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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9/27 00:40:29
Name 안개사용자
Subject [픽션] 사이코 K씨,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보다.
사이코 K씨,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보다.

*******************************************************


"라랄라..."

사이코 K씨는 저녁내내 흥얼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그의 경기를 보는 낙에 사는 K씨로서는 임요환씨가 8강에 올라와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K씨는 미리 슈퍼마켓에서 사온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놓고 컴퓨터 앞에 섰다.
이제 임요환선수의 경기 시작하기 5분전...

"아참!"

그는 순간 한가지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K씨는 얼른 일어나 서랍 에서 심장약 두 알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는 손수 만들어놓은 응원문구가 적힌 종이를 목에 걸고, 임요환선수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손에 쥐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아주 좋아..."

그는 포도쥬스를 따서 한모금 마셨다.
그래도 임요환선수가 지난 주에 이미 1승을 거둔 상태이기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한 상태였다.  

'설마... 그가 날 가지고 이번에도 장난을 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항상 임요환 선수는 그랬다.
탈락하지 않을 듯한 경기에서 패배하기, 그러면서도 떨어질 것 같은 경기에서는 살아나기. 그의 경기는 항상 K씨의 예상을 빗맞게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K씨는 임요환선수를 믿어보자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심장박동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따르릉...."

경기 1분전 전화가 오다니...
K씨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그 전화를 받았다.
K씨의 주치의 닥터 X였다.

"K씨,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저는 괜찮답니다."

K씨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그의 왼쪽 손은 빠르게 컴퓨터 스피커소리를 줄이고 있었다.

"설마 임요환선수의 경기를 보시는 것은 아니겠죠? 이제 몸 생각을 하셔야죠."
"제가 왜 임선수의 경기를 봅니까? 선생님 덕분에 저도 이제 임요환선수에게서 많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번 달에도 그런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 때도 거짓말로 격리병실에서 빠져나와 문자중계보다가 의식을 잃으신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오늘도 거짓말을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믿어주십시오. 전 이제 임선수의 경기를 보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달칵...
닥터 X는 전화를 끊자마자 옷을 입기 시작했다.

"간호사! 빨리 응급약품을 챙겨줘요. 빨리 K씨 집에 가봐야겠습니다. 내 느낌에는 그가 이미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그의 병원을 나서며 닥터 X은 TV를 보았다.
TV 속에서 임요환선수의 SCV가 리버의 스캐럽에 의해 거의 전멸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닥터 X는 거칠게 문을 박차고 K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K씨가 위험해!!!!!!'

신속하게 K씨의 집에 도착한 닥터 X는 잠겨져 있는 K씨 집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K씨는 양 손에 과자부스러기를 쥔 채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어!"
"선생님... 임.... 임선수가 졌어요! 졌어요!"

K씨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닥터 X는 조용히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간호사는 가방에서 바가지를 꺼내 닥터 X에게 살포시 쥐여주었다.
닥터 X는 잠시 거리를 잰 후 힘껏 K씨의 머리를 향해 바가지를 내리치며 외쳤다.

"기억상실!!!!"

순간 조용해졌다. 그로부터 10분후 K씨는 자신의 침대에서 정신을 차렸다.

"아... 선생님. 언제 오셨죠? 제가 왜 여기 누워있는 건가요?"
"아까 전에 전화를 하셨더군요. 의식을 잃을 것 같다면서...."
"제가요? 이상하게 머리가 아픈 것이....아... 기억이 없네요. 그러고보니 오늘 밤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 같은데..."
"아.. 아무것도 없는 날입니다. 오늘은..."

닥터 X의 얼굴에 땀 한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참. 오늘 스타리그 있지 않은가요? 임요환 선수가 저번에 1승했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K씨는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가려고 하자 황급히 닥터 X가 그를 붙잡았다.

"K씨... 오늘 경기는 없습니다. 다... 다음주로 연기가 되었다는 군요."
"....그래요? 뭐... 그럴 수도 있죠."

단순한 K씨는 닥터 X의 말을 듣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K씨....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임요환선수의 경기는 댁한테는 매우 해롭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 중독현상에서 겨우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임선수의 경기시청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나 큽니다. 그러니까 되도록 경기시청을 삼가주시고, 꼭 시청해야한다면 반드시 의료진이 동석한 상태에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시겠죠?"
"네... 선생님...."

K씨는 약기운 탓인지 졸음이 밀려왔고 그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완전히 잠든 K씨를 확인하고 나서야 닥터 X는 조용히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얼굴의 땀을 닦으면서 그는 왼손에 쥐어진 비상용 바가지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닥터 X는 알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억을 지울 수는 있어도, 무의식에 잠재된 기억까지는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K씨의 집을 나섰다.
아무것도 모르는 K씨는 계속 꿈 속을 헤맸다.





"아으음... 임요환.... 다음 경기에서는 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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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그
03/09/27 00:46
수정 아이콘
삭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면 유머게시판으로 보내시던지.
박정석선수가 져서 기억상실 걸리고 싶은 사람이...(주종은플토.부산안살아요.ASIA.ID:busan_zerg)
03/09/27 00:46
수정 아이콘
역시 안개사용자님...
[폭투혈전]은 대체 언제 쯤 마무리 지어주실 껀가요? (ㅠ,.ㅜ)
임요환경기 보는 것만큼이나 안개사용자님의 글 기다리기도 힘듭니다.
Lolita Lempicka
03/09/27 00:49
수정 아이콘
오늘의 우울함을 안개사용자님이 달래주시는군요..
다음 경기에서는 꼭 승리할 겁니다~! ^-^
WoongWoong
03/09/27 00:50
수정 아이콘
안개사용자님 재밌게 잘 읽었어요 ^^
03/09/27 00:53
수정 아이콘
하하..웃으면 안되는데 웃고 말았다..ㅠㅠ
안개사용자님, 저도 그 바가지 좀 빌려줘요~
미소가득
03/09/27 00:59
수정 아이콘
이번 주에 이 정도였는데 다음 주엔 K씨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되는군요.. 경기 시작도 하기 전에 쓰러지시는 건 아닌지..^^
다음 주 박정석 vs 홍진호 선수 경기 땐 저도 의료진 동석하고 봐야할 것 같네요
안개사용자님 너무 재밌어요^^
03/09/27 01:42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굿입니다
03/09/27 02:40
수정 아이콘
K씨가 박찬호선수 팬이었다면 아주 큰일이 났을 듯. 그러나 임요환선수경기가 아슬아슬한건 틀림없지요.
신배현
03/09/27 02:46
수정 아이콘
타지에서 이렇게 소식만 듣는 저도 경기결과 확인할 때 이렇게 떨리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 같은 분이 한둘이 아니신걸 보면 박서는 참 복도 많습니다~^^
burn it out
03/09/27 02:55
수정 아이콘
논픽션이 아닌 픽션이군요. ...(; _ _)
리버에 터지는 scv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저에게, 제 동생이 쿠션을 던지며 "기억상실!!"을 외쳤습니다...ㅠ.ㅠ..
03/09/27 04:22
수정 아이콘
흑흑.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서지훈vs홍진호의 3경기가 하기전에 소파에 누워있다가 깜박 잠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일어나보니 boxer의 패배소식이. -_ㅠ. 다음주는 안자고 응원해야겠습니다. boxer 화이팅!
Matsu Takako
03/09/27 04:26
수정 아이콘
흠..굉장히 high 코미디인가요??
다들 재밋어 하시네--;;;(아~~이 소외감;;)
03/09/27 04:32
수정 아이콘
그건그렇고, B조같은경우는 박경락선수가 무조건 조1위인가요.
boxer로써는 담주 무조건이기더라도 2위. (물론 재경기에 돌입한다면 조1위도 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4강에 진출한다면 vs박경락전이 되겠군요.요세의 boxer는 대플토모드 돌입상테인데.. 3플토전(메카닉)이후에 저그전이라....그것도 박경락이라....하아..
K씨의 심장은 과연....
kascheii
03/09/27 10:01
수정 아이콘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서, 오자마자 컴텨 켜고, 피쥐알에 접속한 다음, Mycube 모모모...가 보이자 마자, 바로 클릭도 못하고,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사알짝 훑어 보았다지요.. 왼쪽은 보지도 않고, 오른쪽 승자쪽만 0.1초내에 쓰윽 보았는데, 그의 이름이 없더군요.. ㅠ.ㅜ
그때 그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천원 내고 따낸 유료 고객의 권리도 포기해 버렸죠.. 너무 가슴 아플까봐서...
대학생은백수
03/09/27 10:13
수정 아이콘
저도 바바바,바가지....바가지....ㅠ.ㅜ
그리고
03/09/27 12:26
수정 아이콘
논픽션입니다. 선수화면으로 한번 봐보세요 --;
03/09/27 13:59
수정 아이콘
마지막 말이... 짠합니다...
03/09/27 17:07
수정 아이콘
핫.. K 씨와 똑같은 꿈을 꾸다니.. 저에게도 닥터 X 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_-)/
지혀뉘~
03/09/27 18:14
수정 아이콘
닥터X 한번 울집으로 초청해야겠군요.... 왜 전 박서의 경기만 보면 비명을 지를까요...... 상담을 한번 해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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