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3/21 21:17:48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지갑 잃어버렸다 되찾은 이야기
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에 퇴원을 했는데, 월요일 + 점심시간 크리로 원무과에 사람이 미어터지더군요. 규모 있는 병원이라서 보험 관련 서류를 처리해주는 직원이 따로 있었는데,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 인수가 13명...;; 그 때 마침 저희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무인 프린트 가게가 새로 생긴게 떠올라서 그냥 돈 몇 천원 내고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프린트 가게에 들러 팩스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서 샤워를 하기 위한 방수 패드를 골라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이 없더군요. 불과 조금 전이라 프린트 가게에서 결제하고 카드를 지갑에 넣은건 확실히 기억이 났고, 그곳에 두고 왔나 보다 생각하고 되돌아 갔습니다.

12시 36분에 프린트 가게에서 결제한 문자가 와 있었고, 제가 다시 온 것은 1시 쯤. 하지만 지갑은 없었습니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CCTV가 있었고,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사정을 말하니 CCTV는 경찰을 동행해야 보여줄 수 있다고 하네요.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 가져가서 근처 파출소나 우체국 등에 맡기는 중일 수도 있는데 괜히 경찰을 불러서 CCTV까지 봐야 하나 싶더라고요.

2~3분 고민을 막 하다가 "아니 내가 뭐 진상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허위 신고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경찰관이 출동해서 제가 사정을 설명하는 도중 관리자가 청소하러 오더군요. 하루에 두어번 와서 청소하고 용지 채우는데 어쩜 그렇게 딱 타이밍이 맞았는지 신기했습니다.

어쨌거나 CCTV를 관리자분의 휴대폰으로 바로 볼 수가 있었고, 제가 그 가게에 지갑을 두고 간 것과 잠시 후에 어떤 아저씨가 와서 제 지갑을 가지고 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용 조서(?)를 쓰고 담당 형사가 정해지면 문자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저는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지갑에 있던 카드 4장을 전부 분실(정지)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에 전화하여 정지를 시켰죠. 이렇게 잃어버린게 처음이라 몰랐는데, 제 명의로 된 나머지 3장(다른 은행 및 카드사)도 같이 정지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라 했습니다.

그리고 재발급 신청까지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상담원분이 지갑에 혹시 보안 카드도 있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생각해보니 있었습니다. 요즘은 지문이나 패턴 등으로 모바일 뱅킹을 하다 보니 보안 카드의 필요성을 딱히 못 느껴서 별 생각이 없었고 갖고 다닌 것 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상담원이 보안 카드도 인증서 발급 등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분실 신고를 해야 한다더군요.

문제는 보안 카드를 정지시키면 모바일 뱅킹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는겁니다. 조회는 상관없는데 이체가 안 될 거라고요. 다행히도 보안 카드는 영업점을 찾아가면 바로 만들어 준답니다. 심지어 체크카드라서 재발급도 바로 가능하다는군요. 그런데...문제는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신분증도 같이 잃어버렸죠.

집에 오는 길에 주민센터에 들러서 신분증 재발급을 하려고 생각을 해보니 증명사진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지갑에 넣고 다니거든요. 근처에 즉석사진기가 어디있나 생각하다가 일단 짐이 많아서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고, 최근에 찍은 사진은 JPG로도 갖고 있어서 5,000원을 주고 재발급을 신청했습니다. 딱 거기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3시 쯤 되더군요.

그 때 국민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분실된 카드를 습득했다는 제보(?)를 받고 저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죠. 제 지갑을 보관 중인 곳의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더니... 7호선 신중동역(경기도 부천)이었습니다. 왜 괄호 안에 지역을 얘기하냐고요? 제가 분실한 곳은 인천터미널역(인천광역시) 근처거든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보관하던 곳이 역 내의 안내소였는데, 그곳의 설명이 더 황당했습니다.

어떤 어르신이 오셔서 주고 가셨는데, 습득한 곳이 4호선/수인선 오이도역(경기도 시흥) 이랍니다. 혹시나 싶어 인상착의를 물어보니 CCTV에서 봤던 사람과는 나이는 물론 체격이나 옷차림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르신은 열차 플랫폼(타는 곳)에서 주웠는데 열차가 마침 들어오고 있어서 목적지인 신중동역까지 오셔서 맡기신거라 합니다. 그로 인해 제 지갑은 2시간 동안 3개의 도시를 여행(?)하고 다시 제 손으로 돌아오게 된거죠.

막상 찾고 보니 지갑 속에 현금과 티머니 카드는 쏙 빼갔더군요. 프린트 가게에서 가져간 사람은 처음부터 훔칠 생각이었던거죠. 들키지 않으려고 엄청 멀리까지 가서 버린거고요. 어차피 현금과 티머니는 합쳐서 3만원 정도인 데다가 카드 및 신분증 재발급, 자동 이체 변경, 월 정액 변경, 보안 카드 등록 같은거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크게 아깝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하면 범인은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더군요. 솔직히 돈 슬쩍하고 근처에 버렸으면 그래도 되찾은 기쁨이 더 컸을텐데, 멀리 까지 가서 버린 괴씸함과 되찾으러 제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왔다갔다한 수고로움 때문에라도 꼭 잡혀서 약식 벌금이라도 내기를 바랍니다.



p.s 신분증(민증)은 고등학교 때 발급받고 15년이 지나서 얼굴이 안 보이는 수준이라 신청 취소 안 하고 그냥 이 기회에 재발급을 하기로 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개념은?
22/03/21 21:42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헝그르르
22/03/21 21:46
수정 아이콘
초딩 딸이 무인샵에서 5만원을 분실해서 신고한적 있었는데 2주만에 잡았습니다.
딸이 흘린돈을 무인샵 입구에서 가져갔더군요.
어이없는건 같은 무인샵에서 카드결제까지 하셨던 분이라.
요즘은 cctv가 많아서 범인은 쉽게 잡아요. 아마 잡힐겁니다.
CoMbI COLa
22/03/21 22:24
수정 아이콘
본문에 까먹고 안 적었는데 가게에서 결제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결제도 안 하고 가서 경찰분도 만약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이 아니라 도보로 움직였다면 잡을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한지라 못 잡겠거니 했는데, 지하철 타고 오이도까지 갔다면 가능성이 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이버
22/03/22 02:43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오토바이 거치대에 거치해 놓은 폰을 누가 가져가서 사건 접수 해 놨습니다. 남일같지 않네요.
CoMbI COLa
22/03/22 12:33
수정 아이콘
흔히 엄복동의 나라라면서 자전거만 예외고 휴대폰이나 지갑 같은 건 안 가져간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상한화요일
22/03/22 10:24
수정 아이콘
지갑 흘렸다 다시 찾은게 세번, 도둑 맞은게 한번, 잃어버리고 못 찾은게 한번이네요.
그냥 운인거 같아요.
코코볼한갠가
22/03/22 10:42
수정 아이콘
보안카드는 재발급 받으시는게 좋을듯합니다. 나쁜짓할 생각으로 사진으로 찍어갔으면 답이 없습니다;;
CoMbI COLa
22/03/22 12:34
수정 아이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미 몇 년 된거라 은행에서 교체하라고 연락 오고 그러는데 조만간 시간 내서 재발급 받아야겠습니다.
코코볼한갠가
22/03/22 12:45
수정 아이콘
비대면으로 인터넷은행 계좌 만들고, 자산연결같은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꺼번에 전부 털릴수 있어요;; 얼마전에 저도 기억못하는 옛날 계좌로 누가 돈을 보내서 은행을 가야하나했는데, 사이다뱅크 제2금융권 자산연결이 돼서 계좌번호도 모르는 10년전 돈을 옮겨온적이 있습니다;; 무섭게도 편리한 세상입니다.
CoMbI COLa
22/03/22 13:53
수정 아이콘
듣고 보니 무서운데요. 바로 내일 달려가야겠습니다. 상담사분이 괜히 얘기도 안 했던 보안카드를 물어본게 아니었네요.
달달한고양이
22/03/22 12:23
수정 아이콘
밤 중에 무인샵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자연스럽게 결제를 눌렀는데 카드가 꽂혀있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이미 결제는 완료…동공지진이 났다가 다행히 가게주인 연락처로 전화했더니 금방 오셔서 취소 후 재결제 했네요. 요즘엔 cctv 천국이라 허튼 짓(?)해도 덜미가 잘 잡힌다고 합니다 흐흐
CoMbI COLa
22/03/22 12:36
수정 아이콘
만약 주인이 연락을 안 받았으면 경찰 불러서 고의가 아님을 어필해야 된다던가 했어야 했겠네요 크
덴드로븀
22/03/22 13:07
수정 아이콘
삼페를 써야하는 이유죠. 지갑을 아예 안들고 다니게 되면서 잃어버릴일도 없어집니다...?

물론 휴대폰은 신체의 일부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구요 크크
CoMbI COLa
22/03/22 13:51
수정 아이콘
삼페 당연히 쓰고 있고, 모바일로 운전면허증(PASS)까지 가능해서 사실상 지갑이 의미 없기는 한데... 생각해보니 저는 지갑을 왜 들고 다니는거죠? 크크
덴드로븀
22/03/22 13:5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크크크크
내맘대로만듦
22/03/22 15:39
수정 아이콘
버릴거면 그냥 집에 갖다놓지 왜 멀리가서 버렸을까요?? 동선이 길어질수록 꼬리 밟히기 쉬울텐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297 [일반]  코로나시대 배달도시락 창업 알아보셨나요? [62] 소시28255 22/03/22 28255 84
95288 [일반] 선게 운영 일정/검색 기능 개편/사이트 불안정(로그인 접속장애 관련 추가)/특정 광고 불편(해결?) 관련 공지 [39] jjohny=쿠마12771 22/03/20 12771 17
95296 [일반] 지갑 잃어버렸다 되찾은 이야기 [16] CoMbI COLa9241 22/03/21 9241 5
95295 [일반] 꼭 봐야할 만화책 추천 15선(2) [15] 로각좁12282 22/03/21 12282 12
95294 [일반] MBTI를 싫어하게 만드는 몇가지 이유들 . [193] 아스라이19860 22/03/21 19860 8
95293 [일반] 지구와 가장 유사한 외계행성... [35] 우주전쟁11118 22/03/21 11118 6
95292 [일반] [테크 히스토리] 황사, 미세먼지, 방사능과의 사투 /공기청정기의 역사 [13] Fig.1101189 22/03/21 101189 10
95291 [일반] INTP가 추천하는 만화 3편 [8] 드로우광탈맨8733 22/03/21 8733 2
95290 [일반] 우월한 하루 대여권 5장을 배포해준다고? [1] 슈테8511 22/03/21 8511 0
95289 [일반] 코로나19 백신 3차 미만 접종자가 추가 접종 후 한달 안에 코로나 확진되면 손해라는 인터뷰가 있네요(틀린 인터뷰인 것 같습니다.). [83] 알콜프리16861 22/03/21 16861 3
95287 [일반] 다시 만나기 싫었는데.. 입장이 바뀌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35] BMW17611 22/03/20 17611 36
95286 [일반] 생애 첫~!! [20] estrolls8772 22/03/20 8772 2
95285 [일반] 희귀병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Merchi Álvarez 씨 이야기 [10] 어강됴리9711 22/03/20 9711 2
95284 [일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극우주의자가 나라를 지키다. [62] 쵸코커피15224 22/03/20 15224 6
95283 [일반] [팝송] 글렌체크 새 앨범 "Bleach" [9] 김치찌개5507 22/03/20 5507 2
95282 [일반] 코로나 가족이야기 입니다(진행형) [28] 아이유_밤편지8953 22/03/20 8953 30
95281 [일반] 전기차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74] 라떼는말아야12661 22/03/19 12661 2
95280 [일반] 톰켓을 만들어 봅시다. [24] 한국화약주식회사8749 22/03/19 8749 24
95279 [일반] 8년을 키운 강아지가 떠났습니다. [36] 사계11088 22/03/19 11088 65
95278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25] 그때가언제라도10151 22/03/19 10151 1
95277 [일반]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별기획 -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5) [13] 김치찌개6018 22/03/19 6018 4
95276 [일반] <메이의 새빨간 비밀> - 그래도, 픽사 (약스포) [11] aDayInTheLife5992 22/03/19 5992 0
95275 [일반] [대드 추천] 그대를 닮은 사람 - 청견행복 (스포 최소화) 마음속의빛5691 22/03/18 569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