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2/01 17:50:0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584053680
Subject [일반] <라스트 나잇 인 소호> - 에드가 라이트의 기묘한 세계 (강스포!)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이면서,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공포 장르기도 하고, 유일하게 코미디가 빠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의 카운터 컬쳐 애호가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죠.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적으로 모호함에 있습니다. 어쩌면 환상과 현실, 진실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영화는 굉장히 복잡한 시간선을 가지고 이를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어요. 꽤 복잡하고 어쩌면 난해할 수도 있는 작품의 정서를 모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리고 어쩌면 어디까지가 환각이고 현실인지를 모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방에서 시작해서 점차 확장되는 모호함 속에서 관객은 혼란에 빠집니다.


또 다른 강점이라면 매끄러운 장르 전환에 있다고 해야할까요. 심리 스릴러, 유령, 연쇄살인범이라는 공포라는 큰 범주 안의 세 가지 카테고리가 충돌하지 않고 매끄럽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곰곰히 뜯어보면 꽤 많은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날 뻔 한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흐름에서 크게 무너지거나 혹은 과다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모호함'이 강점인 영화라면,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가지게되는 결말부의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시각적 환각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각인지, 혹은 왜 그런건지에 대한 답은 물음표로 남겨놓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던 모호함은 후반부로 갈수록 꽤 아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영화 자체가 꽤 매끄럽게 연결되어 마무리 지어진다고는 생각하기에, 결말이 아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결말에서 영화가 가지고 있던 모호함은 이야기의 전말이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이 영화에서 촬영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60년대와 지금을 오가면서 화려함과 음울함 사이의 격차를 영화가 꽤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첫 60년대로 진입하는 장면에서의 미술은 뛰어납니다. 동시에 편집과 촬영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촬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작들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기에 특유의 편집은 잘 드러나진 않습니다.)


맨 위에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카운터 컬쳐 애호가 드러난다고 했는데 이는 60년대 첫 등장에서 대형 극장에 걸린 <007: 썬더볼 작전>에서 부터, 음악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영화는 인터넷 같은 몇몇 장면만 빼놓으면 80년대인가? 싶기도 해요. 좋게 보면 고전적인 느낌이 들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은 영화의 시대가 지난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개인차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지점이네요.


영화의 결말은 어떤 점에서 감정적이기도 합니다. (스포를 걸어놨으니 그대로 쓰겠습니다.) 제 2의 주인공이자, 피해자의 입장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캐릭터와 저주받은 집의 클리셰를 가져왔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왠지 모르게 캐릭터에게 감정이입 하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캐릭터가, 혹은 영화가 그리고 있는 60년대의 찬란함과 그 몰락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라고 할까요. 이상하게 캐릭터가 퇴장하는 그 장면이 저에게는 꽤 감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stra_LE
21/12/01 18:08
수정 아이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모호함'으로 영화를 찍었다? 봐야겠네요
aDayInTheLife
21/12/01 18:09
수정 아이콘
흐흐 재밌게 보십쇼!
멍멍이개
21/12/01 18:25
수정 아이콘
에드가 라이트가 만든 영화와 사이먼 페그가 나오는 영화는 일단 보는 편입니다. 소호 까먹고 있었는데 얼른 봐야겠습니다...
aDayInTheLife
21/12/01 18:26
수정 아이콘
사이먼 페그는 안나오고 꽤 이질적인 영화긴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신 분들 평도 좀 살펴보시길… 그래도 저는 좋았네요. 흐흐
파랑파랑
21/12/01 18:33
수정 아이콘
몽환적인 이야기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살아숨쉬더군요.
전날 잠을 별로 못잤음에도 한 번의 하품없이 집중해서 관람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부터 급격히 방황하는 내용과 작위적인 흐름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그전까지 매우 재밌게 봤기에 더욱 아쉬웠죠.

매력적인 두 명의 주인공들에게 푹 빠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몰입이 확 깨지더라구요.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주변 인물이었다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제 기준에선 너무나도 좀 말이 안되는 심리와 행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재밌게 봤기 때문에 마무리가 더욱 아쉽게 남네요. 그래도 추천입니다!
aDayInTheLife
21/12/01 18:36
수정 아이콘
결국 에드가 라이트(계속 에드라 가이트로 오타가 크크) 연출의 영화는 캐릭터에 있는거 같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말씀하신대로 몽환적이고 모호한 영화가 명확해지며 오는 영향 같긴 한데…
캐릭터 둘은 배우의 매력도, 캐릭터의 매력도 좋더라고요.
약쟁이
21/12/01 21:55
수정 아이콘
은퇴한 전 경찰은 왜 그렇게 죽는 건지 잘 이해가...
영화 끝날 때 제일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aDayInTheLife
21/12/01 22:05
수정 아이콘
오해가 불러온 파국인거죠. 좀 잔인하게 죽었다는 느낌은 들긴 합니다만ㅠㅠ
약쟁이
21/12/01 22:45
수정 아이콘
샌디가 죽인 인물은 인과응보(매춘 손님들은 애매하지만)라 봐도
전 경찰의 얼굴이 샌디가 죽인 인물들처럼 얼굴이 뭉개지면서 죽는 의미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냥 오해다 이걸로 끝내기엔, 주인공이 그에 대한 죄책감도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너무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게 아닌가해서요.

중반까진 몰입하면서 보다가 후반부엔 김이 많이 빠지긴 했습니다.
aDayInTheLife
21/12/01 23:01
수정 아이콘
경찰의 경우에는 인물의 쓰임새가 좀 아쉽긴 합니다. 인물이 반전과 긴장감을 위해서 사용되다가 버린 패 느낌이 좀 들긴 하거든요.
따져보자면 교통사고가 인물 간의 긴장감을 푹 떨어뜨렸다가 다시 반전이 일어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매끄러웠냐는 조금 아쉽긴 합니다. 막판 불타는 집의 강렬한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많이 아쉬웠을 거 같아요.
제가 말한 '오해'라는 단어는 서로를 '뭔가 알고 있는, 뭔가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다가 발생한 파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피엔딩이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는 캐릭터의 정신 상태를 좀 불안정하게 보이게 하면서(이것도 모호함의 일종이긴 하겠네요.) 완전한 해피엔딩일까? 는 조금 애매하게 다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긍정적/부정적으로 나눠 보면 긍정적인 엔딩이긴 하지만요.

이야기를 명확하게 마무리짓는것 , 특히나 호러-스릴러 장르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고꾸라진 영화가 많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좀 괜찮게, 좋다곤 못해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김격식
21/12/02 01:13
수정 아이콘
평소에 에드가 라이트 감독 작품은 스타일에 너무 힘을 줘서 제게 안맞다고 느꼈었고, <소호> 예고편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어서 기대감이 별로 없었는데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네요. 영국적인 요소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력, 눈이 즐거운 영상미가 좋았습니다. 음악은 제가 즐기는 종류는 아니라 그저 그랬고 종국에 밝혀지는 내용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나 나올법한 허망한 사연이라 실망했네요.
aDayInTheLife
21/12/02 08:04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는 재밌었다니 다행이긴 하네요. 그래도 호불호가 좀 갈리는 감독이긴 합니다. 영화가 런던 홍보 영화로 써도 될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위너스리그
21/12/02 06:55
수정 아이콘
크핫 마지막 스포는 간신히 눈을 피했습니다
기대되네요 꼭 봐야겠습니다!
aDayInTheLife
21/12/02 08:03
수정 아이콘
위험하셨습니다.크크 재밌게보세요!
로각좁
21/12/02 13:43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에 유령들이 도움! 외칠때는 조금 빵 터지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긴장감 유지를 잘 하더군요.
잘 짜여진 영화냐 하면 애매하지만 호불호를 따지면 굉장히 호였습니다.
aDayInTheLife
21/12/02 15:32
수정 아이콘
군데 군데 굳이? 싶은 과한 지점이 없던건 아니라는데 동의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매력이 있는 영화 같아요.
로각좁
21/12/02 16:02
수정 아이콘
맞네요. 말 그대로 다 떠나서 영화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였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222 [정치] '의사' 안철수 "지금 당장 전면 입국금지해야: [69] 호옹이 나오20094 21/12/01 20094 0
94221 [일반] 로마군의 아프가니스탄: 게르마니아 원정 [57] Farce17673 21/12/01 17673 59
94220 [정치] 이재명 35.5%-윤석열 34.6%..오차범위 내 초접전 [264] wlsak26081 21/12/01 26081 0
94219 [일반] <라스트 나잇 인 소호> - 에드가 라이트의 기묘한 세계 (강스포!) [17] aDayInTheLife7216 21/12/01 7216 0
94218 [일반] 인류로 달로 보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창시자, 마가렛 해밀턴 [28] 오곡물티슈13804 21/12/01 13804 9
94217 [정치] 코로나19 확진자 5123명. 위중증환자 732명. [243] 알콜프리23360 21/12/01 23360 0
94216 [일반] 갑자기 떨어진 예산에‥멀쩡한 전자칠판 바꾸는 학교들 [143] Leeka18033 21/12/01 18033 17
94215 [일반] 아직도 설렌다고? [94] 사랑해 Ji20719 21/11/30 20719 112
94214 [일반] 자게 푸념글 [13] 삭제됨9648 21/11/30 9648 3
94213 [정치] 정동영이 돌아오고 52시간 제한이 철폐되는 시기에 믿어야 할 것은 [93] 오곡물티슈21064 21/11/30 21064 0
94212 [정치] 당대표를 무시하는 당원들이 있다? [123] 굄성18608 21/11/30 18608 0
94211 [정치] 윤석열 "주 52시간, 기업운영 지장..비현실적 제도 철폐"(종합) [315] wlsak24338 21/11/30 24338 0
94210 [정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422] 저스디스35688 21/11/30 35688 0
94209 [정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55] 코지코지18048 21/11/30 18048 0
94207 [일반] [일상] 그저 건조기가 사고싶은 이야기 [54] 깃털달린뱀10964 21/11/29 10964 4
94206 [일반] 법의 집행은 법조문의 문구와 의도 중 어느쪽을 따라야 할까요 [26] Regentag8666 21/11/29 8666 2
94204 [일반] 내여귀 마마마 주제가를 부른 가수 ClariS의 노래들 [11] 라쇼12285 21/11/29 12285 2
94203 [일반] 야외 마스크의 필요성 [35] LunaseA16751 21/11/29 16751 6
94201 [일반] 올해 국립공원 스탬프 마무리 [20] 영혼의공원11690 21/11/29 11690 27
94200 [일반] 월페이퍼 엔진 안드로이드 출시 ,수정완료 [22] Lord Be Goja11942 21/11/29 11942 4
94199 [정치] 정감록의 정도령을 노렸던 그 남자, 돌아온다 [70] 오곡물티슈16430 21/11/29 16430 0
94198 [정치] 네 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손학규 대표 [62] 우주전쟁14569 21/11/29 14569 0
94197 [일반] 스포 함유) 드라마 해로우(Harrow) 리뷰 [10] 타카이9906 21/11/29 990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