고 잘생긴 외모와 결정적으로 2010년의 그 악몽같은 일 이후로 많은 선후배 및 동기들이 팬이 되었구요.
이영호는 처음에는 꼼수나 쓰는 고딩이라며 많이 까였지만 소년가장 시절을 시작으로 갓으로 각성한 이후부터는 다들 감탄하더군요.

그럼 송병구는?

처음이나 나중에나 허구헌날 까이는 선수였습니다.
쟨 맨날 결승에서 진다. 그러면서 맨날 핑계만 댄다.
지가 못해서 져놓고 왜 허구헌날 남탓만 하냐,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등등.

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김택용에 처음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런 저에게도 송병구는 '분명 잘하지만 김택용과 비교하기엔 솔직히 김택용한테 미안한 선수.' 정도였습니다.
종종 핑계성 발언을 할때는 저 역시도 쟨 왜 저러나 싶었구요.
근데 경기를 계속 보고, 송병구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이 선수에 점점 관심이 생기더군요.
같은 종족에 손이 느리다는 게임 내적인 공통점과
멘탈이 잘 흔들리고 한번 자신감을 잃으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게임 외적인 공통점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서인지요.
와우에 빠져서 1년을 날리고, 우승 문턱에서 매번 좌절하고, 말실수를 해서 여러번 욕을 먹으면서도
포기하지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송병구의 모습은
당시 슬럼프에 빠져 학점도 바닥에 여러번의 실수로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싸로 지내던 제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늘 그랬듯 송병구를 비웃을때 저는 언제부턴가 마음속으로 늘 송병구를 응원하였고
결국 2008년, 송병구는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드냐구요?
아무 생각도 안들어요. 정말로요.
그냥 마음 속으로 박수갈채만 보내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몰랐습니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는 이 안경쓴 청년와 함께 다른 한 선수를 제가 이후에 응원하게 될거라고는 말이죠...


이 친구, 굉장히 조용합니다.
도발이나 심리전을 일체 걸지를 않더군요.
숫기없고 약간 어리버리한 모습이 기존의 T1 선수들과 많이 다르고요.
처음보는 이 친구, 이름이나 알아두자 싶어 기억해두었습니다.

T1소속이기에 그래도 가끔은 보리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보게 되더군요.
이제동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한 바투 스타리그 결승전.
대체로 이제동을 응원하는 와중에 저는 그냥 별 생각없이 재미있는 경기나 했으면 하면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5세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그야말로 환호를 할때, 제 눈에는 그 친구의 씁쓸한 모습이 먼저 들어오더군요.
그때까지만해도 힘내라. 담에 기회가 오면 꼭 잡고. 이 정도 생각만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때부터였는지요.
한동안 이 선수를 따라다니는 두 수식어가 생긴게요.
하나는 콩라인의 후계자. 또 하나는 마리오네트.

둘다 선수 본인에게는 충분히 씁쓸한 얘기입니다.
특히 후자는 본인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죠.
정말 스트레스였다고. 그래서 추천해주시는 빌드를 사용하기 싫었던 적도 있다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이 선수에게 호감을 갖게된건 이 두 수식어가 붙을때부터 입니다.
올드들이 주름잡던 그 시절, 임진록이 있을때마다 콩을 응원해서 그런지요.
아, 그러고보니 송병구도 콩라인이었네요.
이건 현재진행형일수도 있지만. 이 선수에 대해 하나하나 알면서, 그리고 이 선수가 까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선수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광주. 제가 좋아하는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게되었습니다.
사실 어느 선수가 우승하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 선수가 이말을 하기 전까지는요.
'우승을 하려면, 비겁하고 아니고를 따질것없이 어떤 전략이든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들으면서 이 선수가 우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그리고 이 선수를 응원하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송병구를 응원하면서, 송병구가 사업 드립을 칠때마다 늘 한편으로 아쉬웠습니다.
상대가 어떤 전술을 썼든 진건 진겁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게 된건 결국엔 내가 부족해서 그 전술에 대비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설령 오심으로 졌더라도 심판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저지릅니다.
때론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내가 조금이나마 이득을 보는 경우도 분명 있고요.
본인도 정말 아쉽겠지만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실력으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봐온 이 선수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입니다.
독기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승부욕 때문에 꼴사나운 행동을 하는 일도 없었죠.
무엇보다 남탓을 하는 것을 못봤습니다.
단 한마디의 핑계없이 지면 패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지지 않기 위해 묵묵히 연습에 몰두하더군요.
이 말을 들은후 저는 이 선수의 팬이 되었고, 지금도 팬입니다.

한 선수를 좀 더 응원하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제가 좋아하는만큼 명승부를 펼쳐주기를 바랬죠.
하지만 스코어는 3대0. 허탈하더군요. 지금도 이때를 떠올리면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뻤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응원하고, 우승하길 바란 선수가 이겼으니까요.
(지금도 제 스마트폰 안에는 이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입맞춤하는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콩라인으로 남아있는(?) 이 선수는 자신감을 얻어서인지 실력이 많이 상승합니다.
스타1으로 진행된 마지막 프로리그에서는 3년만에 우승을 차지하죠.
(택신이 강림한 날로 유명하지만, 이 선수도 정말 잘했습니다.)
최후의 스타리그에서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절친한 동생이지만
커리어 내내 본인을 지겹게도 가로막던 '최종병기' 이영호을 스윕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콩라인의 후계자답게 2대회 연속 준우승, 마지막 대회는 전승준으로 스타1 커리어를 마무리합니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우승을 못해서 팬분들께 죄송하다고 할때, 그리고 영무형 우승 축하한다고 할때는 너무 가슴이 아프더군요.)


2012년 8월 4일.
마지막 스타리그가 종료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전용준 캐스터의 말과 함께 레전드들. 그리고 현역 선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엄전김, 임요환, 강민, 김동수 등등...
그러나...

이들중...단 두사람만이 남았습니다...

스타1 리그가 종료된후 스타1 선수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스타2에 도전장을 던진거죠.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택뱅리쌍이 적응기만 거치면 스2 무대를 휩쓸거다.
아니다. 스1이랑 스2는 다르다.
둘다 결국엔 게임. 잘놈잘이다. 근데 택뱅리쌍도 이제 나이가 있지않나?

스1은 스1.
스2는 스2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은 택뱅리쌍을 비롯한 스2선수들에게도 다가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2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이제동은 제외입니다.)
부진에 빠져듭니다.
프로리그에서는 그나마 밥값을 하지만(그마저도 소수입니다.)
개인리그에서는 나오는 족족 털립니다.
그나마 리쌍이 선전합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스1 선수들은 더 기량이 하락합니다.
프로리그에서조차 이들은 자리가 없습니다.
하나둘 은퇴하기 시작합니다.
김택용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얼마후, 황제가 이 바닥을 아예 뜹니다.

2014년에 이르러 상황은 점점 나빠져갑니다.
롤이 대세가 되면서 스2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밀려납니다.
이에 온게임넷은 스2리그를 아예 없애버립니다.
프로리그도 더이상 중계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스타행쇼라는 프로그램에서 스2를 대놓고 모욕을 줍니다.
그것도 스2 프로리그를 하는 시간대에 말이죠.
어느 패널은 공허의 유산은 블리자드에서 무료로 풀어야한다는 망언까지 날립니다.

누가 했냐고요? 엄재경이요.

다행히 스포티비에서 스2리그를 열기로 결정합니다.
프로리그도 의외로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GSL 중계진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도 다양한 방송을 통해 스2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지금은 나름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4년 팀을 대거 떠난 선수들도 국내 다른 팀이나 해외 팀에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스2판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송병구는 2013년 플레잉코치로 전환합니다.
2014년에는 감독직까지 겸임하게 되었고요.
나이도 나이고, 게임 자체도 아예 달라진지라, 예전같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 무대에 몸담고 있습니다.
(몇달전에는 코드S도 통과했죠. 얼마전에는 공유 집정관 모드에서 볼 수 있었고요.)

그럼 정명훈은?

다른 스1 출신 선수들처럼 정명훈도 극도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2013년에는 프로리그에서는 그나마 밥값을 하더니
주장이 된 2014년에는 개인리그에서는 매번 코드A와 코드B를 왔다갔다하고,
프로리그에서는 어쩌다가 몇번 나올뿐 그외에는 늘 벤치만을 지키게 되었죠.
당시 프로토스의 강세와 테란의 약세는(2013-14년 한정입니다.) 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2014년 8월. 그는 팀을 나오게 됩니다.
다른 동료들은 팀을 나온 후 바로 새 팀을 구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하죠.
이 때 아프리카에서 제의가 들어옵니다.
방송을 시작하지 않겠냐고, 스타1으로 복귀하지 않겠냐고...
(정명훈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겠다 했을때 최연성 감독이 처음 한 말이 그거라죠. 너도 아프리카로 갈거냐고.)

정명훈의 선택은 거절이었습니다.
스타를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스타1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요.
그 뒤 친분이 있는 스2선수들과의 연습 및 외국의 여러 군소규모 대회들에 출전하면서 폼을 끌어올린 그는
결국 해외 팀에 입단, 스2 선수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새로운 팀에서 실력을 끌어올린후 정명훈은 새 시즌에 돌입합니다.
T1 시절에는 개인리그는 커녕 프로리그도 거의 못나오던 선수가
팀을 옮긴후 양대 개인리그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죠.
몇달전에는 어윤수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보여주며 GSL 16강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본인 게이머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는 소감은 정말 짠하더군요. 아,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GSL 시즌3에서는 백동준과 한지원을 만나 16강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그는 꾸준히 해외대회에 출전하고 포인트를 쌓으며 결국엔 본인의 목표인 글로벌파이널 진출에 성공합니다.
(고석현과의 플레이오프는 정말 명승부였습니다.
경기할때는 너무나 짜증나는 선수였지만, 경기 후 고석현은 제가 존경하는 선수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김준호와의 16강전에서 결국 패했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정명훈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지요.
채민준과 고인규 해설위원이 한, 정명훈은 어느 누구도 쉽게 이길수없지만
반대로 어떤 상대도 정명훈을 쉽게 이길수없다는 말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리쌍 얘기를 잠깐 하자면...
이제동은 몇년전 해외 팀으로 이적, 현재 북미 및 유럽대회에 참가하고 있구요.
이영호는 한동안 심하게 슬럼프를 겪다가 현재는 기량을 회복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덴뱅리쌍 모두
(뭐 이런 말 써도 될지 모르겠네요. 스2한정이라면 써도 무리없을거 같지만서도. 문제가 될시 수정하겠습니다.)
현재 공허의 유산을 맞이하여 열심히 연습에 매진중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좋아하는 두 선수.
정명훈과 송병구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이야기가 완성이 안되죠. 이 두 선수와 관련해서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맨 위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2000년부터 스타리그를 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선수들을 접했고, 그들이 펼치는 수많은 명경기들을 보았죠.
주변에서 스타리그가 언제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면
저는 늘 올드게이머들이 있었을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답합니다.

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중학생~고등학생 시절이어서 그럴수도 있고
케이블TV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때라 어렵게 경기를 보아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개성이 게임 안에서 살아있어서 그럴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많은 청년들이 어려운 환경과 기성세대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하고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고 나서도 숱한 실패에 불구, 기죽지 않고 꿈을 이뤄내는 모습이
무엇보다 팬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팬들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그들 스스로와 팬들을 위해 서투르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서 아닐까요?

올드게이머들의 경기와 택뱅리쌍 세대 선수들의 경기를 비교하면
확실히 택뱅리쌍 세대 선수들이 더 잘합니다.
기본기도 더 뛰어나고, 컨트롤도 더 섬세하죠.
그런데, 개성이 없습니다.
물량과 빌드가 강조되면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비슷비슷합니다.

정명훈과 송병구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플레이 자체가 올드게이머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정명훈의 벌쳐나 레이스 컨트롤을 보면 임요환의 그것이 가끔 떠오릅니다.
(물론 클래스 차이가 나지만요.)
송병구의 느린 손놀림과 섬세한 유닛 컨트롤, 그리고 캐리어를 보면
올드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플레이가 겹쳐집니다.

둘은 수많은 실패를 겪었기도 합니다.
정명훈은 준우승만 4번, 그것도 마지막 대회에서는 전승준을 달성했지요.
스타1 커리어 내내 이영호에 치여 2인자 취급을 받았고
T1시절에는 김택용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으며
T1팬들에게는 임요환, 최연성과 비교당하며 늘 모자라다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딱히 T1팬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네요.)
스타2에서는 개인리그는 늘 광탈, 프로리그에서도 대부분 벤치를 지켰으며
결국 T1을 떠나게 됩니다.
송병구는 2004년 신3대 토스라 불리며 데뷔하였지만
2006년 와우에 빠져 한해를 날렸으며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에게 줄줄이 우승을 내주며 콩라인에 가입하였습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 개인리그에서 실적이 없었으며
오랜만에 결승에 진출한 박카스 스타리그에서는 정명훈에게 3대0으로 셧아웃을 당했지요.
프로리그에서도 택리쌍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았으며
멘탈이 약한터라 기복도 심했지요.
때문에 택뱅리쌍에서 뱅은 빼야하는거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송병구는 택뱅리쌍 중 상대적으로 무시를 많이 당합니다.
염보성같은 애가 그런 소릴 해서 문제지.)
남탓만 한다고 커리어 내내 까인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이에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다는 공통점 또한 있죠.
정명훈은 끝내 우승을 차지하였고 끝내는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이영호를 셧아웃시켰습니다.
팀에서 방출된 후에도 아프리카의 유혹을 뿌리치고 해외팀에 입단
기량을 끌어올려 양대 개인리그 본선에 진출, 활약했고, 택뱅리도 진출못한 글로벌파이널 진출도 이뤄냈습니다.
송병구 역시 끝내 우승을 차지하였고 현재 플레잉코치와 감독을 병행하면서도
개인리그에 꾸준히 출전, GSL 코드S에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12년째, 세대로는 3세대에 걸쳐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두 선수의 커리어는 분명 처집니다.
이영호와 이제동이 커리어 깡패에 상대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박살내는 맛이 있고
김택용이 커리어는 둘에 비해 처지지만 번뜩이는 천재성과 센스가 돋보인다면
정명훈과 송병구는 넘어졌다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 일어나는
그런 절실함과 아스트랄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서 정명훈과 송병구가 좋습니다.
실력이 처지고, 커리어가 처지고, 무엇보다 수많은 실패를 했을지언정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그걸 통해 좀 더 나아지고
느리지만 한발 한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둔하고, 실수가 잦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가족들한테도 무시당하던 저는
이 두 선수를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으니까요.

얼마전 송병구가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은퇴한 게이머들이 아프리카 방송을 하는 건 좋지만
몇몇 게이머들이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고 말이죠.
프로게이머들이 본인의 직업에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마무리지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 게이머의 아프리카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별풍선을 쏘지 않는 시청자들을 건빵이라 부르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것을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져 방송을 나간 기억이 납니다.
그 일을 겪은 후로 아프리카 방송하는 프로게이머들을 볼때마다 거부감이 생기더군요.
(스베누 스타리그를 안본것도, 대국민 스타리그를 안보는것도 이 사건의 영향이 큽니다.)
염보성이나 철구같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요즘 유행하는 롤도 게이머들의 인성 문제 때문에 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래요. 사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건 그들 자유입니다.
그만큼 제가 그들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도 제 자유겠지요.

지금도 많은 분들께서 프로게이머들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벗겨냄으로써 E스포츠판을 조금이나마 살리는 것은
프로게이머들, 그리고 E스포츠 종사자들, 그리고 E스포츠 팬들의 몫이 아닐까요?

안경낀 어리버리한 소년이던 정명훈도 이제 9년차 프로게이머입니다.
송병구는 12년차고요. 두 선수 모두 이제 뛸 날이 얼마 안남은 노장들입니다.
그리고...두 선수 모두...국방의 의무를 언젠가는 수행해야겠죠.

정명훈과 송병구.
두 선수 모두 지금까지 해온것처럼 성실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스타2 리턴매치를 통해 멋지게 은퇴경기를 치루고(1번 이기고 1번 졌으니 이번엔 승부를 내야죠.)
후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멋지게 은퇴하길
이 글을 통해 바래봅니다.

두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P.S 특히 정명훈 선수.
올해 당신의 도전과 혼을 담은 노력.
그리고 성공을 보면서 저 역시도 기운을 많이 얻었고
덕분에 용기를 갖고 현재 도전하는 시험에 응시할수 있었습니다.
(현재 1차가 끝난 상태입니다. 2차 준비를 하다 집중이 안되서 오늘 글을 올려보아요.)
평소에 피지알에 자주 오셔서 글을 보신다는 말씀 알긋냐에서 들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이글 보시고 힘내셔서 공허의 유산 준비 잘하십시오.
송병구 선수도 이 글 보시면 마찬가지로  힘내시구요.




고단한 대학 시절에 나에게 힘을 준 무결점의 총사령관.
힘든, 현재진행형인 임고준비생인 나에게 지금도 힘을 주는 테러리스트.
공허의 유산을 연습하느라 바쁜 당신들께
오늘도 꿈을 향해 한발한발 앞으로 가는 당신들께
너무나 감사한 당신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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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왘
15/11/28 21:27
수정 아이콘
글내용 합쳐주셔서 지웁니다. 팬심이 절절이 묻어나오는 글이네요
(GO)판타지스타
15/11/28 22:00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글자수 제한이 있는줄 알고 따로 올렸네요. 제가 지금 밖에 있어서, 집에 와서 다른분들 의견 보고 수정하겠습니다.
가루맨
15/11/28 22:08
수정 아이콘
그런데 다 합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가루맨
15/11/29 00:12
수정 아이콘
저도 올드 게이머들 좋아하고 현재 제일 좋아하는 선수들이 덴뱅리쌍(+스칼렛)입니다.
그 선수들을 좋아하게 된 경위는 좀 다르지만 아무튼 반갑네요. :)
15/11/29 03:58
수정 아이콘
합쳐주세요.
(GO)판타지스타
15/11/29 05:46
수정 아이콘
아래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계셔서...
좀더 의견 받아보겠습니다~
Winterspring
15/11/29 07:49
수정 아이콘
아 정명훈......스타1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이영호를 3대 0으로 이겼을 때 저 혼자 티비보다가 기립박수 쳤었네요.
그의 인터뷰 등으로 유추해 볼 때, 테러리스트라는 별명과는 달리 성품도 참 좋은 사람이겠다 싶더라고요.
이 선수는 정말 정감이 가는 선수였습니다.
오랜만에 그의 경기를 좀 찾아봐야겠네요.
bellhorn
15/11/29 07:55
수정 아이콘
합쳐주심이..
(GO)판타지스타
15/11/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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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쳤습니다!
용수리성당
15/11/29 12:49
수정 아이콘
글 읽어내려오다가 어쩔수 없이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기억은 좋은데
왜 굳이 그 글에 티원이나 최연성 감독에 대한 분노(?)나 취향은 저리도 당당히도 밝히나 싶어서요.
이곳에 최연성 감독 팬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굉장히 당연하다는듯이 지금도 싫어합니다라뇨
분노, 짜증 이런 단어 들이야 워낙 잘했었던 팀이니 묘사하기 위해 그당시의 감정을 적을 수 있다지만 참...
아무리 테란과 티원이 제국이었다지만 참 대놓고 이렇게 쓸 수 있다는게 씁쓸하네요
(GO)판타지스타
15/11/29 13:24
수정 아이콘
왜요? 괜히 욕먹는것도 아니고, 본인이 한 행동으로 욕먹는 행동인데요. 화승의 우승은 E스포츠에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나, KT는 하위팀에 이영호 애드온한 정도라는 말, 그외 숱한 도발들이 그럼 잘한 말인가요? 그런 말을 들은 화승 팬이나 KT팬들 기분은 과연 안씁쓸할까요? 전 화승이나 KT팬도 아니고, 그나마 진에어를 호감을 갖고 지켜보는 자유로운 팬인데 최연성의 이런 인터뷰를 보고 제가 다 화가 나더군요.

그렇다고 지금은 이런 행동을 자제하냐. 그런것도 아니죠. 올 연초에 역삼역 앞으로 나오라고 했던 사건도 있었죠? 몇달전에는 강도경 감독한테 할말은 많지만 똑같이 되기 싫어서 일부러 말을 안한다고도 했었죠? 말도 안되는...(이건 그래도 이해는 가네요. 강도경도 말이 많은 사람이니까...)

최연성도 이제 만으로 31살이에요. 본인이 한 행동에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죠. 그게 사회생활이에요. 제가 인성 뭐같은 최연성 너야말로 E스포츠에 도움이 안된다,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런 식으로 말한것도 아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안좋아하는 사람 별로 안좋아한다고 했을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저는 오히려 E스포츠에 도발같은 요소가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는건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까지 했는데요.

송병구 좋아하는 저도 송병구가 게으르고 멘탈이 약하다 하면 그냥 아무말 안해요. 와우에 빠져 허송세월한 것도 있고, 그동안 멘탈이 자주 흔들린것도 사실이니까요. 다행히 정명훈은 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지만요.

좋아하는 선수 욕먹는게 그렇게 싫으시면 최연성한테 메일이라도 한번 보내보세요. 너 팬인데 너가 하는 짓때문에 욕먹는거 싫으니까 제발 자제좀 해달라고요. 이런데서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하지말고요. 저도 왠만하면 최연성 언급하기 싫으니까 제발 욕좀 안하게 최연성이 욕먹을짓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P.S 제국이란 표현은 오히려 경탄의 의미로 쓴 표현입니다. T1 본인들도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나요? 이 표현이 거부감이 드신다면 이 표현은 수정하겠습니다.
용수리성당
15/11/29 13:33
수정 아이콘
이벤트글은 아닌것 같으니 신고 누를 값어치도 없어 보이네요.

본인이 한짓? 전 세계에서 도발한다고 스포츠 선수나 감독을 당연하다는듯이 욕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겁니다.
그건 스포츠 산업의 일부분이죠. 님이 도발을 하지 않는 얌전한 성향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도 뱅빠지만 뱅빠가 도발가지고 이런 말을 크크크)
그 반대 성향을 나이까지 들먹여가며 비하해야하는건 아니죠
댁이나 댁이 쓴글 보면서 책임감을 좀 느끼시죠?

최연성 감독한테 할일없이 뭐하러 편지를 씁니까 바쁘신분한테
전 도발은 스포츠의 일부분이라 여기지만 님처럼 남이 싫네 어쩌네
인터넷의 익명성에 가려 욕이나 해데는 인간들이야말로 진짜 자기가 한짓에 대해
책임감을 좀 가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꼭 자신의 수준이 안되는 사람들이 남의 수준을 걸고 넘어지는 법이죠
(GO)판타지스타
15/11/29 14:07
수정 아이콘
무리뉴나 은퇴전 퍼거슨같은 경우 도발을 심리전으로 자주 활용하는 감독입니다. 필 잭슨 감독도 어느 정도는 여기에 해당하고요. 가까이는 우리나라의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이 상대팀이나 상대 선수를 도발하면? 그럼 상대팀 선수나 팬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아뇨. 상대팀 감독이나 선수들은 맞받아치고요 팬들은 커뮤니티에서 도발한 감독이나 선수를 디스합니다. (전 축구와 농구를 좋아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 트윗발이나 해외 커뮤니티발 현지팬들 반응을 종종 접합니다. 팬들은 다 똑같아요. 님 말따나 이 나라만 유난히 난리치는게 아니라요.) 자유롭게 응원하는 팬들도 통합 커뮤니티에서 지나치다 싶은 발언은 디스하고요.

전 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제 도발 자체는 리그 흥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싫어하지 않아요. 님말따나 저도 송병구 팬인데요. 다만 심하다 싶은 발언은 굉장히 싫어해요. 그게 화승 드립이랑 애드온 드립, 그리고 역삼역 드립이고요. 공교롭게도 세 가지 모두 최연성 입에서 나온 드립이네요. 이게 기분 탓인가요. (그렇게 바쁘신 분이 역삼역앞으로 나오라는 글과 함께 자기 폰번호는 다실 시간이 있었나보네요.)

네. 전 수준높은 사람 아니에요. 수없이 실수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걸 통해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그런 보통 사람입니다. 근데, 지금도 납득이 안가고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생각을 말한것 뿐이에요. 님같은 '수준높으신' 분의 비판을 받을 각오하고요.

그럼 이 커뮤니티는 님처럼 수준높은 사람들만 글쓰고 님처럼 수준이 높지않으면 세상 일에 대해 자기 생각도 못말하는 공간입니까? 그게 오지랖인거고요? 네, 저같은 수준낮은 인간들은 남의 일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해선 안되겠네요. 어떤 행동에 대해, 그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 그 수준을 언급하는 것도 안되겠네요. 그럼 커뮤니티란게 왜 있을까요? 특정 사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것 자체가 좋아서, 나아가 서로의 의견을 모아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만들어진것 아닌가요. 하하.

제가 첫 댓글이 지나치다 싶어서 사과라도 하려했는데...할게요. 제가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니 수정할게요. 그리고...

네. 님말씀따나 수준낮은 저는 여기서 물러날께요. 그냥 앞으로 눈팅이나 해야죠 뭐. 신고할 가치도 없는 수준낮은 사람이 여기서 댓글달아 뭐하겠습니까. 그냥 안하렵니다.

다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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