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여름 황혼녘, 나는 무더운 아파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저녁에 조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중에 고향에서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약국의 옆을 지나가게 되었죠.
처마 밑에 몇 명의 사람이 모여서 유리창을 통해 가게 안을 들여다 보며 수군수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게 안은 불은 켜 있지 않았지만, 바닥이 완전히 내려 앉아 사라져 있었고 거기에서 창백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빛은 바닥이 있던 장소를 가득 채운 증기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수군대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라진 바닥 속에서 몇개의 검은 구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다시 안으로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던 것입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 구체의 정체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친구 가족의 목이었습니다.
모든 목은 온화한 표정을 지은 채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목들은 쉬지 않고 완만한 상하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자 안에서 갑자기 목이 하나 더 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이 다시 내려가지를 않았습니다.
그 목은 점점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온 목을 자세히 보니 그것은 친구의 목이었습니다.
나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목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목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과 입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 나왔습니다.
나는 악몽을 자주 꾸는 편이지만, 그 때는 다른 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잠을 깨고 나서도 그 무서운 이미지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겨드랑이에는 축축한 땀이 계속 흐르고, 가슴을 조여오는 감각도 시간이 지날 수록 강해졌습니다.
나는 다음날 아침 고향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녀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내가 그 꿈을 꾸던 시간에, 그녀는 이불 속에서 차게 식어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절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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