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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5/17 23:04:17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07화 -승부사의 무덤 |
[소설] 불멸의 게이머 7
7 승부사의 무덤
개운치 못한 느낌으로 정신을 차린 건호의 눈에 첫 번째로 보인 것은 동굴의 천장이었다.
횃불로 어둠을 대충 걷어낸 동굴의 모습은 한쪽은 벽으로 막히고
다른 한쪽은 거대한 철문으로 막힌 밀폐된 공간이었다.
두 번째로 건호의 눈에 보인 것은 정신을 잃은 상태로 자고 있는 아나이스였다.
아나이스는 해독의 알에서 벗어나 푸른 모포에 덥혀 있었다.
거기까지는 건호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호의 눈에 보인 새 번째 사물은 좀 달랐다.
그것은 건호를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갈색 늑대의 얼굴이었다.
‘늑대...?’
건호는 도망갈 태세라도 취하려 했는지 몸을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건호가 고개를 들자, 늑대의 얼굴이 예상보다 높은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늑대의 얼굴은 군복을 입은 온전한 사람의 몸 위에 얹혀 있었다.
‘늑대인간?’
늑대인간은 건호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잠깐 돌려 윗주머니에서
메모장 같은 것을 꺼내 거기에 무엇인가 적어서
건호에게 보여주었다.
<정신이 들었나?>
라고 적혀져 있었다.
너무나 놀라운 것은 그 글씨체가 너무나 반듯하다는 것이었다.
문장부호까지 가지런히 적혀져 있는 그 글씨를 보고 건호는 잠시 동안 감탄했다.
그러자 늑대인간은 다시 무엇인가를 적어서 건호에게 보여주었다.
<스타 좀 하냐?>
라고 적혀져 있었다. 이번에도 놀라웠다.
늑대인간이 자신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여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늑대인간은 또다시 무엇을 적어서 보여주었다.
<짜증나-_- 대답 좀 해.>
이모티콘까지 충실하게 구사한 글을 보고 건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와~ 늑대가 글을 쓰네.”
늑대인간의 이름은 마르두크.
그는 말을 할 수 없으나 글을 적을 수 있는 늑대인간이었다.
건호는 아나이스를 깨워서라도 이 신기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아직도 아나이스는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르두크는 자신의 얼굴로서 신기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요한 정보 전달을 해줬다.
<우리는 곧 패러독스와 대결한다. 지면 죽는다.>
거두절미의 정신을 잘 지킨 정보전달이었다.
사실 다른 말은 필요가 없었다. 건호는 또 다른 승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 마르두크, 건호, 아나이스가 3인을 가두고 있는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자. 상의를 생략한 깡마른 체구의 남자가 소리쳤다.
마치 인도에서나 볼만한 의상이었다.
“다음 들어와라”
건호는 잠든 아나이스가 물리학의 법칙을 철저히 지키는 질량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악을 쓰며 아나이스를 들쳐 업었다.
건호는 아나이스를 업고 마르두크와 함께 문 안으로 들어갔다.
“으으윽”
건호의 시선에 걸린 것은 쓰러지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아니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바닥에 3명의 남자가 동시에 쓰러지고 있었다.
“바보들. 그래서 시간 끌어도 소용없다고 했더니... 쯔쯔쯔.”
쓰러진 3명의 남자들의 맞은편엔 얼굴에 피어싱을 한 사내가 혀를 차고 있었다.
마치 복장은 인도의 고승처럼 보였다.
그는 쓰러진 남자들에게서 눈을 돌려 지금 들어온 건호일행에게 눈길을 돌렸다.
“다음 희생자들이군.”
동굴 안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고
그 마법진 한가운데 컴퓨터 두 대가 세팅되어 있는 큰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의 높이는 제사상 정도였고
따라서 인도의 고승처럼 보이는 자는 바로 그 탁자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니 방금 전에 게임을 끝낸 것 같았다.
“이번 일행은 좀 강해보이네”
그 맞은편에선 역시 상의를 생략한 부하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3인의 사람들을 어디론가 치우고 있었다.
<저건 이전 희생자들이다. 나보다 먼저 들어갔다>
마르두크가 메모장으로 설명해줬다.
건호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은 눈과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안색을 보아하니 이미 죽은 것 같았다.
건호는 가면 갈수록 자신의 승부가 지독해지고 있음을 알았다.
처음엔 사채 빚, 그리고 다음엔 영혼을 뺏기기,
거기에 이번엔 죽음이라니,
“안녕한가? 이곳은 승부사의 무덤.
너희들 3명은 팀을 이뤄서 나와 5전3선승을 치르면 된다.
너희들 한 사람당 2게임까지 할 수 있다.
출전 순서는 자유.
너희들이 지면 이곳의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해서 저렇게 된다. 알겠나?”
피어싱의 고승은 성격이 좀 가벼운 것 같았다.
그는 대강대강 게임의 룰을 설명했다.
“왜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그러나 건호는 게임의 룰보다는 이 상황이 궁금했다.
“그건 너희들은 지독한 원한을 샀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패러독스.
너희를 원한에 따라서 처리하는 일명의 청부업자다. 어때 무섭나?”
건호는 아수라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해골이 된 얼굴이 박살이 나면서도 저주를 퍼부었던 그 마지막 모습을 말이다.
건호는 끝까지 치사하고 더러운 짓을 일삼은 아수라를 증오하려 했지만
그가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증오의 대상을 결국 자신의 운 없는 팔자로 바꿔야 했다.
<승리했을 때 확실히 우리는 자유를 얻는가?>
이번엔 마르두크가 질문했다.
“그렇다. 이 마법진이 그 마법을 실행하지”
패러독스가 동굴 방안에 그려진 마법진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다시 마르두크가 물었다.
<당신은 강한가?>
패러독스가 다시 대답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될까? 이곳은 인과율의 법칙을 벗어난 곳이다.
이 몸의 능력은 그에 따른다.”
마르두크는 더 묻지 않았다.
털이 수북하게 난 주먹은 꽉 쥐어졌다.
그리고 원래부터 다물어져 있는 입은 더 앙다물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건호는 패러독스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나는 게임을 많이 해서 피곤하니 그대들은 잠시 작전이라도 짜도록...”
패러독스는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동굴의 한쪽 끝으로 이동했다.
마법진은 패러독스의 부하들이 적절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건호는 벌써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영원히 잠만 자고 있을 것 같았던 아나이스가 깨어났다.
“어...... 여기는 어디야?”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승부사의 무덤이래.”
피곤한 듯 일어났던 아나이스는 건호의 말을 들은 순간 표정이 지나치게 생동감 있게 바뀌었다.
“뭐!?”
아나이스는 재난 영화에서 ‘곧 운석이 떨어져 지구가 멸망합니다.’
라는 말을 들은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에 걸맞은 상투적인 대사도 뱉어냈다.
“젠장 우리는 이제 죽었어. 어떡해! 흑흑흑 정말 다 끝이야.”
라면서 아나이스는 다시 졸도했다.
~~~~
건호의 집요한 흔들기 신공으로 다시 깨어난 아나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헬게이트 시티에서도 최악의 사제게임장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여기 들어와서 살아나간 사람을 본적이 없어.
말도 안 돼. 이런 젠장 흑흑흑... 한 많은 인생...”
라면서 아나이스는 엎어져서 잠들었다.
건호는 이곳이 ‘인과율의 법칙에 벗어난’ 곳이라는 말의 의미는 조금 이해했다.
그것은 아마도 패러독스의 능력이 그 만큼 절대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그때 마르두크가 다시 메모를 적어서 보여주었다
<일단 네 동료는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인다.
근데 넌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나?>
건호는 독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아나이스를 먼저 걱정해준 마르두크가 고마웠다.
그런데 건호는 그런 고마운 상대에게 섭섭한 말을 건네야 했다.
“없어.”
마르두크는 인생을 달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메모지에 다음과 같이 적어서 보여주었다.
<......>
건호는 다시 한 번 신기함에 놀랐다.
말줄임표까지 적어서 보여 줄만큼 풍부한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니!
그러나 건호가 놀라는 것에 굴하지 않고 마르두크는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가 놓인 탁자가 가부좌의 높이에 맞으니 도전하는 사람 역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호는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마친 마르두크에게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봐 무슨 전략이라도 짜거나. 우리가 가진 스킬이라도 정리해 보자고.”
마르두크는 아무대답도 하지 말까 고민하는 표정이더니 몇 자 적어서 보여주었다.
<내가 열심히 2패 할 동안, 넌 1승의 비책을 생각해봐 >
마르두크는 바로 게임을 열고 손을 풀기 시작했다.
건호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건호는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일꾼 나누기부터 기본 빌드 시전,
그리고 생산, 모두 관찰한 결과.
마르두크는 건호가 지옥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강력한 게임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마르두크는 분명히 1가지 이상의 스킬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건호가 그동안 싸워왔던 상대들은 모두 초반만 지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그러나 마르두크는 달랐다. 컨트롤, 생산과 화면전환 등 게임의 기본을 숙지하고 있었다.
순수 게임능력치는 여전히 건호가 유리하겠지만,
마르두크가 어떤 스킬이건 가지고 있다면 건호는 마르두크와 같은 상대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었다.
마르두크가 열심히 손을 풀고 있으니 잠시 후 패러독스가 자리로 나타났다.
“선봉은 정했나?”
“우리 선봉은 마르두크다”
“호 오...”
패러독스는 흡족한 얼굴로 게임성 능력치 테스트기를 꺼내서 얼굴에 썼다.
“무려 1317이라니.... ”
마르두크가 메모장을 꺼내보였다
<시작합시다.>
그때 양 자의 컴퓨터 가운데 위로 붉은 불꽃 하나가 크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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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는 프로토스를 골랐고 마르두크는 랜덤을 골라서 테란이 선택되었다.
옵저버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호는 일단 마르두크의 진영에서만 게임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르두크는 차분히 메카닉 테란의 빌드오더를 전개시키고 있었다.
입구를 막지 않는 FD형태로 게임을 진행시키는 것만 봐도 건호는 마르두크의 기본실력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건호는 한 가지 걱정이 되었다.
이 공간은 절대적으로 패러독스가 준비한 공간이었다.
그러므로 몰래카메라나 다른 마법이 걸린 아이템에 의해서 상대가 마르두크의 개인화면을 훔쳐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이런 장소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건호들에겐 큰 핸디캡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건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패러독스는 맵핵을 쓴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초하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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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템플, 2시 마르두크 테란,
8시 패러독스 프로토스, 마르두크가 견제용 벌쳐 2기가 출발해서 상대의 본진에 난입했다는 것부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드라군3기가 마인을 심는 별쳐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채로 다 터졌다.
생생하게 살아간 벌쳐는 그렇게 어려운 컨트롤이 아닌 상태로 프로브를 계속 잡고 추가로 드라군을 폭사시켰다.
그것은 옵저버가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패러독스는 마르두크의 본진을 구경도 못했지만,
마르두크는 아무런 피해 없이 트리플 커맨드를 완성했다.
패러독스의 실력은 진심으로 컴퓨터만도 못했다.
건호가 지옥에서 만난 플레이어 중 단연 최악이었다.
하지만 건호가 지옥에서 만난 단연 최상의 플레이어 마르두크는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왜 안 끝내지? 아직 상대의 스킬을 모르기 때문인가?’
마르두크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풀지 않은 상태로 이번엔 자신의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마르두크의 스킬은 바로 공격유닛의 <순간이동>이었다.
마르두크는 유닛을 1기씩 한화면 정도의 거리를 뛰어넘어 순간 이동시킬 수 있었다.
마르두크는 시즈모드된 탱크를 상대 언덕아래에 대기시켰다가
<순간이동>을 통해서 상대의 본진으로 이동시켜서 프로브에 피해를 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패러독스.
하지만 그래도 마르두크는 표정의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일부러 상대에게 앞마당 멀티를 주고 나서 다양한 유닛으로 공격하면서
상대가 스킬을 시전하길 기다렸다.
물론 어떤 스킬을 발동한다고 해도 질 수 없는 상황은 항상 유지한 체
‘대체 무슨 스킬을 가진 거야?’
그 상태로 10분이 더 지났다.
건호는 패러독스의 허접한 게임 실력에는 짜증이 났지만,
패러독스가 게임시간이 2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스킬도 보여주지 않은 것에는 진짜 화가 났다.
마르두크는 각종 견제 플레이를 통해서 패러독스를 완전히 농락했다.
이레디에잇으로 질럿죽이기. 고스트로 드라군에 락다운 걸기,
상대 본진에 건물 날려서 가리기 등등,
하지만 패러독스는 그런 굴욕을 모두 참아내며 오히려 건호에게 더 큰 짜증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나이스의 <인비지블>, 아수라의 <스탑타임>과<백타임>과 지금 마르두크가 가진 <순간이동>까지
건호가 아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까다로운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패러독스는 게임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하다못해 맵핵 같은 능력이라도 기대했지만
패러독스는 맵핵은커녕 자신의 앞마당 넥서스 위에 둥둥 떠 있는 드랍쉽도 보지 못하고 한동안 놔두고 있었다.
그 시점이 되자 극한의 인내심을 보여주던 마르두크도 컴퓨터보다 훨씬 못한 상대와 계속 게임을 하는 것에 견디지 못했다,
드디어 모든 유닛을 한 대 모아 마지막 러시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마르두크가 봐주고 봐줘서 패러독스가 할 수 있었던
미네랄 멀티는 바로 파괴되고 앞마당도 썰물처럼 밀어 버리고 본진으로 대규모 유닛들이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후후후.”
그때 패러독스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호는 게임을 포기한 것인가 싶어서 동요했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그 모습을 보고서도 신경 쓰지 않고 상대를 확실히 엘리시킬 마음으로 어택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패러독스가 무슨 이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ㅥㅱㅸ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긴 주문을 외운 패러독스는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게임시간 22분15초
패러독스 스킬 <b><교환></b> 시전
패러독스와 마르두크 서로의 진영, 유닛, 자원, 모두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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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마르두크가 플레이하던 테란은 간곳이 없고
마르두크가 어느덧 처참하게 당하는 8시 프로토스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테란은 패러독스가 컨트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허접한 컨트롤은 대규모 유닛 컨트롤에서도 있어서도 고집스러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내력을 가지고 냉정을 유지하던 마르두크도 드디어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정신이 나갔는지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움직일 수 있는 유닛도 없었다.
컴퓨터만도 못한 컨트롤로 움직이는 패러독스의 대규모 유닛은 입구에서 버벅거리긴 했지만
착실하게 마르두크의 본진을 유린하더니
이윽고 모든 건물을 파괴하고 게임을 끝냈다.
Defeat!
게임 레코드 화면에서도 아이디 Marduk는 Protoss,
아이디 Paradox는 Terran으로 되어 있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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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의 컴퓨터 위로 붉은 불꽃이 태연히 타오르고 있었다.
“야!!! 이거 장난이지?”
라고 말한 건 상기된 건호가 아니라 어느새 잠에서 깬 분노한 아나이스였다.
말 많던 패러독스도 그것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검퓨터가 놓여진 탁자에 패러독스 쪽으로 초록 불꽃 하나가 올라왔다.
그러자 패러독스가 얘기했다.
“마법진은 나를 승자로 인정했다. 내 불꽃이 3개가 되면 너희들은 죽는다.”
“네 능력은 사기야! 이러면 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지?”
“설명했잖니. 여기는 인과율을 벗어난 곳이라고.”
“그런 소릴 언제 했다고 그래?”
하긴 아까 아나이스는 잠이 들었으니 그것을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르두크는 아직도 입을 벌린 체 멍하니 아무것도 컨트롤 하지 않는 키보드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무너진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2번째 경기가 들어가기 전 잠깐 작전 회의를 할 시간이 생겼다.
“야 피어싱! 이렇게 바꿔치기 하면.
대체 어떻게 이기란 말이야?!”
아나이스는 작전 회의엔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으니
논외로 하고 건호는 정신이 날아가 버린 마르두크를 잡았다.
마르두크가 다시 입을 다물었으니 정신은 어느 정도 돌아왔다고 치고 건호는 몰래 메모장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패러독스의 스킬이 매우 늦은 시간에 발동한 걸 봐서 시간제한이 있는 것 같아>
<......>
전적으로 가설이었다.
경기 내내 마르두크가 패러독스에게 불리한 시점은 없었다.
그러나 교환은 경기 시작 후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그러므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그 <교환>의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건호는 아수라와 아나이스와 대결한 경험을 살려서 그런 가설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마르두크가 메모로 적었다.
<하지만 그건 인과율의 구속을 가정한 것 아니냐?>
한때 정신줄을 놨던 사람치고는 타당한 지적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건호는 그 말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힐 수가 없었다.
<패러독스가 모두 진실만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아. 정말 진실이라면 뭘 하든 다 끝이고>
<.......>
마르두크는 건호의 말을 수긍했다기보다는 현재의 처지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로 패러독스의 말대로라면 건호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패러독스의 스킬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가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작전은 <순간이동>을 동반한 4드론 러시야. 어때?’
모든 공격 중에서 가장 빠른 공격이다.
이것보다 시간제한의 이르다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시간제한이 없다고 봐야한다.
마르두크는 표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해보지>
마르두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컴퓨터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아나이스는 패러독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이 패션센스 없는 놈아! 그렇게 사기로 게임해서 이기면 좋냐? 좋아?”
마르두크가 가부좌를 틀고 다시 자리에 앉자.
아나이스도 그동안의 치열한 응원전을 마무리하고 건호의 옆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피곤이 덜 풀린 모습으로 아나이스는 건호에게 조용히 물었다.
“우리 정말 이길 수 있는 거야?”
‘......’
대답할 수 없었다. 건호는 하염없이 컴퓨터 위의 붉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크기가 약간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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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2...1
어쨌든 카운트가 끝나고 게임이 시작했다.
로스트템플, 저그를 선택한 마르두크는 12시, 프로토스를 선택한 패러독스의 진영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어디라도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2시로 날린 오버로드를 통해서 패러독스의 진영을 발견했다.
패러독스는 역시 맵핵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 정직한 플레이로 게이트웨이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꽤에에엑
저글링이 생산되었다.
그리고 로스트템플 12시 해처리에서 생산된 저글링은 그대로 2시를 향해서 달렸다.
중요한 것은 <순간이동> 스킬을 통해서
저글링 한 마리 한 마리가 12시 입구에서 벗어나자마자 2시 본진위로 바로 워프했다는 것이다.
‘놀랍다. 정말 사기다’
12시 입구에서 바로 2시 본진위로 워프하는 저글링.
이것은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빠른 저글링 러시가 분명했다.
저글링은 프로토스의 본진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이겼다. 시간제한이 있다면 절대로 이걸 막을 수 없다’
그때 패러독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ㅥㅱㅸ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역시 긴 주문을 외우고 그 자리에 한 바퀴 돌았다.
게임시간 2분12초
패러독스 스킬 <교환> 시전
잠시 후 2시 프로토스 마르두크는
4드론 저글링 러시에 넥서스 터지며 패배
~~~~
‘화르르’
패러독스 쪽으로 초록색 불꽃이 하나 더 피어올랐다.
이번엔 아나이스도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았다.
건호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방금 경기를 끝낸 마르두크는 원래부터 말이 없었고 이제 표정조차도 없어졌다.
좌절이다.
시간제한 따위는 없었다.
건호는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곳은 <승부사의 무덤>이었다.
“허무하지? 원래 인생의 끝은 다 그런 거야.”
이제는 마르두크나 아나이스 모두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의 표정도 비슷해졌다.
입을 약간 벌리고 눈은 허공의 어디에도 제대로 두지 못하는 모습.
건호는 그 상태에서 다음 출전자가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사람당 2번의 출전기회만 있다. 지금 아나이스는 안되고 자신이 해야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마지막 출전기회가 될 것이었다.
그런 건호에게 아무도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의외로 예상을 깨고 패러독스가 조언을 해왔다.
“참 중요한 거 있어. 시간 끌기 무승부는 없어.
시간이 너무 지나서 붉은 불꽃이 꺼지면 너희들은
모두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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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기억했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상황. 패러독스의 말.
‘바보들. 그래서 시간 끌어도 소용없다고 했더니... 쯔쯔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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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패러독스는 말했었다.
그리고 이전의 3인은 죽었다.
바로 시간을 끌다가 죽었던 것이다. 승부는 무조건 내야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해야 했다.
그리고 건호는 자리에 앉았다.
붉은 불꽃의 크기는 조금 더 줄어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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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예고
작가입니다. 건호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음회가 있는 것이고
없으면 다음회도 없다는 심심한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도대체 생각이 안나는데 어쩌죠?
라고 예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5-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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