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7/25 11:55:39
Name The Siria
Subject 함께 쓰는 E-Sports사를 제안하며.
  불현듯 역사라는 주제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역사의 반복이 나타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라는 것은 정말 과거의 일어난 일이 아닌, 현재의 사람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안겨주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십자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부시의 행각에서, 전쟁의 끝이 결국 모두의 파멸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세계의 지도자들의 모습에서... 결국 현재의 역사라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닌, 남겨진 추억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실, E-Sports라는 것은 역사까지 쓰기에는 그 기간이 짧았는지도 모릅니다. 기껏해야 10년도 채 되지 않은 그 짧은 기간. 하지만, 짧은 기간, 너무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바뀌어온 모습, 그리고 그 변화의 모습 속에서 잊혀진 무수한 소중한 기억들.... 개중에는 그 잊혀진 기억까지 너무도 비슷하게 지금 재현이 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 강산도 한 번 변하지 않았는데, 벌써 그 위대함을 잊고, 함께한 추억을 잊는 모습에서, 우리는 E-Sports의 미래를 설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라도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함께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정리해서 그 누구라도 과거를 잊지 않고, 함께한 사람들의 위업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가슴에 기억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충무공이 4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불멸로 남아있는가를 생각한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서를 잊지 못한다면, 커프의 음유시인도, 최초로 세계를 평정했던 AOE의 그 영웅도, WCG 피파 초대 챔피언도, 모두 기억하면서, 그들을 불멸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보다 조금 더 큰 것은 기억을 추억하면서,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간의 기억을 나누는 순간, 잊혀진 과거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상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기억은 결국 우리가 함께 했었으니까요. 쥬라기2도, 커프도, 모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한 순간으로 잊혀진 거울전쟁, 아트록스등도 누군가는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고, 이를 함께한 인물들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사라진 리그가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지금의 리그를 가꾸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계기는 결국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아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을 낳았던 그 역사를 돌이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그렇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반드시 위대한 인물들의 그것으로 쓰여져서는 곤란하다구요. 하찮게 보일지도 모르는 짤방이나, 치어풀도 시대를 반영합니다. 그 짤방의 역사도, E-Sports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지요. 유니폼의 변천도, 스폰서의 변천도, 팬들의 응원의 문화도, 그들의 응원하고 호흡했던 공간의 변천도, 모두 역사의 한 반열입니다. 반드시 위대한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과 그들의 이야기만이 역사가 아니라, 그 뒤에서 묵묵히 응원한 사람들, 스텝들의 이야기도 모두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역사도 마찬가지이지만, E-Sports의 역사는 반드시 함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간 우리가 즐긴 이 창조된 신세계가 어느 천재의 고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함께 해 온 시간과 공간의 켜가 결합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 무수한 사람들과 리그들의 출현과 명멸이 시간의 켜를 증명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즐긴 문화와 공간은 독특한 공간의 켜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과연 어느 한 사람의 선택으로 쓰여질 수 있는 역사가 될까요. 그 누군가의 취향과 사관으로 쓰여지기에는 E-Sports의 역사는 많은 이들의 취향과 사관이 함께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제안합니다. 함께 E-Sports의 역사를 써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자료도 없고, 기억하는 이도 드문 리그를 기억해서 써 주시면 됩니다. 혹은 내가 기억하는 인물에 대한 생각을 써 주시면 됩니다. 꼼꼼하신 분이라면, 그 한 해 일어난 일을 정리해 주시면 됩니다. 짤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짤방의 변천을 기억하고 정리해 주시면 됩니다. 팀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그 팀의 변천을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당장의 현재여도 좋고, 과거여도 좋고, 미래를 기약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잊혀지기 전, 모두가 함께한 취향을 기억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의 취향이라도 소중하게, 그렇게 기억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굳이 형식을 붙이면, 리그의 경우 본기로 쓰고, 사람은 열전으로, 팀은 세가로, 한 해 일어난 일은 표로, 어느 특정한 문화의 서술이면, 지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닌, 같이 기억을 공유하려는 바로 그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우리는 영웅을 알고, 그 영웅에 대해 환호했던 사람들을 알고, 영웅이 아니어서 눈물짓던 이도 알고, 그 눈물짓던 이를 위해 또 눈물지은 사람들도 압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광경들이 잊혀지기에 너무도 아쉬운 것이라는 것도 역시 압니다.

  김민수 교수님의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도시의 공간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간의 켜와 공간의 켜가 함께 하는 순간이라는 것. 저는 이 말이 지금의 E-Sports에도 꼭 필요한 말임을 확신합니다. 이 새로운 문화가 아름다운 것은 잠시라도 함께한 시간과 공간의 켜를 되살려 하나의 벽화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벽화는 어느 위대한 이가 그리는 것이 아닌, 모두가 그리는 것입니다. 문화가 어느 위대한 사람의 창조가 아니듯, 우리가 만든 문화도 우리가 각자 위대한 이가 되어 만들었고, 이제 그 기억과 정리도 우리가 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켜를 기억하는 바로 그 문화의 과제가 지금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함께 역사를 써 주십사하고, 역사라는 말이 거창하면, 가슴 속에 기억하고 있던 기억들을 꺼내주십사 하고, 방송사 관계자분들도 그간 치룬 리그들의 기억들을 잠시나마 꺼내주십사하고, 하찮고 작았던 리그라도 그 승과 패의 기억이라도 꺼내주십사하고,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함께 기억을 공유하고, 기억을 추억하는 동안 잊혀진 이들은 불멸이 되고, 우리는 더 나은 무언가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를 배우며, 현재를 생각하며, 미래를 추억하는. 함께 했던 기억을 더욱 함께 할 수 있도록.

역사는 함께 써 가는 나이테, 시간의 켜와 공간의 켜가 함께 하는 E-Sports를 꿈꾸며.

ps. 다음 외박때, 많은 분들이 함께 쓴 기억들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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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25 17:18
수정 아이콘
좋은 주제라고 생각 합니다.

우리는 책임이 있습니다. 기록을 후에 E-Sport 팬에게 남겨야 하는...

그런 책임을 담당할 수 있는 PGR이 되었으면 합니다.
06/07/26 00:17
수정 아이콘
올해는 개인적인 사정상 힘들겠지만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꼭 참여하겠습니다.

pgr에 계신 많은 팬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보기는 99pko 때 최진우vs김창선 경기 부터 봤는데 생각없이 보다보니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이뿌니사과
06/07/26 09:52
수정 아이콘
멋지세요. 저도 집에가서 옛날 글들 좀 뒤적거려봐야겠네요(제글 말고, 긁어놓은거 ^^)
My name is J
06/07/26 10:29
수정 아이콘
음.....예선 기록같은거 모아 놓은게....--a
06/07/26 18:55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그것을 '기억'해주는 것......

남은 사람들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능력이 될때까지 해보겠습니다.....



(일단, 수능부터 치고 나서요^___________^)
06/07/26 23:25
수정 아이콘
운영자분들 중심으로 추진했으면 하네요..
(물론 그분들이 다 도맡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추진만 해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흔히 말해서 질레트부터 봤기때문에 패스~ 후다닥.
영웅의물량
06/07/26 23:38
수정 아이콘
전 2002SKY부터 봤습니다만, 그 이전에는 손가락 부상 당했던 최진우 선수의 다큐멘터리(?) 비슷한 걸 본 적이-_-;;
클레오빡돌아
06/07/26 23:47
수정 아이콘
전 한빛때부터 쭈욱 봐왔습니다.

그 전에도 좀 봐왔긴 한데 그땐 기억이 잘 안나네요..

수능치고 도와 줄수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06/07/27 02:25
수정 아이콘
아 제가 매우 궁금한것중 하나인데요.

그동안 어떤 팀들이 있었고 그 팀들의 소속된 선수들은 누구였는지
어느 선수가 어떤 경로로 팀을 옮겼는지 이런것 매우 궁금하더군요

역사를 쓴다면 이런것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세이시로
06/07/28 21:16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The Siria님.
군대에 가신다고 하는 글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이번에 첫 휴가를 나오신 건가요?

저도 매우 오랫동안 고민해오고 있던 주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생하게 보고 느끼고 열정을 거는 이 모든 것들... 이것들이 잊혀져서는 안되겠다고 말입니다.
때때로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글을 끄적이고는 하는데 역시 쉽지는 않은 일인 것 또한 느낍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의 뜻이 합쳐진다면 조금씩 가능한 일이 되어 가겠지요.

뜻을 함께 하겠습니다.
Yh.ArthuriaN
06/07/29 17:24
수정 아이콘
좋은 일이네요 저도 미약하나마 노력을 하겠습니다!
짜그마한 시인
06/07/31 14:00
수정 아이콘
이 글을 토론 게시판으로 옮길 순 없을까요?
현재 스타크래프트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데다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임요환 선수의 군입대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잖아요.
글쓴분이 말씀하신 '모두가 함께 기억을 공유하고, 기억을 추억하는 동안 잊혀진 이들은 불멸이 되고, 우리는 더 나은 무언가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라는 이 말이 현재 상황에 무척 적합한 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스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해보는 것. 굉장히 필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또 오르막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계를 정리해보면서 지금의 쇠퇴기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구요,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지도 얘기해보자구요.
Born_to_run
06/08/02 01:15
수정 아이콘
잔소리 같지만
시리아 님이 새삼스레 'E-Sports사' 라고 하신 이유를 아셨으면...
그런 의미에서 워3도 열심히 찾아봐야겠어요~
영웅의물량
06/08/03 12:37
수정 아이콘
워3는 전지윤, 추승호 시대부터.. 장재호까지. 클랜팀배틀의 이중헌, 임효진;;
그 이전은 모르겠지만, 정말 재밌었던 시절이 있었죠 ㅠ.ㅠ 요즘은 리그 자체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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