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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5/04 14:26:34
Name 메존일각
Link #1 본인
Subject [연예] 엠넷 '스튜디오 춤' 채널 유감 (수정됨)
* 본 글은 스튜디오 춤 채널을 오랫동안 봐오고, 어설프나마 영상을 찍고 있는 입장에서 채널에 대해 쭉 느껴왔던 아쉬움을 풀어본 것입니다. 주관적인 생각이고 정답이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춤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엠넷 소속이고, K-POP 아이돌이 자신들의 곡을 보여주거나 외국의 유명곡을 창작안무로 만들어 퍼포먼스 댄스 영상으로 올리는 채널입니다. 구독자는 450만 가까이 됩니다.

이곳의 장점은 엠넷의 전문성을 살려 무엇보다 유명 아이돌의 퍼포먼스 영상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고요. 엠넷에서 운영하다 보니 스튜디오의 환경이 매우 좋다는 것도 꼽을 만합니다. 우선 호리존으로 된 스튜디오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가로x세로 스테이지 면적은 물론이고, 얼핏 보기에 층고도 최소 5미터는 돼 보입니다. 그리고 천장 쪽에 조명이 엄청 매달려 있고 이동까지 할 수 있어서 시각적 변화를 많이 꾀할 수 있고, (정확한 스펙은 잘 모르겠지만 메이킹 영상에서 본 바로는) 테스트 때 벽면에 오브젝트를 띄우는 걸 보니 단초점 렌즈를 활용한 프로젝터도 쓰는 것 같고요.

높은 층고에서 오는 지미집의 버드아이뷰 느낌이 좋고 조명 콘솔 컨트롤도 훌륭합니다. (유튜브 화질 정도에서도 확연히 느껴지는) 촬영 카메라 퀄리티가 어마무시하고, 퍼포먼스를 내는 측면에선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부터는 제 푸념이 섞인 것이긴 합니다만, 그런 좋은 환경에서 촬영했음에도 결과물의 품질이 너무 들쑥날쑥하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어떤 곡은 참 잘 됐는데 어떤 곡은 오히려 원곡의 안무 구성을 도리어 해칠 정도로 보입니다. 단적으로 얼마 전에 공개된 IVE 'I AM'에서 그런 감정을 또 느꼈고, 가장 최근에 공개된 르세라핌의 'UNFORGIVEN'은 딱 평타 혹은 살짝 미달로 느꼈습니다.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IVE 'I AM' 스튜디오 춤 영상. 이런 의미 없는(...) 글을 기어이 쓰게 한 장본.

소속사에서 내놓는 퍼포먼스 댄스 영상은 카메라 무빙을 어느 정도 계획하고 찍습니다. 킬링파트를 돋보이게 하는 건 물론이고, 어떤 동작, 어떤 몸짓, 어떤 표정 등을 확 잡아채듯이 보여주면서 찍습니다. 당연하겠죠.


소속사에서 제작한 aespa 'SAVEGE' 퍼포먼스 영상. 좀 극단적인 케이스를 가져왔습니다. 방송사 카감들한테 요거 보면서 카메라 동선 좀 연습하라며(...) 뮤직 방송 활동을 일부러 늦췄다는 얘기까지 도는 바로 그 곡입니다. 영상의 제작 의도가 매우 건방지다고 보이지만 어쨌거나 소속사의 퍼포먼스 영상 연출 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죠.

그런데 스튜디오 춤의 영상은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더 역동적으로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밋밋하게 보인다는 거죠. [두서없이 카메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막 찍고 적당히 비트감에 맞춰 컷을 때려맞추네?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해요. (사실 컷 사이로 보이는 카메라웍도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요건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퍼포먼스 영상의 촬영이라는 건 여러 촬영 기법의 응용이거든요. 세부 촬영 기법을 하나하나 얘기하기는 그렇고 새롭지는 않지만 이전부터 통용되어 온 여러 촬영 기법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촬영합니다. 그러니까 포커스를 더 잘 잡아주고, 더 높게, 더 넓게, 더 스무스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촬영에 유리한데요. 촬영도 무작정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는 편집을 염두에 두면서 촬영하게 됩니다.

영상 편집 중 컷 편집이 기본 of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름의 편집 노하우이기도 하고, 영상을 보며 설명하기는 쉬워도 글로 상세히 꼬집어 풀기가 좀 힘든 부분도 있어서 하나하나 얘기하기는 힘듭니다만, 컷 편집을 잘하는 요령도 당연히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건 아니지만) 1) 비트감에 맞춘 컷 전환, 2) 컷과 컷 사이의 방향성 유지, 3) 운동성 유지, 4) 톤 유지, 그러면서도 5) 스케일이나 앵글의 일정 비율 이상 변경 등등. 요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법칙도 아니지만, 비트에 맞춰, 안무 구성에 맞춰, 연출 의도에 따라 이전과 이후 컷에 맞춰 적절히 바꿀 수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경향성을 유지해주면 보기에 어색하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시청이 편해진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튜디오춤을 보면서는 최고급 신선한 재료를 다 갖춰두고(=퍼포머 퀄리티) 조리 도구나 환경도 완벽하며(=촬영 환경) 조리 행위까지도 대체로 잘 했는데(=촬영), 플레이팅(=편집)이 이상해서 충분한 맛과 멋을 내지 못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컷이 바뀔 때 파트만 해당 멤버를 [짚어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컷이 바뀌는 타이밍이 뜬금없을 때가 많습니다. 비트감이나 안무에 맞춰 임팩트 있게 전환시켜야 할 컷이 그냥 넘어갑니다. 어? 이게 맞아? 하는 순간에 컷이 바뀌는 거죠. 앵글이나 프레이밍도 두서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편집팀의 역량이 부족한 이유는 결코 아닌 것 같아요. 일례로 오리지널 코레오그래피 영상을 선보일 때는 영상 퀄리티가 매우 뛰어난데요. 기획 단계부터 촬영, 편집까지 차근차근 밟아가서 그런지 스튜디오 춤은 이런 영상에서 매우 강점을 보입니다.


ITZY의 예지와 류진이 쌍둥이 컨셉으로 소화한 오리지널 안무입니다. 컨셉부터 연출까지 부족한 게 없습니다.


(지금은 퇴출된) 아이들의 수진이 굉장한 의욕을 갖고 촬영한 영상입니다. 퍼포머로서의 수진의 역량을 다시금 느낄 수 있지요.

도출되는 결론은 이겁니다. 기획 부족. 시간에 쫓겼든 품을 덜 들였든 곡을 덜 분석하고 찍은 다음에 편집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설프다고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속사든 방송사든 촬영 스케줄 잡기가 다들 빡빡할 테니까요.


그래도 NewJeans 'Attention' 정도는 결과물이 상당히 좋다고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시각적 미흡함도 부족함을 도드라지게 하는 요인일 수 있겠습니다. 촬영 공간은 호리존으로 되어 있고요. 호리존에서 촬영하면 춤이 잘 보인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결국 안무 영상이라는 건 시각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배경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데요. 호리존의 가장 큰 단점은 카메라를 크게 패닝하거나 올빗을 그릴 때(=배경이 따라 휙휙 바뀔 때) 속도감이나 공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스튜디오춤 역시 근본적으로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 조명으로 촬영 장소를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려 해도 장소가 계속 같아서야 곧 식상함을 느낍니다. 괜히 촬영자들이 다른 배경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고, 방송사에서 소속사에서 힘들여 세트장 제작한 뒤 바로 부수는 게 아니거든요. 그 때문인지 올라오는 빈도는 훨씬 적지만 때문에 비슷한 성격의 채널인 카카오 소속의 원더케이 퍼포먼스 영상 퀄리티가 훨씬 좋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매번 다른 장소에서 촬영을 하니까요.


IVE 'After LIKE'


첫사랑 '빛을 따라서' ...배경빨 무시 못합니다.

제 생각은 이상과 같습니다만, 어쨌거나 결과물이 잘 뽑아질 여지가 보이는데도 영상 편집이 조금 더 좋아진다고 조회수가 확 높아질 일도 없고, 지금 방식으로도 늘 조회수가 높고 인기가 많잖아요. 현재의 방식이 극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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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리
23/05/04 14:46
수정 아이콘
우어어 전문성이 가득담긴 진심어린 비평 좋네요
알못은 걍 걸그룹이다~~ 하고 보고끝인데..
메존일각
23/05/04 15:54
수정 아이콘
어우 아닙니다. 그저 아쉬운 게 하나 둘 눈에 채이기 시작해서... ㅠㅠ
배고픈유학생
23/05/04 14:47
수정 아이콘
스춤의 딸? 있지도 그렇고. 대부분 JYP그룹들이 퀄이나 조회수가 좋습니다. 아마 소속사랑 안무컨셉에 따라 협의를 하는지도 중요할 듯 합니다. (뇌피셜)
메존일각
23/05/04 15:5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말씀처럼 있지 영상의 퍼포먼스가 대체적으로 괜찮습니다. :)
다 컴백 전에 스케줄 잡고 촬영할 텐데 그게 한 달 전이냐 일주일 전이냐일 수도 있고, 어른의 사정으로 잡아놓은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허다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명백히 곡 분석 자체가 부족해 보이는 면이 꽤 있어서... 세부적인 조율이야 지루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겠는데, 곡 분석 초안 정도는 담당자 1명만 맡아도 몇 시간이면 끝낼 수 있거든요.
덴드로븀
23/05/04 16:06
수정 아이콘
자유게시판으로 옮기고 따봉 좀 받으시죠!! 크크크

확실히 스튜디오춤이 나오고 초창기엔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최근엔 많이 식상하긴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충 보는 저같은 사람 입장에서도 성의없어지는게(?) 느껴질 정도니...
메존일각
23/05/04 16:58
수정 아이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조회수가 높다고 돈이 되는 건 아닐 거라서 담당자들의 급이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폰지사기
23/05/04 16:11
수정 아이콘
최근 퀄리티보면 아무래도 연출자가 바뀐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메존일각
23/05/04 16:58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거나 경험 적은 주니어가 편집하나 싶을 만큼 편집 방향도 좀 바뀐 것 같고 결과물 퀄리티가 대체적으로 낮아진 건 맞는 듯해요.
23/05/04 17:02
수정 아이콘
보통 유튜브 컨텐츠는 활동 1-2주 전에 촬영하니 안무 최종 컨펌이 늦게 나거나 급하게 수정되는 경우 또는 촬영 스케줄 문제일 확률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최종 안무 연습 영상 찍어서 PD에게 보내면 그 쪽에서 분석하고 콘티 짠 후 녹화 당 일에 리허설 포함한 촬영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니
최종 안무 영상이 수정되거나, 안무 영상은 제 때 나왔는데 녹화와 텀이 짧은 경우엔 분석, 기획, 편집에 시간이 부족 할 수 있겠죠.
아니면 그냥 PD의 기획력 부족일 가능성도 있을거구요.
메존일각
23/05/04 18:08
수정 아이콘
곡이 아무리 좋고 퍼포머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스가 좋지 못한 경우, 편집에서 잘 채워보려고 해도 한계가 있지요. 없는 걸 만들 수가 없으니.

피디가 카메라 감독에게 촬영에 대해 잘 디렉팅해야 되는데 그 단계에서 질적인 하락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 빡빡하게 돌아가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거고, 다만 촬영 방식이 예전에 비해 확 바뀐 게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현장 인력의 변동이 의심되긴 합니다.

편집 시간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날 겁니다. 수백 번 돌려보면서 프레임 단위로 조정하는 거라 줄이고 싶다고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몇 번 수정 요청이 들어오냐는 부분은 있겠는데 편집 시간이 며칠씩 차이가 나게 늘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기존의 퍼포먼스 영상 결과물을 보면 스튜디오 춤 쪽에서 자기만의 고집을 피우는 게 많이 느껴지기 때문에 소속사의 수정 요청이 얼마나 반영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VictoryFood
23/05/04 1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https://www.youtube.com/watch?v=YD-3R8oEBGI
안무가가 찍었다는 이번 AKB48 안무연습 영상을 보고 안무의 의도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가가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1분 40초 경에 앞을 보며 춤을 추는 3명 외에 대각선 뒤에서 뒤를 보면서 춤을 추는 3명을 같이 잡아주는 장면에서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앞에서 9명이 한꺼번에 나오게 찍어도 되는데 대각선으로 찍어서 앞쪽 3명의 표정 연기를 보여주고 뒤쪽 3명의 동작은 전신을 다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다음 동작을 하기 위해 앉아 있는 3명은 앞에 있는 3명에 가려져서 안보이구요.
그 후에 앞 3명이 동선을 이동을 할 때 카메라도 같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면 시점으로 이동하더라구요.
2분 45초 경 댄스브레이크 시작할 때 히토미 볼을 클로즈업해서 집중도를 확 올리는 것도 재밌었구요.
메존일각
23/05/04 18:3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정말 잘 찍었네요.

다만 요런 댄스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영상과 안무 자체와 '멋짐'을 적절히 잘 섞어야 하는 퍼포먼스 영상은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합니다.
더욱이 원테이크 영상이기 때문에 카메라 무빙 동선을 모두 계획하고 촬영합니다. 리허설도 충분히 하고요. 플로어에 잔뜩 해둔 마킹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소속사에서 찍은 영상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도 합니다. 몇 번을 다시 찍었을지. :)

https://youtu.be/wHyuYEkmCjM
여담인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상입니다. 곡 분위기에 맞춘 배경, 의상, 카메라 무빙, 퍼포머들의 안무와 표정 등등이 정말 잘 맞거든요.

https://youtu.be/rkZ9je4xSIY
레드벨벳의 슬기와 아이린이 연습생 시절 찍은 비 내추럴 원테이크 영상입니다. 요 동선은,

https://youtu.be/QpAn9ryoB4Y
여기에 다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찍고 싶은 곡인데 흑흑 여건이 안 돼서...
댓글자제해
23/05/05 01:41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핵심 기획 자원이 퇴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컨텐츠에서 기획은 사실 전부에요
메존일각
23/05/05 10:08
수정 아이콘
퇴사까지는 모르겠지만 인력 구성에 변경이 있는 것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썼지만 편집 방식은 물론 촬영 방식도 좀 달라진 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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