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10/06/11 18:47:14 |
Name |
하루 |
Subject |
[기타] 스페인의 축구 특징 |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함께 끝판왕 취급을 받는 스페인. 스페인을 보면 참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팀을 상대로도 말도 안되는 점유율과 창의적인 패스들. 공격 축구를 대표한다 볼 수 있는 스페인. 그들만의 축구 특징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1. 공격이 수비이다
아름다운 패스를 좋아하는 스페인 클럽들. 그 중 정점에 있는 바르셀로나에 크루이프가 가세한 후 바르셀로나는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수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얼핏 보면 양립할 수 없는 이 두 가지를 점유율의 극대화를 통해 양립시켜 버린 것입니다. 선수들의 미칠듯한 키핑력과 패스력으로 점유율을 유지하면 상대는 공격에 나설 수 없고 이는 실점의 빌미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즉 그들에겐 점유율이 공격이자 최선의 수비인 셈이지요.
2. 상대 역습은 그 자리서
아무리 점유율을 유지하고 선수들의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100%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볼의 소유권을 뺏길 수 밖에 없고 상대는 역습을 시도합니다. 일반적으로 역습을 막기 위해서는 볼 근처의 공격수들은 압박을 통해 시간을 끌고 수비진은 바로 후퇴해 수비진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는 이 방식에 의문을 갖습니다. '어차피 수비는 숫적 우위를 통한 압박이다. 그렇다면 공격 축구를 위해 상대 진영에 많은 수를 투입한 우리가 숫자에서 밀릴 건 없다. 그 자리서 뺏자' 그들의 축구는 볼의 배급의 원할함을 위해 기본적으로 두 명이상의 선수들이 볼 소유자 근처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볼을 뺏기더라도 그 자리서 강력한 압박이 가능합니다. 수비의 시작점이 높다는 것은 최대한 빨리 볼 소유권을 찾아 올 수 있으며 수비마저도 상대 진영을 주무대로 삼는 공격 축구의 한 축으로도 작용하게 됩니다.
3. 속공보다는 지공으로
속공이 좋으냐? 지공이 좋으냐? 이 대답에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리뉴의 첼시는 양 윙들의 빠른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수비진이 갖추어지기 전에 공격하는 속공을 선호하고 바르셀로나는 우월한 점유율과 높은 패스 성공율을 가질 수 있는 지공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지공은 갖추어진 수비진을 뚫어야 하는 만큼 항상 숫적으로 열세에 놓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볼 소유자를 중심으로 선수간의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움직임으로서 패스 루트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딸려 나온 수비진의 간격 파괴로 인해 먼 거리의 공격 제 2루트 또한 무기로 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입니다. 속공 찬스에서 오는 넓디 넓은 공간이 아닌 한 진영에 20여명의 선수가 밀집된 공간에서 해법을 찾으려면 사이드 중앙 가릴 것 없이 많은 공간을 활용해야 하며 중앙 미드필더진은 키핑력 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드리블이나 패스를 통해 창조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현재는 샤비, 이니에스타 같은 훌륭한 선수들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과연 그들의 능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활로를 찾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대목 같습니다.
4. 공격의 시발점은 후방부터
최전방에서 공을 빼앗는 역습 상황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팀들도 역시 공격의 시발점이 후방이기는 하지만 다른 팀들과 스페인을 구분지을 수 있는 점은 중미진의 움직임입니다. 스페인의 주축 선수가 되는 샤비나 이니에스타 선수는 전방에서 활동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후방으로 직접 내려와 수비진과의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합니다. 역삼각형의 윗부분에 위치한 선수가 내려와 볼 배급을 받음으로서 선수는 압박에서부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어설픈 압박은 수비진영의 간격을 깨 기습적인 패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약점은?
현재의 스페인은 정말 이기기 힘든 상대입니다.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이라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결국에는 해법을 찾고 공격 지향적인 축구 임에도 수비진과 공격진의 유기적인 위치선정으로 상대 역습 찬스를 극복해 냅니다. 하지만 3번 항목에서 지적했다시피 샤비, 이니에스타같은 선수들의 폼 하락 후 대체자를 못 찾는다면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점유율로 수비를 한다는 그들의 방식이 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페인의 최대의 적이라고 볼 수 있는 브라질 마저도 단순히 점유율 수치만으로는 지공을 선택하는 스페인을 앞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카 중심으로 대표팀을 재편한 둥가의 브라질이 수비진을 두텁게 하고 카카와 호빙요같은 빠른 드리블러들로 역습을 통해 미쳐 갖추어지지 않은 수비진을 붕괴시킨다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번외. 한국 대 스페인 평가전
개인적으로 정말 잘 싸운 평가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페인전에서 지난 코르티 부아르와의 후반전에 선보였던 전술과 비슷하게 갖추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렸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언뜻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와의 수준 차를 인정하고 맞춤 전술로 나왔습니다. 스페인전은 상대 공격 시발점인 후방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전술로 기본적으로 4-2-4-0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스페인의 후방에서의 볼 배급시는 4-1-4-1로 한명이 전방을 압박하는 형태의 전술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또 상대가 사이드로 공격을 나설 시 보여줬던 윙어들의 수비 협력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윙어들의 수비 협력과 최전방 선수들의 압박, 그리고 그 빈공간을 메꾸는 중앙 미드필더진의 움직임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가져옵니다. 그간 대표팀이 강조하던 체력 훈련이 빛을 봤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실점 상황 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과 예전부터 지적되오던 역습 상황에서의 볼 키핑력과 패스 미스, 지나치게 큰 사이드 의존도와 지공 상황에서의 상대 압박에 공격 루트를 못 찾고 결국에는 수비진에서 롱패스로 마무리 하는 모습은 우리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덧글) 스페인 축구에 대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과 개인적인 관점이 섞여 있어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언제나 그들이 노력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 월드컵은 그 노력이 성과로 보답 받기를 빕니다.
스페인과 브라질이 결승전에서 맞붙는 최상의 대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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