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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2/09/18 11:29:20
Name 공룡
Subject [연재] 판타스틱 파이널 판타지(무림편) 2편(온게임넷 듀얼 1주차)
2. 두얼토나모투(兜蘖討那模鬪)

  온개임내(溫憩林乃)에 명단을 올리기 위한 이전의 시험무대로 채린지(採麟地) 와 두얼토나모투(兜蘖討那模鬪)가 있음이니, 이미 4인의 결승이 가려지는 마당에서 다시 새로운 대회를 위해 두얼토나모투(兜蘖討那模鬪)가 시작되었다. 4인의 절정고수가 최고의 실력에서 맞붙어 둘을 떨어트리고 진출하는 방식으로 그 짜릿한 박진감 때문에 수많은 구경꾼을 불러모으는 대회이기도 했다. 특히나 첫 주에 나올 고수들의 명단이 너무나 화려했기에 세인들의 기대가 컸다. 공동파의 장문인 죽태안(竹泰安) 조정현으로 시작해서, 화산파(華山派)의 대마왕(大魔王) 강도경, 가림토 김동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세인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오창종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젊은 무림인이 있다. 그러나 소림(少林)의 방장 중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닌 한방토수(悍龐土手) 임성춘으로부터 소림 72절예의 대부분을 전수받은데다 하두고어(河竇固魚)를 7성 이상 익혔다고 전해지고 있어 결코 무시 못할 인물이었다.

  <경기 전날 밤>

  죽태안(竹泰安) 조정현은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팔향수(八向手) 베르트랑이 이미 온개임내(溫憩林乃) 4인의 자리에 있는지라 공동파의 장문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원로도 아닌 그가 제자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중요한 대회가 있기에 장문인의 거처는 개미새(검렬에 걸린 단어라 늘여서)끼 한 마리 돌아다니는 소리조차 없었고, 팔향수(八向手) 베르트랑 역시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 따로 동굴의 수행실로 들어간 상황이라 조정현을 방해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자신과의 싸움만 남은 셈이었다. 그 옛날 부로토수(附虜土手) 동이족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이지만 이상하게도 적의(赤衣)의 사술이나 암수에 약해 태안(泰安)과 적의(赤衣)의 대립 시에 중심에 서지 못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 후 절치부심하여 적의(赤衣)의 무공을 연구하여 그에 대한 대처무공을 열심히 갈고 닦았으나 아직까지는 충분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그의 제자 베르트랑은 아직 대전경험이 부족한 부로토스에 대해서는 조금 힘겨워 하지만 적의(赤衣)의 무공에는 전혀 뒤지지 않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비록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자주 의논을 하곤 하였건만 지금은 각자가 중요한 무림대회를 앞두고 있어 상의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운 조정현이었다.

  "휴......"

  조정현은 절로 나오는 한숨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역시 대마왕(大魔王) 강도경이었다. 적의(赤衣)의 최고봉 중 하나인 그를 꺾을 수 있어야만 온개임내(溫憩林乃)의 최고수 자리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으허헝!"

   갑자기 사자후(獅子吼)를 터트리는 조정현! 덕분에 늦은 밤 공동파의 모든 식솔들은 잠을 깨야 했고, 사방 5리 안의 민간인들 역시 느닷없는 일갈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공동파의 미래를 위해 내 꼭 이기고 말리라!"

  주먹을 쥔 조정현의 손에서 푸른색의 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화산파(華山派)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각종 무림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들뜬 모습을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 화산파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저택의 지하에 있는 방에는 두 명의 중년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림인들 사이에 사형이나 스승에게 무릎을 꿇는 일은 허다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무릎을 꿇고 있는 이가 화산파를 이끌어가고 있는 두 거두(巨頭) 가림토 김동수와 대마왕(大魔王) 강도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엄청난 두 거인을 무릎꿇릴 수 있는 이는 세상에 단 한 명 뿐이었다. 바로 화산파의 장문인 아탈적의인(牙奪赤衣人) 이재균이었다. 스스로를 어금니가 빠진 적의인(赤衣人)일 뿐이라며 낮춰부르고 있지만 화산파에서는 역대 장문인 중 가장 존경을 받는 훌륭한 이였다. 평소에는 제자에게 각별하지만 중요한 무림대회에 있어서는 그 예전의 호랑이같은 품성이 살아나곤 한다. 지금도 무릎을 꿇고 있지만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동수, 강도경도 등줄기로는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강도경 네 이놈! 개임대비(改任大比)의 결승에 올라갔다고 나태해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구나! 그리고 김동수 네놈도 요즘 무공 수행에 게을러진 모습이 보인다! 대 화산파를 이끄는 녀석들이 이런 모습이라니 쯧쯧!"

  하지만 스승의 질타를 하루 이틀 받은 것도 아닌지라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왠만한 무림인이라도 내상을 입을 정도의 강한 내공이 실린 이재균의 음공을 잘도 막아내고 있는 강도경과 김동수였다.

  "걱정 마십시오. 비록 공동파의 장문인이 버겁긴 하지만 충분히 다음 대회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대마왕입니다! 물론 김동수 이 녀석은 그리 믿음이 가시지 않겠지만요."

  강도경의 말에 순간 김동수의 전신에서 살기가 뻗쳤지만 스승의 앞인지라 순식간에 살기를 갈무리했다. 놀라운 기의 운용이었다.

  "네놈 걱정이나 해라, 대마왕이라고? 요즘은 무당파의 폭풍두랍(暴風頭拉) 홍진호에게 맥을 못쓰는 모양이던데? 그 허무맹랑한 명호는 이제 그만 홍진호에게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뭐가 어째?"

  강도경의 전신에 삼사묵기(森死墨氣)가 흐르면서 순식간에 김동수 주위에 흑빛 기운이 둘러졌지만 김동수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하두고어(河竇固魚)를 9성까지 익힌 고수가 그런 것에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었다.

  "네 이놈들! 감히 장문인 앞에서 살기(殺氣)를 드러내느냐!"

  찔끔한 두 사람은 얼른 서로의 살기를 감추고 머리를 조아렸다.

  "내일 탈락한 녀석은 100일간 면벽수련이니 그렇게 알거라!"

  "스...... 스승님!"

  당황하는 두 사람을 두고 이재균을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재균이 나가자마자 서로 미소를 짓는 강도경과 김동수였다.

  "휴, 연극을 한 덕에 스승님의 잔소리가 짧아졌군. 그럼 어서 가서 잠이나 자자."

  강도경의 말에 김동수도 미소를 짓는다.

  "그래야지. 그런데 내 방에 좋은 술이 있는데 한 잔 할까?"

  "아니, 내일 승리의 축하주로 마시기로 하지."

  술고래 강도경의 의외의 말에 김동수도 새삼 내일의 대회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래, 그러자."

  그렇게 화산파의 밤도 깊어가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녘. 만년설이 쌓인 산의 정상에 한 인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끊임없는 강렬한 기가 솟구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소림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연화장(蓮花掌)!"

  놀랍게도 소림절기 연화장이 그의 장심에서 뿜어져 나온다. 화려한 연꽃 모양의 기가 발출되면서 주위의 풀과 나무에 매달려 있던 이슬들을 일시에 털어냈고, 약한 나뭇가지들이 사정없이 꺾여나갔다. 뒤이은 외침.

  "연묵어(蓮墨魚)!"

  양 손바닥을 펴면서 손등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한 후 손가락을 구부려 금나수의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중 가운데 손가락은 곧게 펴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위는 고요했고 실망의 표정이 가득한 그의 표정은 흩어진 진기를 다시 모으기 위해 긴장한 상태에 들어갔다.

  "후우 후우."

  잠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 그였고, 기울어 가는 달빛에 그의 선이 굵은 남자다운 외모가 드러났다. 오창종이었다.

  "틀렸군. 연묵어(蓮墨魚)를 완성시키려면 아직 멀었단 말인가? 연묵어(蓮墨魚)를 쓰지 않는 한은 대마왕(大魔王) 그를 이길 방법이 없는데......"

  놀라운 말을 뱉어낸 오창종이었다. 만약 소림사의 누군가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얼굴색부터 달라질 일이다. 연묵어(蓮墨魚)가 무엇이던가! 바로 소림방장 한방토수(悍龐土手) 임성춘이 만들어낸 무공으로 소림 절기인 연화장(蓮花掌)에서 발전하여, 연꽃에서 한 마리의 검은 물고기가 튀어나오듯 강맹한 지류를 상대에서 쏟아내 일격에 패퇴시키는 궁극의 절예인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내공을 영구히 쓰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무공인지라 손속이 너무 악랄하여 임성춘 스스로 자재하고 있는 무공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무공의 이름이 이 젊은 무림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역시 그는 임성춘의 제자였던 것인가?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 난 지지 않을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있던 그는 홀연 새벽의 안개 속에 자취를 감추었다. 바다 쪽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대회당일>

  온개임내(溫憩林乃) 비무장에서 펼쳐지는 두얼토나모투(兜蘖討那模鬪) 대회는 아침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무림의 절정고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이미 4인의 출전자들은 의자에 앉아 진기를 모으며 운기(運氣)조식을 하고 있었고 관계된 문파의 스승이나 제자들도 일렬로 도열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 그럼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두얼토나모투(兜蘖討那模鬪)를 주관하는 전용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단 위로 두 명이 걸어나왔다. 바로 강도경과 오창종! 거마(巨魔) 강도경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오창종에게도 엄청난 기운이 퍼지고 있어 쉽지 않은 일전이 될 듯 했다.

  "후배 대선배를 뵙습니다!"

  "힘껏 싸우라. 나 역시 너를 존중하는 뜻에서 손속에 정을 두지 않겠다!"

  대회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렸고, 그 순간 둘은 어우러졌다. 공격은 오창종부터 시작이었다. 은밀히 진기를 모으면서 답설무흔(踏雪無痕)에 이은 하두고어(河竇固魚)가 발출되었다.

  "오오!"

  관전하던 김동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벌떡 일어섰다. 그가 존경하는 무림인인 한방토수(悍龐土手) 임성춘의 젊은 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답설무흔이란 부로토수 절예의 경공으로, 하두고어(河竇固魚)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김동수가 놀란 것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오창종 그가 펼치는 하두고어(河竇固魚)가 7성 이상이었던 것이다. 그의 애제자 물량토수(物量土手) 박정석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다.

   "젊은 친구가 대단하군!"

  하지만 강도경은 노련했다.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그 역시 능공허도(凌空虛道)의 경신술을 쓰면서 구두온 적의인(九頭瘟 赤衣人)을 펼쳤다. 역시 내공의 심후함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오창종으로서는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젊은 패기만으로는 이 능구렁이를 이길 방법이 없다고 깨달은 오창종은 아껴둔 진기를 남김없이 발출하며 최후의 일격을 노렸지만 간단히 공격을 흩어버리는 강도경이었다. 결국 강도경의 삼사묵기(森死墨氣)가 제대로 펼쳐지기도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오창종이었다.

  "대...대단하십니다. 쿨럭!"

  "흐흐, 자네도 대단하군. 이제 앞으로 김동수 저 녀석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겠어. 껄껄껄!"

  호탕한 웃음을 흘리며 능공허도(凌空虛道)로 사뿐히 제자리에 돌아온 강도경에게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패한 오창종은 입술을 깨물며 자리로 돌아가 다음 시합을 위해 운기조식을 해야 했다.

  
  다음 시합은 죽태안(竹泰安) 조정현과 가림토 김동수의 시합이었다. 이미 몇 번 대련을 해본 두 사람이었는데 죽태안(竹泰安) 조정현이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김동수는 무얼 할지 모르는 변칙술의 대가였기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후배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좋네! 들어와 보게!"

  먼저 김동수가 출수했다. 강력하게 공격하는 척 하면서 조정현의 후방을 노리며 몰래 기를 모았다. 그러나 그런 김동수에게 속을 조정현이 아니었다. 간단히 방어를 하고는 오히려 역공에 나선다. 모든 힘을 다해 공격하지 않으면 그대로 패퇴할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그의 대나무類에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바꿔 모든 힘을 다해 맞서는 김동수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그렇게 기선을 제압당안 김동수는 조정현의 초식에 말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여전하십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할 때는 봐드리지 않을 겁니다."

  "후우 후우! 후배도 많이 늘었군. 하지만 아직이야!"

  서로 많이 흐트러진 진기를 다시 다잡으며 자리에 돌아갔고,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강도경은 김동수를 놀렸고, 김동수는 그런 강도경과 드잡이질을 하려는 재미난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조정현과 오창종은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으로 운기조식을 하며 다음 시합을 대비하고 있었다.

  "다음 경기 시작합니다!"

  다시 징이 울렸고, 승자끼리의 한판이 준비되었다. 강도경과 조정현이었다.

  "후배가 하늘같은 선배를 뵙습니다. 선배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도경 자네에게 선배 소리를 듣기가 부끄럽군. 나도 최선을 다하겠네."

  이번에는 조정현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초반 보법(步法)으로 강도경의 방위를 사방에서 옥죄이며 용조수로 강도경의 혈을 움켜쥐려 했고, 강도경은 능공허도(凌空虛道)를 펼치며 그런 조정현의 무서운 손길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너무 빠른 그의 신형을 붙잡기가 힘이 들자 조정현은 시주탱구(時走撑構) 초식을 펼치며 자신의 강력한 내공을 이용해 강도경을 잡으려 했지만 강도경은 이마져도 빠져나갔다. 그렇게 도망만 다니던 그가 갑자기 돌아선 것은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조정현의 후방으로 달려나가 엄청난 빠르기로 조정현의 혈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하반신에 마비가 오는 것을 느끼며 조정현은 보법(步法)을 이용해 강도경을 옥죄던 것을 풀려 했지만 그랬다가는 그대로 시합이 끝날 수도 있었기에 버텨보기로 하고 손바닥에 기를 모아 화(火)문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달아 세 번이나 쏟아져 오는 화문장을 전혀 피해 없이 막아낸 강도경은 그대로 조정현의 하반신의 혈을 모두 제압하고 만다. 이동력을 상실한 조정현의 보법 역시 흩어졌고, 그것으로 시합은 끝이었다.

  "내가...... 졌네."

  "죄송합니다."

  포권을 취하며 돌아오는 강도경의 모습은 거대한 산을 보는 기분이었다. 조정현은 스스로 하반신의 막힌 혈도를 풀고는 힘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아직 대회에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의(赤衣)를 대비해 연습했던 수많은 나날들의 고생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허전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 장문인의 마음을 아는 건지 응원을 온 공동파의 제자들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다음은 패자조입니다. 가림토 김동수와 오창종입니다."

  비슷한 거대한 체격과 비슷한 강인한 인상을 가진 두 사람이 올라오자 대회장이 꽉 찬 느낌이었다. 웅혼한 기가 느껴지는 속에서 서로 인사를 했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시에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두고어(河竇固魚)!"

  동시에 외치며 쌍장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대회장을 울렸고, 엄청난 힘의 충돌로 인해 대회장 단의 돌들이 들썩였다. 동수는 또 한번 놀랐다. 젊은 친구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자신의 수준에 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오창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 강도경에게 입은 내상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그가 완벽한 상태에서 싸우더라도 김동수를 내공에서 앞설 수는 없는 일이었고, 하두고어 역시 9성에 다다른 가림토수를 이기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하기에 두라공(頭羅攻)이라는 장풍을 간간히 섞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오창종은 내공이 훨씬 높으면서도 그와 비슷한 힘의 대결을 펼치는 김동수를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했다. 조정현과의 대전에서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기에 하두고어(河竇固魚)를 9성까지 익힌 김동수가 오창종을 압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크읔!"

  느닷없는 후방에서부터 날아온 강맹한 기류에 오창종은 허리를 강타당하고 무릎을 꿇었다. 뒤이은 몇 번의 공격이 또 날아들었고, 결국 오창종은 굽혀진 무릎을 끝내 펴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를 시인하고 만다.

  "후배 많이 배웠습니다."

  "젊은 친구가 대단하군. 자네의 사부는 혹시 소림의 한방토수(悍龐土手) 임성춘 대선배가 아닌가?"

  "그건 다음 대회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제 스승의 이름을 패퇴한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동수는 힘겹게 일어서서 대회장 밖으로 나가는 오창종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스승은 임성춘임에 분명했다. 외모가 아들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닮은데다, 그가 쓰는 무공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다시 조정현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합입니다!"

  김동수는 쉴 사이도 없이 다시 올라왔다. 조정현도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은 불안한 상태였다. 쉽게 생각했던 김동수였지만 방금 전 오창종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하두고어(河竇固魚)는 너무나 강맹했던 것이다. 게다가 강도경에게 진 것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괴롭히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되지. 경기에 집중하자.'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조정현은 마음을 다잡았지만 앞에서 빙글빙글 웃고 있는 김동수에 의해 다시 애써 모은 진기가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도의 심리전이다.

  "생각보다 빨리 선배님에게 설욕할 기회가 왔군요."

  웃으며 말하는 김동수에게 그저 미소만을 보여주고 조정현은 바로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검을 들고 싸우기로 했다. 그 말은 조정현이 이기어검(以氣馭劍) 두랍십(頭拉拾)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김동수는 신중을 기했고, 한쪽 손에서는 두라공(頭羅攻)을 발출하기 위해 암암리에 힘을 모았다.

  "하앗!"

  일갈을 터트리며 조정현이 먼저 어검술을 펼쳤지만 김동수가 내민 왼손에서 발출된 두라공(頭羅攻)에 의해 방향을 잃고 힘없이 떨어졌다. 당황한 조정현은 다시 한번 펼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점차 공격의 방위를 확장하며 사방에서 조여오는 김동수의 공격에 서서히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간간히 발출되는 두라공(頭羅攻)이 이토록 무서울 줄은 몰랐다. 부로토수에게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죽태안(竹泰安) 조정현은 그렇게 김동수에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특히 화산파의 제자들은 모두 흥분해서 일어선 상태였다. 화산파의 두 거두가 모두 대회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아탈적의인(牙奪赤衣人) 이재균 역시 관중들 속에 묻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수고 했네......멋진 비무였네."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공동파는 조정현과 함께 힘없이 대회장을 빠져나갔고,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화산파는 강도경과 김동수를 둘러싸고 만세삼창을 외쳤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가던 조정현과 공동파 제자들 앞쪽에 붉은 빛의 신형이 떨어졌다. 모두 놀라는 가운데 서슴없이 조정현에게 다가간 그는 자연스레 어깨를 걸쳤다.

  "스승님,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내가 다 복수해주께. 내가 박정석이랑 다 이겨주께."

  힘든 대회를 앞두고 수행에 전념하던 베르트랑이 위로를 위해 왔던 것이다. 수행을 한다고 해놓고 몰래 구경꾼 사이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후후, 보고 있었느냐?"

  "응!"

  "이놈! 감히 사부의 어깨에 손을 대다니! 그리고 응이 아니라 예라고 하는 것이다."

  "예! 라고? 응!"

  결국 모두가 박장대소하게 되었다. 아직 말도 서툴고 강호인들의 예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베르트랑이다. 조정현과의 첫 비무에서 금기시 되던 낭심의 핵을 쳐서 조정현의 부인에게 원망의 소리를 들었었던 적도 있었다.

  "어서 돌아가자. 다음 대회를 위해 수련을 해야겠다. 이번이..... 결코 마지막은 아니니까."

  "응! ...... 아니 예!"

  둘은 사이좋게 나란히 걸었고, 그 뒤를 이제 미소를 머금은 공동파 제자들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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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빙어대인(氷語大人) 최상용 : 엄청난 음공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나 빙(氷)공을 9성까지 올려 순식간에 상대를 얼려버리는 무서운 무공의 소유자이다. 지금은 무림에서 은퇴하여 원로원에 들어가 채린지(採麟地)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기차화통(氣次火通) 전용준 : 삼세현인(三世賢人)의 일원이기도 한 전용준은 엄청난 화(火)기를 가지고 있는, 원로중에서 가장 젊은 인물이다.  젊은 시절 그의 기차화통(氣次火通)에 많은 이들이 내상을 입고 불구가 되었으며, 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일찍 은퇴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기차화통(氣次火通)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즐거움의 대상이다. 전설의 현자(賢者) 정일훈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가림토 김동수 : 동이족에서도 가장 순수한 피가 흐른다는 부로토수의 자랑이다. 하두고어(河竇固魚)라는 엄청난 무공을 더욱 발전시켜 하두고어(河竇固魚) 가림토수(土手)를 완성했고, 이를 9성까지 익힌 상태이다. 동이족 무공을 모두 섭렵하고 새로운 무공 창시와 완성에도 공이 큰, 명실공히 부로토수의 거인(巨人)이다.

연묵어(蓮墨魚) : 소림 절기인 연화장(蓮花掌)에서 발전하여 연꽃에서 한 마리의 검은 물고기가 튀어나오듯 강맹한 지류를 상대에게 쏟아내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어 일격에 패퇴시키는 궁극의 절예. 그러나 상대의 단전을 영원히 폐쇄시킬 수도 있는, 손속이 너무 악랄하여 금기시되는 무공.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핵심은 힘을 응축시켜 발출시키는 가운데 손가락이다.

능공허도(凌空虛道) : 하늘을 걸어다닐 경지에 이른 것으로 경공의 최상의 경지를 말한다. 주로 적의(赤衣)에서 많이 연공하는 경공으로 구두온 적의인(九頭瘟 赤衣人)을 쓸 때 같이 쓰면 대적할 이가 드물 정도이다.

답설무흔(踏雪無痕) : 말 그대로 눈을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로 몸을 가볍게 해서 빠르게 펼치는 경공으로 부로토수의 절예이기도 하다. 하두고어(河竇固魚)를 펼칠 때 유용하게 쓰이곤 한다.

두라공(頭羅攻) : 손에서 발출되는 장풍의 일종으로, 부로토수의 고유무공이다. 심후한 내공을 지닌 자만이 펼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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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종 선수의 아이디를 잘 몰라서 그냥 앞에 명호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듀얼토너먼트 1주차 후기를 썼네요. 원래는 2탄 '무림지존을 위하여'를 쓰려고 했었는데... 뭐, 간단히 후기를 쓰는 식으로만 쓸까 생각중입니다^^ 듀얼토너먼트에서 승리한 김동수 선수와 강도경 선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조정현 선수와 오창종 선수도 수고하셨네요^^

  인물설정에 김동수 선수 추가했습니다. 김동수 선수를 빠트리다니 이런 황당한 실수를 -_-;;; (난감 난감)

  뭐, 아시겠지만 능공허도에 이은 구두온 적의인은 발업저글링입니다. 답설무흔에 이은 하두고어는 발업질럿이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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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강물처럼
02/09/18 12:15
수정 아이콘
네 .. 그렇군요... 역시 작가 마음이라는.. ㅡ.ㅡ;;
그럼 빙백신장 이나 한빙장 등의 극강의 한공을....
전 개인적으로 최상용 캐스터의 특유의 썰렁 유머를 좋아합니다..
주위의 구박에도 굽히지 않는 그 정신도.. ^^
마치강물처럼
02/09/18 12:09
수정 아이콘
역시 공룡님..
명불허전이라는 말밖에...
저도 역시 최상용 원로는 외공이 잘 어울린다는..(철포삼이나 금강공 등등의..)
02/09/18 12:12
수정 아이콘
음 그렇군요. 하지만 제 맘입니다. 최상용 캐스터는 어디까지나 내공이 맞습니다 -_-+ 블랙유머를 간간히 터트리시는 썰렁함으로 이번 여름을 후끈하게 냉각시켜주시기도 했죠^^
02/09/18 11:49
수정 아이콘
헉 그렇군요 -_-;;;
전면 수정을 해야겠군요. -_-;;;
02/09/18 12:02
수정 아이콘
연묵어.....뭔가 했습니다ㅡㅡ; 놀라운 센스.....무엇보다 두얼토나모투는.......그리고 최상용 원로는 외공 전공 아니었나요^^;
02/09/18 11:36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재밌는데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
박영선
두얼토나모투...^^
공룡님 어제 경기가 눈에 선 하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ps: 근데...어제 챌린지 캐스터는 전용준캐스터였는데....^^;;;;;
Michinmania
02/09/18 13:09
수정 아이콘
두라공...
정말 공룡님의 센스에 감탄했습니다..

덧붙임 : 어제 최상용 원로는 갑자기 주화입마에 빠져 치유에 들어간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외다..^^
심똘이
02/09/18 13:28
수정 아이콘
무한 종족 최강전 후기도 부탁드립니다.
와하하하하하^^;
아탈적의인^ㅇ^ 보면서도 참고 참던 웃음이 빙어대인과 기차화통 보면서
터져버리고 말았네요^^
역시 공룡님 대단하십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려요~^^
황무지
무림지존의 자리는 부로토수에게! 가림토에게! 하두고어 극성(極成)이면 곧 금강불괴(金鋼不壞)라!
나의꿈은백수
02/09/18 13:3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집니다.
이렇게 구성이 잘된 글은 거의 본적이 없었습니다. ^^
다음편도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김수아
02/09/18 19:21
수정 아이콘
기차화통 전용준님ㆀ 딱 맞네요~^^
딸기준이
02/09/18 19:27
수정 아이콘
구드온 적의인..구드론 저글링인줄 알았더니 발업저글링이었군요..
음..한문밑에밑에 해석을 달아주시면 넘 감사할듯..ㅋㅋ
근데 넘 잼있내용..움훼훼
SSreGi_Slayer
02/09/18 21:30
수정 아이콘
정말재밌네요 +_+
빨리 올려주세요.. 한편의 무립소설.. 멋집니다.
02/09/19 19:24
수정 아이콘
예전에 어느 분이신가 가림토를 佳林土 아름다운 숲과 땅이라고 표현하셨던데, (공룡님이 아니셨나요?) 물론 가림토란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고 한글의 모태가 된 옛글이라고 알려 졌지만, 다른 나라 언어로 표현해야 할 때는, 이를테면 GARIMTO라고 표기하듯이 한문으로 써야 할때면 佳林土로 써 주시면 어떨까...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숲과 땅!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요. ^^
그리고, 공룡님, 즈응말, 대단하십니다~ 공룡님께 중독될 것 같습니다. ^^;;
02/09/19 19:44
수정 아이콘
가림토가 순수한 우리말이기에 한글로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랍니다^^ 그런데 佳林土 라는 것도 멋지군요 :)
그런데 이 글 추천게시판까지 올 글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올라와 있어서 놀랬습니다. 조금 부담도 되네요-_-; 리플 달아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눈물의테란
02/09/21 00:38
수정 아이콘
오옷!! 공룡님 멋진글 ㄳ !! 참고로 창종님의 현재 아뒤는 Nal_Yo 인것으로 알고있음다 ㅡㅡv
SlayerS[Dragon]
02/09/21 01:14
수정 아이콘
연묵어가 무엇인가요?
AIR_Carter[15]
02/09/25 09:45
수정 아이콘
연묵어와 낭심의 핵을쳐서 조정현선수의 부인에게 원망을 들었다는 부분에서 박장대소를...
친구들이 다 이상한놈 취급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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