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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12 11:16:43
Name lost myself
Subject 차기 시즌을 준비하며
차기 시즌을 준비하며

  저는 스포츠 문외한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제가 이렇게 어떤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스타크래프트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은 스포츠와 기록에 관한 글인데요. E-sports에도 이제 여러 가지 기록들이 쌓였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는 선수들 워밍업하는 동안 총 전적, 상대 전적, 최근 전적이나 연승, 종족 별 상대 전적, 그리고 맵 전적 등이 나왔지요. 이러한 승패의 전적만 기록에 남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야구는 정말 기록의 스포츠지요. 저는 잘 몰라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기록에 남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축구도 제가 어렸을 때는 볼 점유율 이런 걸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항상 등장하지요. “볼점유율이야 어떻든 그냥 골넣고 이기면 되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왠지 중요하게 느껴 집니다. 볼점유율이나 슈팅 횟수가 있어야 골 결정력이 높은지 낮은지도 이야기 할 수 있겠죠. 농구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리플 더블이라는 게 없었다면 20득점-2리바운드-3어시스트 한 선수에 비해 10-9-11한 선수는 빛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트리플 더블이라는 게 있어야 “아 이 선수 리바운드 한개만 더하면!!!” 이라며 뭔가 긴장감을 더해주겠지요. 혹은 4쿼터 10초 남은 상황 1점차로 뒤지고 있고, 샤킬오닐이 자유투를 하는데 그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면서 지켜봐야 더 짜릿짜릿 하겠지요.하하하
  스포츠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왜 중요한가. 제가 워낙 스포츠를 모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경기를 보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이야기 거리들, 분석의 자료가 되고, 감이 아닌 좀더 실증적으로 경기를 파악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종목도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특히 1:1 구도거나 경기양상이 변화 무쌍한 경우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둑이나 권투 같은 것이죠. 사실 뭘로 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가도 난감할 수 있습니다. 야구나 농구처럼 약간은 턴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고, 반복적이여야 기록으로 남기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스타크래프트는 기록과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만, 잘 되면 좀더 스타 판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고민을 해 보았구요.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민을 해봐도 이게 도움이 될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군요. 어쩌면 제 글보다 밑에 좋은 리플이 많이 달려서 좋은 생각을 전해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유효 공격 성공률, 유효 방어 성공률 혹은 유효 전투 성공률
  프로게이머에 대한 평가에 저 선수는 공격적이다. 투신이다. 저 선수는 방어의 천재다. 이런 말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저 선수가 얼마나 그러한지는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잘될지 좀 자신 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 선수가 얼마나 공격을 잘 성공시키는지, 얼마나 방어를 잘 성공시키는지 따져볼 수는 없을까 해서 ‘유효 공격 성공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유효 공격 성공률이나 방어 성공률, 혹은 둘을 합쳐서 유효 전투 성공률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전투는 시시각각 마린, 질럿 한두 기에서부터, 초반 일꾼 견제, 후반 200대 200 싸움 까지 다양하게 일어납니다. 그런 전투를 어떻게 계산하느냐라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기록 담당관을 두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내야 안타로 기록되는지 수비의 실책으로 기록되는지 누가 결정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스타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공격을 했으면 공격이 실패 했는지, 얼마나 유효한 공격이었는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유효한 공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해 지겠군요. 그냥 심판의 재량껏이라 하기엔 너무 무책임 한 것 같고, 누가 좋은 의견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모르겠어요.ㅠㅠ


2. 평균 멀티 수, 혹은 평균 자원 수급량.
  요즘 수비형 테란에 대한 논의가 집중 되는데요. 저그든, 테란이든, 프로토스든 이러한 수치가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반 도모형인지, 가난하게 몰아치는 스타일인지, 여러 가지로 응용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실책
  이 것 역시 공인된 누군가가 판단을 해야 할 텐데요. 컨트롤 실수라던지, 병력을 흘린다던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아둔을 두개 짓거나 하는 것까지 기록하는 건 너무 잔인한거 같기도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면 이 선수가 얼마나 강심장인지, 얼마나 떨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수가 많은 선수는 여태까지는 그냥 패배로 기록되었겠지만 앞으로는 더 불이익이 있을 수 있거나 감독으로부터의 그에 대비한 추가적인 훈련이 요구되겠죠.


4. 유닛 생산량, Kill
경기가 끝나면 점수표가 나오죠. 거기에 보면 여러 가지 수치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런 수치들을 그냥 놓쳐버리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하나하나 기록해두었다면 여러 가지 이야기 거리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 이 선수는 물량이 정말 많아요. 평균 유닛 생산량이 XX% 거든요.”라든지, “이 선수 유닛 생산량 대비 kill 수를 보면 XX%거든요. 저그가 이 정도면 전투를 정말 잘하는 거죠.”라든지, “와! 역대 가장 Kill수가 높았던 경기가 XX배에서 박지호 선수 대 박성준 선수의 4강 5경기 XXXX였거든요~! 근데 어쩌면 이번 경기에서 잘하면 그 기록이 깨질지도 모르겠어요~!”라든지. 생각만 해도 재밌지 않을까요? 후후


5. 전략, 빌드
  이건 제가 보기에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각 팀들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뭐냐하면 매 경기 마다 그 선수가 사용한 전략이나 빌드를 기록해 놓는 겁니다. 그러면 선수 별로 어떠한 전략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비율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민 선수의 대 저그전 더블넥 사용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물론 강민 선수는 더블넥이라고 대체로 예상 가능합니다만;;;) 저그의 경우 뮤탈 테크거나 럴커 테크를 타겠지요. 그럼 이 선수의 테란 상대로 두 테크 비율을 계산한다거나, 프로토스 상대로는 어떠한가를 파악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요즘 수비형 테란이 화두이니, 이 선수의 더블커맨드 사용비율을 계산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꼭 선수 별이 아니더라도 기록만 잘 관리를 해놓으면 맵 별로도 계산이 나오겠지요. 개척시대에서 원해처리 비율 같은 것 말이지요. “라오발에서 프로토스의 더블넥 비율이 XX%로 너무 높다. 그러니 저그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와 같이 예전에는 해설자께서 감으로 칠팔십 퍼센트 되거든요 라고 말했겠지만 이제는 확실해 집니다.


6. 평균 게임시간 (승리시, 패배시)
  이건 그 선수가 보통 어느 타이밍에 승부를 거는지, 혹은 그 선수의 약점이 언제인지를 대강 알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혹은 기준을 정해서 초반, 중반, 후반으로 시간대를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종족 별로 강한 타이밍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조금 자신 없네요.




7. 제안
  그래서 차기 시즌 부터는 경기가 끝나고 기록을 남길 때 단순히 전적만 남는 것이 아니라 좀더 다양한 내용들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쓸모도 있을 것 같구요. 그런 것들이 오랜 기간을 거쳐 하나 둘 쌓여야 의미있는 분석들이 등장하는 거겠지요. 표로 만들어서 경기시간, 사용한 전략, 멀티 개수나 자원 채취량, 공격 횟수와 그 대비 성공률, 실책 등등을 딱 정리해 놨으면 좋겠네요.


p.s. 며칠 동안 생각했던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재밌으셨을런지 모르겠어요. 저는 생각하면서 되게 재밌었거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스토브리그라고 그냥 심심해 하지 말고 차기 리그를 위해 여러가지 발전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팬의 입장에서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재미도 있어요~ 물론.... 저도 3월달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기는 합니다.^^

p.s. 차기 시즌에 강민이 우승하는 걸 봐야하는데 4월 말에 군입대를 하게되서 그게 제일 아쉬워요 흑흑흑 (난 테란 유전데 왜 테란유저를 안 좋아하지?ㅁ?)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1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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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 Garden
06/03/12 11:22
수정 아이콘
좋은 의견이네요.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정립만 된다면 스타의 수명이 좀 더 길어지지 않을까 ^^
06/03/12 11:41
수정 아이콘
이미 다른 종목에서는 '약간이나마' 도입하고 있는 것이네요...... 워3의 경우 예전 프라임리그때는 평균APM과 순간최대APM, 평균금채취량, 업킵손실율, 영웅평균레벨과 영웅선호도, 영웅킬/피영웅킬등을 정리해서 경기전에 보여줬었는데 말이죠...... (WEG도 비슷하게나마 데이터관리를 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카스의 경우에도 gotfrag.com에서 카스통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가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같더군요. 킬수, 데스수, 경기당 평균 킬/데스, 1킬당 데스율 등......

스타도 이런식으로 각종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다만, 1번이나 3번의 경우에는 심판의 재량이 너무 깊숙하게 개입될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전체적으로는 좋은 의견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Sulla-Felix
06/03/12 11:43
수정 아이콘
워크에서 시도되었던 기록들이죠.
워크에서는 영웅위주라 기록세우기가 쉽죠.
1경기당 영웅레벨, 영웅킬 평균수, 영웅선호 빈도부터 해서,
50유지, 평균자원채취, 각종전략의 빈도까지 다 기록으로 남겼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라임2 장조작의 시절이었죠.
워크의 기록들도 계속 남겼으면 의미있었을 텐데 그런 기록들을
더이상 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죠. 그런 의미에서 알테어님이
한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낍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이지만 알테어님이 없었다면 결국 아무도 손대지 않다가
소중한 기록들을 다 잃어버렸을 겁니다. 지금 커프의 기록들은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 주는 바람에 남아 있질 않거든요.
Sulla-Felix
06/03/12 11:44
수정 아이콘
앗.. 한발 늦었다.
마술피리
06/03/12 11:45
수정 아이콘
앗..이런.. 제가 준비하고 있던 다음 제안글이 프로리그에서의 이러한 '각종 data 정립'에 관한 것이었는데... 선수를 빼앗겼습니다. ^^;; 제가 궁리하던 factor와 조금 차이는 있지만, 아무튼 저는 절대 찬성입니다. 저도 조만간 조금 더 다듬어서 비슷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케케케나다
06/03/12 14:12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좋은의견입니다. 따로 기록원을 안둬도, 방송중에 몰라도 리플레이를 통해서 기록은 일일히 확인할수 있겠고요, 2,4,5,6번은 정말 좋겠네요 ^^
마술피리
06/03/12 16:51
수정 아이콘
제목을 좀 바꿔주시기를... 제목에서 글 내용을 유추할수 없어서 많은 분들이 접근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안이 있다는 것을 제목에서 알게끔 고쳐주세요.
lost myself
06/03/13 06:48
수정 아이콘
헉;;; 제가 글 재주가 없어서 제목도 어떻게 지을지 모르겠더라구요. 뭐라고 바꾸지...
lost myself
06/03/13 08:31
수정 아이콘
으엇;; 제목 바꾸러 왔는데 에이스 게시판에 있는 글은 수정이 안되는군요 허허 어쨌든 영광입니다.ㅠㅠ
게으른 저글링
06/03/13 13: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
폭풍저그
06/03/13 17:23
수정 아이콘
평균게임시간은 기록했으면 좋겠는데. 다른건 좀 힘들것같지만..
06/03/13 18:44
수정 아이콘
무지 재밌네요~ 전략과 빌드/ 게임시간에 관련된 것은 그 분포를 나타내는 자료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격 성공률과 자원 수급량(분석관련)
관련된 쪽은 확실히 이쪽방면에 대한 지식을 가지신 분이 판단하셔야 될듯 하네요. 확실히 포장하는 기술을 늘어난 반면에 이러한 전문성의 발전은 전자에 비해서 조금 못 미치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히 표면적인 승패와 선수의 이미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좀더 게임 내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각팀 혹은 선수를 대상으로한 분석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진행은 이승원 해설위원-_-/) 또한 분석이 끝난 자료들이 해설진들에게도 전달되어서 게임 해설 자체의 질도 높아졌으면 하구요.

엠겜에서 스타 배틀 필드라는 프로를 한다는데, 맵과 그 맵에서 벌어진 양상에 대한 분석을 할 거라는 소문이 들려서 기대가 됩니다.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전 제목 보고 24강개편관련 리플 격전지가 나올거라 예상해서 이전에 안읽고 지나쳤는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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