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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2/21 15:30:32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나이.
어렸을때,그러니까 초등학생(저는 국민학교가 더 익숙하지만요)
아버지는 저의 우상이었죠.장난감이 고장났을때,모르는 글자가 있을때,
문제가 생길때 모든것을 해결할줄 아는 사나이었으니까요.
언제부턴가 제법 세상에 대해 고민을 해본답시고 하던시절,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점점 저와 멀어지고 계셨습니다.사춘기라고 하나요?
아버지는 컴퓨터를 하지못하셨고,영어도 하지못하셨으며,친구들과 함께
입었던 힙합-_-;바지를 이해하지 못하셨고 앞뒤로 꽉막힌 분이되셨지요.
점점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는 적어져갔고,그렇게 아버지는 저에게 있어
작아져만 갔습니다.한달에도 두어번씩있는 친구들 생일은 꼭꼭챙기면서
아버님 생일엔'가족인데 뭘...'하는 생각으로 지내기 일쑤였고,심지어 해마다
바뀌는 아버님의 음력생일을 잊어먹기도 했죠.
그런데,그런데 말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점점 세상과 부딫히는 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상하게도
아버님을 그것들을 이겨낼 방법을 알고계신것이었습니다,
컴퓨터와 모니터를 구별하실줄도 모르시는(이젠 아시겠지만요)그분이 말입니다.
그렇게 힘든일이 많아질수록 아버님이 점점 위대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힘들때,친구들과 다툼이 있을때,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떄,
어떻게 하는것이 좋은지 그분이 알고계신거였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나이는 헛먹는게 아니다.라고요. 새로운 세상에대한 이해는 부족할망정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할 일들에대해서는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그래서,어느순간부터는 한살이라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사람한테는
뭐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대하게 되었습니다.
(뭐,가끔 정말 나이를 헛먹은것같은 사람이 있긴있습니다만;;)
집안청소를 하며 여러가지 노하우를 가르쳐주시는-_-;아버님을 보며 끄적거려봅니다.
피지알에 계신 많은분들,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곳엔 글을쓰시는 당신보다도 삶의 경험이 많은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항상 즐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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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02/12/21 21:05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는 다른 아버님들에 비해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줄 알고 거기에 직접 뛰어들줄 아는 분이십니다.(임요환,봉준구,국기봉,김동수....인터넷을 자주 하셔서 유명 프로게이머들 이름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_-;)
직업이 원체 사회의 흐름을 알수 있는 것을 하셔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버님들에 비해서 저의 의견을 상당히 잘 이해하시고 거기에 모자른 부분이나 반대의견에 대해서 진지하게 저와 토론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것이 참 많습니다.
저는 이런 아버지의 아들이란게 참 자랑스럽습니다.^^
근데 청소나 설거지는 아들인 제가 아버지보다 훨~씬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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