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온게임넷 프로리그 이야기; 관중 매너?

오늘 온게임넷 프로리그 KTF 대 동양의 팀플 경기에서, 한 몰지각한 팬의 실수(?)로 재경기가 실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경기 실시 전까지 많은 분들이 판단하기에 유리한 상황이었던 KTF 팀플 조가, 재경기 결과 패했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구요. 사실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겠죠.

뭐, 결과적으론 KTF가 승리해서 조금은 묻혀진 듯 합니다만, 경기 결과와는 관계 없이 이런 일이 선수들의 컨디션, 나아가 경기 결과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무시무시하더군요. 설마 그럴 사람이야 없겠지만(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죠..) 악의를 품고 그런 부정행위를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거구요. 설마, 설마 그럴리야 있겠어 해도, 거칠게 말해서 걸린 돈이 얼마입니까. 선수들의 생활이 걸려 있는 엄연한 프로 스포츠에서 팬들의 '성숙한 매너', '관전 에티켓' 같은 지극히 애매하고 불안한 것에만 의존하고, 또 그들에게만 매너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건(물론 이런 요구가 전혀 의미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솔직히 너무 순진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밖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게임 내의 버그 플레이에 관한 것처럼 경기에 대한 규율만 정할 게 아니라,

1) 관중들이 어떠 어떠하게 하는 것을 경기 방해 행동으로 규정하고,
2) 그에 대해서 관중, 혹은 그를 악용한 선수에게 어떻게 징계를 내리고,
3) 이런 일이 발생했을 시 차후 경기 진행은 어떻게 한다는 식으로

확실한 규율이 만들어져서, 홈페이지나 기타 매체를 통해 공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든가 하는 내규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번 기회에 더 확실하게 조치 기준이나 징계 기준을 밝혀 공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사실 관중들이 더 잘 알아야 하는 규율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장 앞에 써 붙인다던지... 규율 어기면 즉각 퇴장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안 고치는 것보다는 낫겠죠.
적어도 다음부턴 안 잃어버릴 것 아닙니까.


2. 결국, 하드웨어적인 해결책 - 이상적인 게임 경기장에 대한 고민.

이 문제에 관해서 토론 게시판 검색을 해 보았더니, 역시 관련된 토론글이 있었습니다. (8월 21일, new ice hunter 님의 글. '게임 대회에서의 부정행위!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는?') 하긴 꽤 자주, 아주 오랫동안 거론되었던 문제이니까요.

그 토론에서도 주류는 결국 경기장 하드웨어에 손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이미 결승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타임캡슐 이용, 방음 유리벽이나 공간적 거리를 두는 방법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었습니다. 팬 입장에서도 이렇게 답답한데, 사실 당사자인 방송국 측의 고민이야 오죽할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당시 온게임넷 메가웹스테이션이 리뉴얼 중이라는 hiljus 님의 댓글이 있었는데, 디자이너와 얘기한 게 3개월 전이라고 하셨으니까 벌써 다섯 달 가까이 되었군요. 리뉴얼(리모델링?)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혹은 이미 공사가 되었는데도 그런 문제가 생긴 건지...궁금합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될지, 조금의 정보라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쭉 읽고, 또 오늘 일을 대하면서, 과연 게임 '경기장', 그냥 평범한 pc방에 무대 하나 설치한 게 아니라, 진짜 프로 스포츠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게임 경기장'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고민중입니다. 워낙에는 전공;;;이 이쪽인 데다가(건축학과), 요즘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건축의 프로그램들 - 보드게임까페, 요리방, 해피샵 등등 - 과 그 프로그램의 재조합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서,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있는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저것 생각하던 끝에 모델을 하나 만들어 봤는데, 워낙 허접해서;;; 업로드는 불가능입니다. ㅠㅠ)

지금 대부분의 게임 경기장이, 관중과 게이머가 밀착된 공간에서, 호흡과 열기를 공유하면서 치열한 전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 온갖 부정 행위의 가능성과 혹시 모를 폭력/난동 행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큰 단점이지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 무대식으로 게이머와 관중을 분리시킨다든가, 타임머신이나 분리 방음벽 같은 보조 시설을 설치한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해결책이라면 관중들이, 선수들의 개인 화면을 직접 볼 수 없도록 한다거나, (선수들이 지금처럼 관객들을 등지고가 아니라, 관객들 쪽을 보면서 돌아 앉는다든지) 아니면 라디오로 중계를 듣는 관중들을 통해서 게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누설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 쪽을 어떻게 제한을 한다든지 등의 방법으로요.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마땅한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어쨌든 현 게임리그의 큰 미덕 중 하나인 관중들의 열띤 응원 분위기는 살리면서, 프로 스포츠로서의 최소한의 위상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 설계가 필요하겠지요. 물론 훌륭한 리뉴얼이 나온다면 이 글은 필요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팬 입장에서 이런 공간에 대해 한 번 토론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1. 프로 게임 경기장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예: 개방적인 공간, 하나될 수 있는 곳, 전투적인 분위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

Q2. 어떤 곳은 아니어야 할까요?
(예: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곳, 관람에 불편한 환경을 가진 곳, 혹은 무차별적인 자리맡기가 가능한 곳 -_-;;;)

Q3. 고정관념을 깨뜨립시다. 게임 경기장은 원래 이랬으니까, 이래야 해,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경기장을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 선수들의 무대가 공중에서 내려온다던지-_-;;; 등등)


원래는 토론 게시판에 발제를 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글이 두서없이 길어져서 그냥 자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많은 의견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