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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9/04 10:46:12
Name The xian
Subject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4
어떻게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대담'형식을 차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그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S모님의 칼럼과 유사한 형식이 되어 버렸는데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그 분의 칼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쓴 이번 독후감은 "자아와 자아와의 대담"이라는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저기에 나오는 X군도 P군도 모두 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치 "천문 대화"에서 갈릴레이가 대담 형식을 빌어
지동설의 옳음을 주장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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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 : 자. 지난 번 글의 참담한 조회수, 경험해 봐서 잘 알겠지!! 제발 길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네가 골머리 썩여서 힘들게 쓴 글을 단지 '길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안 읽는다면 결국 너만 안 좋은 일이야!!!!!

X군 : ......

P군 : 왜 말이 없나, 친구?

X군 : ......그래도 할 말은 끝까지 해야겠어.

P군 : ......(쾅)

X군 : 그렇다고 기절까지 할 일은 아니잖나??


실패해도 괜찮다 - 게임 세계가 선사하는 양날의 검

X군 : 넌 이 책에서 나온, "게임의 가장 위대한 교훈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

P군 : 음...... 일단 되게 배포가 커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약간은 무책임해 보이기도 해.

X군 : 그렇군.

P군 : 사실... 아무리 게임 세대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 이야기라고 해도 이 이야기는 좀 많이 무책임해 보여. 너도 알다시피, 게임은 현실이 아니니까. 리셋(Reset) 증후군이나 세이브 로드(Save & Load) 증후군 같은 말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의 사고를 그대로 현실 생활에 대입해서 실패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또 극단적으로 풀게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지.

X군 : 음, 네 말을 충분히 이해해.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가 다시 죽으면 무덤에서 부활하거나, 마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지.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실생활에서의 삶은 끝이야. 사업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지. 확실히 실생활은 게임에서처럼 리셋 버튼을 누르면 다시 시작되거나, 세이브시킨 지점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냐.

P군 : 그럼 네가 말한,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말이 게임 세대의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 없다는 거야?

X군 : 그건 아니지!! 물론, 게임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와는 달리 조금의 깨달음으로 다음 번의 성공을 얻을 수 있고, 매우 간단히 복구할 수도 있어. 그리고 더러는 실패의 난관에 부딪쳤을 때에 '나 이 게임 안 해'하고 거기에서 회피할 수도 있지.

그런 것들이 현실을 도피하는 측면으로만 이어진다면 분명히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행동을 조금 현실에 맞게 말을 바꿔서 표현해 보자고. 실생활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때에 '실패를 거울삼아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실패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자세' 둘 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가치관이야.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건 실패 자체에 대한 염려가 지나치다 보니 실패할 것이 염려되는 것에는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거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구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가진 '자산'이거든.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겉으로는 전통적 사고를 말하지만 실상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려는 구세대의 인습과, 그런 모습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게임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의 모습은 역(逆) 리셋(Reset) 증후군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야.

P군 : 오, 일리 있네?

X군 : 하지만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치함을 - 발휘하면서, 자신은 게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P군 : 결국 이 단락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이 책의 말은, 네 생각엔 교훈이라기보단 양날의 검이라는 거군.

X군 : 그렇지.


글로벌형 게임 세대냐, 국수주의의 재생산이냐?

P군 : 그런데 조금 의문이 가는 건, 이 책에서 게임 세대는 원칙적으로 '글로벌화'되었다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사이버상에서 그런 '글로벌화'와는 동떨어진 불미스러운 일이 잊혀질만 하면 끊이지 않는 거지? 중국인 문제도 그렇고. 한국인이 비매너라고 악평이 퍼진 이야기나 과거 울티마 온라인에서 UOE 등의 사용으로 계정정지 당한 것도 그렇고. 물론, 경쟁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해서 그렇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국제 망신이라고.

X군 : 이건 좀 분명하게 말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건 게임의 책임이 아냐. 대한민국 사람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제대로 글로벌화되지 못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P군 : 야, 네가 무슨 사회학자냐? 그런 거창한 말을 하게. 너 그러다가 잘못하면 '넌 한국사람 아니냐'라는 소리 듣는다.

X군 : 들으라 그래.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사람이 외국인들을 그 나라에 상관없이, 차별 안 하고 잘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하냐?

P군 : 쩝...... 그건 아니네.

X군 : 외국인에 대한 생소함으로 인한 기피는 그렇다 쳐도, 백인과는 달리 흑인만 봐도 검둥이라고, 냄새 난다고(실제로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흑인까지) 지레 피하지. 중국인들은 '되놈'이라고 멸시하고, 못 사는 나라 사람은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죽든 살든 인간 대우 제대로 안 해주는 곳 많고, 심지어는 우리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조선족이나 탈북한 북한 사람들에 대한 대우 역시 '한가족'식의 대우는 고사하고 같은 인격체로서의 대우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

물론 대표적인 예로 일본에 대한 것처럼 과거 청산 등의 역사적 이유나 정치적 이유에서처럼 그 나름대로의 개연성도 있고, 때로는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그게 실생활은 물론이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테러나, 차별로 이어진다면 '글로벌형 게임 세대'라는 건 아마 대한민국에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난 생각해. 괜히 '블랑카'가 유머의 소재가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게다가 우리가 중국인들까지 고용해서 벌여 놓았던 게임머니 작업장 같은 것을 이제는 중국인들이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자기들이 장사(?) 해 먹고 있잖아?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지. 잘된 문화를 전파해 줘서 국위 선양해도 모자랄 판인데 게임판의 어두운 한편에서는 나라에 먹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야.

P군 : 그건 네 말마따나 정말 수치다.

X군 :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 세상 안에서 글로벌화를 이루고 싶다면, 실생활에서부터 먼저 그게 이루어져야 해. 대한민국의 게임 세대는 아직 그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게다가 경쟁심이나 애국심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지만 그것을 글로벌한 게임 세계에서 누구나 납득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글로벌한 사고 체계 자체는 경쟁심의 크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확립되어 있는 편이니, 세계적인 게임을 다른 나라 사람과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국수주의의 함정에 빠지기 매우 쉽지.

P군 : 하지만,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도 게임 세대의 몫이라는 거겠지?

X군 : 당연하지. 그런 것들을 남이 대신 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안돼.


마지막 이야기를 남기고

X군 : 다음 번이면 이 긴 이야기도 마지막이 될 텐데 오늘 뉴스 기사 하나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

P군 : 어떤 뉴스?

X군 : 음. 길드 워 세계대회에서 우리나라 팀이 챔피언이 됐는데, 그 중 한 명이 고교생이었거든. 게다가 아버지도 입원해 있었고. 기초수급생활대상자라니 가정 형편도 꽤 어려웠나봐.

P군 : 그래? 그런데 그 기사에 뭐라고 나왔는데?

X군 : 그 기사에는 별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그 기사에 달린 리플이라는 것들 중 상당수가 정말 가관이었다니까. "아버지는 병에 걸려 누워 계시는데 게임질이나 하다니 정신이 제대로 박힌 녀석이냐?"라거나,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꼬투리 잡아서 "게임 잘 하는 것과 프로그래머가 뭔 상관이냐, 다 같이 비웃어주세요"라고 비아냥대는 리플이 적잖이 눈에 보이더라고.

P군 : 나 참 어처구니가 없다. 꿈에 대해서 꼬투리잡는 건 정말 같잖은 일이고, 거기에 다른 경기와, 길드 워라는 게임을 주제로 한 E-Sport를 비교해서 그렇게 차별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대체 뭐라는 건지......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모셔뒀대?

X군 : 더욱이 더 어이가 없는건 자신이 모 게임 개발자라고 자칭하는 인간까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P군 : 참내. 답 없다. 그런 파렴치한 악플이나 남기는 작자가, 정말 게임 개발자가 아니길 바란다.

X군 : ......그러게 말이다. 그런 사람이 나하고 같은 업종에서 밥먹고 있다고 상상하면, 구역질 나서 밥이 안 넘어갈 것 같거든. 실제로 만나면 죽지 않을 정도로 때려 줄지도 몰라. 그런 썩은 생각 가지고 게임 만들려면 차라리 만들지 말라고 하고 싶어.

P군 : 어쨌든, 너무 흥분하지 말고... 끝맺음할 이야기 잘 준비하라고, 친구!!


To Be Continue......


- The xian -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9-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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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_
06/09/04 11:57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인데 낮은 리플수와 조회수가 아쉽네요.. 이번에도 잘 읽고 갑니다!
본호라이즌
06/09/04 13:0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완결도 멋지게~~
저도 게임업계에 몸 담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됩니다.
꿈꾸는 달빛
06/09/04 13:36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잘 보고 갑니다
06/09/04 13:38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게임업계를 떠났기 때문에..(틀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게임업계에 종사한다고 해도 정작 자신은 게임에 별로 관심 없고, 그냥 대박쳐서 돈이나 좀 많이 벌면 좋겠다... 는 정신으로 일하는 분들도 꽤 많죠. 뭐, 그렇다고 꼭 그게 나쁜거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요.
Zergling을 믿습
06/09/04 15:55
수정 아이콘
xian님의 글을 보면서 게임업계에는 몸담고 있지 않지만 초등학교 교사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 마지막편 기대할게요^^
06/09/04 19:53
수정 아이콘
완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읽었어요!
루크레티아
06/09/04 20:08
수정 아이콘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은 작가의 꿈보다 xian님의 해몽이 더 좋아보이네요. 작가가 이렇게 해석해준걸 알면 xian님께 절이라도 해야할듯. ^^;;

그리고 대한민국의 게임세대가 글로벌화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아직 인성이나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층이나 20대 극초반의 계층이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서 유명해진게 아닐까요? 외국이라도 우리나라처럼 정말 잘 갖추어진 인터넷 환경이 존재한다면 작업장은 몰라도 욕설 정도는 일도 아니게 나올 것입니다.

네이버 악플이야 뭐 그냥 무시하는게 상책이죠. ^^;; 어느 개발자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미친 짓을 할까요. 지질학자죠 그냥.

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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