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사실상 박정희 VS 노무현 구도라 봐도 무방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좋은 이슈는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등으로 다 끝난 상태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친노는 구태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른바 친노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서 펼쳤던 2012년 총선의 참패로 인해
친노의 이미지는 구태의 이미지로 전락했고, 여러모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인물만 보면 참 좋은 후보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못해지는 상황에서 나선게 역시 패인이었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종북프레임이나 이런건 저쪽이 붙이는 것이다 했지만
이번에 종북프레임에서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NLL입니다.
정상회의 회담록 NLL 공방, 이게 예상 외로 컸습니다.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문재인 후보가 딱 갇혔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5060 세대로부터 박근혜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로 가는데에는 이 프레임이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또 민주통합당의 일부 정책은 진보세력의 입장을 반영해서 상당히 좌측으로 흘러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에 대해서도 이미 통합진보당 사태로 진보세력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는
진보정책을 가진다는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이번 단일화 국면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를 공격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물론 안철수 전 후보의 요구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저희 집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하더라도 대부분 안철수가 나왔으면 되었지 않느냐..
왜 문재인은 그 때 안철수에게 양보하지 못했느냐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친노의 프레임이 또 등장했습니다. 이걸 걷어내기에는 역시 힘들었다고 봐야죠.

여러모로 5060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203040으로부터는 이른바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지금의 상황이 어떻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지금 대선에 참가했던 유권자들은 그대로 다음 대선에도 참가합니다.
아니 당장에 있을 지방선거부터 시작해서 총선, 대선에 다 참가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그 사람들을 탓하는게 아니라 왜 그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못 얻었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2년 후 4년 후 5년 후 다시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겁니다.

이제는 야권의 중심축도 과거의 10년이 아니라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 봅니다.
오히려 이번이 더 좋은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야권이 더이상 지난 10년 정부의 후광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식의 방법을 찾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걸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