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09 22:21:50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모르는게 좋은 것도 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오래간만에 시골의 친가에 돌아가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아버지였다.

[오, 그래. 무슨 일이냐?]



[내일이랑 모레에 갑자기 휴가가 나와서 집에 좀 가려구요.]

[알았다. 어머니한테 말해두마. 조심해서 오거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기쁜 듯 들떠있었다.



내 친가는 세 방향이 산에 둘러싸인 곳이어서, 차로 가도 1시간 반은 걸리는 곳이다.

마을 입구까지 왔을 무렵, 그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함께 놀던 친구다.



[야, 오래간만이네. 돌아온거야?]

[오랜만에 휴가가 나와서. 너희 집은 이 근처였나? 어서 타.]

[이야, 고마워. 신세 좀 질게.]



마을 입구에서 집까지는 5분 정도 거리였지만, 그 사이에 친구와 여러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나온 것은 아버지였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무표정하시다.

그리고 시선을 나에게 맞추지 않는다.



[잘 왔다. 마침 산의 광장에서 축제를 하고 있으니 다녀 오거라. 친구도 함께.]

억양 없이 말하는 아버지가 어딘가 이상했지만, 친구가 계속 [가자, 가자.] 하고 떠들어 대서 끌려가게 되었다.

어라? 그렇지만 그 광장은 어릴 때부터 [들어가면 안된다!] 고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느새 나는 산기슭에 도착해 있었다.

친구는 산을 내달려 올라갔고, 나도 뒤를 쫓았다.

그리고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숲이 열린 것 같은 장소였고, 가장 안 쪽에서는 신사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근처는 대단히 조용했고, 마침 해도 지기 시작해서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축제는 안 하나?] 라고 말하자 눈 앞의 신사에서 신주가 나왔다.



그리고 신주는 눈을 감고 큰 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읊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이나 피리 소리도 들려 왔다.

그리고 나무 그림자 사이에서 우르르 사람의 그림자가 몰려 온다.



모두 기묘한 기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몸에 걸치고 있다.

그 녀석들은 우리를 둘러싸서 원을 이룬 뒤, 횃불에 불을 붙이고 춤추기 시작했다.

마치 비디오를 빨리 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기묘한 춤이었다.



눈 앞의 이상한 광경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에게 [야, 돌아가자!] 라고 소리쳤지만 친구는 눈을 빛내며 춤을 즐거운 듯 볼 뿐이었다.

나는 두리번거리다 원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친구에게 [야, 달리자!] 라고 소리치고 그 곳을 목표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 쏜살 같이 달려, 간신히 마을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친구는... 따라오지 않았다...



도저히 다시 그 곳에 갈 엄두가 안 나서, 나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집으로 달렸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현관 앞에 서 계셨다.

[아버지! 큰 일이에요! 그 녀석이, 그 녀석이!]



그러나 아버지는 웃으며 [아무래도 무사히 끝난 모양이구나.] 라고 말하셨다.

[...네? ...뭐가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물었다.



[그 녀석의 이름이 뭔지 말할 수 있겠냐?]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뿐 아니라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도,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이 땅에 옛날부터 깃들어 있는 신 같은 것이다. 내가 금방 전 보았을 때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지. 아까 너에게 말할 때는 필사적으로 태연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자식 일이다 보니 부자연스러워지더구나. 그 신은 기본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너같이 바깥에서 마을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씌여버린단다.]



아버지는 계속 말했다.

[그 놈이 해를 끼치는 조건은 2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홀린 사람이 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이 마을 자체가 결계 같은 구조라더구나. 그래서 그 둘 중 하나를 하면 신이 다른 세계로 그 사람을 데려가 평생 친구로 삼는다는거야.]

아버지는 내가 신에게 홀렸다고 생각해서 광장으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신주에게 전화를 해서 의식의 준비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 신주 집안은 대대로 거기서 너처럼 홀린 사람들은 도와줬던다. 그 양반은 그걸 꽤 무서워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서 눈을 감고 의식을 했던 거군요.]



[그 신은 축제나 떠들썩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북이나 피리 소리를 내서 현혹시키는 거지.]

[그 기묘한 가면 쓴 사람들은 어디서 데려온 거에요?]

[가면을 쓴 사람들? 거기에는 신주 양반 한 명 뿐이었을텐데...]



나는 아버지에게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아마 그 가면을 쓴 자들은 놀러 나온 신을 데리러 온 거였을게다. 어찌 되었건 몰라도 좋은 일도 있지. 신주 양반에게는 비밀로 해두자꾸나. 아마 들으면 놀라 자빠질거야. 하하하...]

다음날 나는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친구] 를 만났던 마을 입구에는 작은 지장 보살이 놓여 있었다.

어제 그 일 탓이었을까?

왠지 지장 보살의 얼굴이 짓궂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1/09 22:51
수정 아이콘
백귀야행에 나올만한 괴담이네요.
내겐오로지원
12/01/10 12:43
수정 아이콘
오오 재밌습니다!
아나키
12/01/10 13:55
수정 아이콘
괴담도 역시 해피엔딩이 좋죠!
유리별
12/01/10 16:09
수정 아이콘
오~ 귀여운 괴담이네요^^ 이번건 정말 안무서웠습니다.!
12/01/25 10:36
수정 아이콘
그런데 친구는 어떻게 된건가요? 친구가 그 신이라는 건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6 [번역괴담][2ch괴담]신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69 12/01/13 5269
325 [번역괴담][2ch괴담]사람이 적은 단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287 12/01/11 5287
324 [번역괴담][2ch괴담]속삭이는 목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162 12/01/10 5162
323 [번역괴담][2ch괴담]모르는게 좋은 것도 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740 12/01/09 5740
322 [청구야담]귀신에게 곤경을 당한 양반(饋飯卓見困鬼魅)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5731 12/01/08 5731
321 [번역괴담][2ch괴담]옥상의 발소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706 12/01/07 5706
320 [번역괴담][2ch괴담]썩은 나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236 12/01/06 5236
312 [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020 12/01/05 5020
311 [번역괴담][2ch괴담]한밤 중의 화장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318 12/01/04 5318
310 [번역괴담][2ch괴담]간호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498 12/01/03 5498
309 [번역괴담][2ch괴담]제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495 12/01/02 5495
308 [청구야담]병자호란을 예언한 이인(覘天星深峽逢異人)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791 12/01/01 5791
306 [번역괴담][2ch괴담]안개 낀 밤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5617 11/12/31 5617
305 [청구야담]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486 11/12/29 5486
304 [번역괴담][2ch괴담]코토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770 11/12/28 5770
303 [실화괴담][한국괴담]내 아들은 안된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300 11/12/27 6300
302 [번역괴담][2ch괴담]칸히모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226 11/12/26 5226
301 북유럽 신화 - 티얄피와 로스크바 [4] 눈시BBver.28885 11/12/25 8885
300 [청구야담]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261 11/12/20 6261
299 [실화괴담][한국괴담]원피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658 11/12/19 6658
298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870 11/12/14 6870
297 [번역괴담][2ch괴담]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309 11/12/13 6309
296 북유럽 신화 - 토르와 알비스 [7] 눈시BBver.27291 11/12/13 729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