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2 21:44:33
Name p.p
Subject 커피 이야기
커피를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 하루에 너 댓 잔? - 커피를 좋아합니다.
입안에 감도는 맛 보다는 향기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어느 회사나 모두 그렇겠지만, 여사원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지는 않구요. 제가 타 마십니다.
물론 자신들이 타 마시면서 "한잔 타 드릴까요" 하면 언제나 "OK! 고마워!" 이지만요. ^^

언젠가 정말 직업 정신이 투철한 카메라맨이 해 준 말인데, 누군가가 커피 타 준다고 할 때 절대 사양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사양하면 다음부터는 그런 호의 베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구요.
그래서 자신은 하루에 열 잔이건 스무 잔이건 절대로 거절 안 한다고 하던 말이 왠지 뇌리에 남아서 저도 잘 지키고 있습니다. ^^

음... 옆길로 새는데, 그 카메라맨, 정말 지독하더군요.
방송국 촬영용 카메라니까 어깨 둘러매는, 제법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였는데,
장소는 서해안 천리포 근처... 굴이 많이 나는 자그만 어포, 어린이 프로그램 촬영하는 도중이었는데, 저는 운동화 신고도 바윗돌 딱지에 엄청 붙어있는 굴 껍질에 겁이 나서 걸음을 제대로 못 옮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은 맨발로, 무슨 일인지 그 양반의 운동화가 멀리 있어서... 아, 맞다 백사장에서 촬영하는 장면 다음이어서 그 양반은 맨발이었습니다.
맨발로 그 날카로운 굴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돌더미 밭을,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발밑을 쳐다보며 걷기도 불편한 그 험한 환경을, 발 밑은 커녕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 촬영 하더군요.

하여튼, 전 장인 정신이 투철한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 한답니다.


커피 얘기 하다가, ^^
작년까지 근무하던 여사원 중에 지금은 남편 따라 서울로 올라 간 여사원이 있었습니다.
출산 휴가 후 복귀 하겠다더니, 휴가 중에 남편이 서울로 발령나서 아쉽게 사퇴 한, 고집과 성격이 대단해서 저도 함부러 비위 못 건드린...  ^^
베테랑 여사원이었는데, 이 여사원이 커피를 참 잘 탔습니다.
유난히 향도 좋고 맛이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저는 참 맛있게 느꼈습니다.
비결을 물어 봤더니 크림을 넣지 않고 연하게 탄다고 하더군요.

당시에도 스스로 커피 타서 마실 때 그 맛을 흉내 내 보려고 해도 안되었지만, 하루 한두 잔은 얻어 마시게 되니까 그냥 별 아쉬움 없이 특별한 솜씨구나 했는데,
이제 다시는 그 맛있는 커피를 못 마시게 되니까 너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그 맛을 재현해 보려고 커피 양을 조절해 가며 여러 번 실험 해 보았습니다.
커피를 적게 타 보기도 하고, 많이 넣어 보기도 하고, 프림도 넣어 보고, 설탕 양도 조절해 보고...

아무리 해도 안되더니, 오늘은 우연히, 커피를 평소의 거의 반쯤...? 넣어 보았습니다.

그 맛이 그 향기가 거의 비슷하게... 나더군요.



오늘 느낀 교훈,
맛과 향이란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나는 것이 아니다!


원색보다 파스텔톤이 은은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가 봅니다.


게시판에 많은 글이 올라 오지만,
너무 자극적인 글은 좀 그렇게 보입니다.
pgr 여기는 스타라는 게임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이는 장소이기에,
게임에 관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상대방을 뾰쪽하게 날이 선 단어로 공격하는 건,
보는 사람에게 공감대를 얻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디를 쓰는 분에게 질려 버린다는...

상대방의 문법이나 오타를 꼬집는 분들도 좀 그렇더군요.
아래의 유머란에 어떤 분께서 올바른 철자법과 문법을 올려 주셔서 저도 뜨끔하니 읽고서, 무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말과 글이란 어차피 어느 정도는 세월 따라 변해 가는 것이니, 통신체 정도는 너무 거부감 느낄 정도가 아니면 꼬집지 말고 그냥 봐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따까치님 말씀대로 게시판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때면
몇몇 분은 잠수 타시지요. ^^
조용해 지면 다시 나타나시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


모두 즐거운 취미로 게임생활 하시길...




보너스 #

수영경기장 가 보셨슴네까?
전 나이 들고 눈이 나빠진 이후부터는 경기장 보다는 집에서 TV 보는 걸 즐기는데,
내 고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고, 신문에서 비인기 종목은 관객이 없다기에 퇴근 후 보러 갔슴네다.

수영 경기장에서 연습하는 선수들, 한국선수고, 외국선수고 간에, 연습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장내 아나운서가 시합시간 다 되었다고, 풀에서 나오라고 여러 번 방송해도(물론 영어로도 합니다)
못 들은 척 안 나오는 건, 어느나라 선수나 마찬가지더군요. ^^


정말 웃기는 건, 다이빙 연습하는 선수들인데,
다이빙 후 다시금 다이빙 풀대(명칭이 맞는지 모르겠네요)를 올라 가서, 뛰어 내리기 전에 왜 꼭 타올로 온몸의 물기를 닦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에 다시 뛰어 들거면서, 왜 몸의 물기를 닦는지...
머리까지 탈탈 털어서 말리고, 온몸의 물기를 닦고,
그리곤 다시 다이빙대에서 뛰어 내리더군요?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아 웃었습니다.

모든 다이빙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하더군요. 몸에 물이 흐르면 감각이나 느낌이 다른가?


그리고 왜 탄력이 있는, 출렁출렁하는 다이빙 폴대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연습하던 커플 선수가, 뛰어내리지는 않고 튀어 오르는 연습만 하다가, 한명이 균형을 읽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개구리처럼 팔다리 흔들다가...
그냥 풀속으로 추락해서 풍덩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정말 재미 있더군요.



제가 간 날은 일본이 금메달 네개, 중국이 금메달 한개 땄고,
한국은 800미터 계주에서 동메달 하나 땄습니다.
기초종목에서 부진하니까, 좀 아쉽더군요.



기미가요는 들어 본적이 있어서 장중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중국 국가는 행진곡 풍이어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국가는 장중한 곡 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말이지요.



내일은 공휴일이어서 경남 창원으로 핸드볼 경기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같이 보러 가자고 요청한 젊은친구에게서 답 멜이 오질 않네요.
수신확인 해 보니, 아직도 제 멜을 안 읽었네요. ㅠㅠ;;;
학교 퇴근 후 교회 사역 열심히 하느라 몸이 아프다고 하더니 병이 나서 누웠나?

학교선생님인데, 성격이 무지 차갑고 말이 없어서
같이 있으면 오히려 편하답니다. 신경 안 써도 되니까요. ^^


(낮에 생각나는 대로, 틈 나는대로 저장해 둔 생각인데 꽤 긴 글이 되어 버렸네요.  읽는 분은 좀 지루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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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2 21:55
수정 아이콘
p.p님의 글...
참 도움이 되는거 같습니다..^^;
이런 좋은 글 자주자주 남겨주시면 좋을거 같은데..
"맛과 향이란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나는 것이 아니다!"
좋네요..^^
02/10/02 22:07
수정 아이콘
음...물기를 닦는 것은 물기가 마르면서 추워서 그런게 아닐까여..ㅡㅡ;;;
저의 경우를 대입해 봄 ;;;;;;;;;;;;;;;
-Fatum-
피팝현보
02/10/02 22:21
수정 아이콘
저도 글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Nihil님이 먼저 리플을 달아주셨군요. ^^;; 저도 부산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서울토박이라 수도권을 거의 벗어나본적이 없다는.. 남들 다 가본 부산 대구 광주 등등.. -_-;;
아트 블래키
02/10/02 22:29
수정 아이콘
음..저두 부산살지만 관전하기가 쉽진 않군요.^^;;
p.p님 글 읽으니, 기미 가요 나 중국 국가를 듣고 싶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_^
02/10/02 22:29
수정 아이콘
Nihil 님, 피팝현보님, 그러니까... 수건으로 물기 닦고선 수건 집어 던지고 바로 물에 뛰어 든다니까요?
물기 열심히 닦고 나선 바로 물에 뛰어 드니까 보는 사람은 우습지요 ^^ 왜 닦는지... ^^
김형석
02/10/02 22:39
수정 아이콘
그러면 하나밖에 없네요.. 물기가 있으면 감각이 달라져서 회전같은거 할때 영향을 받나보지요?? ㅇㅇ;; 그리고 저도 커피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되게 좋아했었는데 건강이 안좋아 의사선생님께서 금하라고 하셨다는 흑흑.. 역시 커피는 밥먹은 다음에 커피3분의2스푼만 넣고(향좋은 걸루 ^^)승늉처럼 후르륵 먹는게 젤 맛있는데 ^^
마치강물처럼
02/10/02 23:39
수정 아이콘
언제나 p.p님의 글을 보면 가슴이 참 따뜻하고 차분해 지는걸 느낍니다.
진짜 한번 만나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바쁘시니까..
좋은 글 써주실때 마다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_ _)
피자조아
02/10/03 00:45
수정 아이콘
제목에 '커피'만 보고,p.p님의 대강의 연령대를 감안해 볼 때,
공익근무 시절에 당직할 때,같이 하던 40대 안팎의
직원분들이 좋아하시던 저의 다방커피를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그것과는 거리가 멀군요.
향기로운 커피향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는 많이 먹으면 잠이 안와서 -_-;
02/10/03 01:17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요즘에 맛있는(과연;;) 차에 도전중이라 후다닥 봤는데 커피는 단지 비유였군요 아쉬버라..

꼬리를 달아도 될까요?
중국국가는 .. 내용이 상당(?)하담니다..
물론 기미가요 역시 마찬가지기는 하지만요 ;;
02/10/03 03:41
수정 아이콘
저는 커피만 마시면 만화영화 신밧드의 모험 주제가처럼 됩니다.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뛰지만~"

곁길로 새는 얘기인데 요즈음 일하면서 만화영화 주제가를 틀어놓고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도 삼삼히 생각나고. 신밧드의 모험을 한창 재미 있게 볼 땐 제가 어린아이였었는데. p.p.님도 아실테죠.. 주제가 중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황금박쥐입니다. 황금박쥐의 작화는 한국에서 이루어졌는데 어디서 볼 수 있을지. 주제가를 들으면 매우 보고 싶어집니다. 황금박쥐를 방송할 때 울 집에는 TV가 없었습니다.ㅠㅠ

음하하하하하(이경규 아찌가 창안한 웃음의 원조)
황금박쥐~(음습한 남자의 목소리. 김국환씨인지)
어디 어디 어디에서 오느냐 황금박쥐~(대체 정체가 뭘까요. 전 아직도 모릅니다.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혹시 유전자 실험을 하던 박사가 The Fly처럼..박쥐랑? 혹은 해골이랑?)
빛나는 해골은 정의의 용사다(이 대목에선 항상 배꼽을 잡습니다. 해골-->정의의 용사 라는 공식은 매우 포스트모던하기까지 합니다. 이토록 악당같이 생긴 정의의 주인공은 만화영화를 통틀어 참 드문것 같습니다)
힘차게 날으는 실버배터스(? 여의봉 잘라 놓은 것 같은 꼬챙이-_-)
우주의 괴물을 전멸시켜라(사실은 등장하는 괴물보단 황금박쥐가 더 괴물 같습니다)
어디 어디 어디에서 오느냐 황금박쥐~
박쥐만이 알고 있다(박쥐에게 물어볼 수가 있나요. 허무 개그처럼 좀 허무한 결론...)

누가 황금박쥐의 정체를 아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ㅠㅠ
아앗,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역시 영영가 있는 얘기는 없네요.
언제나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거 같은 p.p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Nang_MaN
02/10/03 11:53
수정 아이콘
알아요~ 여왕은 부드러운것만 마신다는거... (흠흠;;)

커피를 즐기지 않는 저로선 맛과 향이 뭔지 아직... ^^;

그렇지만 p.p님이 말하려는 의도는 파악했습니다 ^^
02/10/04 01:43
수정 아이콘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그래서 커피의 맛이라곤 다방맛커피만을 가끔, 아주 가끔 마시는 저에게는 아주 맛깔스러운 글이었습니다.
p.p님 즐필하세요... ^^
02/10/04 12:20
수정 아이콘
항상 누가 커피 타줄땐 양촌리 스타일로 부탁하는 제겐...
그 향기가 그렇게도 좋아 보이던데...
설탕 두 스푼 프림 한 스푼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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