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08/05 15:57:19
Name ipa
Subject 씬 스틸러(scene-stealer) 변형태.
반말투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Scene-stealer. (훌륭한[화려한] 연기로) 주역보다 더 인기 있는 조연 배우.


1.

달을 보고 활을 쏘는 자는 산은 맞출 수 있지만 산을 보고 활을 쏘는 자는 산조차 맞출 수 없다고 했던가.

극의 성패를 주연에게 일임해버리는 조연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극중 인물로 남아버리게 마련이다.

'넘버 3의 불사파 두목'이 아닌 '넘버 3에 나왔던 송강호', '타짜의 아귀'가 아닌 '아귀 역을 했던 배우, 김윤석'과 같은 존재감을 획득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관객의 주목을, 극의 중심을 훔쳐버리겠다는 의지와 자신감, 강단 같은 멘탈적 자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

전에 잠깐 상수형 게이머와 변수형 게이머를 언급하면서, 전형적인 상수형 게이머로 박영민을, 변수형 게이머로 변형태를 예시했던 기억이 난다.

질 것 같은 놈한테는 역시나 지는 상수형 게이머, 박영민.

반면 질 것 같은 놈한테도 바락바락 대드는, 그래서 질 것 같은데 이길 것 같은, 변수형 게이머 변형태.


박영민처럼, "재윤이를 어떻게 이겨요" 하는 박영민처럼, 혹은 "제동이만은 피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송병구처럼,

변형태는 약한 말을 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게도 오히려 더 거만하게 눈을 내리깔며 말한다. "내 앞길 막는 놈은 다 죽인다" 라고...


3.

마재윤과의 신한은행 시즌 3 4강전 5경기, 김준영과의 다음 결승 5경기, 이제동과의 07 프로리그 후기 결승 1경기..

승자들의 커리어에도 대표작으로 남을 그 경기들에서 변형태는 승자만큼이나 존재감이 부각되는 패자, 분명 Scene-stealer였다.


그러나 아무리 빼어난 연기로 관객의 주목을 훔치는 조연이라 할지라도 결국 조연일 뿐, 레드카펫에서 가장 많은 플래쉬를 받는 것은,

가장 많은 개런티를 받는 것은, 맨 마지막에 시상되는 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것은 결국 주인공이다.


광야에 멋지게 쓰러졌던 광전사는 - 설사 그것이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하더라도 - 결국엔 물 위를 걸었던 사나이의 모험담에 삽입된 일개 에피소드일 뿐이다.



4.

어제 변형태는 또다시 위대한 조연으로서, 혁명가와 폭군의 세기적 역사의 드라마에 가장 인상적인 한 컷으로 자신의 msl 커리어 하이를 마감할 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Scene을 훔치는 것을 넘어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의 맨 위에 새겨넣을, 타이틀 롤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것도 현존, 아니 역대 최강의 프로토스,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인 김택용을 제치고 말이다.



5.

물론 아직은 이르다.

잔혹한 팀킬의 시퀀스(sequence)가 남아있고, 자비를 모르는 폭군과의 결말이 남아있다.

팀킬에서 어이없이 탈락해 맥거핀(MacGuffin)*으로 남을지, 결국 폭군의 역사 앞에 무력하게 쓰러지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감히 단언하고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영화에서 적어도 변형태라는 배우의 역량만은 진짜이며,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남은 msl은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




* 퍼플레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8-10 10:0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물맛이좋아요
09/08/05 16:04
수정 아이콘
좋네요 잘 봤습니다.

변형태, 지금까지는 조연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기회가 왔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처럼 주연자리를 빼앗아 버리길 바랍니다.
09/08/05 16:05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변형태선수 키보드문구 보면서 생각나는게 있는데...

김준영선수가 다음스타리그 우승하고 cj로 이적했을때

변형태선수의 키보드에 "내 앞길 막는 놈은 다 죽인다" 보고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크크
09/08/05 16:56
수정 아이콘
글 참 잘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Kaga Jotaro
09/08/05 16: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봤습니다.(짝짝)
변형태 선수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리콜한방
09/08/05 17:07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외치는 단어.
'추게로'
김우진
09/08/05 17:12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외치는 단어.
'추게로' (2)
오가사카
09/08/05 17:12
수정 아이콘
미칠듯한공격력과 노련한경험의수비력을겸비한 버서커 VER2.0기대합니다
이번 MSL 우승하셔서 응원하는 팬들을 불타오르게하시기바랍니다
블랙독
09/08/05 17:15
수정 아이콘
참 인생은 아이러니라는게
노련함으로 수비력을 갖추고 경기를 하는 변형태 선수가
절체절명의 순간
결국 본능과도 같던 공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는 것이... 정말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같았아요
추게로(3)
09/08/05 17:16
수정 아이콘
추게로 갑시다~~ 제 2의 전성기에서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버전업해야죠~
태바리
09/08/05 18:07
수정 아이콘
상대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순간에도 크로스카운터로 맞서는 당신은 진정한 파이터입니다.
추게로(4)
YounHa_v
09/08/05 18:22
수정 아이콘
변형태선수 김택용을 이기고 쉽게 웃음 짓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아직더 보여줄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승 꼭 가주세요.
히로하루
09/08/05 18:52
수정 아이콘
변형태 선수에게도 추게행 글을 하나쯤은 선사해도 될 시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어제 경기의 의미와 그 감동을 참 잘 담아내주었네요.
추게로(5)
09/08/05 21:37
수정 아이콘
변 두목 화이팅입니다.
저그들 모두 꺽고 우승해주길 바랍니다.
진정한 주연이 되시길 바라요.

마재윤 선수와 싸울때도 마재윤 선수 응원했고,
김준영 선수와 싸울때도 김준영 선수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두목의 경기에는 뭔가 끓는게 있어요.


화이팅!
성세현
09/08/05 22:51
수정 아이콘
추게로(6)
그러고 보니... 변형태 선수의 경기를 볼때는 '그래도 혹시 몰라.' 라는 마음으로 보는 경우가 많죠.
이상하게도 변형태 선수의 상대측에 제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그런마음이 덜 하긴 했지만요.
오랜만에 가슴 졸이고 볼 MSL 4강 대진이 완성된거 같습니다.
하나린
09/08/05 23:27
수정 아이콘
추게로(7)
좋은글 잘 봤습니다.
변형태 선수 화이팅ㅠㅠ
누리군
09/08/06 01:18
수정 아이콘
추게로(8)
발가락
09/08/06 09:17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변형태 선수는 이름 가리고 봐도 알수 있을정도로 정말 스타일리쉬했죠.
제 스스로가 그렇지 못한 스타일이라.. (모든 면에서 말이죠;)..
이면의 스타일을 가진 변형태선수가 너무 멋져보이네요.

마눌님이 변형태선수 좋아하는데, 간만에 스타얘기를 할수 있을듯..

어떤 작가님이 변형태선수 좋아해서, 주인공이름을 변형태로 한적 있지 않던가요? 흐흐;
그 작가님도 좋아하시겠군요.

추게로~
윤성민
09/08/06 09:25
수정 아이콘
추추추추 추게로!!!!
09/08/07 01:23
수정 아이콘
오랫만이네요. 저 역시 추게로!!
지니-_-V
09/08/07 02:26
수정 아이콘
저도 오래간만에 외치네요~ 추게로~~

이왕 이렇게된거 까짓것 우승2번 합시다. 곰티비 아발론 둘다 먹읍시다!!!
09/08/12 16:24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외쳐보네요
추게로...
노래하면서자
09/08/18 09:55
수정 아이콘
추게로!!! 고고!!
티나한 핸드레
09/08/18 11:13
수정 아이콘
오오..... 저도 예전 폭풍검님 글 이후로 오랜만에 외쳐봅니다!!!

추게로!!!!
티나한 핸드레
09/08/18 11:13
수정 아이콘
근데 에게라서 그런가요?? 추천 버튼이 없네요?? ㅜㅡ
09/08/26 11:46
수정 아이콘
광야에 멋지게 쓰러졌던 광전사는 - 설사 그것이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하더라도 - 결국엔 물 위를 걸었던 사나이의 모험담에 삽입된 일개 에피소드일 뿐이다.

카....좋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08 바둑을 두지 않고 바둑을 즐기는 법 - 바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한 바둑 강좌 [56] 디미네이트13121 09/08/25 13121
1307 About Bisu - 김택용에 대한 찬사 (사운드) [44] 귀염둥이 악당14385 09/08/27 14385
1306 씬 스틸러(scene-stealer) 변형태. [25] ipa11012 09/08/05 11012
1305 안녕, 좁디 좁은 천하여 [41] 코세워다크19111 09/03/11 19111
1304 흑백 테레비 [27] zillut.j12018 09/06/02 12018
1303 J의 비극 [40] happyend12256 09/05/25 12256
1302 [츄리닝의 재구성] 3편 : 지한과 백호, 그리고 의철 [26] Vision14993 09/05/10 14993
1301 [야구] KBO 명예의 전당에 관한 글 [71] ClassicMild10839 09/05/04 10839
1300 이영호vs조병세 리뷰 [30] 김연우15627 09/04/16 15627
1299 남은 눈물은,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같이. [20] The xian10252 09/03/05 10252
1298 러브포보아의 09년 3월 초보를 위한 컴퓨터 추천견적입니다~!! [48] 러브포보아10181 09/03/07 10181
1297 하늘의 왕. [28] 한니발15589 09/02/25 15589
1296 리켈메와 이재훈, 이재훈과 리켈메 [43] 와이숑10729 09/02/23 10729
1295 블루칩 이영호. [25] 한마 유지로10049 09/02/19 10049
1294 그래프와 함께하는 커리어 랭킹 & 본좌 [83] ClassicMild13768 09/02/19 13768
1293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해볼까요?? ~ 일곱번째 이야기 [14] Ms. Anscombe8064 08/07/02 8064
1292 손끝이 떨려온다. [33] kEn_11793 09/02/12 11793
1291 통계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55] 김연우11287 09/02/12 11287
1290 '비르투오조' 전용준, '마에스트로' 김철민 [138] legend20569 09/01/21 20569
1289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 임요환... [12] Love.of.Tears.8623 09/01/27 8623
1288 '판'님 스페셜 #1 - 동물의 왕국- [116] Timeless22766 09/01/23 22766
1287 두번 다시 마주 잡은 이 두 손을 놓지 않으리라고 [37] Cand11587 09/01/19 11587
1286 "좋아, 아직 할 수 있지" [62] 한니발17598 09/01/15 1759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