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맵제작자 변종석입니다...

조금은 분노에 섞여... 조금은 우려를 안고... 어쩌면 연민의 감정으로... 이 글을 읽으실 것 같네요. 어깨가 축 쳐져 있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테고, 네 맘대로 리그를 만드니까 좋냐는 식으로 도끼눈을 치켜뜨신 분도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서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막상 누르고 나니 막막한 생각이 드네요... ㅡㅡ;;

이번 시즌만큼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습니다. 처음 맵을 맡은 올림푸스나 마이큐브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더니 이번시즌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가는 듯 싶네요. 이번 시즌만큼 경기를 적게 본 적도 없었습니다. 제 맵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생방을 못 보면 재방으로 재방을 못 보면 VOD로 라도 챙겨보던 때가 있었는데요. 경기장에 가지 않으면 좀처럼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만큼 힘들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꼬이기 마련인데요. 잘 안 풀리려고 하니 계속 안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맵... 스타리그 -  노스텔지어, 기요틴, 패러독스, 남자이야기, 머큐리, 펠레노르... 프로리그 -  어나더 데이, 오딘, 머큐리 제로, 알케미스트, 아이 인 더 스카이... WCG - 코랄 오브 세레스, 달리아 오브 정글, 고키 아일랜드, 마르시안 크로스... WEG - 포비든 시티... Pgr21 대회 -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수정한 맵... 신개마고원, 헌트리스, 버티고 플러스, 제노스카이, 인큐버스 2004, 레퀴엠, 비프로스트 3... 그리고 IOPS 스타리그에 사용될 맵들까지... 참 많은 녀석들이 제 손을 거쳐 방송에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것저것 다 합치면 공식맵을 맡은 지도 2년이나 지났네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만 들어가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는 요즘입니다.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쯤에서 물러나야 하는 걸까요? 많은 고민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욕을 먹어야 하는 거지만 그 선두에 서있는 제 모습이 너무나 초라한 것 같습니다. 원망도 들고 한탄도 해보지만 모두 다 부질없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제가 잘못한 거겠죠... 제가 잘해야겠죠... 억울한 생각도 들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많은 분들이 이번 스타리그와 듀얼토너먼트를 지켜보면서 문제점들을 잡아낼 테고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어쩌면 그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리그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단점을 찾기 위한 리그였다기 보다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인데 그 동안은 무게를 덜 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리그였을 겁니다. "맵"은 정말 중요한 녀석인가 봅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놈이죠. 지금 욕을 잔뜩 먹고 있는 펠레노르나 머큐리 역시 제 자식 놈들이니까 당연히 제가 들어야 할 말들이겠죠. 그렇다고 해서 저 맵들을 내칠 수 없으니 더 좋은 맵들을 만들어서 좋은 리그가 되게끔 노력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걸 이번 시즌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IOPS는 많은 분들이 함께 준비를 했는데 지금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생각은 관계자 분들이 더 절실히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정확한 건... 선수가 떨어짐으로써 안타까워하고 한 종족이 몰락함으로써 속상해 하는 것은 저 역시 그리고 많은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이해해 주십시요 하는 건 아니지만 특정 선수를 진출시키기 위해 특정 종족을 몰락시키기 위해 리그를 준비하진 않습니다. 그런 억측은 만드는 이로 하여금 정말 힘 빠지게 하는 생각들이죠. 게임 리그가 규모가 커졌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살벌해 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팬들 혹은 네티즌들 또는 안티 세력들이 게임 리그와 관계된 곳에서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죠.

그런 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그런 분들의 말을 참고하거나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끔은 지나치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건 다분 제 개인적인 감정만은 아니겠죠.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곳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원하듯이 이쯤에서 물러서야 하는 걸까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저도 인간이기에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열심히 시즌 준비만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요. 다음 시즌이 갖는 의미는 제게 정말 중요할 것 같네요. 다음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 또 많은 일들이 있을 테고 다음 시즌이 열리고 나면 더 많은 일들이 있을테죠. 다 감당은 하겠지만 사실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전처럼 설레지만은 않네요...

저에 대한 글들을 모두 읽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 글은 제가 자주 가는 pgr21과 함온스, 파이트 포럼, 스갤, 엄아모, 제 카페에 똑같은 제목으로 똑같은 내용으로 직접 올리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Rose.of.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