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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18 00:28:09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10화 - 진실과 거짓말
[소설] 불멸의 게이머 10




10. 진실과 거짓말



언제나 밤만 지속되는 헬게이트 시티.

식사를 마친 건호 일행은 거리로 나왔다.
아나이스와 마르두크가 커피까지 요구하기는 했지만 건호는 단호히 거절했다.
사실 목걸이 아이템 문제도 모두 함께 사기를 당해서
그렇지 아니었다면 자신만 낭패를 보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옥에서 알게 된 동료(?)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100% 신뢰하긴 힘들었다.
그때 마르두크가 자신의 품에서 뭔가 내밀었다.
그것은 핸드폰이었다.

<받아라. 반 년 정도 쓸 수 있을 거다.>

건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검은색으로 아주 작은 물건이었다.

“이거 뭐야? 1회용 폰이잖아.”

아나이스가 말했다.
마르두크는 친절하게 자신과 그것의 폰 번호를 적어주었다.
숫자가 아닌 알파벳 ABC의 나열이었다.

<요즘 폰이 없으면 영화니 드라마니 내용전개가 안되니.... 그럼 난 이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르두크는 갑자기 달려가듯이 사라졌다.

“이....이봐.”

인파속으로 사라진 마르두크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비현실적으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건호는 좀 어이가 없었다.

“근데 저 녀석은 왜 말을 못하고 글만 쓸까?”

마르두크는 사라지고 건호는 아나이스와 둘만 남게 되었다.
어쨌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내일은 아마트라에게 다시 연락하여 대회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졸라야 할 것이었다.
이제는 돈도 약간 생겼으니...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따라서 아나이스와도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 할 차례였다.

“아무튼 아나이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래 건호야. 잘 가.”

아나이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별을 선언했다.
너무나 간결한 대답에 건호는 갑자기 힘이 빠졌다.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에게 마지막 인사로는 너무 매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호도 달리 대꾸할 말은 없었다.

“건호 왜?”
“아냐... 잘 가 아나이스”

건호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돌아서자마자 답답한 상황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렵게 만난 친구였지만, 이제 모두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건호에겐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사건이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아수라의 부하들이 부셔버린 그 집 대신 다른 집을 구해야 했다.
확실히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 좋을 건 없다고 판단되었다.
건호는 조금 걷다가 한숨을 쉬었다.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마트라와 다시 연락하기도 좀 늦은 시간...
그런데 그런 건호의 한숨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왠 한숨이야?”
“아... 아나이스??”

어느새 아나이스는 건호의 옆에 서 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를 따라온 것일까?
건호가 아나이스를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착각하지 마. 나도 이쪽 방향이야.”
“그... 그래?”

건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아나이스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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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패러독스의 승부사의 무덤에서는 첫 게임이 끝나가고 있었다.

‘화르르르’

초록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승자가 정해졌다.
그것만으로는 승부를 알 수 없었을 테지만, 패러독스의 말과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패러독스는 완전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3인중 체구가 작은 자는 여유 있게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스킬은 정말 완벽한데... 하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군.”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패러독스는 바닥에 엎드려 또 큰 절을 하기 시작했다.
패러독스는 사실 이런 행동을 한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늘 낮에 이미 예행연습을 했던 때문인지 매우 절박하고 신속하게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

“졌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게임 할 필요 없습니다.
전 이길 수 없어요.... 제발 절 살려주세요.”

하지만 3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패러독스는 더더욱 간절하게 진심을 담아서 얘기했다.
오늘 낮에 있었던 건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은 악마이고 어설픈 속임수 따위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전 그 아이템...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건지 몰랐어요.”
“그 아이템이 뭔지 몰랐다고?”
“<마인드 오프 파워>라는데 이름만 있고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어요.”
“내놔.”
“아무튼.... 지금 그건 없어요.”

거기서 패러독스는 잠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건호들에게 아이템을 주고 그 이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찾아서 드... 드리겠습니다. 그 바보들이 아직 가지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싸구려 보석인줄 알고 금은방 같은데 팔았을 것이니... 찾아서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예?”

패러독스는 고개를 들고 체구가 작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에게선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입모양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덩치가 큰 사내도 따라서 웃고 있었다.

“우린 사실 물건이나 아이템 따윈 모른다.”
“뭐라고요?”
“그냥 했던 말이다. 싸움 걸면서 뭔가 할 말이 필요해서...
그냥 이유 없이 협박을 하면 니가 게임을 안 해 줄 것 같았거든. ”
“그런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체구가 작은 사내는 어조나 표정이나 무엇 하나 변하지 않고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야. 우린 사실 게임을 너무 좋아할 뿐이고 그 외엔 아무 관심 없어..”
“거... 거짓말!”
“아무튼 다음 게임을 하지.”

------

시간이 좀 지난 헬게이트 시티.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또다시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나도 방향이 자꾸 같아서 그래.”
“어딜 가는데?”
“넌 어딜 가는데?”

건호는 사실 헬게이트 시티에 온지 이제 3일.
아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내 집이지.”
“그럼 어서가”
“알았어.”

건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나이스도 따라 걸었다.

----

다시 승부사의 무덤.
2번째 3번째 게임이 끝나고 패러독스의 승부사의 무덤엔 비명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여기 돈 3천 조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필요 없어.”
“제... 제발... 그 아이템은 찾아드릴테니...제발 그러지 마시고
<승부는 무효다>라고 선언해주세요 제발....!!!!”
“필요 없어.”
“제발 용서를....!!! 아아아아악!!!!”

패러독스는 그대로 쓰러졌고 귀와 눈 그리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패러독스의 부하들도 두려움에 떨더니 모두 같이 쓰러져 버렸다.
3인 중 체구가 작은 이는 쓰러진 패러독스의 몸을 발로 밟으면서 말했다.

“정말이야. 우리는 순수하게 게임이 좋아서 찾아 왔을 뿐이야.”
“형님 이미 죽었습니다.”

큰 덩치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그리고 큰 덩치는 컴퓨터 앞에 있는 존재를 옮기기 시작했다.

“미련한 녀석. 거짓말은 믿고 진실은 안 믿고...”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거기다.”
“역시 거기군요.”
“그래 이번엔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거짓말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아.”

그 3인은 정말 패러독스와 부하들이 바치려고 했던 돈가방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승부사의 무덤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패러독스 일당이 흘린 피로 바닥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건호에게 헬게이트 시티의 야경이 너무나 어지럽게 느껴질 무렵이었다.
건호는 또다시 아나이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어 아나이스! 언제까지 따라올 거야?”
“나도 힘들어 죽겠어. 너 집은 대체 어딘데?”

뭐라고 논리적으로 항변하려고 했지만 건호는 그만 힘이 빠졌다.
대신 먼저 이야기를 건넨 쪽은 아나이스였다.

“그만 좀 헤매. 너 집 못 구했지?”

복잡한 상황을 너무나 간단히 정리하는 아나이스의 명쾌한 결단이었다.
솔직히 건호의 막막함 심정이 아나이스에 의해서 시원스럽게 풀어졌다.
건호는 그 심정을 그대로 전했다. 아니 전하려 했다.
그런데 먼저 드는 의구심이 있었다.

“역시 아나이스. 너도 집이 없는 거야?”

그때 아나이스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그 표정을 보자 건호는 자신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나이스의 표정을 바꾸지 않고 쌀쌀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랑 같이 구할 거잖아?”
“뭐... 뭐야?”
“그럼 밤새 계속 걸어다니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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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의 판단은 옳았다.

결국 건호와 아나이스는 함께 새로운 방을 구했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물건도 구했다.
그래도 아나이스가 비교적 헬게이트 시티의 물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전에 구했던 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조금 더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었고
생필품도 쉽게 장만할 수 있었다.
새로운 방은 지리적으로는 이전의 방보다 덜 변두리에 위치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었고 옥탑방이었다.
야경으로 헬스테이션이 보이는 곳으로 전망은 이전보다 더 좋아보였다.

나란히 방에 입실한 건호와 아나이스. 그러나 건호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건호야 갈 데 없는 날 받아줘서 고마워.”

건호는 ‘니가 그냥 따라온 거잖아’라고 말하기도 귀찮아졌다.

그런데 건호는 아나이스의 다음 행동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나이스는 옷을 벗고 있었다. 비록 겉옷이지만,

“뭐... 뭐하는 짓이야 아나이스?”
“나 먼저 씻을게.”

건호는 아나이스가 같이 쇼핑한 필수 생필품 중에서 긴 타월을 가지고 간이 샤워실로 들어갔다.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갔고 건호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잠시 후 아니이스가 몸에 타월을 두르고 나왔다.
타월 밑으로 긴 다리가 아찔하게 뻗어 있었다.
아직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흰 피부가 선명하게 보였다.

“건호야 너도 씻어.”
“그... 그런.”

아나이스는 친절하게 건호의 겉옷을 벗기더니 타월을 건네주고 건호를 재촉했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볼에 살며시 자신의 볼을 갖다 댔다.

“덮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라면서 오늘 패러독스에게서 받은 건호의 목걸이도 같이 벗겨내었다.
아나이스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고 건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건을 한 장 들고 속옷바람으로 샤워실로 입실하게 되었다.

‘쏴아아아’

건호는 좁은 샤워실안에서 물을 맞으며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는 완벽한 개그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줄 알았던 아나이스.
그러나 아니었던 것인가? 그저 건호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만 갔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건호가 기본적인 옷으로 몸을 가리고 나오는 순간 그는 온몸에 힘을 주었다.
자신을 시험하는 낯 뜨거운 관문에 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나이스 이상한 짓은 하지말고... ”

하지만 문을 박차고 나가자.
그는 자신의 생각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

건호의 겉옷, 새롭게 만든 카드, 보석 목걸이 아나이스와 함께 모두 사라졌다.
남은 건 방바닥에 덩그러이 남겨진 빈지갑과 핸드폰 뿐이었다.
아나이스는 정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졌다.

‘......’

따지고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샤워의 소음. 욕실에 들어간 순간의 무방비.
너무나 의도된 친근한 행동. 명명백백히 절도의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에 찍혀 있는 친절한 문자 메시지도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잘 자 안녕.>

건호는 차라리 속이 시원해졌다.
이게 현실적이고 올바른 이야기 전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당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건만 너무나 친숙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건호는 야밤에 근처를 돌면서 버려진 자신의 옷을 수거해야 했고
그것은 추적을 늦추려 한 아나이스의 전략이라는 것도 깨달아야 했다.

----

다음날
허탈한 마음과 허기진 배를 잡고 아침에 일어나자
건호는 그가 빈지갑에서 아마트라의 명함을 발견했고 전화로 그에게 원조를 요청했다.
  
“저기... 돈 좀.”
“며칠 안보이더니 오 아직 안 죽었나?”
“사정이 좀 복잡했어.”
“알았다. 초행자들에겐 자주 있는 일이지.
어쨌든 헬스테이션으로 찾아와라. 대회 참가 문제로 얘기해줄 것도 있고”

교통비도 없었기에 건호는 걸어서 헬스테이션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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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의 시간이 지났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고생고생 걸어서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던 헬스테이션으로 걸어갔고
극적으로 아마트라를 만날 수 있었다.

“결국 그 여자 때문에 죽도록 고생을 하고 다 털려서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거군.”

지난 3일 동안의 스펙타클한 모험은 그것으로 종결되었다.
따지고 보니 하나도 틀린 말은 없었다.
너무나 아마트라가 간단하게 요약을 했기에 건호는 뭐라고 항변을 할 수도 없어야 했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최후의 변명 하나정도는 남겨두었다.

“아나이스는 인간일 때 소중한 사람을 남겨두고 죽었어.
어찌 보면 나랑도 비슷해서 좀 돕고 싶었던 것 같아.”

아마트라는 마치 예상했던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듯 꾸짖지도 않았다.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 하나?”
“무슨 얘기지?”
“그 여자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재미있는 능력이 하나 있더군.”

아마트라는 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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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이션 504층.
헬스테이션은 513층으로 구성된 건물로서 주상복합의 구조도 일부 채용하고 있었다.
즉 400층 이상부터는 사무실 혹은 오피스텔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500층이 넘는 초고층에는 이 도시의 상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있었다.
공중도시인 카르마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헬게이트 시티엔 2개의 건물,
지옥종착역 터미널과 바로 이곳 헬스테이션이 있었다.
그리고 헬스테이션 건물의 초고층인 이곳 504층의 한 방에서는 두 사나이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녀석을 부활시킨 자가 있다고?”
“아마도...”

헬게이트 시티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은 지옥의 진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언제나 변함없는 치열함과 횽폭성 그리고 그것을 거짓말처럼 아우르는 찬란한 불빛,
그것이 헬게이트 시티였다.
그 안에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노예가 되고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고통을 받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목적이 뭐지?”
“카르마로 입성하여 소망을 비는 것.”

  두 사내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리고 그중 한 사내가 좀 더 창문 가까이 나오자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라데온이었다.

“카르마는 우리 컨트롤 안에 속한 것이 아니야...”
“그러니 막을 수 없지.”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엔 거대한 공중도시 카르마가 유유히 헬게이트의 빌딩 위에 떠 있었다.
그리고 라데온은 말했다.

“뭔가 수단을 마련해야겠군.”

거대한 공중 도시인 카르마가 헬게이트 시티를 단숨에 찍어 누를 듯한 위압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

다소 허름한 구조. 헬게이트 시티엔 헬스테이션 말고도 뒷골목에 게임장이 몇 군데 있었다.
대부분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약한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왔다.
불법적인 시설은 아니지만 확실히 질이 낮았다.
그곳에 아나이스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너... 이 사기 스킬?!”
“그냥 니가 못하는 거야.”

아나이스는 헬스테이션 근처 변두리 게임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헬스테이션에선 자신의 스킬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기에 이곳을 택해서 게임을 시작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도 오늘 아나이스에겐 매우 순탄한 일이 진행되었다.
건호가 패러독스와의 결전에서 알려준 작전으로 벌써 7승을 올렸고 그로서 80만 조던을 획득한 것이었다.

“아가씨 적당히 하고 가지?”

아나이스의 근처에게 누군가 외쳤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경끄세요.”

아나이스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고 이번에도 승리했다.
건호가 알려준 전략과 자신의 스킬은 궁합이 잘 맞는 편이었다.
사실 상대가 저그라면 사용하는데 좀 까다로울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저그를 만나지는 않았다.
테란이나 프로토스가 자신의 본진에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그 전략은 매우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같은 전략만 계속하면 재미없어.”

누군가 그렇게 아나이스에게 조언해왔다.
귀찮아진 아나이스는 했던 말을 꺼내서 다시 하기로 했다.

“신경끄세...”

놀라웠다. 아나이스에게 그 얘기를 한 것은 건호였다.
어느새 이곳에 나타나 자신의 게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게임을 준비하다가 말고 건호를 노려보았다.
건호는 그다지 화난 얼굴이 아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눈을 고정시켰다.

“이제 너한테 볼 일은 없어.”

아나이스가 건호를 무시하자. 이번엔 건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이곳이 초행이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서 방을 구해야 했고
그리고 역시 이곳이 초행이니 생필품을 사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어.
그러니까. 거기에 응당한 댓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 동네는 모든 게 다 비싸니까. 그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아나이스는 건호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리고 난 대회 예선에 참가하게 됐어 예선을 통과하면 소액이나마 지원을 받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가져간 돈에 대해선 신경 안 쓸게.”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묻고 싶은 게 있어.”

이번엔 아나이스가 건호를 향해서 완전히 돌아앉았다.
그리고 매섭게 노려 보았다.

“그래 물어봐.”

건호는 그런 아나이스의 매서운 눈초리가 부담스러웠지만 건호는 말했다.

“아나이스가 가지고 있던 그 인간 여자의 기억은 정말 가짜야?”

건호는 담담하게 물었다.
아나이스는 그 얘기를 듣고는 다시 몸을 컴퓨터 쪽으로 돌려 앉았다.

“난 또 뭐 대단한 거라고.”
“얘기를 듣고 싶어 그 기억은 가짜야?”
“그래.”

아나이스는 건호를 무시한 체 게임을 시작했다.
건호는 한참동안 아나이스의 옆에 서 있었지만 아나이스는 그런 건호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행동했다.
건호는 그대로 서 있었지만 아나이스가 완전히 게임에 몰입한 것을 보고는 가만히 게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GG'

아나이스는 이번경기는 패배했다.
그다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쭉 밀리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고 아나이스는 잠시 분한 얼굴이더니 건호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꼬마야 난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은 없어.
악마가 되기 위해서 그런 거추장스러운 건 모두 내동댕이쳤지.
그래서 억지로 이야기를 지어냈는데... 그게 재미가 없었어도 어쩔 수 없어.
난 그렇게 유치한 상상밖에 못하니까.”

아나이스는 잠깐 건호를 돌아보고는 표독한 눈초리로 말했다. .

“아무튼 그만 가줄래?! 니가 쳐다보니까 게임이 안 돼.”

건호는 그 말을 듣고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잠깐 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아나이스는 다른 게임을 섭외했다.
그때까지 건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해서 서 있었다.
아나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게임에 돌입했다.
건호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서 그곳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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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호는 아마트라에게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들었었다.
아나이스에 대한 아마트라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그 아나이스란 반인반마는 불쌍한 인간 여자의 기억을 하나를 상상해 놓고
그걸 사기 칠 사람의 마음에 직접 공명시켜...
뭐 말로 하는 거나 글로 써서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뇌에 공명을 시키니까.
그 전달력은 상당하지....
상대는 마치 그것을 경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그게 아나이스가 의도한 거라고?”

“그래. 대상은 주로 이곳에 초행길인 인간이었어.
사실 마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면 그런 것엔 안당하지...
아무튼 많은 인간들이 그 여자의 괜찮은 외모와 그런 측은한 정서에 잘 이용당했지.
그 여자를 돕다가 많이들 낭패에 빠지게 되고.
대단한 사기꾼은 아니지만 너도 그 여자 사기꾼에게 걸렸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럼 아나이스의 그 기억은...”

“시한부 인생.... 의사... 성당.. 웨딩드레스... 뭐 그런 내용 아니었나?
너무 드라마틱하게 짜여진 이야기 같지 않았어?
여자의 눈물과 잘 어울릴만한 그런...”

라는 아마트라의 설명을 들었고 건호는 뭐가 진짜인지 믿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건호가 아는 한 아마트라는 거짓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건호는 아마트라의 조직이 운영하는 변두리 게임장에서 아나이스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직접 아나이스를 찾으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아나이스는 말했다.

‘꼬마야 난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은 없어.’

아마트라의 말대로 아나이스도 건호를 속인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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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에도 공원 비슷한 곳이 있었다.
언제나 밤만 지속되고 있는 도시이니만큼 공원은 밤에 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건호가 그곳에 와서 벤치에 앉았다.
건호는 배고픈 것도 잊었다. 그냥 허탈했다. 배가 고픈 것 보다 마음 속에서 허기가 밀려왔다.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에도 건호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건호는 스스로 생각했지만 정말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이대로라면 다시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문득 한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세일즈맨 테란’

하지만 그는 인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죽어서도 만들지 못한 친구.
그러나 건호가 다시 살아있는 인간세상으로 돌아간다면 그를 기다릴 한사람을 떠올렸다.
60억 인류 중에서 오직 하나 자신을 지지해주겠다고 말한 그 사람.
역시 그 사람 하나 밖에 없는 것인가?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듣지 못한 그 사람의 이름을 꼭 알고 싶었다.

건호는 아마트라가 준 몇 푼의 돈으로 밥을 사먹었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은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렇게 지옥의 하루는 또다시 저물어 갔고
건호는 내일부터는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상황과 투쟁을 해야 할 것이었다.

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예선전 접수가 곧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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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말인가?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짓말인 경우도 있으며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그게 진실인 경우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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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중 체구가 작은 이 : 말콤박사
3인중 체크가 큰 사람 : 덩치
3인중 알수 없는 이 : 이름 모름

11화 예고

예상한대로 막장전개를 보여주는 이야기
과연 작성자는 패러독스가 무슨 스킬에 죽었는지
설명할 수나 있을까?

<고품격 막장 스토리의 법칙 :
이유를 설명을 못하면 일단 뭔가 있는 척 유보한다.
그러다가도 해결을 못하면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라고 역시 뭔가 애매모호하게 마무리...>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6-0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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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FantA
09/06/01 01:35
수정 아이콘
너무재밌어요!!!
계속계속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picurean
09/06/01 15:48
수정 아이콘
이런 내용으로 전개 해가시는 작가분이 너무 대단하시네요;
키보디스트
09/06/01 17:17
수정 아이콘
드디어 리그의 시작이군요!!
불멸의저그
09/06/02 03:37
수정 아이콘
어떻게 끝마무리를 할려고 이런 많은 떡밥을 뿌려놓으시다니. 이거 나중에 어떻게 수습할려고.... 하하하
다 완성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설픈 스토리에 대충대충 막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네요.
다만, 스타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소설이라서, 제 아내에게 권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쉽네요.
The Greatest Hits
09/06/02 09:21
수정 아이콘
한턴 푹 잘 쉬었군요~~~내일이 기다려 집니다~
메타루
09/06/02 11:12
수정 아이콘
3인중 체크가 큰 사람 : 덩치 . . . ?
ElleNoeR
09/06/02 16:11
수정 아이콘
갈수록 흥미진진 한데요~~
혹시 스킬을 무효로 만드는 스킬같은거라도 있는건가요??
꼽사리
09/06/03 18:28
수정 아이콘
3인중 알수없는이가 혹시..그..

아하하하하하하 입이간지러벤요 ..흐흐
LunaticNight
09/06/07 15:11
수정 아이콘
중간에 드.. 드리겠습니다 - 필요없어! .. 정말 센스가 최고세요~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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