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맨션에서 걸어서 몇십분 정도 가면,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가게가 아니라 수제 버거라는 것을 표방하던 곳이었다.
감자튀김과 음료수가 같이 있는 세트를 시키면 800엔이 훌쩍 넘는데다, 그다지 매우 맛있는 것도 아니었던 탓인지 언제 가도 손님이 없었다.
가게는 상당히 컸기 때문에, 종종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게에는 중년 남성이 계산대와 주방을 맡고 있었고, 아내 같아 보이는 여자가 서빙과 잡무를 맡고 있었다.
가게 안 쪽은 그 사람들이 집과 연결되어 있어서 음식점치고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었다.
가게 그 자체도, 운영하는 부부도 마치 70년대 같은 느낌의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멋지거나 그리운 옛 추억이 아닌, 음침하고 가난한 느낌이었다.
플로어 중앙에는 각종 소스가 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살사 소스도 있었기 때문에,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을 때는 그 곳에 가서 식사를 때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조미료를 두는 곳에는
[우리 가게의 햄버거에는 독자적인 조미료가 들어 있습니다. 소스는 한 번 드시고 나서 뿌려주세요.] 라는 메세지가 써 있었다.
그렇지만 독자적인 조미료라고 해도 케찹과 프렌치 드레싱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처음 갔을 때부터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서 먹곤 했다.
그리고 아마 내가 3번째로 그 가게를 찾아갔을 때였을 것이다.
주문을 하는데 갑자기
[우리 햄버거는 그냥 먹어 보는 게 좋아요. 소스를 뿌리면 원래 맛이 지워지니까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귀찮은 참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 예.] 라고 대충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날도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 먹었다.
별 생각 없이 그 날 사건을 지나치고, 2, 3개월 정도 후 문득 또 먹고 싶어져 오랜만에 그 가게를 찾게 되었다.
[우리 햄버거는 그냥 먹어주세요. 소스를 뿌리면 맛을 알 수가 없잖아요.]
완벽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번 갔을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아저씨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어조도 무엇인가 감정을 눌러 담은 것 같은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는 계산대가 1층에 있고, 손님이 식사를 하는 플로어는 2층에 있다.
서빙을 하는 부인도 식사를 가져다 준 후에는 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내가 햄버거를 먹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방금 전의 그 말투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비난 같은 느낌이었다.
언제나 내가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 먹는 것을 보고 있던 것일까.
그렇지만 손님이 어떻게 먹던 그것은 자유다.
부인이 세트 메뉴를 두고 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나는 또 소스를 가지러 가서 햄버거에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렸다.
어쩐지 아저씨가 강요하는 것 같아 화나지만 종종 먹으면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반 정도 먹었을 무렵, 와장창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반사적으로 돌아보니, 그 소리는 플로어 안 쪽 가게 주인집에서 난 것이었다.
거기에서 상반신만 보인 채 부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바닥에 던져서 깨버린 것 같았다.
순간 시선이 닿았지만 바로 눈을 깔았다.
나는 그 자리로 가게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저 그 시선이 무서웠다.
그 표정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아의 붕괴라는 것이 표정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개월 뒤, 나는 그 가게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없어져 있었다.
앞에 붙은 폐업 공지로 보아, 문을 닫은 것은 내가 그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은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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