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12/12 23:32:52
Name phoneK
Subject [공모] Fly High -최종화- 'when i dream'
"게임은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번 마지막 전투 또한 그러하다. 그 이유는 다들 알겠지만, 기욤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K의 정체는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슬픈 꿈을 꾸고있는.. 천진한 소년일 뿐인 것이다."

임요환은 마지막 전투에 앞서 자신을 포함한 8명의 게이머를 집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그 8명의 게이머는 강민,임요환, 조용호, 홍진호,기욤,박성준,박정석, 그리고 김주혁이었다.

"어제, 주혁이가 목숨을 걸고 K와의 접선에 성공했다. 그 결과 우리는 8:1로 K와 승부를 벌이게 되었으며, 이긴다면 K의 소멸을, 그리고 지게되면 모든 스타관련 게임의 소멸을 약속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전략을 동원해서 K를 막아야한다. 이 중에는 현역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스타는 모두의 가슴속에 있는 하나의 꿈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마라."

"음, 요환이 형말에 덧붙이자면 기욤으로부터 많은 정보제공이 있었다. 우선 그 K의 구체화된 유닛말인데, 아무래도 그 유닛은 한 때 인기많았던 '슈퍼 킹라이거'을 닮은 것같아. 그래서 일본웹을 검색해서 이 로봇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구해보았다. 이걸 봐."

강민은 큰 종이를 펼쳐 모두에게 보였다.

*지상공격력:150만 마력
*공중공격력:250만 마력
*필살기:크로왈드 댄스
*방어력:1억
*특기사항: 온 몸에 실드가 둘러져있어서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상대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며, 마지막에는 항상 악을 용서한다.
*약점: 이동속도가 늦다. 마음이 약하다.
*자주하는 멘트:‘용서한다 너의 모든 것을’

"간단하군."

"어린아이들의 로봇이야, 늘상 단순하지. 하지만 이 방어력을 봐. 아무래도 수현이가 이 로봇을 좋아한 이유는 단지 공격력이 뛰어나서가 아닌거 같은데."

"방어형 로봇이란 건가."

"주혁의 말에 따르면, 수현이는 스타를 할 때에도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주로 장기전을 펼쳤다고 하는군. 착한 아이였던 모양이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놓았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지워지지 않는 것은 가운데 앉은 김주혁의 침묵 때문이었다. 목숨을 걸고 K의 설득에 성공한 주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낯선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모인 7명의 게이머들 중에는 초면인 사람도 더러 있었다.
주혁이 끝끝내 입을 열지 않자 대장격인 요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K는 그 로봇의 이미지와 스타의 이미지가 융합된 형태이다. 핵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다른 스타 내의 기술도 사용가능할 거야. 우리는 8명이 힘을 합쳐 최대한 시간을 끌고 그를 설득한다. 앞서 말했지만 이건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수현이를 삶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이다. 수현이의 귀중한 생명이 우리 80개의 손가락에 달려있는 거라구."

요환은 중앙으로 한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강민이 그 위에 손을 겹쳤다.

"수고했어, 요환이 형."

그리고 그 위에 용호가 손을 겹쳤다.

"약속지킬게."

그 다음 손을 겹친 것은 홍진호였다.

"역시 내 손가락이 제일 간지나..."

그리고 또 동시에 손을 내민 건 정석과 성준이었다.

"등짝성준&안심등심 애용해주세요~"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기욤이 손을 내밀었다.

"반드시 이긴다 우리. 실은 수현이에게 부탁할 말이 있거든."

마지막 남은 주혁은 쉽사리 손을 내밀 수 없었다. 강민과 용호를 비롯한 모든 게이머들에게 느낀 죄책감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을 뭉친 7명은 말없이 주혁을 기다릴 뿐이었다. 마지못해 주혁이 기부스한 손을 그 위에 얹자, 용호가 입을 열었다.

"주혁아, 다음에는 누가 이기더라도 꼭 악수를 하자. 지금 겹친 이 손처럼, 우리는 승패를 떠나서 좋은 친구도 될 수 있을거야."

"그래, 나하고도 리턴매치를 해야지. 손이 나으면 꼭 이 곳으로 돌아오는거다?"

강민의 말에 주혁은 그제서야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 가장 미안한 사람은 수현이군요. 반드시 나는..."

주혁은 채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울먹였다. 요환은 맨 아래에서부터 손들을 끌어올려 천장을 향해 꽃을 피웠다.

"파이팅!"




언제나 시간은 남모르게 지나가곤 하였다.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 날이 되자, 모든 준비를 마친 8명의 영웅들은 일제히 배틀넷에 접속했다. 그리고 정해진 방제와 비번을 통해 게이머8: 컴퓨터 1의 팀을 만들었다.
맵은 최근에 특수제작된 9인용 사막형 맵인[NINEBALL]이었다.

방제:dreams come true!!
비번:김수현

물론 컴퓨터는 게이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시작하자 마자 게이머들은 컴퓨터의 본진을 급습해 넥서스만 남겨두었다.그리고 조용히 K의 입실을 기다렸다. K의 메시지가 뜬 것은 그로부터 약 3분뒤였다.

'오랜만이군요, 조용호 선수. 하지만 이런다고 저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여지껏 한번도 진 적은 없었습니다.'

"아냐, 너는 진 적이 있어. 다만 그 기억을 잊고싶어서 스스로를 천하무적 '킹라이거'로 만든 것뿐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짧은 신경전과 함께 결투는 바로 시작되었다. K는 봐주지 않고 초반부터 압박을 가해왔다. 일꾼들이 서걱서걱 썰리는 건 금방이었다. 방어병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초반을 넘기는 것은 예상대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단지 이러한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K의 이동속도때문이었다. 로봇 '킹라이거'의 유일한 단점도 바로 그것이었다.

K가 첫 목표로 잡은 것은 성준의 본진이었다. 성준은 본능적인 컨트롤로 드론돌리기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결국은 해처리가 통으로 썰리는 바람에 겨우 익스트렉터만 건설하고는 K에게 구원의 메세지를 날렸다.

'니마 매너염.'

'매너는 지킵니다... 하지만 벌써 한 명이 엘리직전이군요. 어떻게 이길 생각인가요 나머지분들은.'

성준의 본진이 공략당하는 사이, 다른 게이머들은 초반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테란은 이제 팩토리가 올라가고 플토는 코어를, 그리고 저그는 레어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K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클로킹이라도 풀려야 저항을 해볼텐데, 그마저도 안되니 속수무책이었다.

"쳇, 생각보다는 이동속도가 빠르군. 일부러 큰 맵을 선택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요환은 고민에 휩싸였다. 정해진 각본대로 가려면, 한참을 더 버텨야하는데 K는 역시 사기유닛이었다.

'K, 네 원래 이름이 뭔지 궁금하지 않나?'

'게임중에 무슨 말입니까?'

요환은 미칠듯한 컨트롤로 채팅과 유닛생산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너는, 네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잘 모르겠군요. 확실한 건, 나는 스타란 게임을 소멸시킬 생각이란 겁니다.'

요환은 맵 군데군데 짓다만 건물을 만들어서 K의 발을 묶었다. 그리고 빠르게 스타포트를 올리면서 멀티를 늘렸다. 어차피 캐논이나 벙커따위의  방어건물은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베슬이 나올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로봇'킹라이거'의 정보에 따르면 그는 특수제작된 고농도실드때문에 크록킹이 가능한 것이었다. emp쇼크웨이브가 그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이길 확률은 제로나 다름없었다.

'김수현, 너는 항상 내게 팬레터를 보내곤 했었지. 아마 내게 먼저 찾아온 건 나의 팬이어서겠지. 가엾게도 너는 그런 나쁜 병을 앓으면서도 멋진 꿈을 꾸고있었어.'

'무슨 소리입니까? 마치 내가 살아있는 인간인 것처럼 말하는군요.'

용호는 K의 말에 가슴안쪽이 시려옴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 너는 살아있어. 너는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란 말이다!'

용호는 스파이어빌드를 타고있었다. K의 공중공격능력은 전혀 검증된 바가 없었다. 공격력이 어마어마한 수치이긴 했어도 사정거리같은 것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사정거리가 생각외로 짧다면 뮤탈로 치고빠지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K는 그걸 알기라도 한 듯이 바로 용호의 본진으로 밀고들어왔다. K가 직접 노린 것은 하필 스파이어 건물이었다. 용호는 건물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걸 본 진호는 직감적으로 바로 스파이어 빌드를 탔다. 다른 건물보다 스파이어를 먼저 쳤다는 게 수상했다. K 역시 스타에 대한 지식은 충분할 테니, 이중함정이 아닌 이상 무언가가 있을 터였다.

'김수현, 너는 주 종족이 플토였지. 대강 말을 들어보니까 그렇게 공격을 좋아한 것같지는 않은데.'

'다들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군요. 굳이 이름을 밝히자면 내 이름은 '킹라이거'입니다. 절대로 지지않지요.‘

강민은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있었다. 방어력이 1억이란 것이, 그대로 스타에 적용되는 수치라면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어력이 아닌 체력을 의미한다면, 약 1만의 체력을 가지고있는 셈이었다. 그 정도면 할 만하다란 게 강민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에 앞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 디텍팅이 어느 선까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이미 주혁이 깔아놓은 마인으로 실험해본 결과 마인은 반응하지 않았다. 주혁에게 다른 임무도 맡기고 싶었지만, 오른 손을 다쳐서 나머지 임무는 요환에게 넘어갔다. 요환은 베슬을 뽑자마자 emp를 개발하였다. 그 때 K는 정석의 본진을 치고있었는데, 캐리어체제로 전환하던 정석은 질럿과 드라군을 방패막이로 쓰면서 시간을 끌려하였다. 어차피 본진이 날아가더라도 캐리어를 모으는게 정석에게 주어진 임무였으니 상관없었다.

그러나 정석의 질럿과 드라군은 그리 오래버티지 못했다. 정석은 자신의 유닛위로 익숙한 폭풍이 치는 걸 볼 수 있었다. 보통의 한 세배정도 넓이를 가진 사이오닉 스톰!

'아따 그노마 별 걸 다쓰노.'

'해석이 안됩니다. 표준어를 쓰시길.'

"정석아, 조금만 버텨라!"

이번엔 진호의 뮤탈과 요환의 베슬이 출격했다. 진호는 전투가 일어나는 곳을 미니맵으로 찾아서 최대한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 근방으로 뮤탈을 뿌려서 더욱 정확한 지점을 찾았다. 요환의 emp가 떨어진 곳은 바로 K의 상공이었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7명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그 곳에는 희미한 형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기욤은 그 형체가 '킹라이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손에 양 쪽끝으로 날이 달린 긴 창을 든 '킹라이거'는 울트라리스트2마리를 합친 정도의 화면크기였다.

'김수현, 내게는 아주 사이가 안좋은 형이 있단다. 그리고 그 사람의 아버지는 나와 내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쳤다. 덕분에 내 어머니는 꿈을 꾸고 있단다 바로 너처럼.'

'꿈이라, 꿈이 무엇입니까?'

'it's very beautiful and sad thing(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것).'

기욤은 초패스트 아비터빌드를 가고 있었다. emp를 통해서 실드가 벗겨지는 걸 확인한 순간, 그는 아비터 트리비날의 스태이시스 필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이미 정석의 본진은 초토화되었고, 미리 만들어놓은 캐리어 4기만이 요환의 본진으로 도망친 상태였다. 정석은 요환의 본진 상공을 유유히 떠도며 탄성을 질렀다.

"멋집니다요, 행님!"

커맨드센터만 7개였다. 요환은 계속적으로 K의 실드를 깎아주며 진호의 뮤탈공격에 의한 데미지를 계산했다. 다행히 강민의 생각대로, 방어력=체력인 모양이었다. 어차피 뮤탈 공격력으로는 모기가 호랑이 간지럽히는 정도밖에 안되겠지만 귀중한 정보를 얻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정말 잘 버텨주는군요. 하지만 저도 아직 제 실력을 발휘한 건 아닙니다.'

그것은 무언가 잘되가려던 찰나였다. 7명의 게이머는 화면 좌하단에서 선명한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nuclear lunch detected'

"젠장, 결국 점심식사가 터져버렸군!"

바삐 움직이던 14개의 눈동자는 오래지않아 붉은 점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7개의 커맨드센터와 캐리어4대가 머물고있던 곳에 핵이 떨어지자 그 일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좋은 생각이군요. 부수는 속도보다 빠르게 물량으로 해보겠다는거지요?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nuclear lunch detected'
'nuclear lunch detected'
'nuclear lunch detected'

"헉, 이번엔 세 발씩이나!"

"용호형 하이브 위에, 진호형 스파이어 위에, 요환이형 커맨드 센터위에!"

다행히 한 발 먼저 알려준 것은 성준이었다. 그는 익스트렉터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엄청나게 한가했던 것이다.

'김수현, 약속을 변경해도 될까. 우리가 이기면, 너는 여기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요구를 들어주는 건 당신들이 이겼을 때나 가능한 겁니다. 설마 지금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 그렇다면 너는 왜 나와 주혁의 본진은 공격하지 않는거냐? 공격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

그 말에 K는 침묵했다. 강민은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한번도 침묵한 적이 없던 K가 침묵한 것은 변화의 예고이기도 했다.
그리고 게임은 천천히 종반에 이르고 있었다. K가 종횡무진 활약하며 많은 건물과 유닛을 파괴했지만, 이젠 생산력도 어느정도 활성화되어 복원되는 속도도 늦지는 않았다. 게다가 수비의 핵인 박성준이 있었다. 그는 한가함을 바탕으로 한 천리안을 펼쳐 핵의 공격에서 끊임없이 팀원을 보호하고 있었다.

"슬슬 결정을 내어볼까. 제발 잘 해다오 강민, 주혁!"

요환의 지시에 따라 용호는 퀸 한부대를 요환의 본진으로 보내었다. 요환이 입구에 설치해둔 많은 건물블럭 덕에 K는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핵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자신도 핵의 데미지에는 피해를 입는지 그의 전진에는 일정 간격이 존재했다.
요환은 K의 동태를 살피며 용호와의 파티를 풀었다. 그러자 용호는 핵에 맞아 체력이 깎인 요환의 커맨드센터를 모두 퀸으로 감염시킨 뒤, 인페스티드 테란의 생산에 들어갔다.

진호는 막 생산된 가디언으로 K를 견제했다. 그러지않으면 인페스티드 테란을 생산하기 전에 요환의 본진이 초토화될 것같았다. 물론 K의 천지스톰에 의해 종이짝처럼 무너지는 가디언 편대였지만, 진호는 이미 두 개의 멀티가 더 있었다. 하지만 K는 진호의 견제에 조금 약이 오른 것인지 방향을 돌려 바로 진호의 본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nuclear lunch detected'

"크윽, 거덜나게 생겼군."

다짜고짜 핵을 떨어뜨리자, 저그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테란처럼 건물을 띄울수도 없고. 하지만 그 순간 기욤의 아비터 부대가 조그만 도움을 주었다. 핵이 떨어지기 직전에 근처의 드론들을 모두 얼린 것이다.

"생큐다, 기욤."

하지만 진호는 곧 아스트랄함에 빠졌다. 도와주러온 아비터 편대에 플레이그가 걸린 것이다. 당황한 건 기욤도 마찬가지였다. 기욤은 바로 아비터 부대를 본진으로 리콜시켰다. 리콜 직후 그 장소에 천지스톰이 뿌려졌으나 다행히 아비터들은 모두 무사했다. 리콜을 위해 아비터 하나를 빼 둔 것이 행운의 열쇠였다.

"무서운 상대로군."

기욤은 점점 게임이 즐거워지는 걸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K에게 이렇다할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지만 게임 그 자체는 즐거울 따름이었다.

'김수현, 나는 이 게임이 즐거워지려는데 너는 어떤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럴테지. 산 녀석이 죽은 척을 하고있으니까 즐거움도 그리움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기욤은 더욱 수현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 피시방 대회 이후, 수현의 정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먼 곳을 떠돌았을까.

'수현, 너는 내가 되돌린다. 네가 싫다해도 나는 그렇게 하고 말 것이다. 너하고 비슷한 사람을 한 명 알고있거든.'

'......'


홍진호의 본진은 하릴없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진호는 그 와중에 드론을 빼서 용호의 본진에 심었지만 더이상 저항할 수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중후반에 이르러, 정석과 진호와 성준은 거의 엘리나 다름 없었고, 요환의 본진도 계속 거친 공격을 받아 간신히 베쓸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뿐이었다. 기욤은 본능적으로 다음 타겟이 자신이나 용호임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좋았다. 어차피 이번 공격에 기욤과 용호는 마지막 힘을 쏟아야했다.

요환의 emp를 맞아 실드가 벗겨진 K는 예상대로 기욤의 본진을 향하고 있었다. 기욤은 아비터 한 부대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양쪽으로 포위했다. 그리고 K가 다가오는 순간, K를 향해 스태이시스 필드를 발사했다. 스태이시스 필드를 맞은 K는 다행히 움직임을 멈추어주었다. 그러나 K 역시 거의동시에 스태이시스를 발사한 뒤였다. K와 한 그룹의 아비터들은 거의 동시에 필드에 갖힌 채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아비터를 나누어두길 잘했어. 역시 방심할 수 없겠는 걸.'

'역시 재미있군요. 기욤 당신과의 머리싸움은. 하지만 이제 어쩔 거지요?'

기욤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정확히 20마리의 인페스티드 테란이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을까?'

조용호의 본진에서 수많은 오버로드들이 날아와 K를 에워쌌다. 그리고 그 오버로드에서 내린 건 수많은 인페스티드 테란이었다.
기욤, 아니 기욤을 비롯한 8명의 게이머는 손에 땀을 쥐고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나리오는 이 한방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왠지 K는 태연해보였다. 기욤은 그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 듯 필드가 풀리는 동안 한 마디 던져보았다.

'저걸 맞아도 살아남을 수있을까? 미안하지만 네 몸에 찰싹 달라붙은 녀석들이 25마리정도는 되어보이는데.'

'후후. 기발한 생각이군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K의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K의 필드가 해제되었다. 기욤은 그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나 K는 필드가 풀리자마자 인페스티드 테란들을 향해 필드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순간 용호의 멋진 컨트롤로 인페스티드 테란들이 버로우하였고, K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쿨타임 동안 다시 인페스티드 테란들이 튀어올라 자신의 몸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K가 있던 곳은 안개로 가득찼다. 요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곳을 향해 emp를 다시 한번 날려보았다. 그러자 작은 소리가 그 곳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요환은 스타의 모든 사운드를 제거하고 헤드폰의 음향을 최대로 했다. 다시 들어보니 그것은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같았다.

안개가 걷힌 뒤, 모두의 눈에 들어온 것은 '킹라이거'의 모습이 아닌 한 연약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는 훌쩍거리며 스타의 맵 안을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여긴 어디에요?'

그의 첫 마디가 채팅창에 새겨지자 모두는 잠시 침묵에 잠기었다. 그 중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도 있었고, 눈시울을 붉히는 용호같은 이도 있었다. 글자체는 전과 같았지만, 색깔은 눈부신 푸른색이었다. 황량한 사막형 맵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수현은 누군가를 찾고있는 듯했다.

'엄마, 어디있어요?'

'수현아, 지금 걷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보겠니?'

'이 쪽으로요?'

그 곳에는 주혁과 강민의 본진이 있었다. 수현은 그 근처를 헤매이다가 마침내 무언가를 깨닫고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 익숙한 테란과 플토의 건물배치들은 자꾸만 슬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나, 싫어. 나... 왠지 여기 싫어!'

'수현아, 네 엄마에게 가는 길은 여길 넘어서 가야만 해. 모든 걸 떠올려보렴. 네가 있던 방과 네가 살던 동네, 그리고 네가 좋아하던 모든 것들을. 모두 널 기다리고 있단다.'

주혁과 강민은 피시방 대회의 마지막 경기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주혁은 그 전에 수현에게 했던 것처럼 강민의 본진을 향해 공격의 나팔을 불었고 강민도 이에 질새라 수현이처럼 방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꾸만 밀려드는 주혁의 물량에 강민의 본진이 불타기 시작하자, 수현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기싫어! 나는 지면 안돼! 절대로 안돼! 나는 절대 지지 않는 ‘킹라이거’니까.‘

'너는 ‘킹라이거’가 아니라 ‘수현’이야. 하지만 '킹라이거'라면 이럴 때 어떻게했을까? 만약 다른 사람이 너의 모든 꿈을 빼앗아갔다면, 그래서 영원히 되찾을 수 없게되었다 해도
그는 너처럼 울고있지만은 않을거야.'

'몰라, 킹라이거는 지지 않으니까 그런 건 모른다고!'

'세상에는 승리와 패배만 있는거 아니야, 네가 그 로보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 번 만 떠올려 봐. 그라면 이럴 때 어떻게 말을 했을까?'

아름답게 빛나던 게이트웨이와 사이버네틱스 코어가 푸른 연기를 뿜으며 쓰러져가고, 마지막 남은 넥서스마저 천천히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전장 가운데 서서 수현은 한참을 울먹이다가 조용히 고백하듯 말했다.

'용서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킹라이거’의 이름으로.'




20**년 11월2일


오늘은 꿈을 꾸어씁니다.

천사가 나타나서 내 소원을 드러준다 해씁니다.

몸이 넘 아파서, 아나팠으면 좋겠어요

그랬떠니 뭐든 열심히 해서 일등을 해보라 그려셨습니다.

난 잘하는게 별루 없어서, 스타라도 해보고 시퍼쓰ㅃ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천사는 엄마와 목소리가 비슷했던 거같습니다.

내가 아나프면 엄마도 마니 웃을까요 또 꿈을 꾸어쓰면 좋게씁니다


수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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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12/12 23:39
수정 아이콘
찡하네요. 하지만 멋집니다. 완결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이:3
05/12/13 00:06
수정 아이콘
아.. 감동적이네요.
해석이 안됩니다. 표준어를 쓰시길.
<- 이 말에서 박장대소; 하핫;
정석선수는 사투리 쓰는게 멋있는데 말이죠; 후후;
결말 멋있네요. 소설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슬픈비
05/12/13 00:4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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